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박사의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⑬] 과업 기반 언어교수법(TBLT)이 효과적인 이유, 신경과학에서 답을 찾다
| 학습과학은 뇌가 학습하는 원리에 관한 기존의 인지·신경과학 연구를 교수학습 실천과 연결합니다.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에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 교육계에서 학습과학을 실제 수업에 적용한 사례 및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그 첫 시리즈로 쉽고 재밌는 ‘켈리 박사의 학습과학 실천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
나는 ‘과업 기반 언어교수법’(task-based language teaching, 이하 TBLT)1을 정말 좋아하며 이 방법이 옳다고 믿는다. 인간적이며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방식이 언어 교육에서 점점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많은 사람이 TBLT가 좋다고 말하지만,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TBLT가 다른 교수법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그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물론, TBLT에서 다루는 과업이 호텔 체크인 카드 작성처럼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겪을 법한 경험을 더 많이 반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내가 TBLT에 끌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다. 사실, 나는 그런 지루한 현실 세계의 과업보다는 미궁에 빠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과업을 훨씬 더 좋아한다!
TBLT의 차별점과 핵심 요소
TBLT의 과업을 수행하면 학생들이 더 몰입하게 되고, 말하기 및 쓰기와 같은 산출 활동에서 목표 언어(예컨대, 영어 학습자의 목표 언어는 영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효과는 전통적인 언어교수법인 ‘제시-연습-산출’(presentation-practice-production, PPP)2 방식의 수업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며, 나는 이런 사례를 수십 가지나 보여줄 수 있다. 분명 TBLT를 특별하게 만드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나 역시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TBLT만의 특별한 장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확신한다. 그리고 이 의문을 풀 실마리는 신경과학에 있다고 직감했다. 사회적 뇌(social brain)3, 예측 처리(predictive processing)4, 감정(emotion) 등 이러한 신경과학적 개념과 TBLT 사이에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런 요소들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TBLT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TBLT만의 특성은 대체 무엇일까?
몇 달 전, 나는 마침내 답을 찾았다. 예상대로 그 답은 신경과학에서 나왔다. 우선, ‘과업(task)’은 TBLT의 핵심이다. 과업이란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일반적으로 학생 간의 정보 격차(information gap)를 메우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TBLT의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① 학생의 주요 목표는 과업을 완수하는 것이다.
② 언어는 그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③ 학생은 자신의 언어적 자원을 사용한다.
즉, TBLT에서 언어는 다른 접근법에서처럼 학습의 목표가 아니라 학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언어적 관점에서 보면 TBLT는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 사이의 언어적 격차(language gap)를 연결하고 메우는 역할을 한다.
TBLT의 차별점은 학생이 이미 정보 혹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전적으로 ‘실행’에 초점을 둔다는 점이다. ‘실행이 지식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마치 언어 학습자가 언어 실습을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아는 것’에서 ‘실행하는 것’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나는 살을 빼는 방법을 잘 알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역시…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인지적 통제와 언어 학습
그렇다면 뇌는 이 과정을 어떻게 수행할까? 다시 말해, 목표를 어떻게 행동으로 전환할까? 주말 여행을 계획하거나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처럼, 어떤 시도를 할 때 뇌는 필요한 요소들을 어떻게 조율할까? 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질문을 수십 년간 연구해 왔지만,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델 다이아몬드(Adele Diamond)와 같은 연구자들은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에서 작동하는 기본적인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s)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 자기 억제(self-inhibition)가 포함되며, 이 기능들은 어린 시절에 발달한 후에도 계속해서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① 읽기 능력(작업기억 필요)
② 관점 전환 능력(인지적 유연성 필요)
③ 체중 감량 능력(자기 억제 필요, 이것이 나에게는 특히 어려운 부분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여 우리가 행동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연구는, 최근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뇌가 ‘아는 것’을 ‘실행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인지적 통제(cognitive control)라고 한다. 이는 전전두피질을 비롯한 여러 뇌 영역이 관여하는 시스템으로, 우리의 목표를 행동으로 전환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인지적 통제 덕분이다.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바드르(David Badre)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식과 행동은 별개의 것이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하고자 하는 것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간극은 사소한 것이 아니다. 쉽게 넘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뇌에는 이 간극을 연결해 주는 특정 기능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인지적 통제의 본질이다.” (Brain Science Podcast, 2021)
나는 교토에서 산책을 하다가 바드르의 이 말을 들었는데, 그 순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말이 내 오랜 질문, 즉 ‘TBLT의 차별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임을 즉시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둘을 연결해 의미를 깨닫는 과정’ 자체가 바로 인지적 통제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TBLT의 필요성: 실천적 학습으로의 전환
대다수의 교사는 언어 학습에서 이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버린다. 전통적인 언어 교육 방식에서는 학생들에게 ‘나는 ~가 되고 싶다’는 문장을 다섯 개 써 보라는 식의 활동을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활동은 특별한 계획이나 창의적인 언어 생성이 필요하지 않으며, 단순히 정해진 틀 안에서 단어만 바꿔 끼우는 대체 연습(substitution exercise)에 불과하다.
반면, 학생들이 정보 격차를 해결하는 과업을 부여받았을 때(예를 들어, 범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 전과 후의 사진’을 비교하는 활동), 단순히 정해진 표현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스스로 계획한다. 또한, 자신의 언어 자원을 활용해 표현을 만들어 내고, 상대방과 의미를 조율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즉, 알고 있는 언어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인지적 언어 통제(cognitive language control)가 학생들이 반드시 훈련해야 할 핵심 기술임을 이해하면, 언어 학습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는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와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학생들이 왜 간단한 대화조차 더듬으며 어려움을 겪는지 설명해 준다. 또한, 학생들이 자주 침묵하는 이유, 해외 홈스테이 기간 동안 언어 능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이유, 그리고 왜 TBLT가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언어 교육에서 필수적인지까지도 설명해 준다. 특히, 제2언어(second language, L2) 사용 환경에서 TBLT 과업 수행과 같은 실습 과정이 부족하다면, 학생의 언어 능력은 영원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교육계는, 특히 의학이나 비즈니스 같은 분야에서 실습과 인턴십을 도입하여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교육은 시대에 뒤떨어진 패러다임을 따르고 있다. 즉, 언제 필요할지 모를 정보를 일단 학생들의 머릿속에 저장해 두는 방식이다. 인지적 통제에 대한 이해는 이러한 구시대적인 교육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보다 실천적이고 종합적인 교육으로의 전환, 그리고 TBLT는 그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대안이 될 것이다.
| 이 칼럼은 코리아테솔(Korea TESOL)의 ELT 잡지 <The English Connection>(Autumn 2022 Volume 26, Issue 3)에 영문으로 실린 커티스 켈리(Curtis Kelly) 박사의 글을 약간 수정한 것입니다. 원본은 https://koreatesol.org/content/english-connection-tec에서, 더 긴 버전은 <MindBrainEd Think Tanks>(mindbrained.org)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Reference>
• Campbell, G. (Host) (2021, November 24). David Badre explores cognitive control (BS 190). In Brain Science.
https://brainsciencepodcast.com/bsp/2021/190-badre
각주
- 과업/과제 기반 언어교수법(task-based language teaching, TBLT)은 의미 있는 과업(task, 과제)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언어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된 교수법으로, 여기서 ‘과업’은 실생활과 관련된 목적 지향적 활동을 의미한다. TBLT의 핵심 원리는 언어 형식보다는 의미에 초점을 둔 효과적 의사소통, 실제적 과업 수행, 피드백을 통한 정확성과 유창성 향상을 들 수 있다.
- 제시-연출-산출(presentation-practice-production, PPP) 3단계 교수 모형은 전통적 언어 학습 방식으로 먼저 교사가 새로운 언어 항목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학생들이 반복 연습한 후, 그 언어 항목을 실제 상황에서 사용하는 단계로 구성된다. 이 방식은 명확한 구조를 제공하고 충분한 연습을 시키기 때문에 특히 초급자에게 효과적인 교수법이다.
- 사회적 뇌(social brain)는 인간의 관계 형성 및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과 기제로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협력과 사회적 행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언어 학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 예측 처리(predictive processing)는 뇌가 환경에서 입력되는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며 능동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즉, 뇌는 패턴을 인식하고 미리 예측하며 실수를 수정하고 적응해 가는데 이는 언어 학습에서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커티스 켈리(Curtis Kelly)는 교육학 박사이며, 일본 간사이대학교(Kansai University) 영어과 교수이다. 인생 사명은 "교실에서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 인기 있는 강연자이자 작가로서 500회 이상의 프레젠테이션을 했으며, 35권 이상의 책을 집필했다. 대표적 저서로는 『Significant Scribbles(중요한 낙서)』(Longman), 『Active Skills for Communication(능동적 의사소통 기술)』(Cengage), 『Writing from Within(내면으로부터의 글쓰기)』(Cambridge) 등이 있다. 뇌과학과 언어교육을 연결하는 무료 잡지 <MindBrainEd Think Tanks>의 구독을 독자들에게 적극 권유한다. ctskelly@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