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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발행인 칼럼_7] 격차를 줄이는 교육, 어떻게 가능한가

#1635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6.11.05
학교 밖 기회의 차이가 학습 격차로 굳어지지 않도록 학교가 책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조기 발견, 소집단 지도, 안전한 교실, 보편적 학습설계를 교사 개인이 아니라 학교 지원 체계가 뒷받침해야 합니다.                                 

 

 

교육격차를 이야기할 때 가정환경과 지역 여건의 중요성을 모르는 교사는 거의 없다. 책과 대화를 풍부하게 접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학습을 도와줄 어른과 함께 자란 아이가 학교 공부에서도 유리하다는 사실을 교사들은 날마다 확인한다. 반대로 그러한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아이는 어휘와 배경지식, 학습 습관 등에서 불리한 출발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교사는 학생마다 필요한 지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정해진 진도와 제한된 수업 시간, 부족한 지원 인력 속에서 그 차이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그 결과 이미 준비된 학생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은 배움의 기회를 거듭 놓치기 쉽다.

 

학교가 모든 사회경제적 격차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 생겨난 기회의 차이가 학교 안에서 더 큰 학습 격차로 굳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책임은 있다. 격차를 줄이는 교육은 서로 다른 출발점을 고려하여 배움에 필요한 시간과 기회, 지원을 제공하는 교육이다.

 

 

어려움을 일찍 발견하고, 지원의 효과를 살핀다

 

학습의 어려움은 제때 지원하지 않으면 누적되기 쉽다. 읽기가 원활하지 않은 학생은 읽기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기초 수 개념이 불안정한 학생은 이후의 수학 내용을 이해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그러나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언제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아니다. 모른다고 말하기가 창피해서 침묵하기도 하고, 교사가 많은 학생을 동시에 살피느라 알아차리지 못하기도 한다. 조기 발견을 교사 개인의 관찰에만 맡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학교에는 학생의 기초 역량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지도로 연결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발견 이후다. 지원을 받은 학생이 실제로 나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진전이 충분하지 않으면 지도 내용과 방법, 지원의 강도를 조정해야 한다. 진단은 학생을 분류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도울지 결정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학생이 어디에서 막혔는지 파악하고 가르친다

 

학습의 어려움을 발견했다고 격차가 저절로 줄어들지는 않는다. 학생이 어디에서 막혔는지 모른 채 같은 내용을 반복하면, 학습 시간은 늘어도 어려움은 남을 수 있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가 소집단 집중 지도다. 정규 수업만으로 충분히 배우기 어려운 학생 가운데 비슷한 학습 상의 필요를 지닌 2~5명을 모아, 부족한 부분을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방식이다. 교사는 학생의 이해 상태를 자세히 살피고, 오류가 생긴 지점에서 곧바로 설명과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영국 교육기금재단(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 EEF)에 따르면, 소집단 집중 지도를 받은 학생은 그렇지 않은 비슷한 학생보다 1년 동안 평균 4개월가량 학습이 더 진전된다. 다만 이는 여러 연구의 평균이며, 학생 수를 줄이기만 하면 얻어지는 효과는 아니다. 정확한 진단, 질 높은 지도, 정규 수업과의 연결이 함께 필요하다.

 

추가 지원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학생이 위축되거나 낙인을 경험하지 않도록 운영하고, 소집단 지도에서 배운 내용을 정규 수업에서도 활용하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심하고 질문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든다

 

학습을 돕는 일에는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일도 포함된다. 아침을 굶고 온 아이나 어젯밤 집안에서 힘든 일을 겪은 아이는 배고픔과 불안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학생에게는 학습 지도와 함께 생활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

 

교사가 평소와 표정이 다른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것, 틀려도 비난받거나 조롱당하지 않는 교실을 만드는 것, 모른다고 말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아이는 그런 경험을 통해 학교를 믿고 배움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교사의 따뜻한 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도 있다. 돌봄과 상담, 복지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전문적인 도움이 연결되어야 한다. 정서적 지지는 학습 지도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그 지도에 참여하고 배움을 이어가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둘은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다양한 학생을 처음부터 고려해 수업을 설계한다

 

추가 지원과 함께 정규 수업 자체도 바뀌어야 한다. 학생마다 다른 준비도와 어려움을 수업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하는 것이다.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UDL)는 이러한 접근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과학 시간에 물의 순환을 배운다면, 글로 된 설명과 함께 그림이나 교사의 시범을 제공하고 낯선 핵심 어휘를 미리 설명할 수 있다. 복잡한 과제는 단계별로 안내하고, 필요한 학생이 참고할 예시도 마련할 수 있다. 물의 순환에 대한 이해를 확인하는 것이 목표라면 글뿐 아니라 말이나 그림으로 설명할 기회도 줄 수 있다.

 

핵심은 학생이 어려움을 겪은 뒤에야 도움을 덧붙이기보다, 예상되는 어려움을 미리 줄이는 데 있다. 여기에 추가적인 개별 지도와 집중 지원을 결합해야 한다. 모든 학생을 위한 수업의 질을 높이면서, 필요한 학생에게 더 충분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사의 헌신을 학교의 지원 체계로 뒷받침한다

 

이 모든 일을 교사 혼자 감당할 수는 없다. 교사에게 많은 학생을 동시에 가르치면서 각자의 어려움을 진단하고, 맞춤형 지도를 제공하며, 정서적·생활상의 문제까지 돌보도록 요구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을 살필 수 있는 수업 여건을 마련하고, 학습 지원 전문 인력과 협력할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기초학력 지도와 상담, 돌봄과 복지 지원도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 어려움을 발견한 교사가 혼자 해결책을 찾아다니지 않도록, 학교 안에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대응할 체계가 있어야 한다.

 

그 바탕에는 모든 아이가 적절한 지원을 통해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러나 믿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필요한 도움을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 인력과 시간, 전문성과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학생들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차이가 학생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도록 수업과 지원 체계를 바꾸는 일이다. 어려움을 일찍 발견하고, 필요한 내용을 정확하게 가르치며, 안심하고 배울 수 있는 교실을 만드는 일. 이를 몇몇 교사의 헌신에 맡기지 않고 학교의 일상적인 역할로 정착시키는 데서 격차를 줄이는 교육은 시작된다.

 

 

<교실 적용 팁>

 

1. 수업 시작 3분, 오늘 배울 내용의 준비도를 확인한다

 

오늘 수업에 꼭 필요한 사전 지식이나 기능을 묻는 짧은 문항 2~3개를 제시한다. 몇몇 학생의 발표만 듣기보다 모든 학생이 종이나 작은 칠판에 답하게 한다. 오답이 많으면 필요한 내용을 먼저 설명하고, 일부 학생만 어려워하면 수업 중 추가 도움을 제공한다.

 

2. ‘못한다’는 판단 대신 어디에서 막히는지 찾는다

 

문장제 문제를 풀지 못하는 학생에게 문제를 읽어주거나, 핵심 어휘의 뜻을 물어보거나, 계산만 따로 해보게 한다. 문제 읽기, 상황 이해, 계산 중 어디에서 어려움이 생기는지에 따라 지도 내용이 달라진다. 틀린 답만 확인하지 말고 “여기까지 어떻게 생각했니?”라고 물어본다.

 

3. 소집단 지도는 목표를 좁히고 진전을 확인한다

 

‘수학 보충’처럼 넓은 목표보다 ‘받아내림이 있는 두 자리 수 뺄셈’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정한다. 비슷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모아 ‘교사 시범, 함께 풀기, 혼자 풀기’ 순서로 지도한다. 짧은 확인 문제로 진전을 살피고, 어려움이 남으면 같은 설명을 반복하기보다 예시나 설명 방식, 연습량을 조정한다.

 

4. 질문을 기다리지 말고, 도움을 요청할 통로를 마련한다

 

친구들 앞에서 질문하기 어려운 학생도 있다. 수업이 끝날 때 ‘아직 헷갈리는 것’을 쪽지에 적게 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문제에 표시하게 한다. 학생이 모른다고 말하면 “어느 부분을 다시 설명하면 좋을지 알려줘서 고맙다”라고 반응한다. 도움을 요청한 경험이 실제 도움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5. 같은 학습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발판(scaffolding)을 제공한다

 

낯선 핵심 어휘를 미리 설명하고, 복잡한 과제는 단계로 나누며, 완성된 예시를 보여준다. 개념 이해를 확인할 때는 말이나 그림으로 설명하게 할 수도 있다. 다만 글쓰기 자체가 목표라면 글쓰기를 생략하기보다 문장 시작 표현이나 개요 틀을 제공한다. 익숙해지면 도움을 점차 줄여 스스로 수행하도록 한다.

 

6. 추가 지도가 정규 수업의 배움으로 이어지게 한다

 

소집단 지도에서 익힌 어휘나 풀이 방법을 정규 수업에서도 다시 사용하게 한다. 학생이 배운 것을 활용했을 때는 “지난번에 연습한 방법을 이번 문제에 잘 적용했구나”처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추가 지원을 받느라 중요한 정규 수업을 반복해서 놓치지 않도록 시간도 조정한다.

 

7. 반복되는 어려움은 동료와 함께 살핀다

 

지원했는데도 진전이 더디다면, 학생의 답안과 지도 내용, 변화 기록을 가지고 학습 지원 담당 교사나 상담 교사와 협의한다. ‘의욕이 없다’고 판단하기 전에 과제의 난도, 읽기 능력, 정서와 생활 여건 등을 함께 살핀다. 무엇을 누가 도울지 정하고, 언제 다시 효과를 확인할지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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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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