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서학습을 통한 장애인 이해하기
|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위해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갖는 편견의 시선을 바꿀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열고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사회정서학습 기반의 교육적 관점도 필요하다.” (본문 발췌) |
사회정서학습을 기반으로 한 교육적 접근이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본고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제안을 해 보고자 한다. 매년 4월에는 장애인을 위한 기념일 행사가 두 번 있다. 세계국제연합에서 제정한 4랑과 2해의 날인 4월 2일 ‘세계 자폐인의 날’과 우리나라에서 제정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다.
4월 2일 자폐인의 날에는 자폐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행사와 블루라이트 점등식을 연다. 매스컴과 영화, 드라마 등에서 접하게 되면서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낯선 단어이고 낯선 사람들이다. 막상 자폐인들과 만나면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고, 어떻게 다가가 대화해야 하는지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자폐인들은 사회 곳곳에서 일하면서 구성원으로서 자신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필자와 상담했던 자폐 성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한 영화관에서 일하고 있다. 영화가 끝나면 다음 영화 상영을 위해 바닥에 떨어진 팝콘을 청소하고, 의자를 정리하는 일을 한다. 관객들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을 하면서, 비장애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사회적 기술도 배운다.
비장애인인 우리가 장애인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이들은 비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배우고,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갖기 위해 사회적 기술을 연습한다. 그리고 대인관계 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러나 비장애인인 우리는 일 년에 단 하루 이틀 정도만 시간을 내어 이들을 이해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자폐인의 경우, 그들이 보이는 능력과 역량의 차이가 커서 자폐스펙트럼 장애라고 하는데, 기능이 매우 좋은 이들은 직장 내에서도 잘 적응하며 일을 해낼 수 있다. 현재 필자와 만나는 성인 자폐인은 회사 계약이 끝나면서 다시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사무 보조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어느새 4년 차가 되었지만, 사무원으로 취업하는 데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이미 자격증이 있지만 더 나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비장애인인 우리와 똑같이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이다. 암기 능력이 뛰어나 이미 이론적 지식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실전에 약해 이론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습득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사회정서학습은 자기이해, 자기관리, 사회적 인식, 관계 기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강조한다. 필자도 자폐인과 상담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괜찮은 행동을 하는 여러 가지 사회적 기술을 가르친다. 그리고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직장에서의 적절한 행동과 여러 가지 상황과 대안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연습한다. 마지막에는 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 해결과 의사결정의 상황을 다룬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자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변 동료나 상사에게 물어보며 최대한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맞추기 위한 사회정서학습을 꾸준히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위해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초중고 학교에서는 사회정서학습을 통한 인성교육 개발과 적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나와 타인의 이해와 관계 형성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우리와 다른 장애인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는 우리와는 다른 타인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함께 한다는 것이 더 어렵고 불편할 수 있다.
장애인은 단순히 우리와 생각과 행동과 말이 다른 친구가 아니다. 우리가 특별히 이해하고, 깊이 배려해야 하는 사람들이며, 우리도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기술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못해서 배려해 주어야 하는 친구가 아니라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다른 관점에서 인정해 주고 이해해 주면서, ‘우리와 함께하는 친구’라는 사회적 인식으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내용을 사회정서학습을 기반하여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해 전 개봉한 “원더”라는 영화가 있다. 얼굴 기형으로 태어난 주인공 ‘어기’가 학교라는 사회에 들어가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어기는 학교에 입학하면서 친구들과 학부모들의 차가운 대우와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어기는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얼굴 기형으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소외감을 느끼면서 많은 좌절과 괴로움을 겪게 된다. 이는 어기의 현재 문제가 지속되는 유지 요인이면서 위험 요인이다. 그러나 어기가 어려움으로 좌절하며 낙담할 때마다 다시 일어서고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사랑과 학교 선생님들의 지지로, 이것이 보호 요인으로서 큰 힘이 되었다.
어기의 엄마는 “상대가 유치한 행동을 하면 너는 어른스럽게 대해주렴” 하며 어기의 마음을 다독여 준다. 엄마는 어기가 이미 자신이 누군인지를 잘 알고 있지만 자존감을 잘 지켜낼 수 있도록 감정을 조절하고, 어기가 먼저 타인을 이해하면서 배려하도록 힘을 준다. 엄마는 어기가 다시 일어나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가장 큰 지지자이다.
학교 안에서도 어기에게 힘을 주는 좋은 어른이 있었다. 어기의 마음을 이해하고 학교 안에서 적응을 도와준 교장 선생님은 “우리의 외모는 바꿀 수 없어요. 그러니 시선을 바꿔야죠.” 라는 말로 어기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에게 현실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면서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어 선생님은 “올바른 것과 친절한 것 사이의 선택이 주어질 때 친절을 선택하세요”라는 말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관계의 핵심이라는 것을 가르친다. 두 교사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우리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내적 성장을 이루며 올바른 시민 의식을 갖는 태도이자 가치관이다. 결국 사회정서학습이 지향하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목표이기도 하다.
주변의 보호 자원 속에서 용기를 갖고 학교 생활을 하던 어기에게도 친구가 생긴다. 어기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 된 단짝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같이 놀자고 해도 어기하고만 놀고 싶다는 우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원더”를 다시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애인을 바라볼 때 비장애인인 우리의 편견과 마음은 어떠한지를 생각하며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지 장애인의 날과 자폐인의 날 등 어떤 특별한 날에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다루면서 학생들의 인식을 바꾸고 시선을 달리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번 학기 예비 전문상담교사들과의 수업에서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장애인들을 보다 깊이 이해하면서 학교와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상담적 접근과 우리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를 찾다 보니 이미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어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들이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었던 사실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거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우리의 마음 자세였다.
필자의 수업에서는 사회정서학습 측면에서 장애인에 대해 분석하면서 우리의 관점과 태도를 변환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먼저, 우리가 여러 특성을 가진 장애인을 떠올렸을 때의 고정관념과 이들을 만났을 때 갖게 되는 감정 상태이다.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선입견과 나도 모르게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거부감과 심리적 거리감, 이해가 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소외시켰던 우리의 태도 등을 나누면서 장애인에 대한 나의 이해와 나의 감정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우리가 수업과 상담 중에 장애인을 만났을 때 비장애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기술을 연습하면서 다시 한번 깊은 이해를 하게 되고, 위기 상황에 닥치거나 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를 나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스스로 자기결정성의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지지 자원과 실제적인 사회적 기술 습득을 위한 해결 방안들을 다룬다.
몇 주 전 필자의 자녀가 다니는 고등학교 어플에서 ‘무장애 여행지’를 소개하는 카드 뉴스를 보게 되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특별히 소개하는 세션이었는데 어느새 44회를 맞이하고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강의를 몇십 년째 하고 있는 필자도 처음 들어본 무장애 여행지는 배리어프리관광의 다른 말이라고 한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관광, 유니버셜 디자인 관광으로 신체적 제약으로 관광이 어려운 관광 약자를 위한 곳이다.
무장애 관광지는 우리도 익히 알고 있고, 누구나 한 번 정도는 가보았음직한 그런 곳이었다. 휠체어로 다니며 숲 냄새를 맡고 숲길을 즐길 수 있는 관악산 무장애 숲길, 휠체어가 부드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바닥을 정비한 진주성과 국립진주박물관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이 남이섬이다.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단단하게 다져진 흙길이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 길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무장애 관광지가 처음부터 장애인들을 위한 곳은 아니었다. 좋은 자연과 유산도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루어 낸 결과물들이다. 장애인들에게 편안한 길이라면 비장애인들에게는 더욱 편안한 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배려하려고 했던 장애인들을 위한 것들이 사실은 비장애인인 우리가 더 많이 누리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는 특별히 지정된 기념을 앞뒤로 하여 이벤트처럼 하는 활동이 아닌 학교 교육에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정서학습에서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결국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통한 사회적 관계 형성이며, 결국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나와 다르다고 하여 선입견을 갖고, 거리를 두고, 배제하면서 다르게 대하는 것은 사회정서학습에서 요구하는 방향성과는 정반대가 된다.
사회정서학습의 본질은 결국 모두가 함께 하는 괜찮은 사회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포함된다. 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하여 더 많은 권익을 취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르다’는 차별 속에서 ‘제외’라는 대우를 받는 일이 더 많다.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을 위한 여행지를 개선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어 보급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근감을 갖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갖는 편견의 시선을 바꿀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열고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사회정서학습 기반의 교육적 관점도 필요하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교육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회정서교육의 현장 적용을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예비교원, 현직교사, 학부모 교육을 통해 학교 현장의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안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wejoy@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