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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최신 교육연구 30선(제7회) – “시험 효과(testing effect)”

#1393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5.11.05
학습 과정에서 기억을 강화하고 이해를 깊게 하는 ‘저부담(low-stakes) 학습 도구’로서의 퀴즈와 시험이 학습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으며, 이를 위한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합니다.                                                                       

 

 

시험과 퀴즈에 대한 감정은 대개 부정적이다. 시험은 긴장과 평가, 실패의 가능성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교육 현장에서 대부분의 ‘시험’은 단순한 학습 도구가 아니다. 입시와 서열이 결정되는 고부담(high-stakes) 평가이며, 학생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한다. 따라서 시험이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쉽게 공감받기 어렵다.

 

그러나 이 글에서 다루는 ‘시험’은 성적과 등수를 매기는 평가가 아니다. 오히려 학습 과정에서 기억을 강화하고 이해를 깊게 하는 ‘저부담(low-stakes) 학습 도구’로서의 퀴즈와 테스트를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시험의 목적과 설계 방식이다. 줄세우기가 목적인 시험은 학습을 방해하지만, 학습과 성장이 목적인 시험은 전혀 다른 효과를 낳는다.

 

관련 연구(Morehead 외, 2023)가 이를 확인시켜 준다. 교사이자 교육 심리학자인 세 명의 연구자는 퀴즈와 시험이 적절히 설계될 경우, 학습에 강력한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 핵심은 ‘시험 효과(testing effect)’이다.

 

시험 효과란 정보를 단순히 읽거나 듣는 것보다, 스스로 떠올리고 인출하는 행위를 통해 기억을 더욱 강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원리는 점수를 매기지 않는 일상적 퀴즈, 자기 점검, 협력 학습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실험과 문헌 분석을 통해, 퀴즈와 테스트가 효과적인 학습 도구로 작동하는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단, 이 효과는 시험이 ‘안전한 학습 환경’에서 이루어질 때만 작동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불안과 압박이 지배하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1. 형식을 섞어라: 지루하지 않게, 자주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퀴즈를 자주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만큼 형식의 다양성도 필요하다. 같은 형식의 퀴즈가 반복되면 학생들은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흥미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형식을 제안한다.

 

• 객관식(MCQs): 널리 쓰이는 방식이지만, 보기를 전략적으로 구성하면 사고를 깊게 유도할 수 있다.
• 단답형/빈칸 채우기: 학생들이 정확한 용어나 개념을 기억하는 데 유용하다.
• 클릭커 활용 퀴즈1: 실시간 피드백과 참여를 높이며, 게임 요소를 도입할 수 있다.
• 퀴즈 게임 형식: 팀 대항전, 타임어택 형식 등으로 구성하면 학급의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다.

 

예컨대 과학 수업에서 “오늘 배운 내용을 4지선다 퀴즈로 정리해 볼까?”라고 물으며 수업을 마무리하거나, 국어 시간에는 ‘속담 끝말잇기’를 통해 단어 의미와 맥락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퀴즈를 재미있게 설계하면 학습이 곧 놀이가 된다.

 

 

2. 경쟁적인 오답을 넣어라: 더 깊은 사고 유도

 

객관식 문제는 흔히 ‘정답 찾기’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진다. 하지만 정답만 쉽게 눈에 띄고 나머지 보기가 너무 엉뚱하다면, 학생은 사고를 깊게 하지 않고 정답만 고르게 된다. 이때 ‘매력적인 오답(competitive alternatives)’을 활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가장 뜨거운 지구형 행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아래와 같은 보기를 준다.

A. 금성
B. 수성
C. 화성
D. 해왕성

 

이 중 D는 가스형 행성이므로 비교 대상에서 탈락된다. 하지만 A~C는 모두 지구형 행성이고,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므로 학생은 ‘수성은 태양과 가장 가깝지만 대기가 없어 열을 유지 못 해’, ‘화성은 온도가 낮고 대기가 희박하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정답인 금성의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와 온실 효과를 기억에 새기게 된다.

 

이런 방식은 단지 정답을 고르는 수준을 넘어, 학습자에게 배운 개념 간의 미묘한 차이와 의미를 능동적으로 비교하게 만든다.

 

 

3. ‘틀려야 보인다’: 사전 퀴즈의 힘

 

아직 배우지 않은 내용을 기반으로 퀴즈를 내는 ‘사전 테스트(pretesting)’는 얼핏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아직 배운 것이 없는데, 무엇을 맞히라는 말인가? 최근 한 연구(Little & Bjork, 2021)가 이 의문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새로운 내용을 학습하기 전에 먼저 간단한 연습문제나 퀴즈를 치른 학생들이, 일반적인 방식으로 공부한 학생들보다 후속 평가에서 무려 49%나 더 높은 성과를 보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학습 후 테스트를 진행한 학생들보다도 27%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오답이 만드는 학습의 문

 

이 전략의 핵심은 바로 ‘오답의 생성’이다. 학생들이 처음에 문제를 틀림으로써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인식하게 되고, 이후 학습 내용을 접할 때 정답을 스스로 탐색하고 연결하려는 동기가 유발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기존 배경지식은 더 능동적으로 활성화되며, 새로운 정보는 더 깊이 정착된다. 오답이 일종의 인지적 경고 신호로 작용하는 셈이다. 질문 자체가 학생의 뇌에 ‘인지적 갈고리(cognitive hook)’를 만들어, 곧 배우게 될 정보를 연결할 준비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형식의 선택: 객관식 vs 주관식

 

그렇다면 사전 퀴즈의 형식은 어떠해야 할까? 연구자들은 객관식과 주관식 모두 효과가 있지만, 학습 목표와 학생의 수준에 따라 적절히 섞는 방식을 권장한다.

 

• 객관식은 정답 선택지를 통해 학습자가 관련된 개념을 비교하고 추론하게 하며, 학습 부담이 낮고 시행이 쉽다.
• 주관식(단답형 또는 서술형)은 학생이 스스로 떠올려야 하므로 인출 부담은 크지만, 인지 활성 효과도 크다.

 

예를 들어 수업 전, “조선 후기 실학자 중 토지 개혁을 주장한 인물은?”이라는 객관식 문제를 제시하거나, “토지 개혁을 주장한 실학자의 이름을 써보시오”라는 단답형 문제를 낼 수 있다. 심화 수업에서는 “그 인물이 왜 토지 개혁을 주장했을까?” 같은 간단한 서술형 문제로 사고를 유도할 수도 있다.

 

교실에서 실천하기

 

실제 교실에서 사전 테스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다음과 같은 전략이 가능하다.

 

• 단순한 OX 퀴즈나 짧은 문제를 활용해 수업 전 도입부에서 핵심 개념을 추측해 보게 한다.
• 학생들에게 정답을 요구하기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설명하도록 유도한다.
• 틀린 답을 비난하지 않고, “아, 이건 많이들 헷갈리는 부분이야” 같은 피드백으로 오답을 학습 자원으로 전환한다.
• 사전 테스트 후, 수업 중 자연스럽게 해당 문제의 개념을 노출시키며 스스로 깨닫는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틀림’은 학습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다

 

한국 교육에서는 여전히 ‘틀림’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오답은 곧 실수이고, 실수는 감점이나 처벌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연구는 오히려 ‘먼저 틀려야 나중에 잘 배운다’는, 학습과 기억의 역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다.

 

사전 테스트는 학생의 자존감을 깎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용기’를 길러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학생이 “아, 이런 개념이 곧 나오겠구나” 하고 예측하거나 궁금해하는 순간, 학습의 준비 상태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틀려보는 경험이야말로 제대로 이해하는 길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Being wrong is an important milestone on the road to being right.)

– Little & Bjork, 2021

 

 

4. 함께 푸는 시험: 불안은 줄고 기억은 남는다

 

시험을 혼자 보는 것은 종종 불안을 유발한다. 하지만 여러 명이 함께 상호작용하며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형 그룹 퀴즈(group testing)는 긴장을 완화하고 학습 동기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공동 퀴즈가 학습자의 기억 유지율을 높이고, 동료 간 상호작용을 통해 이해를 심화한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4명씩 모둠을 만들어 사회 과목 주요 개념 퀴즈를 함께 풀게 하면, 서로 다른 기억 조각이 모이며 하나의 정답을 향해 수렴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학생은 “그 단어 어디서 들어봤는데…”, 다른 학생은 “지난 시간 영상에서 그 사람 이름 나왔잖아”라며 서로의 단서를 보완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기억 재현을 넘어, 개념의 연결과 의미 있는 인출이 일어난다.

 

단, 이때 주의할 점도 있다. 지나치게 열린 질문이나 토론 위주의 문제보다는, 정답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너무 모호한 질문은 오히려 정보의 왜곡이나 혼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선 후기 개혁 사상가 중 가장 급진적인 인물은 누구인가?”보다는 “토지 제도 개혁을 주장한 조선 후기 실학자는 누구인가?”처럼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질문이 협업 효과를 극대화한다.

 

결국, 그룹 퀴즈는 평가라기보다는 공동의 기억을 구축하는 학습 활동이 될 수 있다. 경쟁보다 협력이 중심이 될 때, 학생들의 불안은 줄고 학습은 더 깊어진다.

 

 

5. 스스로 떠올리게 하라: ‘떠올리기 연습’의 힘

 

학생이 배운 내용을 스스로 문제를 내고 풀어보는 ‘자기 문제 풀이(self-testing)’는 단순한 복습보다 훨씬 효과적인 학습 전략이다. 머릿속에서 정보를 꺼내 답을 찾는 과정이 기억을 강화하고, 자신의 이해 수준을 스스로 점검하는 메타인지 능력도 길러준다.

 

즉, ‘다시 읽기’보다 ‘스스로 떠올리기’가 진짜 학습을 만든다. 이런 자기 문제 풀이 방식은 학습과학에서 말하는 ‘떠올리기 연습(retrieval practice)’의 대표적 형태로, 다음과 같은 전략들이 있다.

 

• 노트 없이 요약하기: 강의나 책 내용을 본인의 언어로 요약해 보되, 절대 참고 자료를 보지 않는다.
• 소그룹 상호 퀴즈: 친구들과 역할을 나눠 서로 문제를 내고 맞히며 자연스럽게 복습한다.
• 스스로 문제 만들기와 답변하기: 학생 스스로 퀴즈 문제를 만들어보고, 그에 대한 정답과 이유까지 작성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광합성이 일어나는 세포소기관은?”이라는 문제를 만들었다면, 그에 대한 답으로 ‘엽록체’만 적는 것이 아니라, “왜 엽록체인가?”, “광합성과 엽록체의 관계는?”까지 서술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를 만들고 답을 생각하며 근거까지 설명하게 하면, 학생은 자연스럽게 정보 구조를 재정리하고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또한 교사는 학생이 만든 문제를 수업에 활용하거나 친구들과 바꿔 풀게 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유도할 수 있다.

 

스스로 퀴즈를 구성하고 답변해 보는 활동은 단지 기억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학습 내용을 조직화하고 인지적 정교화(elaboration)를 촉진하는 고차원 전략이다.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험을 설계할 줄 아는 사람’이 될 때, 진짜 학습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6. 시험 효과의 전제조건: 안전한 학습 환경

 

지금까지 소개한 다섯 가지 전략은 모두 ‘저부담, 고빈도’의 학습 중심 평가를 전제로 한다. 즉, 점수가 성적에 반영되지 않거나, 실수가 처벌받지 않는 안전한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다.

 

반대로 시험이 서열을 결정하고, 한 번의 실수가 큰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고부담(high-stakes) 상황에서는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크게 감소하거나 사라질 수 있다. 오히려 불안과 회피, 표면적 암기만 강화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교사는 시험 효과를 활용하되,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의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퀴즈는 학생을 선별하는 도구가 아니라, 학습을 촉진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틀려도 괜찮아”, “이건 연습이야”라고 느낄 수 있을 때, 시험 효과는 비로소 학습의 강력한 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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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클릭커(clicker) 활용 퀴즈 – 학생들이 개인용 응답기(혹은 스마트폰 앱)를 이용해 교사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을 제출하는 방식이다. 즉각적인 정답 비율과 반응 결과가 화면에 시각적으로 나타나므로, 교사는 학생들의 이해도를 즉시 파악할 수 있고 학생들은 게임처럼 참여하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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