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대책은 무정부 상태
|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교육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살피지 않는 것을 비판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현재 사교육비 문제와 관련하여 무정부 상태를 견디고 있음을 꼬집습니다. |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교육 정책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오직 디지털 교과서와 의대 정원만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 논란은 올해 전국 11,921개 초·중·고에서 3,946개교(33.1%)가 채택하기로 하면서 일단 멈추겠지만, 올해 비용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교육부와 교육청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가을이 오면 내년도 예산 배정과 후속 사업 지속 여부 및 뒤처리를 두고 교육부, 국회, 교육청 사이에 더 큰 분쟁이 일어날 듯하다. 이 사업은 현 상태로는 지속될 수 없으므로, 교육부 스스로 가을 전에 새로운 정책 대안을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사실, 대안을 찾는다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디지털 교과서 논란은 교육부가 “학교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디지털 교육 플랫폼과 수업 아카이브 구축”에서 멈추지 않고, 여기에 ‘교과서’라는 단어를 덧붙이면서 촉발되었다. 2022년 7월 29일, 교육부의 대통령 첫 업무 보고에는 없었던 디지털 교과서가 현 장관 취임 이후, 2023년 1월 5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이렇게 등장한다.

여기서 우리는 “개선방안 수립(’23) → 시범운영(’24) → 단계적 도입(’25)”이라는 사업 추진 일정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당시 계획으로는 시범운영 후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려고 했다. 시범운영도 하지 않고 2025년에 전면 도입하려는 계획이 아니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교육부는 “플랫폼과 아카이브”에서 “교과서”로 전환하는 정책에 신중했던 듯했다. 그리고 여기서 디지털 교과서는 법적 지위를 갖는 용어라기 보다는 코스웨어를 표현하는 일종의 신조어였다. 그런데 2024년 1월 24일 발표된 「2024년 교육부 주요 정책 추진계획」에서는 디지털 교과서 관련 사업으로 소프트 랩과 에듀테크 전용몰에 이어 “(해외진출) 디지털 교육모델과 에듀테크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K-에듀 브랜드’를 개발·확산하고 ‘K-에듀테크 해외진출 전략’ 수립(’24.하)”이라는 매우 낯선 문구가 등장한다. 교육부 사업이 아니라 마치 산업통상자원부 사업처럼 보인다. 특정 산업 분야의 해외 진출 사업을 교육부가 깃발 들고 추진했던 적이 없었다. 이때부터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이 사업을 추진하는 장관의 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올해 이후에도 계속 예산을 투입하려면 교과서라는 법적 지위가 필요했다. 그래서 2023년 10월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교과서 지위를 부여하였고, 2025년 전면 도입을 추진하여 전국 33.1%의 학교가 이를 채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디지털 교과서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문제는 ‘교과서’라는 단어에 있고,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 이면에는 정부가 여러 유형의 업체에 지출해야 할 돈(세금)의 규모와 성격이 핵심적인 쟁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한편, 의과대학 정원 증원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제기했으며, 보건복지부가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교육부는 따라가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 이후,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되면서 갑자기 교육부는 의대 정원 원점 회귀 안을 내놓으며 혼선을 만들었다. 2월 27일 국회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한정하여 각 대학 총장이 교육부 및 보건복지부와 협의한 범위 내에서 4월 30일까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여기에 개입된 이해관계자들이 너무 많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서로 달라서 개별 대학이 합의안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원점으로 회귀할 듯하지만, 이 결정도 의대 정원 문제를 잠시 덮어두는 미봉책일 뿐 해결책은 아니다.
의대 증원의 여파로 의료 서비스가 제한되었고, 국민의 고통과 불안이 커졌다. 의대 교육도 멈췄다. 그 결과 국민의 고통과 불안이 언제쯤 해소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엄청난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디지털 교과서도 사실상 교실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결국, 현 정부는 시끄럽게 여러 일을 벌였으나, 무엇 하나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채 국민에게 피해만 끼쳤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도 마찬가지이다. 현 정부의 사교육 대책은 그야말로 허수아비 게임이었다. 아무 준비도 계획도 없이 엉뚱한 곳에다 에너지를 쏟았고, 결국 아무런 실효가 없었다. 3월에 발표될 작년도 사교육비 통계는 역대 최고를 갱신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려는 정책 의지도 없고, 사교육비와 직결되는 대입제도를 결정할 때 이를 고려하지도 않았다. 국민은 사교육비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정부는 국민의 고통을 돌아보지 않았다. 사교육비 관련하여 우리 사회는 무정부 상태와 같다.
현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
사교육비 경감은 원래 현 정부의 정책 과제에 없었다. 사교육비라는 단어는 2022년 7월 29일 대통령 업무 보고에도 없었고, 2023년 1월 5일 대통령에게 보고된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 – 교육개혁, 대한민국 재도약의 시작」에도 없었다. 당시 교육부의 핵심 정책 과제는 디지털 교육, 유보통합, 늘봄학교, RISE 사업 등이었다. 그런데 2023년 6월 15일 교육부 장관의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 척결’과 ‘킬러문항 배제’를 지시했고,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크게 배웠다고 말하면서, 부랴부랴 교육부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23년 6월 21일), 「사교육비 경감 대책」(23년 6월 26일)을 내놓았다. 이는 사교육 카르텔 척결과 킬러문항 배제라는 대통령의 지시만 따라가는 대책이었지, 교육부가 공교육 경쟁력 제고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만든 정책이 아니었다. 다만 이름만 그러했을 뿐이다.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은 사실상 고교학점제 보완 정책이었다.
<고교학점제 보완 추진>

위 고교학점제 보완 방안 중에서 ‘평가관리센터’는 2024년 1월 24일 발표된 교육부의 <2024년 교육부 주요 정책 추진계획>에서 “논‧서술형 평가 확대에 맞춰 모든 고교 교사의 평가 전문성 향상 연수 집중 실시(’24~’26)”, “핵심·선도 교원 5,000명 양성을 통한 1인 1고교 전담 배치, 연구대회·연구회 활성화 지원”, “국가·시도 평가관리센터 중심으로 국가수준 평가 기준 마련, 평가 관련 자료 보급 등 절대평가 내실화(’24.상~)”로 구체화되었으나, 그 이후 교육부 문건에서는 사라진 단어가 되었다. 단지 올해 대구교육청이 IB(국제 바칼로레아) 수업 확산을 위해 설립할 계획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논서술형 평가관리센터는 절대평가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지만 정말로 하려는 진정성이 교육부에는 없었다. 온라인학교도 새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안착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올해 거의 모든 교육청이 운영하는 온라인학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졸업을 위한 재이수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 성격이 대폭 축소되었다. 다른 보완 방안들은 기존 업무를 끌어모은 재탕이다. 대학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안은 학점제 보완 방안도 아니고, 사교육비 대책도 아니다. 특히 교육부의 2028 대입안은 교육과정과도 맞지 않고 사교육비를 오히려 늘리게 되므로 정책 간 엇박자가 났다.
이와 함께 발표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핵심은 사교육 카르텔 척결과 킬러문항 배제이지만, 실상은 그동안 교육부가 추진해 온 여러 사업과 기존 업무를 끼워 넣은 것에 불과하다. 일종의 보여주기용 문건인 셈이다.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으므로, 이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사교육비를 줄이지 못한다는 결정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문건에 있는 아래 요약표에서 볼 수 있듯이, [1] 수능과 [2] 사교육 카르텔은 대통령 지시이고, [3] 입시는 「고교교육기여사업」 및 교육청과 대교협 사업을 통해 기존에 하던 업무이고, [4] 중‧고와 [5] 초등도 이미 발표된 사업으로 채워져 있다. [1]과 [2]는 새롭고, [3]-[5]는 새롭지 않다. 그리고 모든 대책은 사교육비를 줄이는데 실효가 없었다.

교육부가 밝힌 사교육 대책의 요지는 이렇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던 “지난 5년(2017~2022) 동안 학생 1인당 月평균 사교육비가 50.9% 급증”했고, 이는 “2021~2023학년도 수능 및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킬러문항 총 22건” 때문이며, 윤석열 정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학교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과도한 사교육으로 인해 학생, 학부모 및 교사가 모두 힘든 와중에 학원만 이익을 취하는 공정하지 않은 상황을 뿌리 뽑기 위해” 다음의 세부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① 공교육 과정 중심의 공정한 수능: 변별력을 유지하되 킬러문항 핀셋 제거
② 사교육 카르텔 근절: 대형 입시학원의 허위‧과장 광고 단속, 부조리 신고센터 운영
③ 학원의 도움 없이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공정한 입시 체제 구축
– 교육과정 수준과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대학별고사, 내신 선행학습 영향 평가 실시
–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존치 및 자기주도학습전형 선발
– 무료 대입 상담 제공
④ 중‧고등학교 맞춤형 학습지원: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과 연계하여 EBS 활용
⑤ 국가 책임 강화: 초등 돌봄 및 예체능 교육 지원
⑥ 유아 공교육 강화
그리고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과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작동하면 이렇게 달라진다고 밝혔다.

이 대책은 추후 모든 정부의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 교육부의 원인 진단이 잘못되었고, 원인과 해결책은 서로 맞지 않으며, 제시된 해결책 역시 공허하다. 더구나 그해 교육부가 내놓은 2028 대입 제도는 국가 교육과정과 단위학교 교육과정 간의 충돌, 내신 상대평가, 교육과정과 수능 간의 충돌로 인해 오히려 사교육비 지출을 부추기게 된다. 정부는 스스로 신뢰를 잃었다. 이처럼 현실과 유리된 보여주기용 사교육 대책은 이후 「2024년 교육부 주요 정책 추진계획」(24. 1. 24.)에서 “사교육 카르텔 혁파, 수능 출제 개선, 1대1 코칭” 등 동어 반복적인 대책으로 제시되었고, 기존 정책을 통합하여 새로운 이름을 붙인 “사교육 없는 지역‧학교 조성”으로 갈무리되었다. 그리고 마치 장관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에 맞춘 문건처럼 보이는 「윤석열 정부 교육 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계획」(24. 11. 18.)에서는 사교육비 경감 방안이 사라지고 대신 사교육 카르텔 대응만 남았다.

이 문건에서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 개설(’23.6.), 사교육 업체와 문항 거래 의혹이 있는 교원 및 사교육 업체 수사 의뢰 등 범정부 차원에서 공동으로 사교육 카르텔에 엄정하게 대응해 왔다. 특히 올해는 교원의 사교육업체 문항 판매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입시철에 맞춰 편·불법 입시 상담 학원 등에 대한 특별 점검도 실시한다(’24.11.~’25.1.)”라고 언급한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보기에도 교육부의 정책이 사교육비 관련 성과로 차마 내놓을 수 없으니,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며 성과를 축소한 것은 아닐까. 사교육 카르텔 대응이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쓰일 수는 있어도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아니라는 사실을 교육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문건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현 정부의 정책 과제에 없었던 사교육비 경감은 대통령의 엉뚱한 지시로 잠깐 문서에 등장했다가 다시 사라졌다.
수능 변별력이 강하게 유지되면, 킬러문항 제거만으로는 사교육비가 줄지 않는다. 두세 개의 킬러문항이 네다섯 개의 “준 킬러문항”으로 대체될 뿐이고, 이렇게 새로운 문제 유형이 생겼으니 오히려 사교육비를 키우게 된다. 킬러문항은 변별력의 산물이다. 대통령이 주도하고 교육부가 밀어붙인 사교육 카르텔과 킬러문항 논란은 전형적인 허수아비 게임이었다. 사교육비의 주범으로 허수아비를 세워두고 거기에 돌을 던지면 허수아비는 쓰러질지언정 사교육비는 줄지 않는다. 그런데 국민은 그것이 허수아비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고 돌을 던지지 않았다. 그래서 허수아비조차 쓰러뜨리지 못했다. 대통령이 지목했던 학원은 더욱 성업 중이라고 한다. 현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이 이러했다.
앞으로 사교육비가 줄어들 징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정부의 정시 40% 확대, 현 정부의 의대 증원과 N수생 확대, 의대 쏠림, 강력한 수능 변별력, 겉보기 공정성 강화 등 모든 게 학부모에게 사교육비를 더 지출하라고 요구한다. 게다가 올해부터 상위권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대학별고사를 강화하거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확대 적용해야 하고, 정시모집에서도 수능만이 아니라 학생부와 대학별고사를 추가하고 있다. 국가는 사교육을 조장하고 학부모는 각자도생하고 있다. 현행 대학입시는 더 좋은 학교 교육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학부모는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해야 하며, N수생 증가와 의대 쏠림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런데 현행 수시 60%와 정시 40% 구조에서는 새로운 대입제도를 논의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인구 감소 및 고령화와 맞물려 가난해지고, 사회적 격차는 심각해진다. 진보와 보수, 학생부와 수능, 수시와 정시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생존을 위해 대학입시와 학교 교육을 동반 개혁하자. ‘수시/정시모집 통합’과 ‘내신 절대평가’가 동반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교육부의 2028 대입안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사교육비 고통을 앞으로 최소 5년 더 겪어야 한다.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전면적인 대입 개편과 더 좋은 학교 교육을 만들기 위한 교육개혁과 투자가 필요하다. 적어도 교육 이슈로 한정한다면, 다른 대책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사교육비는 이미 다가온 가난한 미래와 사회적 격차를 보여주는 강력한 지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 우리는 현재 사교육비 문제와 관련하여 무정부 상태를 견디고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스페인 마드리드 꼼쁠루뗀세 대학 박사 (중세 및 황금세기 문학), 페루카톨릭 대학 석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학사, (전)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기금 부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