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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특집]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좌초 중

#1176 홍인기, 교사 & 교육정책 비평가 2024.12.30
“국민들은 왜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이 반갑지 않았을까? 자녀를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안다. 아이들이 핸드폰이나 패드와 같은 미디어 기기를 가지는 순간 부모들이 바라는 교육은 사라진다는 것을 말이다.” [본문 중에서]

 

 

1.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의 역사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못하고 원격수업이 시작되었다. 교육부는 교사들이 원격 수업자료를 쉽게 제작하고 공유하기 쉽도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 필요했다. 동시에 초중고 학교 현장에 원격수업 제공을 위해 e학습터와 EBS 온라인클래스, 민간학습관리시스템(LMS)도 통합하는 사업을 펼치게 되었다. 이 사업의 이름이 ‘K-에듀통합플랫폼’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디지털 교수·학습통합 플랫폼’ 사업으로 추진되었다. 하지만 2022년 12월 교육부가 추진하던 총 사업비 6000억 원의 ‘디지털 교수·학습통합 플랫폼’ 사업이 중단되었다. 이주호 장관이 임명되고 나서이다.

 

교육부는 2023년 6월 8일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에 우선 도입하고 2028년까지 국어, 사회, 역사, 과학, 기술·가정 등으로 확대한다고 했다. 디지털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교육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학습데이터를 디지털 교과서 개발 업체에 우선 제공하고, 2025년부터는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한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를 수집해 디지털 교과서 개발 업체에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2024년 9월 25일 발표한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교육비전 및 핵심과제 13가지’ 중 4번째 주제가 ‘AI·디지털 시대 학생 개별 맞춤형 성장을 위한 공교육 시스템의 대전환’이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국가 중장기 핵심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2024년 11월 29일 교육부는 여러 반대 의견, 특히 시도교육감협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로드맵 조정 계획을 발표한다(아래 <표 1> 참조).

 

<표 1>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로드맵 조정(안)

교과목 기존 변경
초 영어, 수학, 정보 2025년 도입 → 2027년 도입 완료 동일
사회(역사), 과학 2026년 도입 → 2028년 도입 완료 2027년 도입 → 2028년 도입 완료
국어, 실과 2026년 도입 → 2028년 도입 완료 적용 제외
중 영어, 수학, 정보 2025년 도입 → 2027년 도입 완료 동일
사회(한국사) 2027년 도입 → 2028년 도입 완료 2027년 도입 → 2028년 도입 완료
과학 2026년 도입 → 2028년 도입 완료
국어, 기술·가정 2026년 도입 → 2028년 도입 완료 적용 제외
고 영어, 수학, 정보 2025년 도입 → 2027년 도입 완료 동일
사회(한국사), 과학 2028년 도입 동일
국어, 실과 2028년 도입 적용 제외
특수 국어 2025년 초등 도입 2027년 중·2028년 고까지 확대
수학 2026년 초등 도입 2027년 중·2028년 고까지 확대
생활영어 2027년 도입 적용 제외
정보통신 2028년 도입 적용 제외

자료출처: 보도자료 ‘교실에서 마주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실현’. 교육부. 2024.11.29.

 

영어, 수학, 정보 교과는 2025년 도입해서 2027년 전 학년 도입 완료하는 이전의 계획과 같았다. 하지만 국어, 기술, 가정 교과의 도입 계획은 폐기하기로 했고 사회(역사), 과학 교과의 도입 시기는 2027년 도입에서 2028년 도입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2027년까지임을 고려하면 2028년 도입은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발표 후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이 발생했다.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영어, 수학, 정보 교과서만 남게 된다.

 

 

2. 법적 근거를 가지기 위한 교육부의 활동

 

이주호 장관은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이 제대로 펼쳐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2023년 8월 31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발의했다. 이 법안은 11월 말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하여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었고, 12월 21일 예산안과 함께 의결되었다. 이 법안의 통과로 인해 2024년부터 3년간 사용 가능한 지방교육재정 특별교부금의 재원이 내국세분의 3.0%에서 3.8%로 상향되었고, 2024년 기준으로 5,333억 원 규모의 특별교부금이 추가되었다.1 이주호 장관은 야당의 국회의장을 설득해서 AI 디지털 교과서 교사 교육예산을 확보한 것이다. 오랜 기간 교육정책을 모니터링 했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 기반 공교육 혁신에 관한 특별법안’을 입법발의한다. 이 법안은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의 모든 법적 근거를 완벽하게 지원하고 있다. 법안 13조에는 교육부장관이 학습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보관·관리할 수 있도록 국가학습데이터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였다.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나 법적인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법이었지만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입법을 통한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의 법적 근거를 확보할 수 없게 되자, 이주호 장관은 대통령령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의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2023년 10월 24일 교육부는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의 일부를 개정한다. 제2조 제2호 중 “서책·음반·영상”을 “서책, 지능정보화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이하 “디지털교과서”라 한다) 및 그 밖에 음반·영상 등”으로 개정하고, 같은 조 제3호 중 “서책·음반·영상”을 “서책 및 그 밖에 음반·영상 등”으로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AI 디지털 교과서에 ‘교과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규정을 근거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제 15조 1항의 3)’에 모을 수 있는 개인정보가 된다. 또한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2조 2항의 라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료 또는 정보’에 해당되기에 가명처리해서 공공데이터로 지정하고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사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3. 국회의 논의들

 

우리나라 헌법 제 31조 6항은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국회를 중심으로 교과서의 지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위헌의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민주당 의원인 고민정 의원(의안번호:4404)과 문정복 의원(의안번호:5245)이 입법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내용은 교과용 도서의 정의와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현행 법체계와 소프트웨어에 교과용 도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담고 있다. 이에 교과용 도서의 정의와 범위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고, 교육자료의 범주를 신설하여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과서가 아닌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활용할 수 있는 교육자료로 정의하기 위해 제29조 제1항 및 제2항, 제29조의2를 신설한다는 내용이다.2

 

두 법안은 대안 발의를 통해 2024년 11월 28일 국회 제13차 교육위원회를 통과한다. 12월 17일에는 법사위를 통과해 12월 26일에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이에 이주호 장관은 대통령 권한 대행에게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는 건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법안이 부칙을 통해 공포된 날부터 시행하도록 되어 있고 경과규정을 통해 기존에 검정을 통과한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여 사용 시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법이 최종 확정이 되면 교과서로 생각하고 개발한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업체들의 이익이 현저하게 침해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관련 업체의 소송이 예상된다.

 

 

4. 관찰자의 소감

 

코로나를 겪으면서 학습관리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학습관리시스템을 고도화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AI 디지털 교과서는 이주호 장관이 부임하면서 새롭게 도입한 사업이다. 이주호 장관이 민간인 시절부터 관련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여기에 나름 확신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장관 인사의 여러 실패 과정에서 어쩌면 이주호씨가 장관 직을 수락하는 조건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주호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초등영어 교과서를 검인정 교과서로 바꾸는 정책이나 고교평준화 정책을 무너뜨리고 일제고사를 도입하는 정책을 군사작전 펼치듯 실행했던 사람이다. 짧은 대통령 임기 동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숨가쁘게 달렸던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에서부터 청와대 수석을 거쳐 실세 차관과 장관을 역임하면서 이명박 정부 내내 교육정책을 결정한 사람이었다. 많은 것을 망가뜨렸지만 모든 것을 망가뜨리지는 못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실패했을까? 이는 2023년 6월 8일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 방안’ 발표 이후 시범 실시도 없이 2025년 3월에 현장에 도입하려 한 성급함 때문이다.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여러 이유로 자신의 임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본다. 그는 계엄이 있던 날 밤의 국무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휴교령도 내리지 않았다.

 

국민들이나 야당 의원들은 왜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이 반갑지 않았을까? 자녀를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안다. 아이들이 핸드폰이나 패드와 같은 미디어 기기를 가지는 순간 부모들이 바라는 교육은 사라진다는 것을 말이다. 핸드폰이 담배와 같이 해로운 것임을 미리 알았다면 아이들이 중학교 이후에 사용하도록 했을 거라는 반성이 유럽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다. 그러한 반성적 경험이 유럽에서의 AI 도입에 조금 더 신중하도록 만들고 있다.

 

요한 하리가 쓴 ‘도둑맞은 집중력’에는 문해력을 연구하는 노르웨이 아네 망엔 교수의 연구가 나온다. 아네 망엔 교수는 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읽는 독서는 오랜 시간 한 가지에 집중하는 선형적 방식의 읽기를 훈련하지만, 화면을 통한 읽기는 정신없이 화면을 넘기면서 대충 훑어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는 화면을 통한 읽기를 더 이상 다른 세상으로의 즐거운 침잠이 아닌 붐비는 슈퍼마켓을 마구 뛰어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잡아채서 슈퍼마켓을 빠져나가는 행위에 비유했다. 아네는 종이책으로 정보를 습득한 사람보다 화면으로 정보를 습득한 사람이 같은 내용을 더 적게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것을 54개의 연구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화면의 열세’라고 명명했다. 부모들은 이미 핸드폰을 통해 체감적으로 기기를 통한 읽기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교육부가 만들려고 하는 학습용 인공지능(AI)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미국 뉴욕시는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채용에 활용할 경우 채용 결과가 성별이나 인종 등에서 편향되지 않았는지의 여부를 평가해 매년 공개하는 규제를 2023년 7월에 마련했다. 미국의 대기업 채용 AI 프로그램이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채용 AI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미국의 대기업은 결국 이를 폐기했다. AI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투입된 데이터들에 인간들이 지닌 성별·인종적 편향성이 있었고, AI는 이 투입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편향성을 그대로 학습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22~2023년 장애인 교육법(IDEA)에 따라 특수교육을 받은 3~21세 학생 수는 750만 명으로 공립학교 학생의 15%였다. 특수교육을 받은 학생 중 가장 흔한 장애 범주는 학습장애(32%)였다. 전체 공립학생의 4.8%에 해당되는 숫자이다. 국립특수교육원의 자료에 의하면 2024년 우리나라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2.03%였으며, 학습장애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자의 0.9%였다. 전체 학생의 0.02%이다. 이 정도의 수치라면 우리나라에서 학습장애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방치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기준에 의하면 한국 학생의 13.5%가 느린학습자에 해당하는 ‘경계선 지능’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포함되는 아이들에게도 학교가 적절한 지원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AI는 관련 데이터가 없기에 많은 경우 느린학습자들을 게으른 학습자로 오해하여 진단하고 비난하기 쉽다.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교육의 모순과 편향성이 그대로 공공 학습데이터로 수집될 것이다. 이런 공공 학습데이터로 개발된 AI는 느린학습자나 학습장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 큰 절망감을 안겨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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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디지털교육혁신수요’ 특별교부금 어떻게 쓸 것인가. 국회입법조사처 2024.3.8.
  2.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교육위원장. 2024.11.28.
교사 & 교육정책 비평가 홍인기

한산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좋은교사운동 초등정책 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교육정책 비평가로 활동하며, 경향신문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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