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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학교 폭력 예방과 또래 중재 (Peer Mediation) 프로그램

#13 성진아, 사회성·감성교육연구소 소장 2012.09.20

미국의 한 공립학교의 도서실 …12명의 중학생들이 원을 그리며 둘러 앉아서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들고 있는 교사에게 집중하고 있다. 교사는 탄산 음료가 든 병을 힘껏 몇 차례 흔든 뒤, 학생들에게 한 명 씩 힘껏 흔들어 보라고 한다. 모든 아이들이 신나게 병을 흔들기를 마치고 난 후, 교사는 “지금 이 병 마개를 열면 어떻게 될까?” 라고 말하며 병 마개를 열려고 하자, 어떤 아이들은 몸을 움츠리고, 어떤 아이들은 “안돼요!” 라고 소리친다. 교사는 10초를 세고난 후 병 마개를 살짝 돌리기 시작하한다. 탄산 음료가 ‘쏴’하는 소리를 내며 병 마개의 열린 틈사이로 튀어나오려 하자 재빨리 마개를 닫아 버린다. 그리고는 또 10초를 세고난 후, 마개를 열었다 또 재빨리 닫는다. 이렇게 하기를 몇번 반복한다. 그리고 난 후, 그 과정을 진지하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병을 흔들고 난 후 바로 열 때와 시간이 지난 후에 조금씩 열고 닫기를 반복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묻는다. 아이들의 대답을 듣고 난 후, 교사의 질문이 이어진다. “우리의 감정이 이 탄산 음료라고 생각해 보자. 우리의 마음이 분노로 가득차 흥분해 있을 때 그것을 바로 분출시키면 어떻게 될까?”

 

이 장면은 한 공립학교 7학년 (중학교 2학년에 해당)을 대상으로 한 또래 중재 교육 수업시간의 일부분이다. 필자는 지난 5월부터 6월에 걸쳐 미국의 저소득층 흑인 및 소수민족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한 학교에서 실시된 또래 중재 프로그램의 보조교사로 도우며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열두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뉴욕의 한 비영리 기관(National School Climate Center)에서 파견한 교사에 의해 10회에 걸쳐 실시된 이 또래 중재 프로그램을 보며 느낀 점을 이 칼럼에서는 다루고자 한다.

 

 

또래 중재 (Peer Mediation) 교육 프로그램

 

‘또래 중재’란 학생들간에 일어나는 갈등이나 분쟁을 또래 학생이 중재하여 갈등 당사자들이 쌍방에 유익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돕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또래 중재에 대한 연구를 통한 긍정적인 효과들이 보고되면서 뉴욕시의 교육청에서는 또래 중재 교육을 실시할 교사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각 공립학교에서 이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래 중재 교육 프로그램은 교사나 상담교사의 추천을 받아 선발된 학생 –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나 중학생 – 을 대상으로 행해지는데, 필자가 참관한 교육 프로그램에는 12명의 7학년 학생들이 대상이었다. 모든 학생들은 교사와 상담교사의 추천과 본인의 동의를 거쳐 선발된 학생들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이 학생들의 절반은 문제행동을 일으켜 자주 정학을 당하거나 교사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였고, 나머지 절반은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학업 성적도 좋아 소위 모범생으로 인정받는 학생들이라는 것이었다.

 

교육은 한 회당 90분씩 총 10회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교육의 내용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능력, 성격, 외모, 종교등이 다른 타인을 포용하고 각자 다른 시각을 받아들이기, 분노 조절법 (anger management), 적극경청법 (Active Listening), I-Message (효율적인 감정표현법), 윈-윈 갈등 해결기술을 주로 다루고 있었다. 또한 수업에는 다양한 동영상과 구체물들 (종, 음료수, 털실 등)이 사용되었으며, 수업 방식은 토론과 역할극을 위주로 진행되었다.

 

마지막 수업은, 그동안 교육을 통해 배운 기술들을 학생들이 점심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학생들간의 상호작용이 많이 일어나는 교실 외의 공간, 놀이터나 구내 식당, 복도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의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실제로 또래 중재의 역할을 하는지를 상황극을 통해 연습해 보고 교육과정을 마치며 학생들의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지며 마무리 되었다.

 

 

또래 중재 프로그램에 대한 나의 느낌

 

이 프로그램의 교육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첫째로는, 학생들 뿐 아니라, 어른인 우리 조차 얼마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과 효율적인 갈등해결 방법에 대해 무지한 가 하는 것이었다. 갈등이나 분쟁 상황에서 한쪽편이 이기면 상대편은 당연히 진다고만 생각했지 쌍방이 모두 이길 수 있는 윈-윈 전략, 즉 쌍방에게 유익한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물론 나 자신도 배워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기술은  가르치지 않은 채, 갈등상황에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들을 비난하고 처벌할 줄만 아는 어른들… 시험에 출제되는 공부만을 강요하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은 가르치지 않는 학교와 가정…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 경험이었다.

 

둘째로는, 문제 행동으로 인해 학교에서 요주의 인물로 주목을 받는 아이들에게 ‘또래 중재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열등의식을 느끼고 있을 아이들에게 책임감과 리더쉽을 키워나가고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 감동을 받았다. 물론 소위 ‘문제아’로 불리는 모든 아이들이 10회라는 단기간의 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향상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감정을 조절하려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학교와 또래들에 대한 태도가 조금씩 바뀌며, 자신감이 향상되는 것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레이쳘이란 흑인 여학생은 학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학생이었는데, 또래 학생들보다 훨씬 체격이 큰데다 목소리가 크고 성격이 급해, 자주 분쟁에 휘말리고 쉽게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아 여러번 학교에서 경고와 정학 조치를 받은 학생이었다. 레이쳘에 의하면, 이 때문에 그 부모는 레이쳘을 전학시킬 계획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교육을 받는 중에도 자주 남학생들과 시비가 붙곤 하던 이 아이는 놀랍게도 마지막 수업 시간에, “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또래 중재자가 된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해 우리를 감동시켰다. 그리고는 “제발 엄마에게 전학시키지 말아 달라고 얘기해 주세요. 이 학교에 계속 있고 싶어요.” 라고 수업을 참관하고 있던 상담교사에게 간절히 애원하는 것이었다.

 

 

에필로그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는 ‘사회적인 동물’인 우리들에게는 갈등문제 해결능력과 사회성, 감정 (분노, 동정, 슬픔, 기쁨) 등의 절제와 표현의 기술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기술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성장하면서 저절로 터득한다고 생각하거나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과오를 범해왔을 뿐 아니라 아동과 청소년들이 대인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 감성을 키우고 연습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학교에서 오히려 상호작용의 기회를 억제하는 오류를 범해왔다.

 

이제 우리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 및 자살 등의 문제에 대응해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타인을 배려하고, 효율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문제해결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회성 감성 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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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감성교육연구소 소장 성진아

현재 사회성·감성교육연구소 소장이자 한동대학교 교육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간 미국의 시애틀과 뉴욕 지역의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교사로 일하고, 뉴욕 공립초등학교의 사회성·감성 교육(Social-Emotional Learning) 실행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컬럼비아대학(Columbia University)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부터 한국의 학교 현장에 맞는 사회성·감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 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그 외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한 사회성·감성 향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메일 js248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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