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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록하지 않는 학생부

#1432 김경범, 전 서울대학교 교수 2026.01.07
새해 벽두에 교과 세특 폐지와 체크리스트 전환을 거론하는 까닭은 언젠가 이 주제가 학생부 재구조화의 핵심이면서 새로운 대입 체제와 학교 교육의 동반 개혁을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9월 26일 교육부는 고등학교 1학년이 배우는 공통과목(7과목)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상황>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교과 세특)의 기재 분량을 과목별 학기당 500자에서 학년당 500자로 축소했다. 뒤늦게 내놓은 대책이라서 이미 써놓은 분량을 줄이느라 혼란이 있었지만, 어쨌든 교육부의 의도대로 교사의 학생부 기재 부담은 아주 조금 줄었다.

 

현 대입제도에서 학생부 교과 세특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만 활용된다. 정시모집에서 학생부를 반영하는 대학이 있지만 대개 교과 이수 현황과 점수를 반영하고, 교과 세특에 대한 본격적인 정성 평가의 필요성은 아직 부각되지 않고 있다. 만약 학생부에서 교과 세특이 없어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학생부종합전형은 존립할 수 없다. 더 좋은 수업을 촉진한다는 존재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역의 관계도 성립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없다면 교과 세특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물론 교육이 아니라 대학입시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없어지면 대입 정원의 약 80%를 선발하는 현 수시모집 체제도 유지되기 어렵다. 따라서 서로 얽혀서 고착된 지금의 대입 체제에서는 교과 세특이 없는 학생부를 논의할 수 없다. 교과 세특을 글로 기록하지 않고 두세 개 항목으로 구성된 5등급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클릭하는 방식으로 전환해도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부풀리기로 인해 만점 체크리스트를 갖는 학생이 많아질 개연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현실의 대입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진다. 다만 교사의 학생부 기록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26년 새해 벽두에 교과 세특 폐지와 체크리스트 전환을 거론하는 까닭은 당장의 논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언젠가 이 주제가 학생부 재구조화의 핵심이면서 새로운 대입 체제와 학교 교육의 동반 개혁을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단초(端初)나 단서(端緖)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대입 체제에 변화가 생긴다면 뭔가를 제거하고 통합하는 단순화 방향이거나,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경쟁을 낮추는 방식이 될 듯하다. 과도한 경쟁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이미 심각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도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만약 현 대입 체제를 구성하는 요소들 가운데 한 가지가 빠지거나 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지금 이런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 이 한 가지가 내신 절대평가 혹은/그리고 수능 절대평가일 수도 있고, 고교 체제 개편이 될 수도 있으며, 논·서술형 평가 혹은 학생부 재구조화 혹은 수시/정시 통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시뮬레이션 대상 중에서 다른 것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번 제기된 논제이지만 학생부 재구조화는 아직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만약 학생부 재구조화가 학생부에서 교과 세특을 없애거나 체크리스트로 전환하는 안이라면, 이를 위한 선행 조건들이 무엇인지 대학입시의 관점과 학교 교육의 관점으로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대학입시의 관점 즉 학생 선발의 변별력과 타당성 측면으로 본다면, 전술했듯이 교과 세특 폐지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나뉜 현 대입 체제에 균열을 가져온다. 현재 대입전형은 교과 전형(수시), 학생부종합전형(수시), 논술전형(수시), 수능 전형(정시)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과 전형과 수능 전형은 교과와 수능의 변별력이 필수 조건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 기록의 다양성 특히 개인별로 특성화된 교과 세특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교과 세특은 AI에게 의존하게 되면서 학생 개인 특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거의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실제 수업과 기록의 차이도 상당하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처럼, 교과 세특도 점점 허구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교과 세특의 부재는 교과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선택과목의 차이 및 고교 유형의 차이에 따른 유불리가 더욱 부각되어 수능처럼 결과적으로 사회적 격차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전형이 된다. 특히 상위권 대학들은 난감한 상황에 놓인다. 수시모집에서는 수능 최저를 높이거나 면접을 강화하는 선택지만이 있고, 이 두 가지 모두 학생에게 부담이 되고 사교육 수요를 자극하지만, 대학들은 이런 선택을 하게 되고 사실상 지금의 학생부종합전형은 종말을 맞는다. 변별력도 타당성도 사라진 데다가 사회적 격차에 근거하여 학생을 선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위권 대학들이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새로운 선택지는 수시/정시 통합전형 밖에 없다. 아마도 기존 학생부종합전형이 종말을 맞고 수시/정시 통합전형이 실현된다면 교과 세특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학생부종합전형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때 교과 세특이 없는 학생부의 선행 조건은 학교 교육의 관점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학교 교육의 관점에서 교과 세특 폐지의 선행 조건은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수업과 평가의 질 관리 및 표준화 과정’이다. 전 세계 대학에서 쓰이는 IB 디플로마과정은 학생의 선택과목과 점수만 대학에 제공되고 우리의 학생부 교과 세특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수업과 평가의 질 관리 및 표준화 과정’이 교과 세특을 대체하는 효과를 지닌다. 이는 IB를 도입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과거 서울시교육청이 KB라는 용어로 표현했듯이 K-교육이 새로운 수업과 평가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수업과 평가의 질 관리 및 표준화 과정’은 새로운 논·서술형 평가 및 새로운 수행평가가 마중물이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교과 세특은 사라지거나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리고 「2025학년도 학생부 기재요령」에 나와 있는 문구처럼, 만약 모두가 아니라 어떤 학생에게 ‘성취 수준의 특성 및 학습활동 참여도’, ‘평가 및 수업 과정에서 수시·상시로 기록한 내용’, ‘성취 과정과 성취 특성’, ‘자기주도적 학습에 의한 변화와 성장’, ‘정규교육과정의 수업 중 연구보고서(소논문)’ 등에서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다면 학생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 제한된 분량으로 기록하는 대안도 마련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지필고사, 논·서술형 평가, 수행평가를 새롭게 설계하는 데에서 답을 찾아야만 한다. 그 답이란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절차적 장치와 교사의 전문성이다. 그래야 학생 주도적인 맞춤형 수업이 실현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렇게 하겠다고 나서야 교원 정원을 조정할 명분이 확보된다. 특히 「2025학년도 학생부 기재요령」에 나와 있는 수행평가 관련 문구는 그야말로 아름답다. 수행평가는 ‘교과 담당교사가 교과 수업시간에 학습자들의 학습과제 수행 과정 및 결과를 직접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를 전문적으로 판단하는 평가 방법’이다. 수행평가 과제 유형은 ‘서술·논술, 구술·발표, 토의·토론, 프로젝트, 실험·실습, 포트폴리오 등’이다. 그리고 수행평가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가) 학습과제: 학습자들에게서 성취되기를 기대하는 교육과정상 각 교과 교육목표와 관련되는 것으로, 실제 생활에 가치 있고 중요하며 유용한 과제를 의미

 

나) 수행: 학생이 단순히 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답을 구성하는 것, 산출물이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태도나 가치관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 등을 모두 포함

 

다) 관찰: 학습자가 수행하는 과정이나 그 결과를 평가자가 읽거나, 듣거나, 보거나, 느끼거나 하는 활동을 모두 포함

 

라) 판단: 평가자가 관찰한 것을 객관성·합리성·타당성·신뢰성 등이 있는 기준을 준거로 점수화하거나, 문장화하는 것을 의미

 

수행평가가 도입된 지 20년도 넘었지만, 우리의 학교는 아직도 위 문구 그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정 총론도, 각론도, 교과서 머리말도, 훈령과 지침도, 「학생부 기재요령」도, 각종 연수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유는 사방에 있어서 무엇이 문제인지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그 결과 사회와 학부모는 학교 교육과 평가를 신뢰하지 않고 사교육비가 들더라도 객관식 선다형에 매달린다. 학교 교육의 진정성, 교사의 진정성을 어디서 회복할까. 지필고사, 논·서술형 평가, 수행평가를 다시 설계하자. 그리고 새로운 수업과 평가 체제에 어울리는 대학입시를 만들자. 새해에 현실성 없어 보이는 교과 세특 폐지를 꺼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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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대학교 교수 김경범

스페인 마드리드 꼼쁠루뗀세 대학 박사 (중세 및 황금세기 문학), 페루카톨릭 대학 석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학사, (전)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기금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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