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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공직 사회 – 정부의 차량 5부제(2부제) 도입을 보며

#1493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2026.04.15
최근 정부의 차량 5부제(2부제) 도입을 살펴보며, 해당 정책이 갖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확인합니다. 이를 통해 공직 사회를 돌아보며, 실행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1. 들어가며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장기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내 유류 가격 역시 빠르게 상승하며 국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임시 국무회의에서 정유사와 주유소의 담합 의혹을 지적하며, 불공정 행위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정유사 담합 의혹 조사에 착수하며 석유시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현재 기름값 가격 상한제까지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보다 직접적인 수요 관리 정책을 꺼내 들었다. 2026년 3월 25일부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에너지 대응 계획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차량 5부제는 차량 번호판 끝자리에 따라 특정 요일 운행을 제한하는 제도로, 예컨대 월요일에는 끝자리가 1·6번, 수요일에는 3·8번 차량의 운행이 제한되는 방식이다. 이번 조치는 공공기관에는 의무적으로 적용되며, 민간 부문은 일단 자율 참여에 맡겨진다.

 

세부 시행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적용 대상은 공공기관 직원 소유 차량으로 한정되며, 민원인 차량은 제외된다. 전기차와 수소차, 장애인 차량, 임산부 및 미취학 아동 동승 차량, 국가유공자 차량 등은 예외로 인정된다. 다만 단속 범위는 기관 내부 주차장에 그치지 않고 주변 지역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공기관 종사자가 세 차례 이상 반복 위반할 경우 기관장에게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청할 수 있어, 사실상 강제력이 높은 제도로 평가된다. 배우자 명의 차량 활용 등 회피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약 150만 대 차량을 관리 대상으로 설정하고, 하루 약 3000배럴의 석유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자원안보 위기 단계가 현재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될 경우, 민간 부문까지 차량 5부제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는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2일 0시부로 ‘경계’ 단계로 올렸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공공부문에 강제한 승용차 5부제를 2부제로 더 강화하고, 공영주차장에도 5부제를 적용한다. 국민 불편을 고려해 민간에는 자율적 참여를 권고했다. 이는 1990년 걸프전 이후 37년 만에 민간까지 차량 운행 제한이 다시 논의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방식에 있다. 차량 5부제는 겉으로는 단순하고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치처럼 보이지만, 실제 생활과 업무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는 한계를 지닌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정책의 성패는 세부 설계와 구성원의 수용성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다양한 근무 형태와 이동 수요, 지역별 교통 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추진되는 인상이 강하다. 특히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일방적인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징계까지 연결하는 방식은 과도한 규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사기 저하나 편법적 대응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정부의 문제의식과 위기의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보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한 규제 중심의 대응보다는 유연한 참여 유도와 구조적 개선을 병행하는 정책이야말로 지속 가능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향일 것이다.

 

 

2. 무엇이 문제인가?

 

공공부문이 먼저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민간 참여를 자율에 맡긴 점 역시 나름의 균형을 고려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방식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현실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안 없이 “무조건 따르라”는 접근은 정책으로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역시 일상과 생계를 가진 시민이다. 일부는 직장 인근에 거주하지만, 상당수는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하고 있다. 최소 30분에서 길게는 1~2시간 이상 자가용에 의존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런 보완책 없이 일주일에 하루 차량 이용을 제한한다면, 그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수도권이나 광역시처럼 대중교통이 비교적 발달한 지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도 단위 지역으로 가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배차 간격이 긴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하고, 그마저도 전체 이동 시간이 2~3시간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대중교통 자체가 부족한 지역도 적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차량 이용 제한이 과연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결국 지역별 여건을 고려한 차등 적용과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 정부 정책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실효성보다는 전시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발표된 5부제(2부제)의 예외 기준 역시 현실과 괴리가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 임산부나 장애인 관련 차량 등 일부만을 예외로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는 훨씬 다양한 사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가족의 병간호로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자주 오가야 하는 경우, 어린 자녀의 돌봄이나 갑작스러운 치료가 필요한 상황 등은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동안 정책적으로 장려해 온 경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이 초기 예외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부 기관에서 기관장 재량을 인정할 수는 있지만, 공공조직의 특성상 대부분은 불이익을 우려해 예외를 폭넓게 적용하기보다 공문을 그대로 따르려 할 가능성이 크다. 시행 이틀 만에 경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이 예외에 포함된 것은 반발 여론을 반영한 조치로 볼 수 있으나, 애초에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공조직 내부에서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이기도 하다.

 

정부 발표안은 형식적인 기준은 갖추고 있지만, 실제 삶의 복잡성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현실성이 있느냐’는 현장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종사자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대안 앞에서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에 공감하기는 어렵다.

 

단속의 실효성 역시 의문이다. 가족 명의 차량까지 포함해 규제하겠다는 방침은 현실적으로 집행이 쉽지 않다. 전수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확인 과정에서도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차량을 두 대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규제를 회피할 여지가 생기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전기차 예외 역시 결과적으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장에서는 또 다른 우회 방식이 나타날 수 있다. 기관 외부 공간이나 인근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단속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모든 경우를 통제하기는 어렵고, 같은 조직 내 구성원 간 사정을 고려하면 단속이 느슨해질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이 형식적으로만 유지되고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제도는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에 머무를 위험이 크다. 일부 구성원만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에서 정책 목표 달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반복 위반 시 징계까지 언급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오히려 구성원 사기 저하와 정부 정책에 대한 반감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공무원의 일정한 희생이 필요하다는 주장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희생은 합리적인 대안과 함께 제시될 때 비로소 정당성을 갖는다. 출퇴근 시간이 몇 시간씩 늘어나거나, 장기 체류에 따른 숙박비와 교통비 부담을 감수하라는 것이 과연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방식은 효과와 현실성 모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3.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 글은 4월 초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된 만큼, 실제 글의 공개 시점과는 상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란–미국 간 전쟁이 언제 종료될지, 차량 5부제(또는 2부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여러 비판 속에서 추가적인 보완책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그간의 정책 추진 과정을 돌아보며, 공공기관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단순한 비판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은 무엇일까.

 

우선, 지역별 여건을 반영한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수도권과 광역시, 그리고 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도 단위 지역을 동일한 기준으로 묶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같은 경기도 내에서도 성남·수원처럼 교통망이 촘촘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은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정책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실제 교통 접근성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일부 지역에는 예외를 두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대중교통이 열악한 경우’라는 단서가 추가되었다고 해도, 그 문구만으로 기관장이 예외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갈등은 현장에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왜 정책의 성과는 위에서 가져가고, 그로 인한 혼란은 현장이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둘째, 기관장의 재량을 일정 부분 보장해야 한다. 장거리 출퇴근자나 대중교통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정책 저항만 키울 뿐이다. 현장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기관이 예외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정책의 수용성과 실효성이 동시에 확보된다. 그렇지 않으면 형식적인 준수와 각종 편법만 늘어나게 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구성원 대부분이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제한보다 카풀 유도와 같은 대안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셋째, 강제보다 유인이 효과적이다. 단속과 징계 중심의 접근 대신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카풀 이용 시 교통비를 지원하거나,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일정 금액을 환급하는 방안은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한시적으로 대중교통 요금을 인하하거나 무료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의 자발적 참여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넷째, 공공기관 내부 혁신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정책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한 공무원에게 가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산 절감 효과의 일정 비율을 보상으로 환원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승진, 성과급, 인사 가점 등 실질적인 보상이 주어질 때 공직 사회는 변화한다. 현재처럼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오히려 업무 부담과 책임만 떠안는 구조에서는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더구나 공직 사회는 여전히 호봉과 연차 중심의 경직된 보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인재라도 조직에 들어오면 형식적이고 관료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다섯째, 공공기관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에너지 절감 효과를 함께 추구할 필요가 있다. 단순 전달을 위한 연수나 출장은 자가용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출장을 한시적으로 축소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인쇄물 제작 대신 전자문서로 대체하고, 대규모 집체 행사 역시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절감된 예산을 직원들의 교통비 지원 등 실질적인 보완책에 활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결국 공공기관의 조직과 시스템이 여전히 구시대적이라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안전한 선택, 즉 기존 정책의 반복을 선택하게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창의적인 시도가 나오기 어렵다.

 

지금 공직 사회가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위에서는 혁신을 요구하지만, 아래에서는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고착되어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새로운 시도보다 무난한 선택이 합리적인 행동이 된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라면 개인을 탓하기보다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의 헌신과 노력은 대한민국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 되어 왔다. 공무원은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며, 이를 준수하는 것 역시 중요한 책무다. 그런데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은 채 그 한계를 넘어서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인센티브도, 인력도, 예산도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면서 혁신만 요구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공직 사회의 목소리와 아이디어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정책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다. 중앙부처든 교육부나 교육청이든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한계 속에서도 대안을 고민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수많은 시도 중 일부만이 반영되더라도 정책은 그렇게 조금씩 개선된다. 어쩌면 이러한 비효율적인 과정 자체가 정책을 만드는 과정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조차 반영되기 어렵고,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공직 사회의 사기 저하는 결국 리더십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방향이 잘못되었음에도 이를 바로잡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에게 상상력은 사치라는 자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정책 책임자들의 역할이다. 결국 공직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은 국민의 인식과 요구에서 비롯된다. 현재의 공직 사회는 그 사회의 수준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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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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