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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목표 없는 시간의 가치

#1430 김승배, 플로리다주립대학교 박사과정 2026.01.07
새해는 늘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시기로 여겨지지만, 목표가 없는 시간은 정말로 낭비일까요? 이 글에서는 미국 학교들이 1월에 학습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성취를 유예하는 구조를 통해 ‘목표 없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방식을 살펴봅니다.

 

 

매년 1월 1일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목표를 세운다.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다짐, 더 나은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 이전보다 성장한 자신이 되겠다는 결심이 새해의 언어가 된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새 학기를 앞둔 학생들은 이전보다 더 촘촘한 학습 계획표를 작성하고, 학부모는 자녀들에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을 것을 요구한다. 목표 설정은 개인의 의지와 책임을 상징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교육은 오랫동안 이 언어를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이 익숙한 장면은 한 가지 중요한 전제를 깔고 있다. 새해는 이전보다 더욱 “생산적”이어야 하며, 목표가 없는 시간은 곧 낭비라는 전제다. 특히 교육의 맥락에서 목표 설정은 대체로 긍정적 행위로만 이해되는데, 목표를 세우지 않는 학생은 학업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존재로 인식되며, 계획을 미루는 것은 자기 관리를 실패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새해는 다시 달려야 하는 출발선으로 규정되고, 멈춤이나 유예는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가 과연 교육적으로 자연스러운 접근인지에 대한 비판적 논의는 드물다. 새해가 반드시 더 높은 성취를 요구하는 시기여야 하는지, 또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고 해서 학생을 공부를 포기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에 대한 질문은 거의 제기되지 않는다. 목표 설정 행위는 앞으로의 학습에 대한 일종의 규범적 지침으로 작용하며, 학생의 심리적 상태나 학습 피로, 그리고 과거 학습 경험을 돌아볼 여지를 좁힌다. 이 지점에서 질문이 필요하다. 새해에 정말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목표인가, 아니면 목표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인가.

 

최근 미국 교육 담론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비생산적 시간(unproductive time)’이 주목받고 있다. 이 용어는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않는 시간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미국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는 맥락은 단순하지 않다. 여기에서 말하는 비생산성은 학습의 부재나 방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즉각적인 성과나 산출을 요구하지 않는 시간, 다시 말해 학습자가 당장 무엇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가리킨다.

 

전통적인 교육 체계에서는 시간이 곧 생산성과 성취로 환산되는 자원으로 인식되어 왔다. 수업 시간에는 무언가를 배워야 하고, 과제 시간에는 결과물을 제출해야 하며, 평가가 끝난 후에는 곧바로 다음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런 방식 속에서 시간은 학습의 효율성과 성취로 구조화된다. 반면, ‘비생산적 시간’은 이러한 구조적 전제를 의도적으로 비켜간다. 이 시간 동안에는 시험 점수, 성취 지표, 비교 가능한 결과가 중심에 놓이지 않는다. 대신 학생의 신체적·정서적 상태, 피로도, 감정, 그리고 그동안의 학습 경험 자체가 주요한 관심 대상이 된다.

 

중요한 점은 미국 교육에서 이 ‘비생산적 시간’이 학습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러한 시간은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으로 간주된다. 끊임없이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를 요구받는 환경 속에서는 학습 동기 자체가 쉽게 소진된다는 문제의식이 이러한 관점의 배경에 자리한다. 이 맥락에서 본다면, 잠시 속도를 늦추는 시간은 학습을 멈추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학습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전략에 가깝다.

 

이 개념은 단순한 휴식이나 여가 시간과도 구별된다. 일반적인 휴식이 개인의 선택에 맡겨진 비공식적 시간이라면, ‘비생산적 시간’은 교육적 의도를 바탕으로 설계된 공식적 시간이다. 학교는 이 시간을 통해 학생이 자신의 정서적·신체적 상태를 인식하고, 지금까지의 학습 경험을 재해석하며, 필요할 경우 학습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다시 말해, 이 시간은 ‘목표가 없는 시간’일 수는 있어도, ‘관심이 없는 시간’은 아니다. 성취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오히려 관찰과 지원은 더욱 강화된다.

 

미국 교육에서 이러한 접근이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학업 번아웃과 성취 압박의 누적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기존에는 학생들의 학습 이탈이나 정서적 소진을 노력 부족이나 의지 결핍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점차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학습 부진을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닌 제도적·구조적 문제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그 결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교육적으로 필요하다는 새로운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1월이라는 시기: 미국 학교가 속도를 늦추는 이유

 

미국 학교에서 1월은 단순히 새해가 시작되는 시점이 아니다. 매해 3월에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일반적으로 8월 말에 새 학년이 시작되고, 12월에는 약 3주간의 짧은 겨울방학을 거친 뒤, 1월부터 2학기가 시작된다. 학사 일정의 관점에서 보면, 1월은 학년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시기다. 이미 한 학기의 수업과 평가가 마무리되었고, 학생들은 성적표를 통해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한 상태이다.

 

따라서 학생이 1월에 경험하는 감정은 ‘새로운 출발의 설렘’이라기보다는, 앞선 학기의 결과에 대한 성찰, 혹은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된 불안일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의 학교들은 1월을 조심스럽고 전략적으로 다룬다. 단지 한 해의 시작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 궤도와 정서적 동기, 향후 진로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능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라면, 이 시점은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남은 학기를 향해 다시 속도를 높이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미국 학교는 1월을 ‘가속의 시기’가 아니라 ‘점검의 시기’로 인식한다. 성적이 막 공개된 직후는 학생의 학습 동기와 정서적 안정성이 가장 취약해질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때 곧바로 더 높은 성취를 요구하면, 학생은 자신의 실패 경험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채 다시 경쟁의 흐름 속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학교는 1월을 학습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시기로 설계한다. 이는 학습을 중단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속도가 적절했는지를 점검하고 조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성취의 결과보다 과정을 돌아보는 데 집중하고, 목표 달성 여부보다 학습 경험 자체를 성찰하도록 돕는 활동들이 이 시기에 강조된다. 다시 말해, 1월은 학생에게 ‘앞으로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가’를 묻기보다는, “지금까지 어떻게 달려왔는가”를 함께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특히 중간 성적이 발표된 직후의 시간은 학생에게 정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를 받은 학생에게 새해의 새로운 목표는 동기 부여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학교는 이와 같은 위험을 인식하고, 목표 설정을 유예하거나 최소화하는 선택을 한다. 대신, 상담 활동, 성찰(reflection) 과제, 정서 상태 점검을 통해 학생이 먼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처럼 1월을 속도 조절의 시기로 설정하는 관점의 핵심에는 학습을 단선적이고 일방적인 성장 과정으로 보지 않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학습에는 반드시 가속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감속이 필요한 지점도 존재한다. 특히 한 차례의 평가를 마친 직후에는, 방향을 점검하고 상태를 재조정하는 시간이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1월은 단순히 새로운 출발선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학습을 위한 중간 점검 지점이 된다.

 

결국 미국 학교가 1월에 속도를 늦추는 이유는 명확하다. 학생이 다시 학습할 수 있는 상태인지, 다시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성취만을 요구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교육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1월은 더 빨리 가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회복하고 조율하는 시간으로 설계된다.

 

 

학교 현장의 실제 사례1: Advisory와 Reflection

 

미국 중·고등학교에서 1월을 다루는 방식은 Advisory 시스템을 통해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Advisory란 성적이나 평가 중심의 시간과는 달리, 학생의 학습 경험과 정서 상태를 점검하고 돌보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된 시간이다. 이 시간은 일반적으로 주간 또는 월간 단위로 정기적으로 운영되며, 교사 한 명이 소규모 학생 그룹을 지속적으로 담당하는 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1월의 Advisory는 다른 시기와 구별된다. 새해가 시작되는 이 시기에 Advisory는 새로운 목표를 요구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난 학기를 돌아보고 속도를 조절하는 성찰의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Mehta & Fine, 2019).

 

이러한 운영 방식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학교 네트워크인 “High Tech High(HTH)”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HTH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로, 학생의 자기주도성과 성찰 역량을 강조하는 교육 모델이다. 특히 매년 1월, 겨울방학 직후 첫 주간은 학업의 가속을 요구하기보다는, 학습의 흐름을 재조정하고 내적 동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HTH의 모든 캠퍼스에서는 이 시기의 Advisory 시간을 전면적으로 성찰(Reflection)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이 때 학생들에게는 새해의 구체적인 성취 목표를 설정할 것은 요구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난 학기의 학습 경험을 되짚어보는 서술 과제가 주어진다. 교사가 사전에 마련한 질문지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학습 여정을 글로 정리한다. 예를 들어, “어떤 과목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는가?”, “성취와 무관하게 기억에 남는 학습 경험은 무엇인가?”, “내가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포함된다(High Tech High Graduate School of Education, n.d.).

 

이러한 질문들은 모두 결과보다 과정을 중심에 두는 교육적 접근을 반영한다. 단순히 ‘무엇을 해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배웠는가’, ‘왜 그것이 인상 깊었는가’에 대한 학생 개인의 해석을 유도함으로써, 목표 중심 교육이 놓치기 쉬운 학습의 질적 경험을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다. 교사들은 학생의 답변을 바탕으로 정서적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개별 상담이나 학습 조정 계획을 수립한다.

 

HTH의 이러한 운영은 ‘비생산적 시간’을 의도적이고 구조화된 교육 활동으로 설계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단지 휴식이나 방임의 시간이 아니라, 학생이 학습자로서 다시 회복하고 재정비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적 개입으로 가능하다.

 

 

학교현장의 실제 사례2: Low-stakes period와 속도 조절

 

미국 학교에서 ‘비생산적 시간’이 실제로 작동하는 또 다른 방식은 이른바 Low-stakes period의 운영이다. 이는 일정 기간 동안 시험과 과제의 강도를 의도적으로 낮추고, 성적 경쟁의 압박을 완화하는 제도적 장치다. 특히 1월 초는 이러한 Low-stakes period가 가장 집중적으로 활용되는 시기로, 이미 한 학기의 평가가 종료된 직후라는 맥락에서 성취를 다시 요구하는 것이 학습의 지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인식이 그 배경에 있다.

 

미국 동부의 여러 사립 중등학교와 기숙 학교(boarding schools)은 1월 첫 1~2주를 ‘Low-stakes academic periods’로 명시하여 운영한다. 이 기간 동안 주요 시험은 연기되거나 최소화되며, 과제는 성취 점수보다는 참여와 학습 과정 중심으로 평가된다. 일부 학교는 아예 점수화되지 않는 과제를 배치해 학생이 결과에 대한 부담 없이 학습에 다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이러한 접근은 학습을 느슨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학습 압박을 완충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Mehta & Fine, 2019).

 

Low-stakes period의 핵심 목적은 성적 중심의 경쟁 구조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있다. 성적이 이미 공개된 상태에서 곧바로 평가가 이어질 경우, 학생은 자신의 성과를 살펴볼 기회 없이 지속된 학업 압박 속에 머물게 된다. 미국 학교들은 이 점을 인식하고, 평가의 밀도를 조절함으로써 학생이 자신의 실패 경험을 소화하고 다시 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이러한 접근은 학습을 개인의 태도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환경의 조절을 통해 가능하다는 관점에 기반한다(Darling-Hammond et al., 2020).

 

이러한 제도의 작동을 위해서는 학교의 명확한 소통과 설명 책임이 중요하다. 많은 미국 학교는 Low-stakes period의 취지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전에 안내하고, 이 시기는 학업을 느슨하게 하는 시간이 아니라, ‘학습을 회복하는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잠시 느려지는 선택’을 개인의 무능이나 태만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결국, Low-stakes period는 단순히 비생산성을 허용하는 구조가 아니다. 이는 속도를 늦출 권리를 제도적으로 승인하고, 그 선택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다. 이처럼 비생산성을 허용하는 구조는 학습의 약화가 아니라, 학습의 지속 가능성을 전제로 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목표 없는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 구조

 

미국 교육에서 일정 수준의 ‘비생산적 시간’이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것과 달리, 한국 교육에서는 목표 없는 시간이 거의 용인되지 않는다. 특히 학습 맥락에서 ‘아무 계획도 없다’는 말은 휴식이나 회복의 선언이 아니라, 관리 실패나 의지 부족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이러한 인식은 새해라는 시기에 더욱 강화된다. 한국에서 새해는 지난 실패를 만회하고 다시 경쟁에 진입해야 하는 시점으로 이해된다.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수록, 수능을 치르는 학년이 가까워질수록 새해는 더 촘촘한 계획과 더 강도 높은 노력을 요구하는 시기가 된다. 이 과정에서 새해는 속도를 늦추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다시 가속해야 하는 출발선으로 재규정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쉬는 시간조차 준비의 언어로 해석된다. 방학은 다음 학기를 대비한 선행학습의 시간으로, 휴식은 재충전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더 많은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만 의미화된다. 즉, 쉼 그 자체는 목적이 되지 못하고, 언제나 다음 성취를 위한 도구로 종속된다. 그 결과, 학생이 “지금은 잠시 쉬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언어적·제도적 공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더 큰 문제는 멈춤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개인의 결함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학습 속도를 늦추는 선택은 구조적 조정의 문제로 이해되기보다, 나태함이나 동기 부족의 결과로 설명된다. 이때 학생은 자신의 피로나 좌절을 구조의 문제로 인식하기보다, 스스로의 부족함으로 내면화하게 된다. 이는 학습의 실패를 경험의 일부로 해석하기보다, 개인의 학습 정체성 문제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구조다. 학생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설명하는 언어를 배우기보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기술만을 반복적으로 요구받는다. 목표는 있지만 상태는 없고, 계획은 있지만 성찰은 부재한 구조가 지속된다. 그 결과, 학생은 언제 쉬어야 하는지, 언제 속도를 늦춰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게 된다. 목표 없는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 교육 구조는 결국 학생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박탈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새해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는 개인의 태도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제도가 허용하는 선택의 범위에 달려 있다. 학생이 새해를 맞아 목표를 세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만, 목표를 세우지 않는 선택이 허용되지 않는 구조는 자연스럽지 않다. 만약 학생이 “이번 달은 아무 목표도 세우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다면, 그 이유는 학생의 무책임함이 아니라 그러한 말을 실패로 규정하는 제도와 언어에 있다.

 

참고문헌

 

• Darling-Hammond, L., Flook, L., Cook-Harvey, C., Barron, B., & Osher, D. (2020). Implications for educational practice of the science of learning and development. Applied developmental science, 24(2), 97-140.
• High Tech High Graduate School of Education, n.d. https://hthgse.edu/
• Mehta, J., & Fine, S. (2019). In search of deeper learning: The quest to remake the American high school. Harvard University Press.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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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주립대학교 박사과정 김승배

현재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교육 정책과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교육 경험, 사회와 역사에 대한 인식, 그리고 향후 진로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특히, 대학 입시 정책이 고등학교 재학생들의 학업 경로와 학교생활 전반에 어떠한 방향성을 부여하는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아울러 개별 학교들이 이러한 정책적 맥락을 어떻게 해석하고 실행에 옮기는지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단순한 정책 수용의 장이 아니라, 정책을 재해석하고 학생 경험을 매개하는 주체로서 기능함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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