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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내 꿈, 민들레로 피어나다] 너의 슈룹이 되어 줄게

#963 홍성애, 동부학습도움센터 학습상담사 2023.09.27
본 글은 2022년 ‘서울시교육청’의 학습성장스토리 공모전 사례집인 <내 꿈, 민들레로 피어나다>에 게재되었습니다.

 

“우산이 되어 줄 보호자가 부재중인 아이들에게, 나는 잠시나마 빗줄기를 가려 줄 우산이 되어 주고 싶다.”

 

 

오늘도 아이들을 만나러 나갈 채비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서적으로 혹은 학습적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나는 이 만남이 늘 짧고 아쉽고 부족하다.

 

옷소매에 밥풀이 붙어 있는 모습조차 예뻐 보이는 아이. 아이에게 학교 급식은 첫 끼니인 경우가 많다. 아침에 깨워주는 보호자 없이 혼자 일어나 등교해야 하는 아이도 있다. 어떤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지각하지 않도록 아이의 휴대전화 아침 알람을 3개나 맞추어 주셨다. 지각했다는 꾸지람보다는 지각을 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따뜻했다.

 

우리 사회에는 관심이 필요한 소외된 아이들이 많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이 아이들을 다각적으로 보살피고, 그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습 상담사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한부모 가정의 보호자, 부모가 되어 주는 조부모, 그리고 매일 학교에서 학생을 책임지고 계시는 담임선생님까지… 학습 상담사는 이들을 도와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찾고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효과가 미미하거나 없더라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학습상담사는 학급에서의 적응을 돕고,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고, 느린 학습의 공백을 메운다. 스스로 깨끗하게 씻어 청결을 유지하게 하고, 점점 추워질 때는 따뜻한 옷을 입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도 가르친다. 어려운 환경이 놀림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가 바른 생각을 갖춘 건실한 성인으로 성장하기를 소망하며…

 

나는 담임선생님께 1교시 정규 수업 시작 전 그날의 학습 상담 일정을 문자로 보낸다. 상담 일정을 확인하는 것도 있지만, 혹시나 아이의 결석 또는 학사 일정의 변경 등으로 상담 수업이 어려운 경우를 미리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얼마 전 일이다. 그날 아침에도 상담 수업 문자를 보냈다. 이를 확인한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감기에 걸려 등교를 하지 못했다며 답을 주셨다. 담임선생님 말씀으로는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에도 반팔 옷을 입고 다니는 아이에게 긴 소매 옷을 입어야 한다고 여러 번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옷을 챙겨 입지 못한 아이는 결국 감기에 걸려 버렸다. 아이는 새벽에 일을 나가면 밤늦게 들어오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실질적으로 살뜰히 챙겨 줄 보호자가 없어 집에 있는 동안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너무나 걱정이 되어 여러 번 망설인 끝에 아이 휴대 전화로 괜찮냐는 문자를 남겼다. 문자에 바로 어지럽다는 아이의 답장이 돌아왔다. 급한 마음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열이 나고 목이 아프다는 아이에게 아침식사는 했는지, 약은 먹었는지, 병원에는 언제 가는지를 물었다. 아픈 아이의 집에는 밥도 약도 없다고, 병원 또한 언제 갈지 모르겠다고 한다. 물 자주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누워 있으라고, 이따 다시 전화하겠다며 통화를 마쳤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답답했다. 얼마나 아픈 건지 잠든 아이를 깨우는 것 아닌가 조심스러웠지만 아이 상태가 궁금해 점심 무렵에 전화를 다시 했다. 전화벨이 한 번 울렸는데 아이가 전화를 받았다. 점심을 집으로 시켜 놓겠다는 아빠의 전화에 일어났다고 했다. 열이 너무 높은 것 같아 병원에 가보기를 권하였으나, 우리 식구는 아파도 병원엔 안 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떤 사정인지 당장이라도 아이 집 앞까지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3일 동안 아팠고, 다행히 그 다음 주엔 씩씩하게 등교했다.

 

이 아이를 함께 걱정하고 응원해 주는 담임선생님 또한 나와 같은 심정으로 학생을 바라보고 계시다. 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아이의 일상을 함께 나누고, 같이 마음 아파한다. 그리고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의논한다. 그럴 때마다 내 편이 생긴 것 같아 든든하고 마음이 놓인다.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들은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함께 지원해 줄 지원군을 청한다. 난 그 지원군이다. 작지만 힘든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힘을 보탠다. 특히 지난 3년 정도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닫힌 시간 동안 기초 학력이 떨어진 학생들과 또래 친구와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 하는 사회성 결핍을 보이는 학생도 많아졌다. 보호자로부터 방치된 시간 동안 집 안에서 게임에 빠진 학생들도 있다. 상황은 힘든 아이들에게 더 불리했고 그 여파 또한 컸다. 그럴수록 나는 아이들을 대할 때 서두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인내심을 다해 기다려 주려고 한다. 그리고 위축되고 작아진 마음을 단단하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높은 자존감을 갖도록 가능성을 지지하고 삶을 응원한다.

 

아이들에게 꼭 잊지 않고 들려주는 인물 이야기가 있다. 작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콜린 파월’은 미국 국무장관이었고 청소년 운동단체 회장으로 활동한 그는 이민자의 아들로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이민자, 흑인, 빈곤 등 최악의 악조건에 슬럼가라고 불리는 우범지대의 비교육적인 환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훌륭하게 성장했고, 후에〈파월 재단〉이라는 자선 단체를 세워 빈민층 청소년들을 도왔다. 힘든 어린 시절을 경험해 봤기에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았을 것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에게도 어린 시절의 힘든 경험이 나눔의 순간으로 바뀌게 되길 바란다. 내가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가 아이의 마음 속에 메아리 되길 바란다. 그 작은 울림이 모여 하루를 끗끗하게 이겨낼 용기를 가졌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요즘 ‘슈룹’이라는 드라마를 알게 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 사전을 찾았다. ‘우산’이라는 뜻을 지닌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한다. 이렇게 예쁜 단어가 있는지 몰랐다. 드라마 제목은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우산이 되어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우산이 되어 줄 보호자가 부재중인 아이들에게, 나는 잠시나마 빗줄기를 가려 줄 우산이 되어 주고 싶다. 오늘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학교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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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학습도움센터 학습상담사 홍성애

동부학습도움센터 학습상담사로, 2022년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학습성장스토리 공모전 사례집인 '내 꿈, 민들레로 피어나다'에 글을 게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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