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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의 문제를 푸는 책들(31) – “아이의 삶을 대신 설계하려는 욕망은 내려놓되, 배움을 돕는 책임은 끝까지 지는 교육”

#1634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6.11.05

– Philippe Meirieu, 『Frankenstein pédagogue』 (ESF, 2017; 초판 1996) 비평

                                                                                            

 

교사는 학생이 잘 배우기를 바란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바람이 강해지면 아이의 생각과 선택보다 어른이 정해놓은 미래를 앞세우기 쉽다. 반대로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필요한 설명과 도움마저 거두어 버릴 수 있다. 아이의 삶을 대신 결정하지 않으면서도 배움을 돕는 책임을 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랑스 교육학자 필리프 메리외의 『Frankenstein pédagogue』(ESF, 2017; 초판 1996)는 이 어려운 질문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프랑켄슈타인, 피그말리온, 피노키오 등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인간을 자신의 뜻대로 만들어내려는 욕망을 살핀다. 교육에서도 그러한 욕망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을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교육자의 역할을 줄여주지는 않는다. 학생을 대신해 배울 수는 없지만, 학생이 배울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 책의 핵심은 학생을 자신의 뜻대로 만들려는 욕망을 내려놓으면서도, 학생의 배움을 돕는 책임은 포기하지 않는 데 있다.

 

 

선의가 통제의 욕망으로 바뀔 때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소설 속 창조자를 가리킨다. 메리외가 이 이야기를 교육과 연결하는 까닭은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상상과 그 인간의 삶까지 통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책의 첫 부분은 이러한 ‘교육을 통한 인간 제작’의 신화를 탐색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비슷한 기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가르쳤으니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

“이만큼 도와주었으니 이 정도 성과는 내야 한다.”

 

학생이 기대와 다르게 반응하면 교사는 실망하고, 때로는 그 반응을 자신의 노력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인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는 생각이 아이의 선택에 대한 강한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은 교사의 설계에 따라 완성되는 작품이 아니다. 같은 설명을 듣더라도 학생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 도움을 원하면서도 그 방식에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교육자의 선의만으로 학생의 반응까지 통제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교육자의 바람이 상대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아이를 돕고 싶은 마음이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로 변하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학생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지배하려는 욕망을 내려놓기

 

그렇다면 교육자는 학생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말아야 하는가? 메리외의 논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책의 두 번째 부분은 교육자의 힘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학습의 조건을 마련하는 책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원인의 교육학’에서 ‘조건의 교육학’으로의 전환으로 제시한다.

 

이 구분을 교실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특정 방법을 사용하면 학생에게 반드시 원하는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대신, 학생이 배우기 어려운 이유를 살피고 배움이 가능해질 조건을 계속 조정하는 것이다.

 

메리외는 2019년 자신의 교육적 입장을 정리한 글에서도, 모든 사람이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을 지키면서 배움에 참여하는 학습자의 자유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자는 학생을 대신해 배우거나 성장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학생의 어려움 앞에서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교사의 일을 어렵게 만드는 역설이 있다. 학생의 변화를 보장할 수 없으면서도 그 변화를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때 책임을 끝까지 진다는 것은 원하는 성과가 나올 때까지 학생을 밀어붙인다는 뜻이 아니다. 학생이 배우지 못할 때 의지나 능력의 문제로 단정하며 포기하지 않고, 설명과 과제, 시간과 지원을 다시 살피는 것이다. 교사의 책임은 학생의 삶을 대신 결정하는 데 있지 않고, 학생이 배움에 참여할 길을 끈기 있게 찾는 데 있다.

 

 

교실에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책의 후반부는 이러한 관점을 교육적 실천으로 연결한다. 학생의 차이를 고려하는 지도, 배운 것을 다른 상황에서 활용하는 전이, 규칙과 문화의 공유 등이 논의의 대상이다.

 

예를 들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교사가 문장을 모두 고쳐주면 결과물은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은 다음 글에서도 같은 도움을 기다릴 수 있다. 반대로 교사가 “네 생각대로 써보라”며 맡겨두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멈출 수 있다.

 

이 책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이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교사는 짧은 예시를 보여주고, 글의 순서를 함께 생각하며, 먼저 한 문장만 써보게 할 수 있다. 학생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면 도움의 범위를 조정한다. 이 사례는 책에 실린 사례가 아니라, 그 논지를 교실에 적용해 본 것이다.

 

자율성도 이런 과정 속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혼자 해내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 자율성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교사의 예시와 다른 생각을 썼다는 이유로 학생의 글을 모두 고친다면, 도움은 다시 통제로 바뀐다. 교사는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지식과 방법을 충분히 가르치면서도, 무엇을 말하고 어떤 관점을 취할지에 대해서는 학생이 생각하고 선택할 여지를 남겨야 한다.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일과 학생의 판단을 존중하는 일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책의 힘과 더 따져보아야 할 점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교육자의 선의를 성찰의 대상으로 삼는 데 있다. 학생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은 소중하다. 그러나 그 마음이 학생의 미래를 대신 결정할 권리까지 주는 것은 아니다. 메리외의 문제 제기는 교육을 성과를 생산하는 과정으로만 바라볼 때 놓치기 쉬운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되살린다.

 

다만 이 논지를 오늘의 학교에 적용하려면 아래 세 가지를 더 따져봐야 한다.

 

첫째, 학생의 거부나 저항을 모두 자율성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과제를 거부하는 학생에게는 사전지식 부족, 반복된 실패, 불안, 과도한 과제 부담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학생을 존중하려면 그 행동의 의미를 성급하게 단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원인을 살펴야 한다.

 

둘째, 학생을 교사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명료한 설명이나 체계적인 연습까지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교사가 충분히 설명하고 안내해도 학생은 스스로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메리외는 같은 글에서, 강의식 수업도 학생의 나이와 발달 수준에 맞게 스스로 생각할 단서와 기회를 충분히 제공한다면 진정한 학습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Meirieu, 2019). 교수법의 겉모양만으로 학생의 주체성을 존중하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셋째, 조건을 마련하는 일이 교사 개인의 헌신에만 기대어서는 안 된다. 과밀학급, 지원인력 부족, 경쟁적인 평가체제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모든 학생의 배움을 돕고 자율성을 기르기는 어렵다. 책임을 끝까지 진다는 말은 한 교사가 모든 어려움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어서는 안 된다. 교사가 어려움을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학교가 함께 대응하고, 필요한 전문적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이 책의 관점을 학교에 적용하려면 교사의 태도뿐 아니라 학교와 정책이 제공하는 조건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한국 교육에 던지는 질문

 

한국 교육에서 이 책은 부모와 교사가 아이에게 품는 기대를 돌아보게 한다. 성적, 진학, 생활태도에 대한 기대는 필요할 수 있다. 다만 그 기대가 학생 자신의 생각과 선택이 들어설 여지를 얼마나 남겨두는지 물어야 한다.

 

또한 이 책은 학습과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효과적인 수업을 설계하고 학습을 돕는 방법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그와 함께, 그렇게 얻은 지식과 능력이 학생 자신의 판단과 삶을 위해 사용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는 이 책을 오늘의 교육 논의와 연결해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다.

 

『Frankenstein pédagogue』는 간단한 교수법 처방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을 변화시키려 애쓰는 과정에서 지치거나, 도움과 통제의 경계를 고민하는 교사에게는 의미 있는 책이다.

 

교육자는 학생의 미래를 완성해 줄 수 없다. 그러나 학생이 배우지 못하고 있을 때 그 어려움을 학생 혼자의 몫으로 남겨두어서도 안 된다. 필요한 지식과 방법을 가르치고, 막히는 지점을 살피며, 학생이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아이의 삶을 대신 설계하려는 욕망을 내려놓는 일과 배움을 돕는 책임을 다하는 일은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아이를 자신의 기대에 맞추려는 마음에서 벗어날 때, 오히려 그 아이에게 실제로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더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

 

 

<교실 적용 팁 – 학생의 배움을 돕되, 생각과 판단까지 대신하지 않기>

 

다음은 이 책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필자가 제안하는 교실 실천이다.

 

1. 거부하는 행동보다 그 이유를 먼저 살핀다.

 

과제를 시작하지 않는 학생에게 곧바로 “왜 안 하니?”라고 묻기보다 “어디에서 막혔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니?”라고 묻는다. 거부로 보이는 행동 뒤에 이해의 어려움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원인을 알아야 필요한 도움도 찾을 수 있다.

 

2. 도움을 주되, 학생이 직접 해볼 부분을 남긴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학생의 문장을 모두 고쳐주기보다, 한 문장을 함께 고친 뒤 다음 문장은 학생이 수정하게 한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을 완성해 주는 일이 아니라, 학생이 다음에는 조금 더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3. 배울 목표를 분명히 하면서 선택의 여지를 준다.

 

같은 개념을 배우더라도 설명에 사용할 사례나 결과물을 표현할 방법은 학생이 선택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념의 이해를 확인하는 활동에서는 배운 내용을 짧은 글이나 그림과 설명으로 정리하는 방법 중에서 선택하게 할 수 있다. 다만 글쓰기 자체가 학습 목표라면, 글의 소재나 사례를 선택하게 하는 편이 적절하다. 선택에 필요한 예시와 기준도 함께 제공한다.

 

4. 기대와 다른 반응을 수업을 돌아보는 단서로 삼는다.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학생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노력이나 태도부터 탓하지 않는다. 학생에게 필요한 사전지식이 있는지, 설명이 너무 빠르지는 않았는지, 과제가 한 번에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 살핀다. 학생의 반응을 바탕으로 설명과 과제를 조정한다.

 

5. 도움의 효과를 학생에게도 묻는다.

 

활동이 끝난 뒤 “어떤 도움이 유용했니?”, “다음에는 어느 부분을 혼자 해볼 수 있겠니?”라고 묻는다. 교사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학생이 실제로 경험한 것은 다를 수 있다. 학생의 의견을 듣고 다음 도움의 방식과 범위를 정한다.

 

 

※ 이 시리즈는 AI 도구를 활용해 원서의 핵심 내용을 추출하고, 필자가 내용을 검토·수정하여 한국 교육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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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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