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문제를 푸는 책들(28) – “학교가 가르쳐 주지 않는 삶의 기술들”
– Ferne Bowe, 『Everything You Need to Know Before You’re 16 (But Won’t Get Taught in School)』 (Bemberton, 2024) 비평

아이들은 12년을 학교에서 보낸다. 그런데 그 12년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은 정작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친구와 심하게 다퉜을 때 어떻게 먼저 말을 꺼내야 하는지, 하기 싫은 부탁을 받았을 때 어떻게 거절해야 관계를 해치지 않는지, 속상한 마음이 밀려올 때 그걸 어디에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처음 용돈을 받았을 때 어떻게 써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지. 우리가 이것들을 배운 건 학교 수업 시간이 아니었다. 실수하고 나서였다. 관계가 어긋나고 나서였다. 한참 지나 돌아보고 나서였다.
Ferne Bowe의 『Everything You Need to Know Before You’re 16』은 바로 그 공백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책이다. 저자는 묻는다. “여러 해 동안 고대 문명과 이차방정식을 배웠는데, 왜 정작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가.” 이 책은 학교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지만 실제 삶에서는 훨씬 더 중요한 것들—감정 다루기, 관계 맺기, 자기관리, 의사결정, 돈과 시간에 대한 감각—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책을 읽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빠뜨리고 있는가.” 물론 이것은 교사만의 숙제가 아니다. 삶의 기술은 가정과 학교가 함께 책임져야 할 영역이고,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사라면 이 질문 앞에서 자책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 책은 교사든 부모든, 어른인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아이들이 살아갈 힘을 키우는 일에 우리는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느냐고.
삶을 버티는 힘은 ‘지식’이 아니라 ‘기술’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삶의 기술’을 추상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지금 이 상황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은 무엇인가?”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이 실은 꽤 깊은 곳을 건드린다. 자신감이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작은 행동이 쌓이면서 비로소 생겨나는 결과라는 것을 학생 스스로 깨닫게 만들기 때문이다. 교실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발표를 두려워하는 학생에게 “자신감을 가져”라고 말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첫 문장만 한번 말해볼까?”라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한 문장이 다음 문장을 끌어내고, 그 경험이 쌓이면서 학생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도 조금씩 바뀐다.
Bowe의 책은 이런 방식으로 막연한 덕목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번역해 준다. 용기, 자신감, 회복력 같은 말들이 교실에서 종종 공허하게 떠도는 이유는 그것이 거짓이어서가 아니라,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아서다. 이 책은 바로 그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인다.
감정은 억눌러야 할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할 신호다
많은 학생들이 감정을 ‘참아야 할 것’으로 배운다. 화가 나면 참고, 불안하면 숨기고, 슬프면 티를 내지 않는 것이 성숙한 태도라고 어른들에게서 듣고 자란다. 그러나 Bowe는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감정은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담고 있는 신호라는 것이다. 분노는 무언가 불공정하다는 신호이고, 불안은 내가 무언가를 깊이 신경 쓴다는 신호이며, 슬픔은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신호다. 그 신호를 억누르는 대신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관점은 교실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꾼다. 수업 중에 산만한 학생이 있다고 하자. 우리는 흔히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라고 판단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이 책의 관점에서 보면 질문이 달라진다. 지금 이 학생은 무엇 때문에 불편한가.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행동 뒤에 있는 상태를 보려는 시도, 그것만으로도 교사와 학생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진다. 통제 중심의 교실이 이해 중심의 교실로 조금씩 바뀌는 것은 거창한 교육 철학의 전환에서가 아니라, 이런 작은 시선의 이동에서 시작된다.
관계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이 책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인간관계를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문제로 다룬다는 점이다. 친구를 사귀는 것, 갈등을 풀어가는 것, 불편한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것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고 어떤 사람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타고난 성격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배운 것과 배우지 못한 것의 차이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예를 들어 저자가 제시하는 ‘거절하는 법’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상대를 존중하는 표현으로 시작하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말하고, 가능하다면 대안을 제시하는 것, 이 세 단계다.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교실 장면으로 옮겨보자. 친구가 “오늘 숙제한 것 좀 빌려줘”라고 했을 때, 많은 학생들은 “싫어”라고도 “그래”라고도 말하지 못한 채 얼버무리거나 그냥 건네버린다. 이 세 단계를 익힌 학생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네가 힘든 거 알아(존중). 근데 나도 이거 혼자 해내는 게 중요해서 빌려주기가 어려워(입장). 대신 같이 풀어볼까?(대안)” 거절이면서도 관계를 지키는 말이다.
이 단순한 구조가 실제로는 강력하다. “싫어”라고도 “좋아”라고도 말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학생에게 이 세 단계를 연습시켜 보면, 말 한마디가 달라지면서 스스로를 대하는 방식도 함께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관계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실질적인 사실이라는 것을, 그 장면에서 확인하게 된다.
학교가 오래 놓쳐온 것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묵직하게 남은 것은 특정 챕터의 내용이 아니라, 이 주제 전체가 학교 교육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주변부에 머물러 왔는가 하는 사실이었다. 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이것들은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삶에서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학교는 시험을 준비시키지만, 삶은 교과서에 없는 문제를 낸다.” 이 문장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이 문장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정확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교사에게 이 모든 것을 가르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삶의 기술은 학교 홀로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의 교육이 아이들이 살아갈 삶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가라고. 그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답하기 어렵다면, 이 책은 그다음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이 된다.
교실에서 바로 써볼 수 있는 것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읽고 덮어두는 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수업을 새로 설계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교실에서 써볼 수 있는 것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수업 중에 학생이 막막해 보일 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한 가지가 뭘까?”라고 묻는 것, 갈등이 생겼을 때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에 “지금 기분이 어때?”라고 먼저 묻는 것, 거절을 어려워하는 학생과 함께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를 실제로 연습해보는 것, 무언가 실패한 후에 “이번엔 왜 안 됐을까, 그 이유를 딱 한 가지만 찾아보자”라고 이야기 나누는 것. 이런 개입들은 각각 1~2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대화가 반복될 때, 학생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다. 교사가 가르친 공식은 잊혀도, 그 순간의 대화는 남는다.
맺으며: 당신의 수업은 학생의 삶에 무엇을 남기는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Bowe의 책을 읽고 나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학생이 교실을 떠난 뒤에도 오래 남아야 할 것은 공식이나 연도, 개념만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읽는 눈,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 실패 앞에서 다시 일어서는 힘—그런 것들이 함께 남아야 한다.
이 책은 그 공백을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짚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교사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다. “당신의 수업은 학생의 삶에 무엇을 남기는가.” 이 질문 하나를 품고 교실로 돌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가치는 충분하다.
| <교실 적용 팁: 삶의 기술을 작은 연습으로 가르치기>
삶의 기술은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는 익히기 어렵다. 교사가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주고, 학생이 직접 해보고, 일상에서 다시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활동 중 학급에 필요한 한 가지부터 시작해 보자.
1. 막막한 과제를 ‘시작할 수 있는 행동’으로 바꾸기
과제 앞에서 멈춘 학생에게 “열심히 해봐”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 학생이 답하기 어려워하면 “문제에서 아는 내용에 표시하기”, “첫 문장 써보기”처럼 선택지를 제시한다. 행동한 뒤에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니?”라고 물어 자신에게 도움이 된 방법을 확인하게 한다.
2. 감정과 행동을 구분해 말하기
갈등이 생겼을 때 “무슨 일이 있었니?”, “어떤 감정이 들었니?”, “무엇을 바랐니?”를 차례로 묻는다. “친구가 내 말을 끊어서 화가 났어요. 끝까지 들어줬으면 좋겠어요”처럼 상황·감정·바람을 연결해 표현하도록 돕는다. 감정은 인정하되, “화가 날 수는 있지만 친구를 때리는 행동은 멈춰야 해”라고 행동의 한계도 분명히 알려준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반 친구들 앞에서 말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3. 관계를 존중하면서 거절하는 말 연습하기
짝을 지어 부담스러운 부탁을 받는 상황을 가정해 연습한다. ‘상대의 상황 인정하기 → 내 입장 말하기 → 가능하면 대안 제시하기’의 순서로 말해보게 한다.
대안은 자신이 도울 여유가 있을 때 제시하면 된다. 위험하거나 부당한 요구에는 짧고 분명하게 거절하고, 믿을 만한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가르친다.
4. 실패를 다음 시도의 정보로 바꾸기
시험이나 발표가 끝난 뒤 세 문장을 완성하게 한다.
‘나는 못한다’는 평가에 머무르지 않고, 준비 방법이나 도움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살피게 한다. 다음 과제 전에 자신의 기록을 다시 읽고 한 가지를 실천하게 한다.
5. 돈과 시간의 사용을 실제 선택으로 연습하기
가상의 용돈을 주고 필요한 지출, 원하는 지출, 저축으로 나누어보게 한다. 정답을 정해 두기보다 “이 선택을 하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미뤄야 할까?”를 이야기한다. 시간 관리도 같은 방식으로 연습한다. 하루 계획을 세워보고, 예상한 시간과 실제 걸린 시간을 비교해 다음 계획을 조정하게 한다.
6. 도움을 요청하는 문장 익히기
“도와주세요”를 구체적인 요청으로 바꾸는 연습을 한다. “여기까지는 했는데 이 부분에서 막혔어요. 예시 하나를 보여주실 수 있나요?”처럼 자신이 해본 것, 어려운 부분, 필요한 도움을 말하게 한다. 교사는 도움을 요청한 행동을 인정하고, 학생이 다시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 번에 모두 가르치려 하기보다 한 가지 기술을 여러 상황에서 반복해 보자. 연습 뒤에는 “어떤 말이나 행동이 도움이 되었니?”, “다음에는 어디에서 써볼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작은 연습이 실제 생활로 이어질 때 삶의 기술은 학생 자신의 것이 된다. |
| ※ 이 시리즈는 AI 도구를 활용해 원서의 핵심 내용을 추출하고, 필자가 내용을 검토·수정하여 한국 교육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 필자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기존의 PDF 파일을 제공하던 서비스를 중단합니다. 대신 아래의 ‘인쇄(Print)하기’ 클릭한 후, ‘Ctrl + P’를 누르시면 칼럼 내용을 인쇄할 수 있습니다.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