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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기초학력 보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4가지 이유

#1409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5.11.19
지금의 기초학력 보장 정책의 전제가 어떻게 학교 현장의 책임 구조와 수업을 왜곡하는지, 그리고 왜 이제는 ‘전담교사’가 아니라 RTI와 한국형 K-SST와 같은 새로운 틀로 전환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대책을 쏟아냈다. 코로나19로 학력 격차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지면서 정부·지자체·연구기관·학교 현장은 저마다 해법을 제시했다. 2021년 9월 「기초학력 보장법」이 제정되어 이듬해 3월 시행되면서 법·제도·프로그램·진단 도구·온라인 시스템까지 이미 다양한 장치가 현장에 도입된 상태다. 이름을 다 기억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정책들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2021년 ‘교육회복 종합방안’과 함께 확대된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도 포함된다. 정부는 학습 결손이 심화된 상황에서 “수업 중 개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담교사를 투입했다. 기존 대책들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자, 추가 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이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지원 인력을 늘린다고 해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결과 교실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마다 비슷한 진단 결과가 발표되고, 여전히 “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는 반복된다.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수년간 지원 인력과 보충 프로그램을 계속 얹어 왔음에도 결과가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대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초학력’ 자체를 바라보는 관점과 학교 지원 구조가 잘못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가지 핵심 개념을 간단히 먼저 짚고 넘어간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RTI(Response to Intervention)는 학생의 학습 반응을 기반으로 Tier 1(일반 수업) – Tier 2(소집단 지원) – Tier 3(개별 집중 지원)로 이어지는 반응중심 다층지원체제이다. 한편, 학교 내 Student Success Team(SST, 한국형 K-SST)은 이 RTI 체계를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운영하고 조정하는 팀 기반 지원 구조이다.

 

이 글은 더 많은 사업을 얹자는 제안이 아니다. 지금의 기초학력 보장 정책이 어떤 전제를 깔고 있고, 그 전제가 어떻게 학교 현장의 책임 구조와 수업을 왜곡하는지, 그리고 왜 이제는 ‘전담교사’가 아니라 반응중심 다층지원체제인 RTI와 학교 내 Student Success Team(한국형 K-SST)과 같은 새로운 틀로 전환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정책을 구성하는 언어, 즉 ‘기초학력’, ‘느린학습자’, ‘전담교사’라는 핵심 용어부터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용어부터 잘못됐다

 

정책은 언어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언어는 현장의 사고와 실천을 규정한다. 기초학력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왜곡되는 가장 근본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잘못된 용어 선택에 있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몇 가지 주요 용어—‘기초학력’, ‘느린학습자’, ‘기초학력전담교사’—는 모두 공통적으로 결핍 프레임, 책임 전가 프레임, 개인화 프레임을 강화한다. 아래에서 이 세 가지 용어가 어떻게 현장을 왜곡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1) ‘기초학력’이라는 용어의 협소한 틀

 

한국에서 ‘기초학력’이라는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는 매우 좁다. 초등 수준에서는 읽기·쓰기·셈하기(3Rs), 중등 수준에서는 국어·수학·영어의 최소 성취 수준을 연상시킨다. 특히 초등 저학년의 3Rs는 이후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의 기초학력 담론은 3Rs → 교과 점수 → 미달 학생 보충이라는 단편적 구조로 고착되어 있다.

 

반면 세계 주요국이 말하는 리터러시(literacy)는 의미 범위가 훨씬 넓다. 단순한 문해력이나 계산 능력에 그치지 않고,

• 정보를 해석하고
• 세계를 이해하고
• 타인과 소통하며
• 문제를 해결하고
• 시민으로서 참여하는 데 필요한

지식·기능·태도·가치 전체를 포함한다.

 

즉, 리터러시는 삶을 살아가는 핵심기초소양(core foundational literacies)이지, 국·수·영의 최소 기준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의 기초학력 담론은 이 넓은 개념을 ‘국어 몇 점’, ‘수학 몇 개념’ 수준으로 축소한다. 그 결과 기초학력을 높이는 일은 곧 ‘미달 학생 보충 지도’와 동일시되고, 교육의 목표는 점수 회복으로 한정된다. 물론 기초학력이라는 기준이 학생의 현재 수준을 진단하고 작은 성취를 경험하게 한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이 틀만으로는 오늘의 교육을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가 길러야 할 것은 단순한 교과의 기초가 아니라, 문제 해결력·협업·의사소통·태도·가치 등 삶의 근육 전체이다. 그래서 ‘기초학력’이라는 용어 대신 기초역량(basic competencies), 핵심기초소양 같은 표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교육의 책임과 목표를 재정의하는 일이다.

 

2) ‘느린학습자’가 만드는 결핍 프레임

 

‘느린학습자’라는 표현도 비슷한 문제를 가진다. 언뜻 ‘학습부진아’보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여전히 결핍 중심 프레임 안에 있다. 이 용어는 학생의 느린 속도를 ‘문제’로 규정하고, 교사가 이를 ‘메워주어야 하는 결핍’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용어가 기초학력 정책에서 반복되어 온 “결손 → 보충 → 기준 도달”의 순환 구조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기초학력을 보장한다’는 표현 역시 같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 미달 여부를 기준으로 학생을 분류하고, 그 원인을 개인의 결함으로 돌리는 방식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 프레임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예방적 수업 설계, 강점 기반 접근, 작은 성공을 통한 성장 경험이 자리 잡기 어렵다. 결국 용어의 변화가 아니라 기초학력 개념 자체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기초학력을 단순한 교과 성취가 아니라, 학생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기초소양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의 책임 초점도 “보충 지도”에서 “모든 학생이 수업 안에서 작은 성공을 반복할 수 있는 학교 시스템”으로 옮겨갈 수 있다.

 

그런 관점 전환을 실제 구조 변화로 연결시킬 제도적 틀로 RTI와 K-SST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기초학력 전담교사제’이다.

 

3) ‘기초학력 전담교사’라는 용어가 책임 구조를 왜곡한다

 

‘기초학력 전담교사’라는 이름은 겉보기에는 그럴듯하다. 학습 결손 학생을 수업 중 개별 맞춤형으로 지도하는 전문 교사를 두어 교사의 부담을 덜고 학생을 더 세심하게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 용어가 만들어내는 현장 메시지이다. 기초학력 문제의 핵심은 담임과 교과교사가 수업 단계에서부터 예방 중심으로 접근하는 데 있다. 그러나 ‘전담’이라는 용어는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신호를 만든다.

 

“기초학력 지원 대상자의 학습은 전담교사가 책임진다.”

 

이 프레임이 굳어지면 담임과 교과교사는 수업 내 예방적 설계에 대한 책임감을 덜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현장에서는 특정 학생을 전담교사 책임 범위로 간주하는 인식이 종종 관찰된다.

 

하지만 기초학력 문제는 담임·교과·상담·특수·복지 등 여러 전문성이 결합되어야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전담교사라는 용어는 정책 의도와 달리 “한 사람이 책임지는 구조”라는 메시지를 강화한다.

 

그래서 일부 교육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기초학력 전문교사’라는 용어가 훨씬 적절하다. 이는 특정 학생을 떠맡는 사람이 아니라, 예방적 수업 설계와 다층 개입을 조정하는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준다.

 

그러나 단지 호칭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역할과 구조 자체를 팀 기반 체계(K-SST)로 재설계해야 한다. 즉, ‘담임·교과·특수·상담·복지·기초학력 전문교사’가 함께 움직이는 학교 내 Student Success Team이 구축되어야 한다.

 

 

두드림학교(두드림팀)의 철학과 현실

 

사실 한국에도 이미 학습부진 학생을 돕기 위한 두드림학교(두드림팀) 제도가 있다. 두드림팀은 학습·정서·환경 등 복합적 어려움을 가진 학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통합 지원과 개별 성장 지원을 지향한다. 심리·건강·가정환경 등을 진단하고, 학교 내 교사·교직원·학부모가 협력해 프로그램을 설계·운영하는 구조이다. 여러 학교의 보고를 보면, 두드림팀을 통해 학습부진 학생의 학습 동기와 참여도가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두드림학교는 철학과 설계는 훌륭하지만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는 제도이기도 하다.

 

• 예산과 인력이 한정되어 있고,
• 학교당 두드림팀 교사는 보통 2~3명에 불과한데,
• 이들이 18~30학급 전체의 학습부진 학생을 책임져야 한다.

 

결국 정책 문서에는 “교실 내 통합 지원”, “협력 교수(co-teaching)”가 적혀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학급에 협력교사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 일부 학급·일부 시간만 협력교수가 이루어지고,
• 나머지는 방과후·별도 시간에 소집단·개별 지도를 하는 pull-out 방식으로 운영되며,
• 여러 사업이 겹치면서 프로그램 중복과 행정 부담이 늘어난다.

 

두드림팀은 방향은 옳지만, 인력·시간·구조가 받쳐주지 않는 한계가 명확한 제도이다. 협력교사 역할을 맡을 전문교사가 대폭 확충되지 않는 한, 두드림팀의 장점은 제한적으로만 발휘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협업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협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인력과 구조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전담교사’라는 1인 중심 용어는 자연스럽게 “예방·협업·팀 접근”이 아니라 “사후·개별·전담”의 프레임을 강화하게 된다.

 

우리가 실제로 지향해야 할 모습은 다음과 같다.

 

“교장·기초학력 전문교사·담임·교과교사·특수·상담·복지 인력이 팀으로 움직이는 학교 내 Student Success Team,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만큼 충분한 협력교사 인력과 시간 구조.”

 

두드림팀이 지향해 온 정신을 살리되, 인력과 역할 구조를 RTI·K-SST 관점에서 새로 짜야 한다는 뜻이다.

 

 

전담교사 중심 구조를 RTI·SST로 대체해야 하는 이유

 

지금까지 한국의 기초학력 정책은 대체로 “전담교사 확보 → 미달 학생 지원”이라는 단순 구조로 작동해 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원 인력을 늘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학생의 어려움을 개별 학생의 문제로 돌리고, 그 학생만을 별도로 데려가 보충지도를 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이는 구조적 해결이 아니라 사후적 처방이며, 교사의 선의와 헌신에 의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반면 세계 일부 나라에서는 이미 RTI와 SST(Student Success Team)를 중심으로 학교 전체의 교육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이 체계는 ‘누가 가르치느냐’보다 ‘학교가 어떤 구조로 학생의 학습을 보장하느냐’를 핵심에 둔다. 한국 역시 이제는 개인 의지와 보충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학교 시스템 전체를 예방 중심·데이터 기반·협력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그 관점에서 전담교사 중심 모델의 구조적 한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전담교사 중심 구조는 ‘사후 개입’ 방식이다.

전담교사제는 이미 학습이 뒤처진 학생을 찾아 별도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접근이 지나치게 늦고, 학생의 결손이 누적된 이후에야 개입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학습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사후 개입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② 전담교사제가 교사 개인의 부담을 키운다.

전담교사는 한정되어 있고, 지원해야 할 학생 수는 많다. 개별 학생을 짧은 시간 데려가 지도하더라도, 그 학생이 다시 일반 수업(Tier 1)으로 돌아오면 같은 어려움이 반복된다. 결국 전담교사 혼자 ‘불 끄기’를 하는 구조가 되고, 교사 개인의 노력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된다.

 

③ ‘전담교사’라는 용어는 예방·협업·팀 접근과 어울리지 않는다.

기초학력 문제는 담임·교과·상담·특수·복지 등 여러 전문성이 결합돼야 해결된다. 이미 두드림팀처럼 팀 기반 지원을 지향하는 제도가 존재함에도, ‘전담교사’라는 용어와 구조는 책임의 중심을 한 사람에게 모으는 인상을 주며, 담임·교과교사의 예방적 역할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협업 자체가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협력교사 인력과 팀 운영 시간을 뒷받침하지 않은 채 전담교사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팀 접근이 자리 잡기 어렵다. 용어와 구조가 모두 “전문교사 + 팀 기반 지원”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④ 장기적으로 RTI·SST가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다.

전담교사 중심 구조는 인력 의존적이고 확장성이 낮다. 반면 RTI·SST는 시스템 중심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이점을 가진다.

 

• 학년이 바뀌어도 지원 체계가 유지된다.
• 담당 교사가 바뀌어도 학생 지원의 연속성이 보장된다.
• 교사의 역량 차이와 상관없이 최소 수준의 수업 질이 확보된다.
•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적 개입이 가능해진다.

 

즉, 사람 중심 구조에서 시스템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이렇게 한다

 

미국의 학습부진 관련 법 이름이 무엇인지 아는가? Every Student Succeeds Act(ESSA)다. “모든 학생이 성공한다.” 얼마나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표현인가! 실패를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기준으로 제도 이름을 짓는 것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Student Success Team(SST)을 운영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팀이 표면적으로는 학생 지원을 담당하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교사가 학생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온타리오의 SST는 보통 교장 또는 교감, Student Success Teacher, 진로·상담교사, 특수교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왜 교과교사는 빠져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캐나다 중·고등학교에는 우리처럼 한 반을 책임지는 담임 개념이 없다. 교과 분업이 극단적으로 발달해 있어서, 한 교사가 150-180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모든 교과교사가 SST 회의에 상시 참여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래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소수의 전문가 팀’을 상시 멤버로 두고, 교과교사는 필요할 때마다 정보 제공자·협력자로 참여하는 구조를 택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온타리오에서 교과교사는 Tier 1(일반 수업)의 책임자이며, SST는 “이 학생을 위해 우리 학교가 어떤 추가 지원 구조를 설계할 것인가”를 설계하고 실행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교과교사 = 원인 탐색·정보 제공”
“SST = 해결 설계·개입 실행·진로 조정”

 

이렇게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은 온타리오와 구조가 다르다. 우리는 여전히 담임 중심 체제이고, 교과교사도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학생들을 가르친다. 반대로 말하면, 담임과 교과교사를 SST의 중심 축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참고해야 할 것은, SST라는 이름만이 아니다. 온타리오의 구조를 참고하되, 우리는 담임과 교과교사를 정식 팀원으로 포함하는 한국형 Student Success Team(K-SST)을 만들어야 한다. 이 한국형 K-SST는 다음과 같은 형태에 가깝다.

 

• 교장·교감은 학교 차원의 지원과 자원 배분을 총괄하고,
• 기초학력 전문교사는 RTI와 개입 설계의 허브 역할을 맡는다.
• 담임은 생활·정서·가정 정보를 제공하고,
• 국·수·영 교과교사는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며,
• 특수·상담·복지 인력은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팀을 지원한다.

 

이 팀이 학년 초에 한 자리에 모여, 전수 스크리닝 결과를 놓고 위험군 학생을 함께 논의한다. 누구를 Tier 2로, 누구를 Tier 3로 볼지 결정하고,

 

“위험군 학생에게 우리가 먼저 해볼 수 있는 개입은 무엇인가?”

 

를 함께 설계한다. 그 후 4-6주간 개입을 실행하고, 다시 모여 반응을 평가한다. 반응이 있으면 계속하고, 없으면 방법을 바꾼다. 이 과정을 학기마다 반복한다.

 

이게 바로 온타리오 모델을 그대로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실정에 맞게 재구성한 한국형 SST 모델(K-SST)이다. 그리고 이 모델이야말로, 뒤에서 살펴볼 RTI를 학교 단위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엔진이다.

 

우리의 ‘최소성취수준보장제’, ‘최소 학업성취 보장’과는 얼마나 다른가? 후자가 교사 개인에게 “이 수치만큼 보장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제도라면, 전자는 학교 단위에서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먼저 만드는 접근이다.

 

 

‘최소성취수준보장제’는 현실성 없는 구호일 뿐

 

‘최소성취수준보장제’ 역시 여러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는 제도다. 학교 교실엔 다양한 원인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그중 일부는 이미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있거나 오랜 기간 작은 실패를 반복해 온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교육과정 목표의 40%를 보장하겠다고? 이를 책임져야 할 교사들에게는 거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해, 현재 구조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 개혁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마이클 풀란(Michael Fullan)은 교육 변화에서 ‘객관적 의미(objective meaning)’와 ‘주관적 의미(subjective meaning)’의 괴리를 지적한다. ‘최소성취수준보장제’의 객관적 의미는 명확하다. “모든 학생에게 최소한의 학업성취를 보장하자”는 취지는 교육학적으로 타당하다. 문제는 이러한 객관적으로 올바른 방향이 현장에서 교사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이다.

 

교사들의 주관적 의미를 들여다보자. 같은 ‘최소성취수준보장’ 정책이라도, 어떤 교사에게는 “이제 더 이상 학습부진 학생을 방치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책임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교사에게는 전혀 다른 감정이 찾아온다.

 

“저 아이들은 이미 학습 결손이 너무 깊어진 아이들인데…
이 기준을 도대체 어떻게 충족하라는 말인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교사들에게는 이 목표가 ‘의미 있는 도전’이 아니라, 달성 가능성이 희박한 명령처럼 느껴지기 쉽다. 그 결과, 책임감보다는 무력감·압박감이 먼저 찾아오고, 정책이 의도한 변화와는 정반대의 정서적 반응을 만들어내곤 한다.

 

풀란이 지적하듯이, 변화는 상실감, 불안, 저항, 혼란, 두려움, 냉소, 회의감과 같은 정서적 반응을 수반한다. 특히 ‘최소성취수준 40% 보장’이라는 구체적 수치는 교사들에게 “달성 불가능한 목표”로 다가온다. 20-30명의 학급에서 각기 다른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 모두에게 교육과정의 40%를 보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현장 교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런 제도를 당위성만으로 밀어붙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교사들은 제도 자체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성이 떨어진 목표 앞에서 점차 피로감과 냉소를 느끼게 된다. 그러면 겉으로는 정책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준을 ‘맞춘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초점이 옮겨갈 위험이 있다.

 

겉으로는 성공처럼 보이지만, 실제 교실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명목상의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결국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교사들이 주도적으로 수업 개선을 시도할 동력마저 약화시킨다.

 

풀란은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려면 개인의 주관적 의미가 교육의 객관적 변화와 연결되고, 나아가 학교 공동체 내에서 공유된 의미(shared meaning)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지 정책을 따르는 차원이 아니라, “왜 우리가 이 길을 함께 가야 하는가”에 대한 공동의 성찰과 합의, 그리고 실천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부터는 기존의 Wait to Fail 방식에서 벗어나, RTI와 K-SST를 결합한 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Wait to Fail은 이제 그만!

 

현재 기초학력 대상 학생 선별 방식도 문제다. 기초학력 진단검사, 교사 관찰·면담, 체크리스트 활용 등 다단계 절차를 거친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형적인 ‘Wait to Fail’ 방식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학생이 학습부진으로 눈에 띌 만큼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가서 보정하려는 방식이라는 말이다. 이미 추락한 후에 그물을 치는 격이다.

 

교육 선진국들은 다른 방식을 쓰고 있다. 바로 개입반응접근법(Response to Intervention: RTI)이다.

 

 

RTI가 답이다!

 

RTI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문제가 나타난 뒤 뒤늦게 조치하는 게 아니라, 학생의 학습 반응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점진적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RTI는 다음의 3단계로 작동한다.

 

• Tier 1(보편적 지원): 모든 학생에게 고품질 수업을 제공한다. 명확한 성공 기준, 효과적인 교수법, 정기적인 형성평가가 핵심이다. 80-85%의 학생이 이 단계에서 충분히 학습되어야 정상이다.
• Tier 2(표적 개입): Tier 1에서 충분히 학습되지 못한 약 10-15% 학생에게 소집단 개입을 제공한다. 주 2-3회, 짧고 집중적인 개입을 통해 학습 격차를 빠르게 줄인다.
• Tier 3(집중 개입): Tier 2에도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2-5% 학생에게 1대1 또는 초소규모 개입을 제공한다. 사실상 개별 학습계획(IEP) 수준의 강도로, 주 3-5회 혹은 매일 지원한다.

 

RTI의 핵심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다. 교사의 감이나 추측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 반응 데이터를 토대로 개입 강도와 방식을 조정한다.

 

“반응이 있으면 지속,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다시 교수법과 개입 방식을 재조정”

 

이 원칙이 기존 ‘보충수업’과 RTI가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RTI는 학습부진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본다. 아이의 의지 부족이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지금 제공하고 있는 교수·지원 방식이 그 학생에게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개입했는데도 반응이 없다면, 학생 탓으로 보지 않고 교수법·지원 방식을 다시 수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많은 교사가 이렇게 묻는다.

 

“20-30명 교실에서 모든 학생을 어떻게 다 챙긴단 말인가?”

“이미 학습 결손이 너무 큰 아이들은 예방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이 질문은 매우 타당하다. 그러나 RTI는 교사에게 모든 학생을 ‘개별 관리’하라고 요구하는 체계가 아니다. 그것은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RTI의 핵심은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예방적·구조적 설계를 통해 대부분의 학생이 Tier 1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만들고, 이미 누적된 결손이 있는 소수에게만 Tier 2·3의 집중 지원을 제공한다.”

 

즉, Tier 1은 ‘예방’, Tier 2·3는 ‘회복’ 단계이다. 그리고 교실 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Tier 1의 구조화가 더 중요해진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RTI를 “교사가 더 열심히, 더 세심하게, 더 개인적으로 챙겨야 하는 방식”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RTI는 교사 개인의 열정이 아니라 수업 구조 설계에 기초한다.

 

기존의 전통적 방식은 교사가 일반 수업을 하고, 뒤처지는 학생이 생기면 그때그때 개별적으로 보충지도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전적으로 교사 개인의 헌신에 의존한다. 능력이 뛰어난 교사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아이들이 방치될 위험이 크다.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반면 RTI는 ‘시스템 중심’의 접근이다.

 

• 수업 시작 시 성공 기준을 학생 언어로 명확히 제시하고
• 5~7분마다 미니 체크로 이해도를 확인하고
• 소집단 순환 구조를 수업에 내재화하고
• 학년 초에 전수 스크리닝을 통해 초기 신호를 포착한다

 

이런 것들은 교사의 열정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한 번 구조를 잘 만들어두면, 교사는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

 

RTI는 교사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요구하는 체계가 아니다. 오히려 교사가 더 똑똑하게 가르칠 수 있도록 돕는 구조적 해법이다. 그리고 이 구조를 학교 전체 차원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핵심 장치가 바로 한국형 Student Success Team(K-SST)이다.

 

 

예방적 접근이 구체적으로 뭔가?

 

아래는 미국·캐나다 교실에서 실제로 시행하는 예방적 Tier 1 설계의 핵심 다섯 가지다.

 

① 명확한 성공 기준 제시
학습 목표를 1-2개의 ‘학생 언어’로 제시한다. 성공 기준을 칠판에 적고, 예시를 함께 제시한다. 학생들은 “오늘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를 알고 출발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이것만으로도 Tier 2 진입 비율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② 교사의 즉각적 피드백·점검 루틴
5-7분마다 이해도를 점검하는 ‘미니 체크’를 활용한다(예: 손들기, 백카드, 미니 화이트보드, 빠른 쓰기 등). 이는 학생이 어디서 틀리고 있는지를 즉시 발견하게 해 주며, Wait to Fail을 방지하는 대표 기법이다.

 

③ 소집단 순환 구조
교사 직강(10~12분) → 협력 활동(10분) → 개별 연습(10분)을 교실 내 루틴으로 만든다. 교사는 협력 활동 시간에 자연스럽게 특정 학생 그룹을 점검한다. 큰 교실에서도 ‘미시적 맞춤’이 가능해진다.

 

④ 시각적 구조화·단계화
절차를 눈으로 보이게 정리한 앵커차트, 문장 틀, 단계별 예시 등을 제공한다. 작업기억 부담이 줄어들어 느린 학습자도 Tier 1에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발판을 얻게 된다.

 

⑤ 학년 초 전수 스크리닝
15분짜리 읽기 유창도 검사, 기초 수 범주화 검사, 기초 문해력 검사 등을 통해 학년 초에 전체 학생을 스크리닝한다. 이는 “문제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다.

 

이런 Tier 1이 갖춰져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 Tier 2로 내려가는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
• 학급당 교사의 부담이 20~30% 감소
• 학습부진 학생의 ‘초기 미세 결손’을 학기 초에 잡아냄
• 정서·행동 문제도 동반 감소
• 학업성취의 분산(편차)이 줄어드는 구조적 효과

 

미국과 캐나다가 “RTI는 교사를 힘들게 하지 않고, 오히려 살리는 모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여기에 한국형 K-SST가 결합되면 어떻게 될까?

 

Tier 1에서 담임·교과교사들이 구조적 수업을 통해 대부분의 학생을 끌어올리고, Tier 2·3에서 K-SST가 학교 차원의 추가 지원을 설계·조정한다. 즉, RTI는 수업의 구조, K-SST는 학교의 구조다. 이 두 가지가 함께 도입될 때, 비로소 우리는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다”는 약속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용어가 정책을 비튼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어떤 용어를 사용하느냐가 문제 해결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건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용어는 사고방식을 규정하고, 사고방식은 실천을 만든다.

 

‘Everybody Succeeds Act’, ‘School Success Team’, ‘Response to Intervention’. 이런 명칭들은 모두 성장과 성공, 예방과 협력을 강조한다. 반면 우리의 ‘기초학력 전담교사’, ‘느린학습자’, ‘최소성취수준보장’은 책임 전가, 결핍, 최소한의 기준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런 부정적 프레임으로는 아이들을 절대 살릴 수 없다. 그리고 교사들에게는 압박과 무력감, 냉소만을 남긴다.

 

따라서 용어와 프레임이 문제를 왜곡하고 현장을 압박하고 있는 지금의 정책은 부분 수정을 넘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의 ‘기초학력 보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네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용어와 프레임이 결핍과 책임 전가를 강화한다.

‘기초학력 전담교사’, ‘느린학습자’, ‘최소성취수준보장’ 같은 표현은 학생을 결핍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학습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고착시킨다.

 

② 정책 구조가 여전히 Wait to Fail 방식에 머물러 있다.

학생의 어려움이 “눈에 띌 정도로 악화된 뒤”에야 지원이 이루어지는 사후적 구조로는 결손을 줄일 수 없다. 예방 중심의 RTI와 같은 체계적 대안이 필수적이다.

 

③ ‘전담교사’라는 용어가 예방·협업·팀 기반 지원과 어울리지 않는다.
기초학력 문제는 본질적으로 팀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두드림팀처럼 팀 기반 지원을 지향하는 제도가 존재함에도, ‘전담교사’라는 명칭과 구조는 책임을 한 사람에게 떠넘기는 인상을 준다. 그로 인해 담임·교과교사의 예방적 역할을 약화시킬 위험이 커진다. 실질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기초학력 전문교사 + 충분한 협력교사 인력 + 정례적인 팀 회의’로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④ 학습부진을 학생 개인의 결함으로 보는 관점을 고착시킨다.

지금의 보충 중심 접근은 학생 개인의 의지·능력 부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교수법과 지원 시스템의 문제를 가린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을 더 얹는 것이 아니라, 기초학력을 바라보는 관점·용어·구조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근본적 전환이다. 이 관점에서 RTI와 한국형 Student Success Team(K-SST)은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제시한다.

 

 

정부에 촉구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초학력 보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첫째, 용어부터 바꿔라.
‘기초학력 전담교사’가 아니라 ‘기초학력 전문교사’로, ‘느린학습자’가 아니라 강점기반 용어로, ‘최소성취수준보장지도(최성보)’가 아니라 ‘Student Success Program’ 같은 긍정적 용어로 바꿔야 한다.

 

둘째, Wait to Fail 방식을 버리고 RTI 같은 예방적·체계적 지원 모델을 도입하라.
학년 초 전수 스크리닝, 데이터 기반 개입, 점진적 강도 조절 등이 핵심이다. 개별 보충지도 중심에서 벗어나, 수업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셋째, 학교 내 Student Success Team(K-SST)을 구축하라.
한 전담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교과교사-담임교사-기초학력 전문교사-특수교사-상담사-복지사가 팀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담임과 교과교사는 Tier 1의 설계자이자 K-SST의 핵심 구성원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두드림팀을 RTI·K-SST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협력교사 역할을 할 전문교사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넷째, 학습부진을 보는 관점을 전환하라.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교수법과 지원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하고, 교사가 끊임없이 방법을 개선하도록 지원하라. 이를 위해 연수·시간·인력·제도적 여건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점은, RTI나 Student Success Team 모델이 교사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개별적 보충 지도”라는 비효율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예방·구조화·협업이라는 가장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용어와 시스템, 그리고 관점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교육을 위하여

 

우리 사회는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말이다. 하지만 현재의 기초학력 정책으론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다.

 

제대로 된 용어, 제대로 된 시스템, 제대로 된 협업, 제대로 된 관점. 이 네 가지가 갖춰져야 비로소 우리는 진짜로 모든 아이를 살릴 수 있다.

 

정부는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연구 결과를, 그리고 검증된 선진국의 사례를.

 

이제는 정말로, 구호가 아니라 구조를, 책임 전가가 아니라 책임 나눔을, 개별 교사의 헌신이 아니라 학교 전체의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참고 문헌]

• Programs that support your child’s success

https://www.ontario.ca/page/programs-that-support-your-childs-success

• Student Success Team (SST)

https://www.capousd.org/subsites/Education—Support-Services/Student-Success-Team-SST/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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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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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1. 부은희 수정 삭제

    학습부진을 보는 관점, 지원 체계의 변화, 용어 변경은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저로서는 매우 동의가 되는 점입니다.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 종합 분석 연구(허준) 2025.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신문해집단, 저문해의 실태를 보면 학교 교육이 학생들의 삶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성인이 되어서도 해결되지 않는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 양은숙 수정 삭제

      이찬승대표님의 생각에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특히 명칭을 긍정적으로 전환하자는 제안!!!그러나 한편으로 기시감도 듭니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이찬승대표님이 제안하는 시스템이 이미 도입되었습니다.
      2014년 도입된 두드림학교(두드림팀)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라 2022년부터 단위학교에 구성되어 있는 학습지원대상학생지원협의회
      2026년부터 전체학교에 시행되는 학생맞춤형통합지원 등
      이미 대표님이 언급한 시스템은 도입된 상황입니다.
      다만 그 작동 과정이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 및 범사회적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모든 학생의 성공적인 배움을 위해 교수학습방법 개선이 필요함에 동의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도 학급 내에서는 별도의 지원이 필요한 학생이 생깁니다.
      따라서 모든 학생의 성공적인 배움을 지원하는 기반 조성은 당연하지만
      아울러
      별도의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맞춤 지원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학생의 성공적 배움을 중심에 두고 넘나듦이 되는 교육환경(문화) 조성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2. 이찬승 수정 삭제

      양은숙 장학관님,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씀 주신 부분에 저도 상당 부분 깊이 공감합니다.

      말씀처럼, 제가 글에서 제안한 방향과 유사한 취지의 제도들이 이미 여러 층위에서 도입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두드림학교(두드림팀), 학습지원대상학생지원협의회, 학생맞춤형통합지원 등은 이름만 놓고 보면 분명 “팀 기반 지원” “학생 성공 지원”의 철학을 담고 있고, 취지는 분명히 RTI·SST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1. “제도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어떤 공통된 작동 원리로 설계·운영되고 있느냐”의 문제
      지금 말씀해 주신 여러 장치들이 서로 다른 사업·다른 이름으로 흩어져 있고, 학교 현장에서는 이것이 하나의 일관된 RTI–SST 체계로 인식·운영되기보다는
      ▸ “또 하나의 사업”
      ▸ “추가 회의체 / 행정 부담”
      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RTI·K-SST 전환은 완전히 새로운 제도를 하나 더 얹자는 뜻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두드림팀, 학습지원협의회, 학생맞춤형통합지원 등을 하나의 공통된 핵심 모형(반응중심 다층지원 + 학교 내 Student Success Team)으로 재정렬하고,
      ▸ 예방(Tier 1) – 표적(Tier 2) – 집중(Tier 3) 구조
      ▸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 팀 단위 책임 구조
      를 중심축으로 다시 설계하자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2. “문화·운영의 문제”를 제도 설계 수준에서 함께 건드려야 한다는 점
      댓글에서 지적해 주신 것처럼,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문화·운영의 문제를 ‘교사 개인의 인식과 의지’에만 맡겨 두면 또다시 몇 년 후 다른 이름의 사업이 등장하고, 현장은 기시감을 느끼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 용어(프레임)를 바꾸고,
      ▸ 제도들을 하나의 RTI·K-SST 구조 안에 묶고,
      ▸ 학교 단위에서 “누가 무엇을, 어떤 데이터에 근거해, 어떤 주기로 논의하고 조정할 것인가”를 구조로 못 박는 것
      이 문화 변화를 촉진하는 보다 현실적인 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별도의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맞춤 지원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말씀에도 동의합니다.
      제가 RTI를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Tier 1: 모든 학생의 성공적 배움을 위한 예방적 수업 구조
       Tier 2·3: 그럼에도 추가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 대한 소집단·개별 맞춤 지원

      즉, “기반 조성”과 “별도의 집중 지원”은 선택이 아니라 세트이고, RTI는 이 둘을 ‘넘나들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틀입니다. 댓글에서 말씀하신 “학생의 성공적 배움을 중심에 두고 넘나듦이 되는 교육환경(문화)”이라는 표현이 바로 RTI–K-SST가 지향하는 핵심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저 역시
       이미 도입된 두드림학교, 학습지원협의회, 학생맞춤형통합지원의 취지에는 크게 공감하고,
       다만 이것들이 흩어진 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RTI·K-SST 체계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점,
       그리고 그 안에서 학급 내 예방적 수업 설계와 별도의 맞춤 지원이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용어·문화가 정렬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말씀해 주신 “넘나듦이 되는 교육환경”을 함께 만들어 가는 데 저도 계속 고민을 보태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가우스 수정 삭제

    미국과 캐나다처럼 교과교사들은 수업에만 전념하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하지 않는 모든 행정업무를 교사의 재량에 전적으로 맡겨야 합니다. 행정업무가 필요하면 하고, 필요없으면 안해도 되는게 맞습니다. 제가 단언컨대, 모든 행정업무를 이행할 지 교사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면, 대부분의 행정업무는 필요없어서 삭제될 것이고 학생지도에 꼭 필요한 행정업무만 남게 될 것입니다. 쓸데없는 행정업무 하느라 학생지도에 소홀한 교사들은 반드시 도태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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