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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대입 개편안,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후퇴했다고도 볼 수 없다

#977 박제원, 전주 완산고등학교 교사 2023.10.31
“가장 중요한 우리 아이들에게 실제의 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교육부는 추후에 대입 제도 정책을 변경할 때 어떤 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을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더해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본문 발췌)                       

 

 

교육부는 지난 10월 10일, 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국어와 수학 영역을 공통과목으로 치르고, 그동안 선택과목이었던 탐구영역 또한 공통과목 체제로 돌아가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응시하도록 했다. 다만 수학은 미적분Ⅱ와 심화 수학을 절대평가 방식의 선택과목으로 두는 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검토해달라고 남겨두었다.

 

현재 국어의 경우 공통과목인 독서·문학에서 75%, 선택과목에서 25%를 출제하는데, 수험생은 선택과목 중에서 ‘화법과 작문’ 또는 ‘언어와 매체’ 가운데 1개를 택하는 식이다. 하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모든 학생이 ▲ 화법과 언어 ▲ 독서와 작문 ▲ 문학을 출제범위로 하는 공통 문항을 풀게 된다. 수학 역시 현재는 공통과목인 수학Ⅰ·수학Ⅱ에서 75%, 선택과목에서 25%를 출제하며, 선택과목이 3개 과목으로 인문사회계열(문과)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주로 ‘확률과 통계’를 자연·이공·의학계열(이과)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주로 ‘미적분’, ‘기하’ 등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수학 영역이 ▲ 대수 ▲ 미적분Ⅰ ▲ 확률과 통계에서 공통으로 출제된다. 탐구영역은 현재 사회 9과목과 과학 8과목 등 17개 과목에서 최대 2과목을 선택하여 대입 수능에 응시했는데 앞으로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공통으로 치른다. 출제범위는 주로 고교 1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통합사회1·2와 통합과학1·2로 고교 수업 기준으로 총 4과목이다. 현재는 인문사회계열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경우 주로 사회 2과목, 자연 계열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경우 과학 2과목을 선택하고 있는데, 수능에서는 이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표1>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출처 : 교육부 보도자료)

 

영역별 평가방식과 성적제공 방식은 현행 수능과 같다. 영어 영역과 한국사 영역, 제2외국어/한문은 절대평가로 치러지고, 나머지는 표준점수와 상대평가 9등급이 제공된다. EBS 연계는 현행처럼 50% 간접연계 방식을 유지하고, 수능 문항에 나오는 도표·지문·사진 등은 EBS 강의·교재에 실린 자료와 유사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연계 체감도를 강화한다.

 

과목별 내신성적 산출방식 또한 바뀐다. 2028학년도 대입 수능에 응시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내신성적은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된다. 즉 예체능 교과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 대해 성취 수준을 기준으로 5등급 절대평가(ABCDE)를 시행한다. 다만 교과에서 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학생부에는 상대평가(석차 등급) 1~5등급을 함께 기재한다. 현행 상대평가 9등급제에서는 1등급은 4% 이내, 2등급은 누적 11% 이내, 3등급은 누적 23% 이내 등으로 등급 간 격차가 촘촘하지만, 상대평가 5등급제에서는 1등급 10%, 2등급 누적 34%, 3등급 누적 66%, 4등급 누적 90%, 5등급 누적 100%로 크게 완화된다.

 

<표2> 과목별 성적 산출 및 대학 제공 방식(안)

※ 예체능, 과학탐구실험, 교양과목은 석차등급 미산출
(출처 : 교육부 보도자료)

 

이처럼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은 수능과 내신을 모두 고쳤지만, 교육부는 제도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위해 서울을 비롯한 주요 16개 대학은 신입생 정원 40% 이상을 정시로 선발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수능자격고사화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실질적으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개편안은 추후 국가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국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친 후에 올해 안에 확정될 계획이다.

 

 

대입 개편안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려

 

이번 개편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교육부가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긍정적이었지만 일부 교육감들이나 교육단체들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대입제도의 안정성과 공정성에만 방점을 찍고 있으면서 상대평가 위주인 현행 대입제도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며, 고교 내신에서 학년별 유불리나 수능 선택과목에서 문과와 이과의 유불리와 같은 지엽적인 문제만 손을 댔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자체 학부모 정책모니터단 4,000명을 대상으로 ‘2028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학부모 정책모니터단 4,000명 중 1,294명이 응답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 학부모의 71.3%(긍정 59.0%·매우 긍정 12.3%)가 대입개편 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인 학부모는 28.7%(부정 22.0%·매우 부정 6.7%)였다. 절대·상대평가 병기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81.4%(동의 46.5%·어느 정도 동의 34.9%)가 동의했다. 5등급제 전환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7.4%(동의 43.9%·어느 정도 동의 33.5%)가 동의 의사를 표했다. 선택과목 없이 모든 수험생이 같은 과목을 응시하도록 한 ‘통합형 과목체계’와 ‘통합 사회·과학 출제’ 등 수능 개편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다. 통합형 과목체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0.3%(동의 52.2%·어느 정도 동의 28.1%)가 동의했고, 통합사회·과학에 대해서는 83.1%(동의 56.6%·어느 정도 동의 26.5%)가 동의했다. 그러나 ‘심화수학 신설’은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와 ‘동의하지 않는다’가 각각 359명(27.7%), 347명(26.8%)으로 과반수 이상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탓에 교육부는 ‘미적분Ⅱ+기하’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하는 심화수학 신설 여부를 국가교육위원회 검토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시안 발표 전후로 중학생 자녀가 있는 학부모 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FGI(표적집단면접) 결과도 공개했다. 그 내용은 내신 5등급 전환으로 평가 부담이 완화되겠지만 변별력이 약화돼 대입 논술·면접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통상 교육감들은 대입 개편안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대부분의 교육감들은 서울 강남권 대도시와 같이 인프라가 잘 돼 있는 곳이 이번 대입 개편안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서울시, 세종시, 광주시 교육감은 대체로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강은희 대구 교육감은 이번 개편안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지나치게 현상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둔 것으로 보인다”며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경쟁교육을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는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지 않았으며, 고교 내신의 경우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뀌어 석차 등급 간 격차가 완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대평가를 유지한 탓에 내신에 유리한 과목을 골라 듣는 현상은 여전히 유지될 것이며, 학생들은 통합사회와 통합과목을 모두 준비해야 하고, 심화 수학이 수능에 포함될 여지까지 남겼다는 점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교진 세종 교육감은 “정부가 만든 교육과정과 대입제도가 충돌하는 모순이 드러난 탓에 그 피해는 학교와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내신 산출방식을 5등급으로 바꿔 내신 경쟁을 완화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병기한 점에서 학생들의 서열화 경쟁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으며, 2022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자유로운 선택과목을 보장하고 있고, 이에 따른 교육과정을 학교에서 편성하고 운영한다고 해도 수능 출제 범위와 다른 탓에 고교 2·3학년은 수능과목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으므로 교실의 황폐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정선 광주시 교육감은 “고교학점제 도입 의도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수능과 내신에서 상대평가가 유지된다면 학생들이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한다는 고교학점제는 어떤 의미도 지닐 수 없으므로 수능과 내신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고교 내신 5등급 체제 도입에 대하여는 긍정적이고, 최상위권 학생을 위한 변별력 확보를 위해 희망 학생들에 대하여 논·서술형 수능 시험실시도 검토할 것을 제시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국감에서 “교육부 대입 개편 시안이 사실 조금 개선된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내신이 수능과 같이 조금 약해진 측면이 있다며 균형 있게 보아야 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교육단체들 또한 우호적이지 않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전국 고등학교 교사 1,175명을 대상으로 이번 개편 시안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는데 “87.2%의 교사는 개편 시안에 반대 의견(‘절대 반대’ 46%, ‘반대’ 41.2%)을 나타냈다”라고 밝혔다. 학교 내신 5등급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병기로 인한 학생들의 입시경쟁 및 스트레스에 대해 89.1%가 크게 달라지지 않거나(48.4%) 심화할 것(43.7%)이며, 사교육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97.1%가 사교육의 영향력이 여전하거나(39.7%) 심화될 것(57.4%)이며,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78%의 교사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고 추후 고교학점제는 무력화될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임기 초 수능 폐지까지 언급했던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시간이 지나자 대입제도는 소극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을 바꾸더니, 이제는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안을 제출했다.”고 혹평했다. 그리고 전교조를 비롯한 43개 교육시민단체는 수능과 내신에서 전면 절대평가를 촉구했다.

 

전국 중·고등학교에 배치된 진로·진학교사들의 모임인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진진협)와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진협)는 개편안이 “2025학년도부터 시행될 고교학점제를 무력화하고 학생들의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특히 “수능에 심화 수학 신설 검토는 폐지돼야 하고 내신에서는 최소한 진로 선택·융합선택과목은 절대평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내신에서의 상대평가 유지로 학생들은 다시 지나친 경쟁 속에 빠질 수밖에 없으며 학생들은 등급이 잘 나올 수 있는 과목만 선택하게 돼 고교학점제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능 심화 수학 개설과 관련해서는 서울 주요 대학이나 의약학 계열, 이공계열 학과는 심화 수학을 선택한 학생에게 유리한 입시 전형을 만들 가능성이 높고, 학생의 학습 부담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사교육비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사회·과학탐구 영역이 고1 과목인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바뀌는 것에 대해서도 2·3학년에서 다양하게 이뤄져야 할 사회·과학 교육이 수능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통합사회·통합과학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단체는 대입제도 개편 방향으로 고교학점제의 정착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수능은 자격고사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대입 개편안의 최대 수혜자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은 것도 부정적인 평가에 한몫을 한다. 현재 중2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9등급제 상대평가가 5등급제로 완화되면서 내신 부담이 줄어들고, 수능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자사고·특목고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어, 일반고의 황폐화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내신 불리함이 상쇄되면서 자사고와 특목고, 학군지 유명 고등학교 등의 선호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번에 내신이 5등급으로 사실상 약화되면서 명문고나 특목고, 자사고의 경쟁률이 높아질 것 같다”고 관측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내신 변별력 약화로, 상위권 대학에서 현행 수시 선발방식으로는 학생 선발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수능 최저학력 기준 강화, 심층면접과 논술 등 대학별 고사와 같은 다양한 시도가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내신성적을 5등급 상대평가로 바꾼 점은 너무 잘한 일

 

이번 시안이 대입에서 내신보다는 수능을 중시하고, 고교학점제에 부정적인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 대입안에 비해 그토록 부정적인가는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내신에서 상대평가를 하지 않고 통합사회, 통합과학이 아닌 지금처럼 2∼3학년에 개설된 선택과목에서 수능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 고교학점제의 내실을 기하는데 긍정적인가도 마찬가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입 시안에서 고교 전학년, 전 과목 내신성적을 절대평가 점수와 함께 석차 5등급(상대평가)을 병기하도록 한 결정이 고교학점제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치명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부정론자들이 우려하는 배경에는 대입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있다. 즉 내신을 상대평가하게 되면 성적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으로 고교 교육이 파행에 이르게 되며, 사교육비의 증가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대입 선발권이 대학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이며, 현재처럼 서열화된 대학구조가 존재하는 한 공론(空論)에 불과하다. 내신성적을 절대평가로만 산정하고 학생부에 표기하려면 대학 평준화는 분명한 선결과제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우리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오히려 이번 시안에서 내신을 기존의 9등급이 아닌 5등급으로 완화하고 전 학년 동일한 평가 체제로 바꾼 것은 경쟁의 불씨를 줄였다고 볼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과목 선택보다 실제의 학습이 핵심

 

고교학점제에 대해 배치된다는 비판도 어느 정도 타당하지만 꼭 그렇다고만 볼 수 없다. 비판론자들은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필수화함에 따라 학생들은 이를 중심으로 대입을 준비하게 되고, 2∼3학년 교육과정도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려고 하지 않고 이에 맞춰 운영되리라고 본다.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의 문제점은 이 점이 핵심이라고 볼 수 없다. 현재 학교에는 지금의 교사 수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과목이 개설되어 있으며, 고교학점제를 한다고 하면서도 최소 성취수준에 대한 기준도 없다. 다시 말하면 학생이 과목을 선택하고 성취기준의 몇 %에 도달해야만 해당 과목을 이수했다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지표도 없으며, 과거에 거론되었던 기준안을 보면 성취수준 40%를 이수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캐나다, 핀란드 등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OECD 국가들이 최소 50%, 최대 70%의 성취수준을 명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턱없이 낮은 학력 수준이다. 즉 고교학점제의 본질이 학생들의 흥미, 진로, 적성에 따른 교과 선택권을 부여하는 데만 있지 않고, 교육과정에서 실제의 학습에 이르는 데 있으므로 최소 성취수준 미비를 지적하거나 적정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단지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제약했다고만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교육부가 이번 시안에서 탐구영역을 통합사회, 통합과목으로 제한한 것도 학습자에게 실제 학습이 일어나며 유·초·중등교육이 고등교육이 아닌 기본교육으로서 범교과적으로 최소한의 학습이 이루어지게 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쁘다고 볼 수 없다. 교육부의 발표처럼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공통과목으로 한 목적이 암기가 아닌 융합적 사고력을 높이고, 중요한 기본 개념을 빠짐없이 배우게 하려는 데 있다고 한다면, 흥미 및 진로, 적성에 따라 수능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수능 등급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비해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통합사회, 통합과학이 사교육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지적도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한국 교육에서 사교육비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특정한 과목 탓이 아니라 서열화된 대학에서 상위권 대학을 진학하려는 기회비용으로 사교육비를 보는 심리 탓이다. 다시 말하면 사회탐구 영역이나 과학탐구 영역에서 과목을 선택하여 시험을 응시하게 한다고 해서 사교육비가 줄어든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논·서술형 평가방식 로드맵을 발표했어야

 

이번 시안의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다고 본다. 이번 시안은 외적으로는 대입에서 수능 비중이 내신 비중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현재의 수능은 운영방식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국가 수준의 대입 시험을 치르는 데 수능 문항이 오직 객관식 오지 선다형이라는 데 있다. 물론 선다형 문제라고 해도 이 시험문제가 단순한 사실적 지식을 고르라는 문제 유형은 아니다. 즉 과거 학력고사와는 다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사실적 지식수준을 넘어 개념적 지식, 메타 지식 수준에 이르는 학습력을 갖추게 하려면 수능 문제 유형은 최소한 일부라도 논·서술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교육부의 대답은 궁색하다. 이번 시안에 대한 질의 응답에서 교육부는 “수능에 논·서술형 문항을 내지 않나?”라는 질문에 대해 “고교 내신에서도 논·서술형 문항이 익숙치 않은 상황에서 수능 논·서술형 출제는 사교육 증가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며 학교에서 논·서술형 평가가 보편적으로 잘 운영된다면 향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핀란드, 캐나다 등 OECD 국가들의 대입 평가방식은 논·서술형이고 이 유형이 학습력에 더욱 효과적이며 평가에 있어서도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 어떤 교육학자도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이번 시안을 발표하면서 논·서술형 평가방식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학생을 서열화하는 상대평가를 무조건 인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재 대학의 서열화된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절대평가, 상대평가, 고교학점제에 대해 입씨름할 수는 있어도 현실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오래도록 방치된 낡고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건물을 철거하는 일은 응당 해야 할 일이지만, 차근차근 순서대로 원칙에 맞춰 주변까지 고려하여 해체하듯이, 대입제도 역시 실효성이 있는 방향으로 점차적으로 바꿔가자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이번 시안에서 내신등급을 5등급으로 줄인 점은 매우 잘한 일이다. 물론 수능도 5등급으로 바꾼 상대평가 방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면 더욱 좋은 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하지 못한 까닭은 현실에서의 대학 서열화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다 하더라도 교육부가 파격적으로 수능에서 등급 간 격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나아갔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대학을 보면 서열화가 진학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정원을 채우기도 힘든 대학들이 지방을 중심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런 대학에게 어떤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는가는 사실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대입 시안에 대해 비판한 일부 교육감들이나 교원단체는 현재 수능에서 시행되고 있는 객관식 선다형 출제방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어야 하며, 선진형 대입제도의 정착을 위해 대입에서의 논·서술형 평가방식의 전향적 확대를 주문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대구, 경기 교육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IB(국제 바칼로레아)를 대입의 주요 전형으로 도입하자는 뜻이 아니다. IB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고교 단위의 IB 인증시험인 ‘DP’를 취득하기 위한 비용 지출은 그만두고라도 IB 역사 문제에서 보듯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위협하거나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출제된, 즉 보편적 윤리를 침해하는 문제를 출제할 위험도 갖고 있다. 실제 이런 문제를 출제하기도 했다. 또한 꼭 IB로 서술형, 논술형 평가를 해야 할 다른 이유도 없다. 한국 대입에서 논술고사가 본격적으로 도입된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어떤 대학이라도 고교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논술고사를 출제할 수 있다. 더구나 현재 고교 교과서 또한 개념적 지식을 기르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었고, 각 단원마다 그에 맞도록 다양한 문제를 싣고 있다. 즉 대입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하기 위한 지식, 태도, 가치 등이 교육과정에 이미 갖춰져 있고, 대학의 인프라도 갖춰져 있으니 이를 실행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고교 내신에서 논·서술형 문항이 익숙하지 않다”는 교육부의 답변은, 고교 교육과정에서 길러져야 할 학력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키울 수 있는가에 대해 답을 해야 할 교육당국이 그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교육부, 실제의 학습이라는 틀에서 교육정책을 고민해야

 

결론적으로 이번에 발표한 대입 시안은 냉정하게 보자면 과거 안에 비해 그렇게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가 전혀 없다”가 아니라, 문제로 지적되는 사안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거나, 실제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있거나, 교육과정에서 길러져야 할 학력이 어떤 학력이며, 어떻게 하면 가능한가에 대한 깊은 사고 없이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대입 시안에서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내신 5등급, 수능 5등급으로 하고 수능에서 일부 문제만이라도 객관식 선다형이 아닌 논술형, 서술형 평가제도로 전환했더라면 한국 교육의 교육과정, 수업, 평가 방식이 실제적으로 달라지고, 우리 아이들의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이 늘어났을 것이란 점은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국가는 대입 개편 등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실제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벗어날수록 현실에서 논란만 키울 뿐이며, 가장 중요한 우리 아이들에게 실제의 학습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교육부는 추후에 대입 제도 정책을 변경할 때 어떤 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을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더해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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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완산고등학교 교사 박제원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일반사회교육을 전공하여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예탁결제원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뒤 전주 완산고등학교에서 사회 교사로 재직 중이다. 전북 교육청 사회문화 집필 위원, KDI 경제교육교재 집필 위원, 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충남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출제위원, 전북 및 전남 교육연수원 강사, 전북대학교 교사 연수 강사, <새전북신문>, <열린 전북>, <전북교육신문>, 인문 웹진 <아홉시>, 네이버 비즈니즈 블로그 <인터비즈>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지금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의  교육저널인 「교육 제4의 길 」에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 <미래 교육의 불편한 진실, EBS, 2021>, <학교 속 문해력 수업, EBS, 2022>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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