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학교 : 핀란드는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경계하는가
| 핀란드와 유럽연합의 AI 교육 방향을 중심으로, 학교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는 어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AI 리터러시 역량을 강조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
들어가는 말
최근 한국 교육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술형 평가 채점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반복적 업무를 줄이고 평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지만, 한편에서는 공정성과 신뢰성, 개인정보 문제, 사고 과정 평가의 약화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 역시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학생의 사고와 표현을 기계가 어디까지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핀란드는 어떨까요? 흔히 핀란드가 디지털 교육과 AI 활용에 앞서 있는 나라로 이야기되지만, 실제 핀란드의 경우도 비슷한 고민 속에 놓여 있습니다. 최근 핀란드에서는 학교별·교사별 평가 차이 문제와 학생들의 실제 역량 저하 논란 속에서 디지털 평가 시스템 도입이 논의되고 있으며, 생성형 AI를 활용한 허위 이미지와 정치 홍보 문제 역시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할 때 AI를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교사는 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를 두고 새로운 규칙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핀란드가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기술 도입이나 규제의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핀란드의 여러 정책 보고서는 AI를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이 갖추어야 할 새로운 교양과 시민 역량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핀란드 교육문화부는 2026년 「인공지능 시대의 역량: 시민의 인공지능 역량 프레임워크」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AI의 확산이 시민들의 정보 습득과 학습, 사회 참여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특히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누구나 손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정보의 출처와 신뢰성을 판단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AI 역량은 단순한 기술 사용 능력을 넘어, AI의 영향을 평가하고 윤리적·법적·사회적 문제까지 함께 이해하는 능력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AI 역량은 디지털 사회의 시민성 및 민주주의와 연결됩니다. 보고서는 “모든 것을 규제로 해결할 수는 없으며, 시민 스스로 AI 서비스의 신뢰성과 윤리성, 사회적 영향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더 나아가 디지털 리터러시는 개인의 권리와 참여, 민주주의와 신뢰를 지탱하는 기반이라고 강조합니다.
문제의식은 단지 교육 담론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실제 핀란드 정치권에서도 AI 생성 이미지를 활용한 정치 홍보와 허위·왜곡 정보 문제가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6년 YLE 보도에 따르면, 일부 정치 세력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명확한 표시 없이 SNS에 게시했는데,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흐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AI 이미지가 실제 사진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사회적 불안과 편견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습니다.
결국 핀란드가 학교에서 AI를 논의하는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AI 시대에 시민은 무엇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는지,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책임 있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함께 배우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핀란드와 유럽연합(EU)의 AI 교육 방향을 중심으로, 학교 현장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국가와 지역 차원에서는 어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어떤 AI 리터러시 역량을 강조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AI를 이해하는 시민교육
핀란드 학교에서도 이미 인공지능은 낯선 기술이 아닙니다. 교사는 수업자료 제작과 번역, 아이디어 구상에 AI를 활용하고, 학생들 역시 글쓰기와 정보 탐색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접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역시 AI가 교수·학습의 개별화와 행정업무 경감, 학습 지원 등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자동 서술형 채점 시스템 역시 이미 교육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동시에, 해당 가이드라인은 자동 채점 시스템이 차별이나 불공정을 초래하지 않는지,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교사와 학교가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핵심 점검 사항으로 제시합니다. 즉 단순한 활용 여부보다, 그것이 얼마나 투명하고 책임 있게 운영되는가를 더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림 1] 유럽연합(EU)이 제시한 AI 기반 자동 서술형 채점 시스템의 핵심 윤리 원칙
(European Union, 2022, p. 24)

※ 유럽연합(EU)은 AI 기반 자동 서술형 채점 시스템을 교육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로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공정성과 비차별성(diversity, non-discrimination and fairness), 결과에 대한 책임(accountability), 알고리즘 운영의 투명성(transparency)을 핵심 윤리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교사와 학교가 AI 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한계를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핀란드와 EU의 접근은 단순히 “AI를 얼마나 빠르게 도입할 것인가”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하게 다루는 질문은 “AI를 사용하는 인간은 무엇을 이해하고 책임져야 하는가”에 가깝습니다.
유럽연합은 2022년 발표한 교육자 대상 AI 활용 가이드라인에서, AI는 어디까지나 교사의 전문성을 보완하는 도구여야 하며 인간의 판단과 책임이 교육과정에서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해당 자료는 단순한 AI 활용법보다도 허위정보(disinformation)와 팩트체크, 정보 출처 검증, 허위정보의 감정적·정치적 영향, 디지털 시민성 교육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합니다. 또한 교사들에게는 학생들이 온라인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조작된 이미지와 허위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AI를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공정성과 민주주의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EU 문서에서는 교사가 항상 ‘human in the loop’, 즉 최종 판단과 책임의 주체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표현까지 사용합니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문화부가 2025년 발표한 「유아교육 및 학교교육에서의 인공지능 – 법률과 권고사항」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갑니다. 이 자료는 AI 활용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교육기관이 AI를 책임 있고 안전하며 윤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주목할 점은 핀란드가 특히 ‘AI 리터러시(tekoälylukutaito)’를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AI를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아니라,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어떤 오류와 편향이 발생할 수 있는지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국가교육위원회의 배경 자료에서는 “AI는 완벽하지 않으며, 인간은 AI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AI로 생성된 이미지와 영상은 실제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조작인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AI의 ‘편향(bias)’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AI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기존 사회의 편견과 불평등을 재생산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과거의 데이터가 특정 문화나 집단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AI 역시 왜곡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AI 활용 능력만큼이나 “AI를 의심하는 능력” 역시 중요한 교육 목표로 다뤄집니다. 단순히 더 빠르게 답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된 답을 검토하고 비교하며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AI 기반 학생 감시와 자동 분석 시스템에도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시험 중 학생 행동을 감시하거나 부정행위를 탐지하는 일부 AI 시스템을 ‘고위험 AI’ 사례로 언급하며, 알고리즘 편향과 차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AI 교육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닙니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AI를 비판적으로 읽고 윤리적으로 판단하며 사회적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시민 역량을 함께 기르는 데 더 가까워 보입니다.
학교에서는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학교 현장에서도 생성형 AI는 이미 학생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다만, 학교의 관심이 “AI를 썼는가” 자체보다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점입니다.
최근 핀란드 공영방송 YLE가 보도한 라흐띠(Lahti)의 까르빠센(Kärpäsen) 학교 사례는 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 학생들은 ChatGPT를 과제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글의 구조를 잡는 데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9학년 학생 띠아 울라모(Tia Ulamo)는 “에세이를 쓸 때 AI가 글의 구조와 방향을 잡아준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단순히 AI의 답변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같은 학교의 앤니 끼딸라(Enni Kitala)는 “AI에서는 아이디어만 가져오고, 그것을 내 말로 바꾸고 내 생각을 덧붙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AI를 사용했다면 이를 과제에 명시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교사들 역시 AI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학생들이 AI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자신의 생각과 연결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역할을 강조합니다.
특히 핀란드 교원노조(OAJ)의 에이라 바니(Eira Bani)는 “AI는 좋은 도구이지만, 나쁜 주인(bad master)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AI가 스스로 사고하는 존재가 아니라 확률을 조합하는 시스템일 뿐이며, 결국 판단과 사고는 인간에게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가장 쉬운 길만 선택해 AI에서 답을 그대로 가져오게 된다면 비판적 사고와 학습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또 다른 사례로 하멘린나(Hämeenlinna)의 한 초등학교는 학교 규정에 “과제 수행 과정에서 AI를 사용했다면 이를 밝혀야 한다”는 원칙을 포함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 사용 자체를 처벌하거나 숨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 과정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학교 측은 이러한 규정을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설명하며, 학생들과 함께 AI 활용의 ‘게임의 규칙’을 미리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국가교육위원회 역시 학생들이 AI를 통해 단순히 정답만 얻으려 하기보다, 때로는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치는 학습 과정 자체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담당 교육전문가는 “가장 큰 위험은 학생이 곧바로 정답만 얻고 학습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한국의 분위기와도 비교해 볼 만합니다. 한국에서는 종종 “AI 사용 여부를 어떻게 적발할 것인가”가 중심 논의가 되지만, 핀란드 학교에서는 오히려 “학생이 AI를 어떻게 활용했고 무엇을 배웠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물론 핀란드 학교 역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교사들은 학생들이 AI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사실 검증 없이 사용하는 상황을 경계합니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하더라도:
• 출처를 확인하기
• AI 답변을 그대로 신뢰하지 않기
• 여러 자료와 비교하기
• 자신의 생각으로 다시 정리하기
와 같은 과정이 함께 강조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육이 단순히 중·고등학교 수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핀란드의 AI 리터러시 자료에서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놀이와 토론을 통해 “AI도 틀릴 수 있다”는 점을 가르칩니다. 예를 들어 일부러 잘못 학습된 로봇 역할 놀이를 하거나, AI가 생성한 이미지 속 오류를 함께 찾는 활동 등이 소개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더 가깝습니다.
또한 교사의 역할 역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전달하고 정답을 설명하는 역할이 중심이었다면, AI 시대의 교사는 학생들이 생성된 정보를 검토하고 질문하며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즉 교사는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학생들의 사고 과정과 판단 과정을 지원하는 안내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학교 현장의 관심은 “AI를 막을 수 있는가”에 있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이를 숨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활용하도록 돕는 것에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는 AI를 둘러싼 기술 경쟁보다, 학생들이 AI 시대의 정보 환경 속에서 무엇을 믿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함께 배우는 공간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경계할까
핀란드의 AI 교육정책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국가 차원의 큰 원칙 위에서 지역과 학교가 비교적 구체적인 세부 지침을 만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국가 차원의 통합 가이드라인 논의가 진행 중인 반면, 핀란드에서는 지방정부와 학교 단위에서 실제 수업과 과제 수행 상황을 고려한 AI 활용 지침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역마다 표현 방식과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러 지역의 가이드라인을 비교해 보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방향이 있습니다. 즉 AI 활용 자체를 막기보다, “무엇을 허용할 수 있고 무엇은 경계해야 하는가”를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우선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AI를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거나 권장합니다.
• 아이디어 구상과 브레인스토밍
• 글의 구조 잡기와 언어 수정
• 번역과 언어 학습 지원
• 수업 자료 제작
• 학생 수준에 맞춘 개별화 학습 지원
• 교사의 행정 및 수업 준비 보조
특히 탐페레(Tampere) 지역 자료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AI를 체험하고 질문을 만들어보는 다양한 활동 자료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주변 어디에 AI가 있을까?”를 함께 탐색하거나, AI와 함께 동화와 시를 만들고, AI가 생성한 그림을 보며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인지 토론하는 활동 등이 소개됩니다.
[그림 2] 탐페레 지역 유아·초등 AI 교육 자료의 ‘AI 기계 만들기’ 활동 예시1

또한 아이들이 직접 간단한 ‘AI 기계’를 만들고 특정 사물을 분류하도록 학습시키는 놀이도 제안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AI가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와 기준에 따라 작동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반면 대부분의 지역 가이드라인은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정보와 학생 데이터 문제입니다. 학생 이름이나 개인정보, 민감한 학습 자료를 외부 AI 서비스에 입력하지 않도록 주의시키고 있으며, 서비스 제공업체의 데이터 처리 방식과 연령 제한 여부 역시 중요한 검토 대상으로 다룹니다.
AI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하거나, 출처 표시 없이 사용하는 행위 역시 문제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AI 사용 자체보다 “AI 사용을 숨기는 것”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실제 일부 학교에서는 과제 수행 과정에서 AI를 사용했다면 이를 밝히도록 학교 규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이 AI를 활용한 과정을 설명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관점과 연결됩니다.
지역별 지침에서는 교사의 역할 역시 반복적으로 강조됩니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학생들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돕고, 정보의 신뢰성을 검토하며, 다양한 자료를 비교하도록 지도하는 역할입니다. 즉 AI를 활용하더라도 최종적인 판단과 교육적 책임은 여전히 교사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AI를 단순한 디지털 기술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시민성의 문제로 연결한다는 것입니다. 허위 이미지와 딥페이크, 알고리즘 편향, 정보 조작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믿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가 중요한 교육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핀란드의 지역별 AI 가이드라인은 단순한 기술 사용 설명서에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 무엇을 의심해야 하는가
• 어떤 정보를 검증해야 하는가
• AI가 누구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가
• 인간의 판단은 왜 여전히 필요한가
와 같은 질문을 학교 안으로 가져오고 있습니다.
결국 학교에서 강조하는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과 교사가 AI를 활용하면서도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판단,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잃지 않는 데 있습니다.
맺음말
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닙니다. 이미 학생들은 학교 안팎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해 정보를 찾고,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학교는 “AI를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가 아니라, AI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가까워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AI를 활용한 평가와 행정 효율화 논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개별화 학습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의 가능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학생의 사고 과정과 표현, 판단을 어디까지 기술에 맡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 역시 함께 던져야 합니다.
핀란드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한 아이디어 구상과 글쓰기, 번역, 학습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학생들이 AI를 무비판적으로 신뢰하거나, 기술이 인간의 판단을 완전히 대체하는 상황은 경계하려 합니다.
그래서 핀란드 학교는 AI 활용 능력과 함께, 정보를 검증하는 능력, 편향과 왜곡을 의심하는 태도, 생성된 결과를 설명하고 책임지는 자세,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며 판단하는 역량을 함께 강조합니다.
이는 결국 AI를 단순한 디지털 기술이 아니라 민주사회 속 시민성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사실인지, 어떤 정보가 조작되었는지, 알고리즘은 누구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동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AI 시대 교육의 핵심은 더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생성된 답을 비판적으로 읽고, 스스로 사고하며, 책임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일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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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le.fi/a/74-20223458
• Turun yliopiston Oppimisanalytiikan tutkimusinstituutti (TRILA). (n.d.). DigiArvi (디지털 평가 시스템 DigiArvi 소개). 투르쿠대학교 학습분석연구소.
https://www.trila.fi/arvioinnit/digiarvi/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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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한국에서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10여 년간 재직했으며, 현재 핀란드 탐페레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학적 사고의 언어화와 교사교육을 연구하며, 교육을 정치·사회·경제·문화와 연결하여 바라보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국제동향 집필에 참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6』(에듀니티, 공동저자)가 있습니다.
- Linkedin: www.linkedin.com/in/eunji-kim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