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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따돌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불리 (Bully)”

#12 성진아, 사회성·감성교육연구소 소장 2012.09.20

미국의 극장가에는 한 영화가 교육관계자, 학부모, 학생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백악관에서는 교육관계자들을 초청해 시사회를 열었고, 뉴욕의 교육청 뿐 아니라, 많은 교육청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이 영화의 단체 관람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 영화는 바로, 아동 및 청소년들의 따돌림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불리 (Bully)”이다. 필자는 뉴욕의 한 공립 중학교의 “또래 중재자 연수 프로그램”을 참관하기 위해 방문했던 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영화의 줄거리 및 감상

 

“Bully”는 따돌림 가해자라는 뜻의 제목과는 달리, 따돌림 피해 청소년들과 그 가족들이 겪는 일상을 생생히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해 고통받던 한 소년의 자살이야기로 시작한다. 14세 소년 알렉스는 매일 스쿨버스 안에서 친구들로 부터 폭언과 폭행으로 고통당하지만, 견딜 수 없이 괴롭힘을 당함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폭행을 부모나 교사들에게 알리지 않고 견딘다. 같은 나이의 소녀 자메이야는 자신을 따돌리고 괴롭히는 친구들의 행동을 견디다 못해 스쿨버스 안에서 총을 내 보이며 위협하다가 구치소에 감금된다. 한편, 켈비라는 고교생 소녀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학교의 학생들, 심지어 교사들로 부터도 따돌림을 당하며 결국 학교를 자퇴하게 된다.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또는 동성애자라는 이유 등으로 학교에서 신체적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행동들이  피해를 당하는 학생들과 가족들이 어떤 고통을 겪게 만드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와 결과를 초래하는 지,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이 영화 속의 피해 청소년들의 경우, 따돌림의 결과는, 교도소 행, 자퇴, 우울증과 자살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결과는 따돌림 피해 청소년 뿐 아니라, 피해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피해를 당하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의견과 도움 요청에 귀기울이지 않고 이에 예방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정치적인 게임 플레이를 하는 학교 교장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청소년들을 안전하게 켜주어야 할 학교의 교직원들이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을 왕따시키는데 동조하고, 방관하고 묵인함으로써, 학생들의 따돌림에 동조하고 학교에서의 사회 악을 더욱 키워가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된다.

 

이 영화를 함께 관람한 중학생들은 피해학생과 피해 학생의 부모를 향한 학교 교장의 말과 행동에 특히 분노하며 흥분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따돌림으로 자살을 선택한 소년의 부모가 주축이 되어 전국적인 켐페인을 벌이며 침묵하는 다수의 어른들과 학생들이 용기를 내어 함께 학교 폭력과 따돌림이 발 붙이지 못하도록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끝이 나자  영화를 관람한 아이들은 함께 박수를 치며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가해자들을 엄하게 응징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따돌림의 문제를 피해자 개인이나 그 가족만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피해자와 가해자가 내 자녀일 수 도 있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함께 동참하고 협력하며 나가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 궁극적인 메시지는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다름과 약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도우며 함께 나아가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타인의 다른 점은 서로를 피하고 따돌려야할 이유가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 나가야 할 이유이다.

 

 

영화 관람 후의 활동 제안

 

영화 관람 이후, 학교 교실로 돌아간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이 영화에 대한 어떠한 대화를 나누고 활동을 했는지는 아쉽게도 보지 못했지만, 이 영화를 감상한 후 교사와 학생들이 나누었을 대화들을 상상하며, 몇 가지 학급 차원에서, 그리고 학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해 본다.

 

1. 영화 속의 인물의 행동과 감정 이해하고 나누기
영화 속에 등장한 따돌림의 피해자인 주인공들의 입장이 되어 그 기분과 감정이 어떠했을지를 나누어 본다. 그리고, 그 배후에서 따돌림의 상황에 동조하거나 방관하며 침묵하는 학생들의 행동과 기분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한다. 또한 이어서, 학생 개인의 따돌림 피해 또는 가해, 방관 경험 또는 주위의 친구나 가족이 겪은 이야기들을 글로 쓰면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게 하고, 앞으로의 결단을 써보도록 유도한다.

 

2. 따돌림 및 학교 폭력 상황 대처 방법 교육
학생들과 대화 및 토론, 글짓기 등을 통해 폭력과 따돌림 피해, 가해자의 감정을 나누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나 상담가를 초청해, 상황에 따른 대처 방법들  (가해자에게 대응하지 않고 피해 버리는 것이 좋은 상황, 단호하게 가해자에게 멈출 것을 표현해야 하는 상황, 등) 에 대해 배우고 상황극을 통해 연습을 하는 시간을 가진다.

 

3. 따돌림 및 폭력없는 안전한 학교를 위한 캠페인
학교 전체적인 차원에서 따돌림 및 폭력 없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열거나 지역사회나 교육부에서 주최하는 공모전 등에 참가한다. 이를 위해 각 학급에서 학생들은 포스터, 미술 작품, 광고, 시, 동영상, 연극 또는 뮤지컬 등, 다양한 매체와 방법등을 사용해 협동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준비하도록 한다. 사회 전체적인 차원의 캠페인을 위해 각 시도 교육청이나 지역사회 단체에서 학교 폭력 및 따돌림 추방 및 예방을 위한 공모전을 주최해 모든 학교들의 참여와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은 미국의 National School Climate Center에서 주최한 따돌림 예방 (Anti-Bullying) 동영상 공모전에 참가해 1등으로 입상한, 중학생들의 작품이다.

 

4. ‘또래 중재자 (peer mediator)’ 양성 교육
외부 상담 전문가나 교육 전문가에 의뢰해, 또래간의 갈등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각 학급당 3 ~ 5 명 정도의 또래 중재자를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업 시간 외에 점심 시간이나 쉬는 시간 등에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문제나 교사들에게 쉽게 나누기를 꺼려하는 상황에 또래 중재자들이 적극 개입해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유도하고, 이 또래 중재자들은 학생들이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을 목격하는 경우, 방관자 (bystander)가 아니라, 대응자 (upstander)의 역할을 하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래 중재자 양성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상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에필로그

 

한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 폭력과 따돌림으로 인한 악몽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 이런 사회 문제 앞에서, 우리는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더욱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아이들, 우울증으로 신음하고 있는 아이들을 치료하고 예방하며 이들의 영혼을 살리는 데 열정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명문 대학에 얼마나 많은 수의 학생을 보냈는지를 자랑하는 학교가 아니라, 얼마나 청소년들이 정서적으로 안전함을 느끼며 서로 사랑하고 더불어 배우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는 지를 자랑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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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감성교육연구소 소장 성진아

현재 사회성·감성교육연구소 소장이자 한동대학교 교육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간 미국의 시애틀과 뉴욕 지역의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교사로 일하고, 뉴욕 공립초등학교의 사회성·감성 교육(Social-Emotional Learning) 실행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컬럼비아대학(Columbia University)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부터 한국의 학교 현장에 맞는 사회성·감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 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그 외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한 사회성·감성 향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메일 js248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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