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도입 논란과 교육부 주도의 교육정책 실패 원인
| “교육은 아날로그 방식이, 그리고 사람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느 때보다 그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은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제 AI교과서가 아닌 AI교육부를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본문 중에서] |
1. 들어가며
교육부는 2023년 6월 ‘AI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에서 ‘AI디지털교과서’를 2025년부터 교육현장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초·중·고 일부 학년의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국어, 기술·가정, 사회·과학까지 점차 확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원단체, 시·도교육감협의회,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국어를 빼고, 사회·과학은 1년 늦추기로 했다. 그리고 2024년 12월 2일에야 실물 ‘AI디지털교과서’가 공개되었다.
AI교과서1 도입 논란이 뜨겁다. 사실상 거의 전쟁터나 다름없다. 주체는 교육부와 학교 현장(교원단체, 학부모)이다. 보통 교육부는 다른 부처보다 여론에 민감하다. 여론에 따라 때로는 정책을 전면 수정하거나 폐기한다. 경험상 AI교과서 도입은 교육부 내부에서도 무리수라는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의대 증원 문제처럼 늪에 빠진 모양새이다.2 답이 없는데, 모순적인 정책을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관성적으로 달리고 있는 폭주 기관차 같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의원은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 교육위 소속 고민정 의원과 공동으로 AI교과서 도입에 대한 학부모, 교원 인식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86.6%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에는 초·중·고생 학부모 7만 4243명(69.7%), 초중고교 교원 2만 7583명(25.9%) 등 10만 6448명이 참여했다. 학부모들은 AI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85.0%(매우 반대 75.2%)가 반대했고, 교원은 90.9%(매우 반대 81.1%)가 반대해, 전체적으로 반대가 86.6%(매우 반대 76.9%)였다. “교육부의 AI교과서 도입 방식이 어떠한가?”에 대해 학부모는 84.9%, 전체(학부모 및 교원)는 87.0%가 부정적이었다.3 다른 AI교과서 관련 온라인 설문과 달리, 국회 설문은 대규모의 학부모 응답이 들어갔기에 그 안에 여론의 방향이 담겼다고 본다.4 그리고 현재까지 교육부 주도의 학부모와 교원 대상 대규모 설문조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교원단체들도 설문을 실시했다. 전교조는 2024년 12월 17일 교사 26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8.5%는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교원 연수만으로는 내년 3월부터 도입할 AI교과서의 원활한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95.6%가 학교 내 인프라 구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98.6%가 A교과서가 잠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지역·소득에 관계없이 학생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았다. 97.2%가 맞춤형 교육으로 영어나 수학 포기 학생이 감소할 것이라는 교육부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5
서울교사노조는 AI교과서 전시본을 검토한 교사 555명을 대상으로 11월에 설문을 하였는데, “AI교과서가 도입취지를 얼마나 구현했는가”에 평균 1.9점의 응답 결과가 나왔다.(5점 만점). AI교과서에 반대하는 응답은 90%가 나왔다.
반면 교육부가 지난 17일 ‘2024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서 실시한 설문에서는 다소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AI교과서 수업 시연과 쇼룸을 참관한 교사 356명과 학부모 176명이 참여한 조사에서, 교사 만족도는 3.97점에서 4.33점으로, 학부모는 3.53점에서 4.23점으로 상승했다.6 다만 교육부의 발표가 과연 AI교과서의 도입 근거가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앞서 언급한 국회의 10만 학부모·교원 설문과 비교해 봤을 때 그 숫자가 초라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국회 설문 발표 이후, 우선 도입한 뒤 학부모와 교사의 반응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도입 과정의 반발 여론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여당 의원들조차 연기를 검토하는 것이 어떠냐는 입장이다.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AI교과서가 헌법을 위반했다며 국회가 나서 도입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성명에서 AI교과서를 교과서로 학교 현장에 도입하는 것은 헌법이 추구하는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시급히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변은 “헌법 제31조 제6항에서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며 교육에 관한 본질적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라는 ‘교육제도 법정주의’를 요청하고 있다”라고 전제하면서, “‘초·중등교육법’이 아닌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여 추진 중인 AI디지털교과서는 헌법의 요청에 반하는 것이 명백하다.”라고 짚었다.8
한국초등교육학회는 지난달 30일 연차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초등교사들이 AIDT 도입에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국 초등교사 163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설문조사와 면접 방식을 통해 진행된 연구에서 초등교사들은 AIDT가 도입되면 학습적 영역에서는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학생들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성 발달 등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또 학생들의 부정행위와 표절, 개인정보 유출, 학습결과에 따른 과도한 경쟁이나 차별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교사들은 행정업무 부담이 늘고 수업 중 해결할 수 없는 기술적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조사대상 9개 영역 중 학습 부분을 제외한 8개 영역에서 모두 우려한다는 평가가 높게 나왔다.9
2. 우리가 AI교과서 논란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
온라인 매체와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며, 이는 교육과 일상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 수업에서 흔히 사용되던 교육 프로그램들이 어느새 자취를 감춘 상황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한때 전 국민이 애용했던 플랫폼들 역시 빠르게 사라지거나 새로운 플랫폼으로 대체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서책형 교과서와 아날로그식 수업 방식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은 디지털 매체와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형태로 유지되며, 교육 현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변하지 않는 가치와 학습의 본질을 상기시켜 주는 동시에, 디지털화된 세상 속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으로는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교육 또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래에는 교사의 역할조차 필요 없게 될 것이며, 인공지능(AI)이 선생님을 대체해야 한다는 요구와 논의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교사나 판사 같은 직업이 미래 사회에서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예측이 자주 언급되며, 이제 이러한 이야기는 익숙해질 정도로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AI가 아닌 사람, 즉 교사에게 직접 교육받는 시스템의 중요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온라인 수업을 도입했던 시기를 경험했다. 당시 학생들의 연평균 등교 일수는 50일이 채 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학교폭력, 생활지도와 인성교육의 필요성, 학생들의 식습관 문제(급식), 기초학습부진(학습결손), 그리고 학습격차(교육격차) 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학교 교육의 본질과 목적, 그리고 교사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으로 이어졌다. 만약 학교의 역할이 단순히 입시와 진학 준비에 불과하다면, 전 국민이 공교육을 떠나 학원으로 몰렸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규모로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 전 세계 선진국에서 홈스쿨링이 널리 인정받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한 요구가 크지 않은 점은 공교육이 여전히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과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교사를 AI로 대체하자는 주장은 점차 사라져 갔다. 다만, 일부에서는 공교육에서 학교가 너무 과도한 서비스와 응대를 제공하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교사의 사명감과 헌신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으며, 수업 이외의 업무까지 교사들에게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10
AI교과서가 교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 사교육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교육개혁의 핵심 도구라는 믿음이 과연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교육부 관료는 AI교과서마저 도입하지 않는다면 공교육 신뢰가 어렵다는 발언을 했고,11 현 교육부 장관도 AI교과서 도입을 통해 잠자는 학생들을 깨울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공교육 내 학습 환경이나 학생 참여 부족의 원인을 교사들에게 돌리는 편향된 시각을 드러낸다. 학생들이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잠을 자는 이유는 단순히 교사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교육정책의 미흡함과 학습자 중심 환경의 부재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를 AI교과서 도입만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교육의 본질과 문제 해결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AI교과서 실물이 2024년 12월이 되어서야 공개가 되었다. 교육부는 공문을 보내어 교과서 선정 작업(의무 선정)을 끝내라 하고 있는데, 이것이 위법이라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12 이 기사에서 한 인사는 AI교과서 가격이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인데도 교육부가 지침에서 ‘AI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가격 검토’를 규정한 것에 대해 “정당한 행정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부가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AI교과서의 의무적 사용을 학교에 압박하면 배임 혐의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여덞 곳은 교육부 지침을 12월 중에 보내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시기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12월에야 완성된 AI교과서를 다음 해 교과서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성과 준비 부족을 고려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특히 개발 과정에서 일정이 계속 연기되어, 후반부에야 겨우 조잡한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정책 실행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다. 이런 식으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추진된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으며, 실패가 자명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교사들조차 AI교과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며, 이미 사용해 본 일부 현장 관계자들의 평가 또한 매우 부정적이다. 현장에서 “생성형 AI는 교과서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이를 간과한 채 민간 개발업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의 이러한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공교육의 본질을 고민하기보다 특정 민간업체의 이익을 옹호한다는 인식을 주어, 아무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소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AI교과서 연수를 받은 교사들이 “희한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2시간짜리 연수를 특급 호텔에서 진행하고, 고가의 간식이나 다양한 기념품을 제공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교사 연수와는 확연히 대조된다. 일부 교사들은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이례적이며, 이러한 차별화된 지원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직속기관(연수원)에서 진행되는 기존의 연수는 예산 지원이나 정책적 관심이 부족하여 간식도, 책자도, 기념품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균형은 교사들 사이에서 오히려 정책적 우선순위에 대한 푸념과 의문을 낳고 있다.
3. 설익은 AI교과서 정책의 추락과 교육부의 집착
현 정부가 주도했던 의료, 연금, 노동, 교육의 4대 개혁 안의 모든 것이 중단되거나 퇴보하고 있다. 교육 관련해서는 늘봄, 유보통합, AI교과서가 있다. 늘봄은 연구사가 대거 미달되었고, 현장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유보통합은 여러 단체들의 이견으로 여전히 평행선이다. 가장 선결되어야 할 유아-보육교사 자격증 문제에서마저 한 발도 못 나아가고 있다. ‘유보통합 3법’을 발의했지만 교원단체 반발에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유보통합 3법은 공포 후 1년 6개월 뒤 시행하되 회계연도 중일 경우 다음 회계연도부터 시행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교육부가 제시했던 ‘이르면 2026년 도입’은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올해 말까지 확정하기로 했던 ‘영유아 교원 자격·양성 체제 개편안’,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기관의 설립·운영 기준안’ 수립도 무산됐다.13 AI교과서는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중간에 교과서의 성격과 역할이 변화했다.
AI교과서에 대한 교원, 학부모의 여론이 매우 안 좋다는 것은 수치로 증명이 된다. 교육부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을 떠나서, AI와 같은 디지털의 형태는 교육에 있어 보조적인 도구일 뿐이다. 사실 이것을 교과서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현재 법적으로 교과서는 서책형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논쟁이 있었지만, 교육부는 그대로 강행하였다. 교육 프로그램들의 교육적인 효과는 교사 개인의 역량과 학생의 성향에 따라 상이하다. 그리고 어떤 것을 어떻게 수업에 사용할지는 교사 개인의 판단에 의한다. 따라서 교사들은 교과서 그대로 수업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엄연히 교육자치-학교자치가 있고, 교사가 전문가로서의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AI교과서를 도입함으로써 공교육이 사교육을 앞지를 수 있다’는 주장은 공교육을 사교육과 비교하여 경쟁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라면, 공교육이 교과 교육 외의 모든 활동을 배제하고, 오직 입시 준비와 문제풀이에만 집중해야 할 것이고, 이러면 사교육을 앞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방향이 과연 학생들의 미래에 진정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공교육이 본래 지향해야 할 목표에 부합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공교육의 본질은 단순히 입시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사교육을 모방하는 데 있지 않다. 공교육은 단순한 경쟁을 넘어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경험과 배움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교육부 차원에서 학교 내에서의 온라인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추세이다. 디지털교과서를 먼저 도입했던 북유럽 국가는 학생의 문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은 후 종이 교과서와 손글씨로 다시 돌아갔다.14 결국 아날로그(기본, 기초) 교육의 중요성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낮은 문해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성숙한 학생들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 기기에 대한 과잉 의존증에 대한 우려가 있기도 하다. 가치 판단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초등학생들이 미디어에 중독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학교 운동장이나 놀이터에 가보면 앳된 초등학생들이 몇 시간씩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을 쉽게 마주하게 된다.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이나 군인들조차 주식이나 도박에 빠져 문제를 일으킨다는 기사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자기 자신을 해칠 수 있는 도구가 될지도 모르는 것을 무분별하게 제공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학생이 매일 접해야 할 교과서를 굳이 AI로 대체해야 할 필요성을 교육자·연구자로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
사실, 교육부만 탓할 것은 아니다. 시·도교육청도 한 술 더 떠 온라인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일부 시·도에서는 진보-보수 교육감이 바뀐 이후로, 혁신교육의 대체제로 온라인·에듀테크 교육에 집착하고 있다. 정책을 살펴보면 수업-교육과정 영역은 아예 사라지고, 온통 온라인 교육뿐이다. 심지어 기초학습부진 예산도 삭감한 채 온라인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교사는 없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학부모들과 교육계가 통탄할 노릇이다.
현재 세수가 부족하니, 지자체마다 교육 예산을 줄이고 있다. 급식 예산을 줄이거나, 학교 지킴이 사업을 중단한다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지방재정교부금도 내년도부터 천문학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AI교과서의 운영 비용을 시·도교육청이 감당하라고 한다. 과거 누리과정 예산 논란에서도 그랬지만, 늘 교육부는 생색만 내고 비용은 시·도교육청에서 충당하게 한다. 물론 시·도교육청에서 조 단위 예산을 충당할 정도의 여유는 없다. 시·도교육청의 예산 사용 방식도 바뀌어야 하겠지만, 교육부의 방식도 근절되어야 한다. 이는 폭력적인 것을 넘어 아주 괴상한 방식이다.
현 장관은 국회 발언 중 AI교과서의 도입이 중단되면 업체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AI교과서의 시작은 교육부와 장관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지, 여기에 학생·학부모·교사의 잘못은 없다. 과거, 현 장관의 청문회 시절 에듀테크 업체 관계자들의 거액 후원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언론에서 앞다투어 보도되자,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해명을 한 적이 있다.15 그 발언의 진정성은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AI교과서 도입으로 인한 문제가 발견되는 것은 수 년 또는 수십 년 후의 일이다. 그때는 현 교육부의 관료들이나 장관은 은퇴한 이후이며, 아무도 책임지는 이들이 없을 것이다. 수십만, 수백만 아이들의 미래에 닥칠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모두 다 양보해서, AI교과서가 훌륭하고, 무조건 도입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도입 비용이 4년간 최대 6조 원이 넘을 수 있다고 한다.16 교육부는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되었다고 하지만,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매년 수 조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그 비용은 학생(교사)에게 투입될 다른 비용에서 충당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4년 12월 26일 장관 인터뷰에서는 AI교과서가 교과서 지위를 인정받아야 가격 협상력에서 유리하다는 발언을 하였다. 그러한 상황을 만든 것 자체가 교육부인데, 가격과 소송 때문에 교과서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교육부 장관은 AI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 개인정보 보호도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17 AI교과서의 교육자료 요구는 정부에서 AI교과서를 무리하게 도입하니, 국회에서 폭주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법안일 뿐이다. 이는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학교의 선택권 보호 차원이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교육자료로의 전환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 직전 이상한 성명과 인터뷰들이 나오기도 하였다. 교대 총장 협의회도 갑자기 반대 성명을 냈고, 시·도교육감협의회도 교육부의 입장을 찬성하는 성명을 냈다. 교대 총장 협의회는 국립대 총장이니 그렇다 치고,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성명은 상당히 이상했다. 12월 26일, 김영호 위원장은 “국회 입법을 앞두고 교육감협(회장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AI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법안을 보류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공식 발표했다”면서 “그런데 교육감협은 17개 시도 교육감 2/3의 동의를 받지 않고 마치 전국의 시도 교육감들이 AI교과서를 찬성한다는 식의 입장문을 공식 발표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는 교육감협 내규를 위반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위원장실에서 조사한 바로는 세종, 경남, 울산, 인천, 서울, 충남 등 무려 6개 교육청은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에 명확히 찬성 입장이었고, 반대하는 교육청은 5곳뿐이었다. 찬/반 의견을 보류한 교육청은 3곳, 나머지 3곳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18 이것이 사실이라면, 입법 방해(반 입법로비)에 가까워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관련하여, 울산, 서울, 경남 등 여러 교육감들이 유감을 표명하였다.
교육자료로의 전환 법안이 통과되자, 교육부 장관은 정책과 정치를 구분해야 한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하였다.19
나가며
그동안 AI교과서가 없어서, 에듀테크 기능이 없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못한 것일까. 오히려 이런 것들로 인해, 본질은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의 기초-기본 교육과 인성·소양교육이다. 공교육에서 수업과 교육과정, 그리고 생활지도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지, 그 외적인 것에 대한 집착은 누군가의 욕망의 투영일 뿐이다.
교육부에서는 AI교과서가 우수하기 때문에 이것이 공개되어 직접 사용해 보면 학생, 학부모 모두가 만족할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교육부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도입한 정책이 폐기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누군가의 욕망으로 누군가의 실적을 위해 세금을 낭비했으면 동시에 많은 학생들의 교육 기회가 박탈된 것이다. 학부모, 교원단체, 교사, 국민, 시·도교육청 관계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AI교과서를 반기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반대한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왜 도입하려는 것인가? 답도 없이 밀어붙이기만 하면 부작용이 커진다. 더 솔직해지면 공교육은 업체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 최초라고 강조하기 이전에, 우리나라보다 훨씬 기술력이 좋은 나라들이 왜 도입을 망설였는지, 혹은 철회했는지 그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또한, AI교과서가 교육자료로 전환된다면 해당 개발 업체들은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교육부에서는 입법 기능을 무시하며 거부권이라는 무리수를 두었다. 이것에 대한 책임은 무리하게 정책을 진행한 이들이 져야 한다. 세금으로 이것을 대응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래야 앞으로 교육정책의 키를 쥐게 될 이들에게 교훈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정부는 2026년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며 의료계에 사과 의사를 밝혔다.20 그토록 현장과 의료계에서 아우성을 쳤을 때 아무런 반응도 없었던 교육부가 의료 시스템이 모두 붕괴된 이 시점에서 이제야 사과를 하며 의료계를 설득하고 있다.21 AI교과서도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의료개혁(의대증원)과 유사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학생의 미래를 담보로 도박을 해서는 안된다. 향후, 그간의 과정에 대해서 책임져야 할 이들이 밝혀질 기회가 언젠가는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책과 정치는 구분되어야 한다.”22는 의견에 동의한다. 특정인(단체)의 욕망만 있고, 학생의 미래가 없다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더 이상 AI교과서나 에듀테크가 교육 전면에 등장하여 꼬리가 몸통을 흔들지 않았으면 한다. 교육은 아날로그 방식이, 그리고 사람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느 때보다 그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것보다 교육은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고 믿고 싶고 그렇게 믿고 있다. 이제 AI교과서가 아닌 AI교육부를 만드는 것이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약칭하여 AIDT라 표기하기도 함. 이하 AI교과서 표기.
- 의대 증원 관련은 의협과 국민들 모두 증원은 해야 하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많다. 현재는 의대 증원 관련 원점 재검토에 대한 요구가 많지만, 현 정국 상황에서 교육부나 보건복지부 모두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있다.
- 강경숙 의원실 및 노컷뉴스(2024.12.18.)
- 교육부는 국회 설문이 문제 있다는 근거 없는 말들을 하면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적이 있다는 학부모 대상 설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보통 1만 명이 응답을 한 설문은 조작 자체가 불가능하며, 조작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희석되기 마련이다.
- 전교조 보도자료(2024.12.17.)
- 한국일보(2024.12.18.)
- 경향신문(2024.12.18.)
- 교육언론 창(2024.12.18.)
- 에듀프레스(2024.12.20.)
- 이런 측면에서 교사나 교원단체들은 교육과 돌봄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기도 한다.
- 교육언론 창(2024.12.03.)
- 교육언론 창(2024.12.19.)
- 뉴스1(2024.12.29.)
- MBN(2024.12.27.)
- https://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064643.html
- 국회입법조사처 현안분석 자료(2024.10.17)
- https://n.news.naver.com/article/138/0002188264?sid=105
- 교육언론 창(2024.12.26.)
-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장관의 거부권 건의와 대통령 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되었다.
-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사안이 아닌가 싶지만, 그런 의도는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
- 뉴시스(2025.1.10.)
- 2024.12.26. 교육부 장관 긴급 브리핑에서 장관의 발언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교육현장에서 에듀테크 관련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번 청문회도 주의깊게 지켜본 교사입니다. 교육에 AI의 물결이 들어오는 것은 이미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AI교과서의 실체를 기다리고 마침내 결과물을 지켜본 교사들은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교과서’라는 명칭을 붙이기에 너무나 허술한 결과물입니다. 기술도 개발해야 하는데 서책형 보다 개발 기간이 더 짧았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교육부가 실시한 수업시연이 과연 어땠는지는 경험하지 못했기에 그 ‘교과서’로 실현한 수업에 대해서 평가를 내릴 수는 없습니다만, 지금의 결과물로는 좋은 수업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프로토타입이 아닌 실물이 12월에 공개되었는데 연수기회도 없이 현장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니 수업 사용에서 교사별 개인차가 크게 벌어질 것은 당연합니다. 실제로 수업에서 10분이상 사용한다면, 학생들의 온라인 기기 의존도를 더 높이는데 영향을 줄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교육자료’로 격하되더라도 교실에서 20분이하의 사용/ 전체 차시의 20% 이하의 사용 등의 방식으로 매우 부분적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AIDT속 교육은 정말이지 한계가 많습니다. 인간이 하던 수업을 디지털화 해서 도구안에 넣었기 때문에, 인간 교사의 역량의 5%정도도 반영이 안됩니다. ‘배운다’는 것의 영역을 오히려 단편화시키고 축소하였고, 미래지향적 기술이라 불리는 ‘AI’를 화두로 했지만 오히려 미래형 교육을 퇴보시키는 모순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래형 교육, ‘배움’과 ‘학습’의 의미를 생각해볼 때 교육부의 이번 정책은 분명 실패가 맞습니다. 좋은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마음을 가진 전문가들이 계시다는 사실에 든든합니다.
공감합니다.
일사늑약이 강제 체결되기 전부터 나라에 백성들은 일제가 이 나라를 집어 삼키려고 한다는 것을 감지하였습니다.
썩어 빠진 관료들은 일제에 충성하며 창시개명과 나라말을 민족정신을 말살하려 하였습니다.
힘의 논리로 현실을 해석하는 것은
스스로를 자기검렬하여 무기력에 빠트리는 헤게모니입니다.
요즘 공공기관들 특히 교육기관과 대학 연구에
난무하는 영문 표기 영어 쓰기는
신제국주의의 흐름임을 감지 합니다.
윤석열정권이 밀어붙인 절자적 정당성조차 없는 허술한
계획안을 새정부에서도 계속 밀고 가고 있을까요.
고위 공직자들의 썩은 자기배 채우기의 민낯입니다.
교직원 또한 교육부가 추진하는 AI시대 교육으로 교사가 아닌 인공지능교사의 교생선생님으로 전락하게 될 교권 침해에 침묵하고 있는 현실 보면 침울합니다ㅠ
윤석열의 프레임에 갖쳐 교권과 학생인권을 반비례로 씌워 세뇌 당하고 아이들의 현실을 자신의 현실을 비판할 수 없는 ..그럴 의식을 찾지 못하는 교사들의 일상 또한 개탄스럽습니다.
돈으로 영혼을 팔고 돈에 노예로 살아가는 지금의 세상은
“모모”가 찾아주고 싶었던 시간을 이제 우리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지구지표상 여러 동네에서 다 싫다고 하는 지능검색 교육자료를 교과서로 하겠다니 그냥 미친 거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ㅎ 여러가지를 잃을 겁니다. 분명해요. 가르칠 교 기를 육 즉 교육은 한 세대를 넘어설 수 있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전 정권의 교활하며 멍청한 장사꾼을 싹 다 제거해야 합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 가서 멍하니 눈 뜨고 코 베입니다. ㅎ 나의 3세손을 종신 노비로 멩글 수는 없어요. 부실한 한국사 교과서 우선으로 수정 완결해야 합니다. 학습도구는 나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