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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개혁은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학교’ 만들기에서 시작된다

#978 김경범, 전 서울대학교 교수 2023.10.31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개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이 교육개혁을 위한 민간 플랫폼 구축이다. (본문 발췌)                                                                                                                               

 

 

우리 사회에는 해결할 문제가 여럿 있다. 그 문제에는 여러 정답이 있기도 하고, 하나의 정답이 있을 수도 있다. 정답을 모를 수도 있고, 정답이 없기도 하며, 어쩌면 정답의 존재 자체가 허상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 닥친 중요한 과제인 국민연금 고갈 및 재설계에는 분명한 하나의 정답이 있다. 연금 고갈의 원인은 급격한 출생아 감소에 따른 초고령화 사회 전환에 있다. 행정안전부의 인구 통계(2023년 9월 기준)에 따르면 전체 인구 51,370,001명 중에서 20대(20-29세)는 6,250,051명(12.16%), 30대는 6,586,864명(12.82%), 40대는 7,969,128명(15.51%), 50대는 8,638,294명(16.81%), 60대 이상은 13,876,609명(27.01%)이다. 10대는 9.09%, 10세 미만은 6.57%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문제의 정답은 ‘더 내고 덜 받는’ 것이다. 로봇세 도입 등 추가 세수 발굴로 국가가 연금 재원을 늘리더라도 돌려막기에 그친다. 국민 부담은 약간 덜어주겠지만, 결국 ‘더 내고 덜 받는’이라는 정답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매우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이미 진입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이 점점 더 커지므로 미래 세대를 위해 빨리 결정할 문제이다.

 

당연히 정부도 이 정답을 알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발표된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은 24개의 선택지를 제시하며 국회에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아무 결정도 하지 못했다.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24개의 선택지는 ‘정도와 방식의 다름’만 있는 조삼모사와 같다. 지난 여러 정부에서도 국민연금 개혁안은 논의되지 않았거나, 몇몇 연구 결과만이 흘러나왔을 뿐 정부의 공식적인 제안은 없었다. 이처럼 명확한 정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왜 ‘폭탄 돌리기’를 하며 허송세월할까. 아마도 정답을 내놓으면 정치적으로 손해이니 하는 척하는 모습을 보일 뿐 결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을 듯하다. 내년에 총선이 있다. 그리고 이 선택에는 정부가 정답을 제시해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손해가 된다면 그것을 결정한 진영에게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를 위해 옳은 일이지만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결정하고 실행하는데 정치의 묘(妙)가 있다.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국민을 설득한다면 아마도 절반 이상의 국민이 정답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그것이 국민에게 선택받은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다. 하지만 ‘폭탄 돌리기’는 현재 권력의 손해를 막기 위해 점점 불어나는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결정이다. 정부가 국회로 넘긴 연금개혁안을 국회는 진지하게 논의할까. 아마도 내년 총선 이후로 논의를 미루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현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은 실종될 가능성이 크고, 결과적으로 무책임한 정부 때문에 미래 세대는 더 큰 짐을 지고, 기성세대는 더 급격한 연금 삭감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처럼, 교육개혁에서도 정답이 있을까. 필자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해 지금보다 더 좋은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하다. 따라서 우리 시대 교육개혁의 정답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더 좋은 학교,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학교”를 만드는 데 있다. 작년 고등학교 자퇴생이 23,440명이라는 현실은 학교 교육이 심각하게 오작동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이다.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두고 개인의 책임이라며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는 현재의 학교는 달라져야 한다. 모든 학생에게 같은 내용을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는 획일적인 학교 교육은 달라져야 한다. 국영수사과 교과서만 가르쳐야 하는 교실 수업은 달라져야 한다. 소속된 학교 선생님에게서만 배워야 하는 학교 수업은 달라져야 한다. 무엇이 달라지고, 어떻게 달라질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학교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좋은 학교라는 정답을 구체화할 수 있다. 학생 각자에게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기를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의 학력을 키우며, 호기심과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키고, 사회 속의 인격체로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품성을 기르는 학교. 기존 학교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학교”로 전환하는 교육개혁이 정답이라면, 그것을 실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3대 개혁의 하나로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현 정부는 어떻게 하려고 할까. 국민연금 개혁처럼 교육부도 교육개혁의 정답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교육개혁은 수사에 지나지 않아서 무책임하다. 지난 6월 21일 발표한 「모든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정부는 다음과 같이 공교육의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

 

◦ ‘지식 전달 위주’, ‘평균 수준’의 교육을 실시함에 따라,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고, 사교육에 과도하게 의존
◦ 최근 6년간(’17~’22) 기초학력 미달(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1수준) 비율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는 등 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 심화
◦ 우리나라 교원의 연간 수업 시간은 OECD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나, OECD 평균보다 많은 교원의 행정업무 시간으로 인해 교원이 수업, 생활지도 등 본질적인 교육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음. 특히 최근 학교에 교부되는 예산 중 목적사업비의 비중이 지속 증가하고 있어, 사업 관리에 따르는 교원의 업무부담 가중
◦ 교권 침해 등으로 학교 현장 교원들의 교직에 대한 만족도가 지속 하락하고 있으며, 교원들의 낮은 교직 만족도는 공교육 발전 저해

 

여기 언급된 현실 가운데 하나만 해결할 수 있어도 현 정부는 큰 업적을 이루었다고 평가받을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정책 추진 방향은 다음과 같다.

 

◦ 자기주도적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초중등교육의 혁신
◦ 기존 표준화‧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 핵심역량(6Cs)을 키워주는 교육으로의 전환을 위해 학교 교실 수업의 근본적 변화
◦ 학령인구 급감 등에 따라, 모든 학생 한 명 한 명을 인재로 양성할 수 있도록 개별화된 맞춤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요구 증대
◦ 모든 학생이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교육 내에서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 제공 필요
◦ 자연적 인구감소 및 사회적 인구 유출 등으로 지역소멸 위기가 가속화됨에 따라, 지역교육 활성화를 통한 정주여건 개선이 중요
◦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인재가 해당 지역에 정주하면서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역의 교육력 제고 필요

 

현실 인식과 정책 추진 방향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비록 학교 교육의 더 본질적인 문제가 담기지 않았고 정책 추진 방향도 산발적이지만, 좋은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네 가지 추진 과제(1. 국가 책임 기초학력·기본인성 교육, 2. 디지털 기반 교실 수업 혁신, 3. 학생의 다양한 교육 선택 기회 확대, 4.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로 넘어가면 여전히 희망적인 기대와 모호한 계획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현실 진단과 추진 방향이 추진 과제로 연결되어 개별 사안이 해결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고, 실행 계획이 미흡하여 새롭게 달라질 학교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현 정부의 교육개혁은 원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하지만 현 정부가 그렇게 할 가능성은 없다. 이 문건과 달리 더 새롭게 추가될 교육과제는 없을 듯하다. 사람과 철학과 아이디어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개혁안을 국회에 미루었던 것처럼, 정부는 국가교육위원회에 미루려고 하는 듯하다.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개혁은 지난 10월 10일 교육부의 2028학년도 대입제도 시안 발표와 함께 사라졌다. 정부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시안에서 2-3학년 절대평가라는 기 발표안을 상대평가 5등급으로 후퇴한 이유로 교사의 준비 부족을 들고 있으며 앞으로 연수를 강화한다고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선택형 교육과정과 수능의 불일치, 교사의 평가 자율권 부재, 교육부와 교육청에 종속된 학교 자율권이 더 근본적인 이유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20년 전부터 선택형 교육과정(7차 교육과정)과 수행평가를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과정과 평가가 온전히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시스템의 문제이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이제부터 준비하여 언젠가 절대평가를 시행하겠다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은 공허하기가 이를 데 없다. 정답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성취평가제 질 관리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말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수행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유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데 교사를 닦달한다고 절대평가 준비가 되겠는가. 더구나 대학이 내신을 상대평가로 반영하는 현실에서 어느 교사가 절대평가에 정성을 다하겠는가. 문제는 교육과정, 수능, 대학입시가 얽혀 있는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다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2028 대학입시안이 그 시스템을 바꿀 적기였다. 하지만 정부는 또다시 뒤로 물러났고 학교 교육과 대학입시가 연계되는 시스템의 개혁에는 기약이 없다.

 

현 정부가 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개혁에 나서지 않는다고 그저 손 놓고 새로운 정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교육개혁을 미리 준비하고 들어오는 새로운 정부는 지금까지 없었다. 다음 정부도 그럴 것이다. 이제 누군가 혹은 어느 단체와 기관이 오로지 우리 아이를 위한 교육개혁을 설계하고 공개된 광장에서 공론화하여 정부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이 방법이 교육개혁을 위해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 보육의 공영화, 보육과 유아학교의 통합, 학력을 책임지는 6년제 중·고 통합학교, 기업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직업교육, 학생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하는 대학입시, 대학 구조조정과 재생, 평생학습사회 등 각 단계에서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모을 민간 플랫폼이 필요하다. 교육개혁은 국가교육위원회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이지만 교육개혁은 배워서 하는 일이 아니다. 어느 축구선수의 말처럼, 월드컵은 경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입증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교육개혁은 교육에서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육을 넘어 산업과 고용과 복지 등을 포괄해야 완성될 수 있다. 사방이 캄캄한 지금이 바로 새로운 민간 플랫폼을 만들어 교육개혁을 시작할 시점이다.

 

어떤 문제는 정답이 있고 정답을 알고 있지만, 그 정답을 결정하지도 실행하지도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해진 미래는 도둑처럼 찾아왔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학령인구(6~21세)는 2020년 789만명 → 2030년 594만명 → 2040년 447만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학생 수가 줄어들수록 아이들 한명 한명을 더욱 소중하게 길러낼 학교의 책임 또한 커진다. 그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교육개혁의 핵심 목표이다. 정부가 하지 않는다고, 국가교육위원회가 하지 않는다고 손 놓고 기다리면 아무도 교육개혁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개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이 교육개혁을 위한 민간 플랫폼 구축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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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대학교 교수 김경범

스페인 마드리드 꼼쁠루뗀세 대학 박사 (중세 및 황금세기 문학), 페루카톨릭 대학 석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학사, (전)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기금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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