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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습부진 전담교사제, 공교육 회복의 출발점이 될까

#1408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2025.11.19
기초학습 부진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공교육의 책무성을 방기하는 것임을 언급하며, 기초학습부진 전담교사제의 세심한 설계와 함께 국가 차원의 노력을 강조합니다.                                                                                       

 

 

1. 들어가며

 

공교육에서의 기초학습 부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라는 체념 섞인 인식이 퍼져 있다. 2022년에 「기초학력보장법」이 제정되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느껴지는 변화나 체감도는 거의 없다. 교육부의 정책이 늘 그렇듯, 이번에도 문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든다. 관련 연구와 제안은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법 제정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 10월 4일, 내년부터 기초학력 전담교사 확보 및 학력 결손 예방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교원단체가 제안해온 전문교사제(기초학력 지도·평가, 사회정서 지원, 한국어 및 특수교육 전담 등)의 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기초학습부진 전담교사제의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를 정부의 교원정원 감축 기조에 대응하는 대안적 정책 카드로 제시했다. 그는 난독, 난산, 경계선 지능 등 이른바 ‘느린 학습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교원 수요를 창출해 교원 정원 확대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만약 이 제도가 실제로 도입된다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감축 중심 정책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교육감은 10월 15일 경기·인천 등 수도권 교육감 간담회에서 기초학력 전문교사제 도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교원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일곱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기초학력 전문교사 배치 ▲AI 교육 강화 ▲고교학점제 운영 지원 ▲과밀학급 해소 ▲다문화 학생 지원 ▲학생 생활지도 및 맞춤형 통합지원 ▲특수교육 지원 등이 그것이다.

 

한편, 2025년 10월 29일 ‘좋은교사운동’과 강경숙 의원실은 2023~2025년 17개 시·도교육청의 기초학력 전담교사제 시행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분석 결과는 ‘△적극운영형 △발전가능형 △중단·후퇴형 △무관심·무책임형’으로 구분되었으며, 시·도 간 운영 실태와 격차가 명확히 드러났다. 특히 서울·경기·대구 등 주요 대규모 교육청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아 “교육권 보장 및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기자회견에서는 국가 차원의 표준 운영모델 마련, 전담교사의 독립적 업무 보장, 안정적 재정 지원 및 평가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결국 제도 도입의 가능성은 열려 있으나, 각 주체가 서로 다른 목표와 이해관계를 가진 ‘동상이몽’의 상태이며,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제시되지 못한 상황이다.

 

 

2. 기초학습 부진 지도의 외면은 ‘공동의 책임’ 부재에서 비롯된다

 

기초학습 부진 아동에 대한 진단 체계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어느 정도 정착되었지만, 진단 이후의 지원 체계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궁극적으로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현재 초등학교 시스템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단지 등교 일수만 채우면 학년이 올라가고, 중학교로 진학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현재 기초학습 부진 학생 지도는 대부분 담임교사나 외부 강사가 맡고 있다. 시·도교육청마다 제도의 명칭이 다르고, 예산 역시 교육감의 재량에 따라 배정되다 보니 지역 간 편차가 매우 크다. 이는 사실상 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서울·경기·대구처럼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지역에서조차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운영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예산 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책 우선순위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 교육청은 ‘기초학습 부진’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울 경우, 지역의 교육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기초학력보장법」의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으며, 교육감의 공적 책임과 책무성이 결여된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 기초학습부진 전담교사제에 대한 기대

 

기초학습 부진의 원인과 유형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루어져 왔지만, 정책당국의 실질적인 의지 부족으로 인해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특히 최근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 학생들의 한글 습득 결핍이 새로운 학습 부진의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의 단순한 학습 결손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코로나19 시기에 일부 교육청에서 기초학습부진 전담교사제를 시범 도입해 가시적인 효과를 거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한 이유는, 인력 배치 권한이 교육감 재량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감의 교원 정원 확대 주장에 정치적 계산이 섞여 있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초등교원 TO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기초학력 전담교사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되듯, 지속적이고 개별화된 지원이 제공된다면 기초학습 부진은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의 담임교사 중심 수업 체계, 정규교과 위주 운영, 그리고 체험 중심 방과후 프로그램(늘봄 등)만으로는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기초학습부진 전담교사제의 도입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전담교사제의 자격 요건과 운영 방식에는 매우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좋은교사운동’과 강경숙 의원실의 조사 결과, 세종·인천·제주는 ‘중단·후퇴형’, 경기·대구·서울은 ‘무관심·무책임형’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중앙정부의 체계적 지원 없이 시·도교육청의 재량에만 맡길 경우, 지역 간 격차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전담교사의 수업시수를 일반 교사와 동일하게 설정할 경우, 교사들이 기초학습 부진 지도를 기피하게 되어, 결국 신규교사나 저경력 교사에게 업무가 집중될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력자 우선 선발, 수업시수 감축, 인센티브 지급 등의 방안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기초학습 부진 지도는 단순한 학습 지원을 넘어 높은 정신적·정서적 부담을 수반한다. 따라서 전담교사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전보 체계, 전문연수 시스템, 전담 수당 체계의 신설이 필요하다. 수석교사제처럼, 기초학습부진 전담교사만을 위한 독립적인 제도 설계를 검토할 가치가 있다.

 

결국, 교육부가 모든 세부 운영을 직접 관리하기는 어렵더라도, 기준 설정·예산 지원·인력 확보의 기본 틀만큼은 국가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4. 나가며

 

이제 더 이상 기초학습 부진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초등 단계에서 시작되는 학습 격차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단과 연구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공교육의 책무성을 방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담임교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기초학습부진 전담교사제는 전문교사제의 한 축으로서 전국적 확산이 필요하다. 다만, 그 배치 기준·규모·지원 방식은 매우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교육부가 일률적이고 기계적인 배치 기준만으로 운영한다면, 현장의 실제 수요와 괴리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행 체육전담교사제처럼 학교 규모에 따라 의무적으로 배치하되, 기초학습 부진 학생이 거의 없는 지역은 예외로 두는 탄력적 운영이 바람직하다. 또한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이나 취약계층 비율이 높은 지역에는 추가 배치를 허용하는 등, 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반영한 차등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수교육처럼 일정 학생 수(예: 5명 이하)를 기준으로 배치하는 방식도 함께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향후 교원 정원 산정 기준의 변화는 교육계의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원 수를 감축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스스로 축소하는 것과 같다. 교원 감축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교육의 질을 유지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기초학력보장법 시행령」에 관련 조항을 신설해, 기초학습부진 전담교사제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는 단순한 인력 정책이 아니라, 국가가 모든 아동에게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의 실천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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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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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궁금이 수정 삭제

    일반인이며 학부모의 관점으로 이 글을 읽었습니다. 초등생 딸아이가 가끔 반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는데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조금 느린친구가 자주 등장합니다.
    반친구들 입장에선 이렇게 저렇게 조금 다르게 행동하거나 과하거나 느리거나 하여 눈에 띄일것입니다. 그 아이의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얼마나 마음이 쓰이고 걱정될까. 그리고 아이의 입장에서 최선이 무엇일까, 가장 좋은 방향이 무엇일까?를 생각합니다. 할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배척받지 않고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는것이겠지?
    느린학습자를 위한 공교육에서의 노력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를 생각하면, 이것이 왜 필요한지도 알게되겠지요. 학습적인 효과야 당연히 있겠지만 저누 일반인의 입장이니 그걸 수치화 시킬 수도 없으니 그럼 저는 정서적인 효과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학교는 어느 누구도 포기 하지 않았다’ 이지 않을까요. 학생 인권 차원에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이기도 하겠지만 정서적인 언어로는, 그 친구에게 ‘학교는 너를 포기하지않아. 느려도 괜찮아. 같이 노력해보자.’라는 생각을 심어주겠지요. 그 마음을 알게끔 하는것도 학습을도와주는 것 이상의 교육이 될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육당국이, 학교가, 선생님이 느린 너를 포기하지 않는데, 너도 포기하지마~ 라고 생각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지켜보는 친구들도, 이 모양 저 모양의 사람들이 그냥 커트라인에 들지 못한다고 버려지고 포기하는게 아니라 어떻게든 같이 살아갈 존재라는 걸 알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순히 학교가 영어 수학을 잘하고 못하고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삶의 습관들을 배우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한 인간을 만드는 것이 생각합니다. 아무튼 글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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