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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변화의 바람을 즐기는 교사

#1431 전종옥, 양서중학교 교장 2026.01.07
지난 12월 ‘학교 현장의 변화와 교원 양성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던 내용을 소개하며, 학교 현장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교육개혁의 핵심은 교원의 변화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갑자기 닥친 한파와 풍성한 첫눈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난 12월 초, 대학 교수로 있는 43년 지기의 주선으로 몇 차례 연이 있던 교육대학원 무대에 섰다.1 학장님을 만나 따스한 음료와 담소로 몸을 데우고 국어교육, 영어교육, 스페인어교육, 상담 전공 교수님들, 대학원생들 앞에서 50분가량 내가 하고 싶거나 그분들이 궁금해 할 얘기를 나누었다. (친구가 마구 부풀려 날 소개하는 바람에 잠깐 난감했다.)

 

‘학교 현장의 변화와 교원 양성의 방향’이라는 주제였다. 앞엣것은 38년 한 우물만 파고 마시며 살았으니, 그동안 우물 이용 방식과 물맛에 어떤 변화가, 왜 일어났는지 말하기 쉬웠다. 다만, 최근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 힘 빠지게 하는 일 등 우물물을 맘 놓고 마시기 힘든 일이 적잖이 있어 전하는 마음 편치가 않았다. 날씨마저 차가운, 을사년(乙巳年) 겨울에 말이다. 다만, 우린 맞닥뜨린 현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어떻게 바꾸고 고칠 수 있는지도 찾아낼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나눴다. 뒤엣것은 내가 전문성도, 깊은 관심도 부족했던 터라 적절한 방향을 가리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내가 최근 교육실습생 담당 부서에서 일했던 경험, 교육실습 관련 연구 사례, 초임교사들의 조언에다 학교(교육)에서 내가 핵심적 가치라고 여기는 다양성과 공동체(협력)를 덧붙여 말씀드리고 왔다.

 

그날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간략히 정리하여 나누려 한다.


 

 

안녕하십니까. ‘학교 현장의 변화와 교원 양성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말씀을 나누러 온 양서중 교장 전종옥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혁신미래학교입니다. 저는 강서구-양천구 중학교에서만 34년 국어교사를 했고, 지금은 교장으로 4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제 MBTI는 INTJ에 가깝고, 인스타도 합니다. 여기가 제 인스타2인데요, 인플루언서가 될 욕심은 없지만, 선팔해 주시면 바로 맞팔해 드립니다. 오늘 교수님들, 예비교사님들과 교육문제를 이야기할 자리가 마련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오늘은 지금 우리 교육에 대한 도전과 응전을 살펴보고, 사범대학 또는 대학원의 교원 양성에서 고려했으면 하는 것들에 관하여, 제 경험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제 강연은 크게 세 가지 흐름이 될 텐데요. 먼저, 학교 현장, 공동체의 변화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가, 다음으로 그 변화를 맞아 교원 양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끝으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실천해 보면 좋을지에 관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교육 문제 못지않게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가장 막강하긴 합니다만, 그 큰 줄기는 우리가 다른 데서 쉽게 접할 수 있으니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사회적·정신적 양극화와 불평등, 지구온난화와 기후 재난, AI를 비롯한 디지털 전환, 자국 우선주의와 전쟁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위기 상황 속에서 지금 교육대학원이나 사범대학이 던지고 있을 질문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학교 공동체, 그 변화의 소용돌이

 

먼저, 학교 현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크게, 학교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교사-학생’ 중심으로만 움직이던 구조에서 학부모, 지역사회의 역할과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도 수동적 학습자가 아니라 능동적 주체로, 전반적으로는 학습자 중심의 공동체형 학습 생태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많이 접했을 다음 세 그림,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3, 2030 학습나침반, 2022개정 교육과정 역량4은 그런 변화와 지향을 요약적으로 제시한 표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사들은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를 넘어, 학습자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도록 돕는 촉진자, 4주체 공동체의 조정자로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각 공동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서울시교육청과 학교 현장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공립 중학교에서만 근무했음을 염두에 두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학교 공동체 구성원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볼 텐데요, 먼저 학생들입니다. 가장 쉽게 눈에 띄는 것은 학급당 인원수가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초저출생의 현실입니다. 초중학교만이 아니라, 서울의 고등학교도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5 60명, 50명을 넘나들었던 학급당 인원은 20명 중반대가 대부분이고, 10명대 학급도 제법 있습니다.6 그래서 얼핏 보면 수업, 학급 운영이 쉬워진 측면이 있긴 한데, 지금은 학교에서 신경 써야 할 일이 훨씬 늘었습니다. 예를 들면, 부적응 학생이나 ADHD, 경계선 지능의 학생도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절대적인 수가 증가한 것인지, 검사나 조사를 많이 한 때문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습니다. 학생들이 문제 행동을 해도 훈계를 하거나, 잘못을 지적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동학대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있었던 인근 학교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급식실에서 떠들며 급식을 방해하던 학생을 지도하다 작은 신체 접촉이 있었던 교장과 교감을 학생이 아동학대로 신고하여 경찰서에 출두하여 조사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교장, 교감이 그 정도라면 교사들은 더 말할 것도 없겠죠. 대학 식당에서 돌아다니며 떠들거나 남의 반찬을 빼앗아 먹는 학생이 있던가요? 중학교엔 가끔 있습니다. 교칙 잘 지키는 학생들, 아주 적어졌습니다. 그렇다고 못된 아이, 아닙니다. 내가 반드시 고쳐주고야 말 테다? 그러지 마시고, 눈높이를 낮추셔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학생들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변화무쌍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도 그때는 그랬잖아요.

 

학생 수가 줄었으니, 경쟁은 약해졌을까요? 여기 계신 대학원생분들, 점점 느슨해지던가요? 그렇지 않았죠. 이젠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도 어떻게든 학원 한두 개는 보내는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7 4세 고시, 7세 고시도 있었잖아요. 과도한 성적 경쟁, 서열화 불안감이 부추긴 거죠. 그러니 아이들이 건강하게, 서로 돕고 의지하며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자랄 수 있겠습니까. 그런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우리가 뛰어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 또한 학교가 지향하는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 공동체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위한 진통의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걷고 있어 시행착오를 겪을 뿐. 우리가 어떤 소통을 추구하고 훈련하느냐에 따라 관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걸 해내는 학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여기 교사를 꿈꾸는 분들, 여러분들이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학부모입니다. 예전에는 학부모를 만날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이제는 연락, 연결이 아주 쉽죠. 학급 톡방만이 아니라 학년 단톡방도 있고, 민원 등으로 학교에 수시로 오십니다. 이것 역시, 빛과 그늘이 동시에 있습니다. 뉴스 보도에 정말 많이 나오죠. 최근에 이슈화된 교사를 향한 묻지마식 민원 폭탄이 있습니다. 특별히 문제가 있는 분도 계시지만, 자녀를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그 마음은 모두가 같습니다. 저는 민원 폭탄보다도 그 밑에 깔린 각자도생과 승자독식의 사회, 문화가 더 문제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힘들어하시는 교사는 초등이 제일 많고, 다음이 중등, 고등 그렇습니다.8 왜 그럴까요. 제가 말씀 안 드려도 다 아실만 하죠. 저는 이 대목에서 학부모의 불안한 마음을 읽어내는 역지사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 관계에서는 교장 역할도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가급적 민원인을 최대한 만나려 합니다. 전화번호는 학기 초에 미리 전체 학부모, 학생에게 공개해 둡니다. 피하기보다는 미리 선수를 쳐 두는 겁니다. 교육문제에 대해 갈수록 더 적극적이고 예민해진 학부모를 비난한다고 좋아지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들을 교육 활동 에너지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분들에게 독서 모임, 축제 부스 운영, 정기 간담회, 시험 부감독 등 다양한 참여 기회를 드리고, 존중하는 태도를 꾸준히 보이는 것이 그 시작과 끝일 것입니다.

 

이제, 교사를 보겠습니다. 공립학교는 다른 분야 대비 수평적 관계가 꽤 자리잡은 곳입니다. 교원단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교사들 간의 갈등은 적어졌지만, 학생-학부모를 대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 관련 이슈가 제기되고, 최근엔 현장체험 문제까지 생겼습니다.9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학부모 접촉을 최대한 꺼리는 현실입니다. 여기서 잠깐, 여기 계신 분들이라면 담임이 되면 학부모에게 폰번호를 공개하시는 것이 낫겠는지, 아니면 안하고 싶으신지 한 번 여쭤볼게요. 공개 안하고 싶다는 분이 훨씬 많군요. 안하면 뭐가 좋을까요? 일단, 일과 후 시간이 편안하겠죠. 긁어 부스럼 민원도 안 생기고. 그러면 공개하면 뭐가 좋을까요? 툭하면 문자 오겠죠. 어떤 게 좋은 건지 쉬 판단할 순 없지만,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해를 자주 시도하는 학생과 담임교사가 계속 소통하며 지지해 주는 사례도 있긴 합니다. 공개의 빛과 그늘이 다 있는 거죠. 본인의 선택입니다.

 

그런데, 교사 급여는 제법 많다는 건 알고 계신가요? 많이 놀라셨죠. 그냥 해본 소립니다. 한 번 보여 드릴게요.10 이것은 초임 기본급으로 본봉이 꽤 적은데, 다행히도 이런저런 수당이 마구 붙어서 최저 임금은 상회합니다. 그럼 그걸 직업으로 선택하려는 사람들은 뭐죠? 경제적 보상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무언가 다른 걸 노리는 게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런 것도 없다면 무모한 짓이 되겠지요. 그럼 교사는 무엇이 더 좋을까요? 그건 스스로 찾으셔야 합니다. MZ 교사들이 어떻다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지만 괜한 소리고, 학교마다 교사들이 학습공동체를 조직하여 협력적 전문성을 실천하는 커뮤니티가 좋은 모범이 될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자기개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또, 학생들 성장의 동반자, 학부모와의 소통, 지역사회와의 협업 등을 통해 다양한 활동 영역에서 보람을 찾아나갈 수 있습니다. 그게 보이기 시작하면 자신이 걷는 길이 어느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주변 상황이나 개인 태블릿과 AI 등 물리적인 환경이 크게 달라짐에 따라 학교에서의 교사 역할, 그리고 공동체 문화 모두가 바뀌어야 하고 또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학교는 학생, 교사를 넘어, 학부모, 지역사회와도 함께 성장하는 학습 생태계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육 활동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보통은 지역의 청소년 기관이 학교로 들어와 교육과정 일부를 담당하거나, 반대로 학생들이 지역사회로 들어가 교육 활동을 전개하기도 합니다. 마을 축제 참여나 길거리 버스킹 등이 그런 것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상호작용을 통해 만드는 교육과정이겠죠. 제가 재직 중인 양서중만 하더라도 기술·가정 교과 목공 수업에서는 1학년, 3학년 학생들이 동주민센터와 연결하여 수업 시작 때 인근 주민들에게서 원하는 가구를 주문받아 제작하고, 본인들 이름을 한 구석에 새긴 뒤, 주민들 집까지 직접 배송하며 인증 사진을 남기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들 수업이 지역사회와 직접 연결된다는 것에 높은 참여와 큰 만족을 보였고, 교사 스스로도 ‘자신의 수업이 달라졌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만들 가구를 설계하며 모둠 소통하기, 재료 자르고 다듬기, 운반-전달하기 등은 2022개정 교육과정의 다양한 역량을 스스로 끌어 올리는 ‘학습자 주체성’이기도 합니다.

 

 

교육개혁의 핵심은 교원의 변화

 

이러한 변화의 맥락에서 예비교사와 교원 양성 기관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먼저, 교사상부터 새롭게 설정해야 합니다. 이미 그 방향으로 학교 현장보다 더 빨리 가고 계실 것 같긴 합니다만, ‘교과 내용을 가르치는 전문가’는 기본값이고 ‘변화하는 학습자 세계를 이끄는 전문가’, ‘학교 공동체를 조성하고 이끄는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또, AI·디지털 도구와 함께 학습을 설계하는 촉진자로서, AI가 던질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사람이 되도록 이끄는 존재여야겠죠.

 

아울러, 교직 전문성, 즉 교사로서 갖춰야 할 핵심역량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예비교사 여러분은 ‘현장에 입문한 후 어떻게 가르치겠다’는 계획뿐 아니라, OECD 2030 학습나침반에서 말하던 ‘학교 공동체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 ‘AI·디지털 도구를 학습설계에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학습자 주도성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등을 고민하고 실험해야 합니다. 그 어느 것도 쉽진 않지만 대학(원) 교육과정에서 하나씩 그 방법을 찾아 실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강의를 준비하면서 발령 3년 이내의 교사들에게 미리 물어본 것이 있습니다. 교사가 된 이후, 가장 도움이 되었거나, 가장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라면 뭐라고 답했을 것 같습니까? 그렇습니다. 전공과 비전공 어느 한 쪽에 쏠려 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수업 실연을 비롯한 실습의 비중이 더 높았으면, 사례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특히, 부적응 학생지도나 진로·진학 문제, 초임 교사가 가장 힘들어 하는 학부모 관련 내용에 대한 교육이 너무 부족한 채로 교단에 서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크다고 했습니다. 교과 전공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교육학과 교과 전공, 심층면접과 수업 실연으로 이어지는 임용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지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우리 고등교육(대학(원)) 현실이 이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는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예산 확보, 교수 충원, 시설 개선 등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일 수도 있으니, 제가 말하긴 어렵습니다.

 

또한, 전공 교육과정에 경계를 뛰어넘는 교과 간 연계나 전공 간의 융·복합 강좌를 적절히 배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에서도 다학제 진료·치료를 통해 검진과 치료 효과를 높이듯, 학교에서도 교과의 경계를 넘어 소통할 때 배우는 게 훨씬 더 신선하고 풍부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동종교배가 아니라, 이종·혼종교배에서 다양성이 살아 숨쉬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 교과 전공 수업이 한 자리에 모여 강의를 주고받는 시간이나 강좌를 시도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수업 실습을 하나씩은 꼭 해보고 교단으로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자가 시도한 것을 모아 두기만 해도 훌륭한 교수-학습 길잡이가 될 것이고, 아무리 어설퍼도 한 번이라도 해보고 임용이 된 사람은 그만큼 도전의 허들을 넘기가 쉬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개, 사람이 바뀌는 것(특히 교사가)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발령 초기에 시도하지 않으면 고착화되어 못하게 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발령 초부터 교사 중심의 일방통행식 수업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했습니다. 처음엔 여러 어려움이 많았지만, 차츰 저도 학생들도 익숙해졌고, 오히려 강의식 수업보다 더 쉽고 즐겁기까지 했습니다. 마음 먹은 일이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 말고 일단 부딪혀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교 현장과 교원 양성 기관 사이의 연계가 강화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혁신연구부장을 할 때, 부속중학교가 아님에도 선생님들께 간청해서 교육실습을 진행했습니다. 교육실습은 실습생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현직 교사, 그리고 학생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배울 것이 상당하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4주라는 기간은 실습생이나 교사나 학생이나 모두 관계 형성이 무르익을 즈음에 끝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현장과의 연계를 통해 공동체형 수업 설계, 디지털 도구 활용, 학습자 맞춤형 수업 경험 등을 제대로 쌓을 수 있으려면 실습 기간의 문제와 기관들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제가 교육실습 담당으로 일하던 3년 동안, 해마다 3~4개 대학 교생이 왔었는데, 실습 도중 학교를 방문하여 실습 상황을 살펴보고 간 대학은 딱 1곳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통과의례와 같은 방식으로 흘러서는 교육실습이 필수학점 취득 수준을 넘기 어렵습니다. 지난 2023년에 서울시교육청에서 몇몇 대학과 의욕적으로 실천했던, 거의 4달 동안의 ‘실습학기제’나 D대학에서 검토했던 재학 중 3년에 걸쳐 나눠서 진행하는 교육실습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이게 가능하려면 사범대학, 실습학교, 실습생의 사정이 다 맞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합니다만, 사범대학 부속중고교를 운영하는 학교부터 앞장서서 시행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 왔습니다.

 

교사가 된다는 것, 교사로 산다는 것은, 권하고는 싶지만,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긴 호흡과 안목이 필요합니다. 일희일비해서는 오래가기 힘듭니다. 이 사진 잘 아시죠. 네,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입니다. 이 건축물의 매력은 어디에서 온 걸까요? 저는 1882년에 시작하여 아직까지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교직 생애 전체를 ‘입문-성장-성숙(成熟)-리더’로 이어지는 단계적 여정으로 보시고, 각 단계마다 공동체와 함께 전문성을 키우며 천천히 즐거움, 보람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불확실성의 열쇠는 다양성과 공동체의 협력

 

우리는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살며 미래를 최대한 예측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나 맞던가요? 아마도 열에 아홉은 맞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 잘 맞으면, 로또를 사야겠죠. 저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은 불확실성의 연속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도 어디로 흘러갈지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다양성과 공동체의 협력(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절대적인 것, 가장 좋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과 집단이 한데 어울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는, 교육은 특히나 더 그러해야 합니다. 그 다양한 각각이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각자와 공동체는 한 발짝 더 내디딜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 ○○대학교 대학원의 훌륭하신 교수님들과 교직을 꿈꾸는 대학원생들께서 그 다양성과 협력이라는 두 가치를 마음 깊이 단단히 붙잡고 학교(교육)을 바라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불확실성 속에서도 각자도생으로 향하지 않고, 안전함을 느끼며 서로를 돕는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그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이 든 사람들이 나무를 심을 때 그 사회는 발전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을 학교가, 여기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며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를 마무리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강연 내용이나 학교에 관하여 질문하실 것이 있으시면, 손을 들고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 분이 질문을 해 주셔서, 나는 짤막하게 내 평소 생각을 말씀드렸다.

 

# 질문 1 : 교육대학원(또는 사범대학)이 교육실습기관을 찾기 매우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원이 교육실습이 가능한 부속 중고등학교와 같은 연계시스템을 체계화하는 것이 1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단기간에 불가능하거나 모든 실습생을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여 인근 지역에 있는 학교와 MOU(양해각서) 체결 등으로 일상적인 협업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어 보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대학교 또는 중·고교의 중요 행사에 서로를 초대한다거나 참여하는 교류를 통해 공감과 소통의 바탕을 마련해 둔다면, 교육실습기관 연계도 쉬울뿐더러 그 교육적 효과 또한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사범대 부속학교로 실습을 나가지 못한 경우, 개인이 모교 등에 연락을 해서 통사정을 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실습생 개인에게 떠넘겨지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경우 실습교의 상황이나 준비도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속학교나 연계학교를 갖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하여, 교육청과 사범대학이 학교와 실습생의 신청을 받아 실습의 목적, 교육의 편이성 등을 고려하여 배치해 주는 방법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교육실습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지원 예산도 확보되어야 합니다. 실습 학교는 이에 대한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실습생이 부담하는 개인당 10만원의 경비로 학교가 대개 4주 진행하는 실습을 운영하라는 것은 업무 담당교사나 실습생 교과교사가 개인 돈을 쓰든지, 아니면 대충 교육실습 시늉만 내고 시간만 때워달라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 질문 2 : 학생들의 다툼을 거의 학교폭력으로 끌고 가는 지금의 대응(해결) 방식이 얼마나 교육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결론적인 말씀부터 드린다면, 현재 학교폭력 대응 시스템의 교육적 효과는 상당히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수십, 수백 명의 또래 아이들이 하루 8시간 안팎의 시간을 성적 경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내는데,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은 불가능합니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보면, 피해 응답률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또, 학교장 자체 해결을 통해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건들이 심의위까지 가는 데에는 학부모들의 그릇된 인식이나 최근 급성장한 학폭 전문 법률 시장도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관련 제도는 늘어가고 행정처리 절차도 정교해졌지만, 현장에서 교사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처벌 만능주의가 되어버린 탓입니다. 병은 고쳤으나 환자가 죽은 꼴입니다. 제도적 대응도 필요하지만, 교사의 자리, 역할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학교 또한 평소에 보호자와 다양한 접촉,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아두어야 합니다. 보호자도 심의위를 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해서 요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사소한 것, 미묘한 것은 학교와 대화, 상담 등을 통해 더 좋은 길을 찾아 나갈 수 있습니다.

 

# 질문 3(저연차 현직 교사) : 지치고 힘든 순간순간이 꽤 많으실 텐데, 그때마다 어떻게(어디에서) 힘을 얻어 추스르고 견뎌내는지 궁금합니다.

 

그 어떤 교사든 원치 않는 힘겨운 상황이나 슬럼프에 빠집니다. 기운을 얻어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식은 백인백색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교사가 가장 큰 힘을 얻는 곳은 학생과의 관계일 것입니다. 수업이 가장 기본이고, 그것이 자주 무너지면 관계 형성의 틀이 약해지고, 자주 원치 않는 상황에 빠져듭니다. 교실에서든 다른 곳에서든 학생 만날 준비를 꼼꼼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들은 대개 자신의 철학, 관점에서 바람직한 학생상을 그리고, 학생들이 그 안으로 들어와 주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그 자체로 나쁠 것은 없지만, 갇히게 되면 문제가 됩니다. 대부분 학생의 현 상태나 가까운 미래는 그것과 거리가 매우 먼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그리 쉽사리 바뀌고 성장할 수 있다면, 굳이 일정한 공간에 나와 힘겨운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겠지요. 지금 내 눈에 비친 그들은 현 상황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인 경우가 많으며,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기를 지나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보다는 내일의 그들을 믿고 조용히 응원하기를 바랍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보면,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랍니다.

 

이렇게 마쳤다. 역시, 낯선 자리와 새로운 사람은 스침만으로도 즐겁고 배울(운) 게 생긴다. 고마운 자리다. 그 덕분에 인스타 맞팔도 다섯 분 정도 늘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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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이 원고는 지난해 12월 5일 한국외국어대학 교육대학원에서 주최한 ‘현장교사 초청 포럼’ 기조 강연의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2. https://www.instagram.com/ggochimi
  3. https://www.oecd.org/en/about/projects/future-of-education-and-skills-2030.html
  4. https://www.sen.go.kr/www/eduinfo/edumaterial/curriculum/curriculum_1.jsp
  5.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58656 (KBS뉴스9, 2024.01.04.)
  6. https://kosis.kr/index/index.do (국가통계포털)
  7. https://imnews.imbc.com/news/2026/econo/article/6791017_36932.html (MBC 뉴스 2026.01.04.)
  8.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080349&plink=TOTAL&cooper=SBSNEWSSEARCH (SBS 뉴스 2025.04.28.)
  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06399 (KBS 뉴스, 2025.03.20.)
  10. https://www.mpm.go.kr/mpm/info/resultPay/bizSalary/2026 (인사혁신처, 유·초중고 교원 등의 봉급표 2026)
양서중학교 교장 전종옥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35년 동안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선생님과 함께 가는 고전 소설 여행』(공저), 『선생님과 함께 가는 현대 소설 여행』(공저) 등의 책을 썼으며,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세계문학) 서평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양서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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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행복한다둥아빠 수정 삭제

    전종옥 교장선생님의 글은 쉽고 잘 읽혀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변화하는 공동체, 그 중심에서 변화하는 교사상, 그리고 협력으로 열어가는 미래.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꼭지가 없습니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협력으로 나아가는
    미래학교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복안이 궁금해집니다.
    다음 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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