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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고교학점제, 단기 처방으로 끝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1396 김경범, 전 서울대학교 교수 2025.11.05
정부와 교육청이 고교학점제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비판합니다.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교사 증원’과 ‘학교 교육과 대학입시 동반 개혁’을 주장합니다.                                                                                     

 

 

고교학점제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이미 거의 다 드러나 있다. 이 글은 여기에 뭔가를 더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교육청이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의 위험성을 언급하기 위함이다. 정부와 교육청이 뭔가를 했으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그 피해는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미치고, 여기서 만들어진 절망과 체념은 미래에 누군가 다시 시작할 새로운 시도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올해 국정감사가 끝났으나 기억나는 장면이 없다. 지난 9월 17일에 발표된 「이재명정부 교육 분야 6대 국정과제」의 구체적 실천 방안도 사실상 논의되지 않았다. 아마도 연말 연초가 되면 내년 초 대통령 업무보고용으로 여러 종합계획과 지원 계획이 나오게 될 듯하다. 이 계획들은 법령 개정이 아니라 주로 예산 배분에 방점을 두게 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재구조화 사업’도 이렇게 진행될 개연성이 크다. 내년에 선택과목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면서 고등학교 현장의 부담과 혼란을 가중할 고교학점제 대책도 아직 안개 속에 있다. 교육부가 대책을 발표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책이 실효가 없어서 문제이고, 그래서 아직도 고교학점제 폐지 주장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26일에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은 다음 세 가지를 문제로 설정하고 있다.

 

◈ 고교 내신 평가 방식, 과목 선택을 위한 정보 부족 등으로 학생들이 진로‧적성보다 성적 유‧불리를 중심으로 과목 선택

◈ 초‧중학교부터 학습 결손이 누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교에만 책임교육을 강조하여 교사의 부담 가중, 형식적‧편법 운영 등 발생

◈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 등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적정 교·강사 확보 부족

 

그렇다면 이 세 가지 문제는 누가 만들었을까? 당연히 교육부가 만든 문제이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서 교육부는 이런 문제를 몰랐을까? 분명히 알았다. 이미 21년에 발표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2021.2.) 및 「고교학점제 단계적 이행계획」(2021.8.)에서 제기되었던 문제였다. 교사 부담 증가와 교사 부족은 고교학점제 이전부터 늘 제기되었던 문제이지만, 고교학점제가 이를 심화시켰다. 책임 교육을 하고 교육과정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당연히 교사가 부족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구나 학생이 진로•적성보다 성적 유불리를 중심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부가 이미 확정했던 선택과목 절대평가제를 23년에 상대평가제로 되돌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부가 설정한 대로 문제의 핵심은 교사 부족과 내신 상대평가제에 있다. 내신 상대평가제는 내신 절대평가제, 논•서술형 평가가 필요한 수업으로의 전환,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 교육과정과 수능의 충돌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이는 대학입시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 안착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자 근본적인 해결책은 ‘1. 교사 증원, 2. 학교 교육과 대학입시 동반 개혁’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이 내놓은 해결 방안은 다음과 같다.

 

◈ 고교학점제의 기조를 유지하며, ‘학생 지원 강화’, ‘현장 수용성 제고’, ‘운영 여건 개선 및 격차 해소’를 주요 내용으로 운영 개선 추진

◈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적정 교사 정원을 확보하고, 온라인학교, 공동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2026년 교원 정원 긴급 확보 추진

◈ 교육과정 개정 사항인 학점 이수 기준 완화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논의

 

먼저 학교 교육과 대학입시 동반 개혁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다음은 교원 증원 문제이다. 교육부 발표처럼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적정 교원 정원을 확보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교육부가 유보 정원 등을 여기저기서 모으거나 교원 감축 계획을 1년 연기하여 적용하면 약간의 정원을 늘릴 여지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교•강사 인력 확충은 결국 농어촌 학교에의 강사 인력 확충으로 귀결될 듯하다. 그래서 강사 채용 예산을 늘리고, 온라인학교 시도 간 교류를 추진하며, 국가기초학력지원포털 구축(2025.12.), 학습지원 전담교원 증원, 1:1 대학생 온라인 멘토링, 시도기초학력지원센터 확대 등의 부가적인 대책이 나열된다.

 

뜨거운 이슈였던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는 운영 유연화 방안이 교육부의 대책이다. 예방‧보충지도 시수를 1학점당 5 시수에서 3 시수로 감축하는 등 기존 지침을 완화했다. 출석률 미도달에 따른 추가 학습도 100% 온라인 프로그램으로도 운영 가능하도록 완화(2025.하∼)했다. 또 교육부는 학점이수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공통과목은 현행 유지하되, 선택과목의 경우 출석률만 적용’하는 방안과 ‘공통‧선택과목 모두 출석률만 적용하고 학업성취율은 보완 과정을 거쳐 추후 적용’하는 방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 제안했다. 모두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교육부의 대책이란 결국 현실에서는 최소 성취수준에 미달하는 학생이 존재하지만, 행정 문서로는 그런 학생이 존재하지 않는 마법 같은 결과를 만들기 위함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은 현장 선생님들의 불만을 완화하고, (긍정적으로 본다면)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시간을 버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뜬금없이 공통과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를 1·2학기 과목 합산 최대 500자(현재 1,000자)로 변경(2025.9.)하는 대책이 추가된 것도 교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교과세특 축소는 추후 언젠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개연성이 크다.

 

이 대책은 효과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교육부 장관이 이번 국감에서 “교원 수급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했지만, 교원 정원이 대폭 늘어나 학교 현장의 숨통이 트일 가능성은 거의 없고, 교원 정원이 대폭 늘어나더라도 내신 상대평가제가 일으킨 교육과정과 수능의 충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학교 교육과 대학입시 동반 개혁>은 이 문건에서 추후 계획으로라도 언급되지 않았고, 절대평가 전환을 위한 고교체제 개편, 지역 간 학력 격차 해소 방안은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마도 내신과 수능 절대평가, <학교 교육과 대학입시 동반 개혁>이 너무 큰 이슈라고 판단한 관료들은 이를 국가교육위원회로 보내서 중장기 과제로 넘기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교육부장관이 국회에서는 내신 절대평가, 수능 절대평가를 다음 대입 개편안(2032학년도)으로 추진하는 데 공감을 표했으나, 추후 10월 19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는 그 적용 시기를 정할 수 없는 장기 과제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교육부장관은 내신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지원하고 장관이 앞장서 줘야 고교학점제 문제를 정말로 해결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관료들은 계속 부차적인 사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가능한 이른 시간 내 교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예산을 확충하도록 대통령과 국회를 설득하겠으며, 만약 교육부가 교사 정원을 늘리지 못한다면 교육청이 교사를 임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교육부 장관을 보고 싶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고 갈 것인가, 문제를 정말로 해결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이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더라도, 학교 선생님들을 도우려면 교육청 단위 온라인학교의 연결을 넘어서 국가 단위의 온라인학교와 온라인학습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중장기 대책이 아니라, 당장 대학입시에서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해야 한다. 『2028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은 지난 8월 29일 발표되었다. 대학들이 내년 3월경 발표하는 2028학년도 대입 계획에 이를 포함하려면 「고교대학연계지원사업」을 활용해야 하고, 내년에 발표되는 『2029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에 포함하려면 교육부가 나서서 예고해야 한다. 그리고 논•서술형 문항을 활용한 성취평가제를 정교하게 준비하자. 그것만 해도 학교는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다. 교육 격차 심화, 대입제도와 충돌, 학생과 교사의 부담 증가를 장기 과제로 넘길지라도.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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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대학교 교수 김경범

스페인 마드리드 꼼쁠루뗀세 대학 박사 (중세 및 황금세기 문학), 페루카톨릭 대학 석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학사, (전)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기금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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