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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새로운 내신, 현 대입 체제 붕괴의 시작

#925 김경범, 전 서울대학교 교수 2023.07.04
“파국에 이르지 않으려면 실효를 상실한 수시모집을 폐지하고, 변별력 낮은 새로운 수능을 새로 설계하며, 정시모집에서 수능과 학생부를 결합한 새로운 종합평가를 실행하는 결단부터 필요하다.” (본문 발췌)                                           

 

 

비유하자면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을 눈앞에 둔 느낌이다. 지난 6월 21일 교육부가 발표한 「모든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 포함된 2025학년도 이후 고등학교 교과 평가 방안이 학교 교육과 대학 입시의 모순을 격발시킬 방아쇠가 될 듯하다. 화살 시위는 끝까지 당겨졌고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다. 여러 문제가 간신히 봉합된 현재의 대입 체제는 새로운 교과 절대평가가 미세 조정된 2028학년도 수능과 만났을 때 붕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어디부터 파열될지,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언제 붕괴할지 단지 오늘 모를 뿐이다.

 

새로운 내신 평가방식은 이미 2021년 2월에 예고한 바와 같으므로 새롭지 않다. 교육부 장관이 작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전 과목 절대평가를 고려한다고 하여 변동 가능성이 생겼지만, 결국 지난 정부가 만든 원안대로 내신 평가는 “고교학점제 도입(’25)에 맞춰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없도록 모든 ‘선택과목’의 석차 등급 병기를 폐지하고, ‘공통과목’의 경우 최소한의 내신 변별을 위해 석차 9등급 병기 유지”한다. 2022학년도부터 진로 선택과목에서 상대평가 9등급이 성취평가제로 바뀌었고, 2025학년도부터는 모든 선택과목에서 성취평가제를 적용한다. 성취평가제는 A·B·C·D·E 5단계 절대평가 방식이다.

 

< 2025학년도 이후 과목별 성적 산출 방식 >

이제 상대평가를 적용하는 과목은 공통국어1・2(8단위), 공통(기본)수학1・2(8단위), 공통(기본)영어1・2(8단위), 통합사회1・2(8단위), 통합과학1・2(10단위) 밖에 없다. 공통과목 중 ‘한국사(성취도 5단계)’ 및 ‘과학탐구실험(성취도 3단계)’은 석차 등급을 산출하지 않는다. ‘체육·예술’은 성취도 3단계로, ‘교양’은 P(이수) 여부로 평가한다. 교과 174단위 중 상대평가에 해당하는 교과 단위 수는 42단위(24.1%)이다. 새 교육과정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교육부 장관이 주장했던 전 과목 절대평가가 이 방식보다 변별력은 떨어져도 더욱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하지만 교육부 관료들은 “최소한의 내신 변별”, 고교체제 유지, 2028학년도 수능 미세 조정을 포함한 대입 안정화를 명분으로 기존 발표안을 관철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2028학년도 수능 미세 조정이란 수능 출제범위를 약간 조정하고 제2외국어/한문을 수능에서 배제하며 변별력은 지금처럼 강하게 유지한다는 의미일 듯하다. 수능이 지금처럼 강한 변별력을 유지하는데 내신은 전 학년 절대평가를 한다면, 다시 말하자면 이 결정이 지난 정부의 교육부가 아니라 현 정부 교육부의 결정이 된다면, 내신 변별력이 사라져 특목·자사고 붐이 다시 일어나고 이를 위한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으며 이로 인한 교육과정 파행과 학교 교육 붕괴의 책임을 현 교육부 관료들이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그러니까 1학년 공통교과 상대평가는 현 정부 교육부의 면피성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면피성 대책도 파장은 매우 크다. 대입 이슈는 소수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상위권 대학 입장에서는 1학년 상대/절대평가 여부보다는 전체 선택과목의 성취평가제가 더 중요한 대입 설계의 변수이기 때문이다.

 

대입에서 활용하는 전형 요소(내신, 학생부, 논술, 면접, 수능)의 존재 이유는 타당성과 변별력이다. 좋은 학생을 판별하는 정도가 타당성이라면, 완벽한 타당성을 가진 전형 요소는 없으므로 대개 대학은 복수의 전형 요소를 결합하여 타당성을 더욱 보완하고자 한다. 선별의 민감도라고 할 수 있는 변별력은 수능과 내신이 매우 높아서 학생을 한 줄로 세울 수 있고, 학생부와 대학별 고사(논술과 면접)는 학생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지만 하나의 줄로 세우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절대평가가 모든 선택과목으로 확대된 새로운 교과 평가는 상위권 대학 입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내신의 타당성은 전혀 없고 변별력도 거의 없다. 1학년 내신 성적으로 현재(대입 당시)의 학업 능력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 성취평가제에서 A를 받게 될 상위 20% 이내의 학생에게는 기계적인 변별력이 없고 정성적인 변별력도 약할 듯하다.

 

새로운 교과 방식이 적용되면 상위권 대학은 교과 전형을 할 수 없다. 교과의 타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타당성이 없으므로 변별력은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 상위권 대학 중 어떤 대학이 타당성이 없더라도 교과 전형을 만든다면 떨어진 변별력을 보완하기 위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강하게 걸어야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이 전형은 기형적이다. 왜냐하면 외형은 교과 전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교과 점수와 무관하게 수능으로 선발되며, 교과 성적은 동점자 처리 기준 정도의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형을 만들면 그 대학의 사회적 평판이 떨어져서 다른 전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학생 충원에 급급한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수의 대학은 교과의 타당성이 없고 동점자가 조금 생기더라도 등록률이 낮은 상황에서는 학생을 변별할 수 있으므로 지금처럼 교과 전형을 운영할 수 있다. 이것이 교육부가 말한 “최소한의 내신 변별”이다.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은 이미 2022학년도 이후 입시에 반영하는 학생부 항목이 축소되어 있어서 현재는 선택과목 조합, 교과세특, 내신 성적 위주로 평가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의 영향력은 미미하다.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는 없어졌고, 학교 이름을 알 수 없는 ‘블라인드 평가’를 하는 지금 현실에서 새로운 내신이 도입되면 상위권 대학의 학종은 선택과목 유형이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그 결과 심화 선택과목을 풍부하게 개설할 수 있는 학교가 유리해진다. 학생의 능력이 아니라 학교의 교육과정만으로 특목·자사고가 유리해지고 일반고는 대체로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된다면 이런 전형은 공정하지 않다. 충실한 온라인학교와 온·오프라인 혼합수업이 일반고 학생에게 제공되어야 하지만 현재 교육청의 준비 수준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 이름을 모르는 블라인드 평가에서는 획일적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으므로 성취 비율, 평균, 수강자 수는 평가에 활용하지 못한다. 타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로 학생이 이수한 과목 특성이 대입에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대학에 제공되는 정보 확대”를 위해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 현황(공동교육과정 포함) 및 과목별 학습내용·평가방법 등을 대학에 추가 제공”한다고 하지만, 그런 정보로는 학생을 평가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부가 대학을 도와주려면 2022학년도에 지난 정부가 시작한 블라인드 평가를 폐지해야 한다. 사람들은 믿지 않겠지만, 블라인드 평가를 폐지해야 오히려 일반고가 유리해진다.

 

또한 학생부 평가만으로는 변별력이 떨어져서 상위권 대학들은 면접의 변별력을 높이게 된다. 면접은 제시문 기반 면접과 학생부 기반 면접이 있는데, 두 방식 중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변별력을 높이려면 어려운 문항을 출제해야 한다. 쉬운 문제로 변별력을 높이는 방법은 없다. 그런데 대학이 교육과정 내에서 면접 문항을 출제했더라도 학생이 어렵게 느낀다면 학생들은 사교육을 찾아야 하고 대학은 행·재정적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 교육과정의 범위는 회색지대에 있어서 사실상 명문화하기 어렵고, 교과에 따라 교육과정 내 출제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도 아니다. 학종을 과학고와 영재고가 지원하는 전형과 일반고가 지원하는 전형으로 나누어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걸거나 어려운 문항을 출제하면 마찬가지로 기형적인 전형으로 변질되거나 사교육을 유발한다.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위한 전형, 학생부보다 면접이 중요한 전형이 되면 학종은 학교 교육에 기반한 전형이라고 부를 수 없다. 타당성과 변별력을 상실한 교과 전형이 사라지고, 교육적 명분을 상실한 학종도 축소되면, 남는 전형은 수시 논술과 정시밖에 없다.

 

그래서 새 교과 평가가 적용되면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논술전형 선발 인원을 늘리거나, 정시모집 선발 인원을 늘리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연세대는 논술전형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고려대학교는 이미 2025학년도부터 논술전형을 다시 도입한다고 공지하였다. 서울대의 입장은 알려지지 않았다. 논술 확대는 과거처럼 교육부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논술 문항의 유형에는 교과형, 통합교과형, 탈 교과형이 있다. 정부가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탈 교과형은 바람직하지만 시도하기 어렵고, 통합교과형은 고등학교에서 대비하기 어려워 과거에 이미 사교육 열풍을 만든 적이 있다. 결국 대학은 교과형 논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문항이 어려워지거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걸어야 한다. 결국 다시 변별력 문제로 돌아오고 이 상황은 해결되지 않는다. 남은 선택은 정시모집 선발 인원 확대밖에 없다.

 

수능만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에서 수능 출제범위가 공통과목과 일부 일반선택과목이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수시모집 선발 규모를 줄이고 정시모집 선발 인원을 늘리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사실상 일반선택에서 끝나고 학교 교육은 파행한다. 3학년 2학기가 아니라 3학년 전체가 사라진다. 학생에게는 불확실한 학종보다 확실한 수능을 준비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수능 출제범위까지만 열심히 공부하면 되고, 학교 밖까지 가서 진로 선택과목과 융합 선택과목을 공부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게 파국이다.

 

교육부는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을 늘리기 위해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고 내신의 변별력을 낮추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입 미세 조정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교육부는 수시모집이 학생부 위주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상위권 대학의 수시모집은 더 이상 학교 교육이 중심이 아니게 된다. 교과 전형은 수능 전형이 되고, 학종에서 학생부의 영향력은 낮아지며 선택과목 때문에 일반고 학생은 더 불리한 조건에 놓이며 대학별 고사가 강화된다. 수시모집 논술전형은 늘어나지만 교육과정 출제라는 제한 때문에 학교 교육에 도움이 되는 문항을 내기보다는 지금처럼 단지 선발을 위한 문항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학생을 충분히 충원할 수 있는 대학은 수시모집 선발 규모를 줄이고 정시모집 선발 인원을 늘리는 게 안전한 선택이다. 그러면 다양한 소질과 역량을 가진 학생은 학교 교육으로 키워지지 않고 대학이 선발하지도 못한다. 고교학점제로 전환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바꾸었으나, 대학 입시를 미세 조정한 결과 학교 교육은 90년대 수능 체제로 돌아가는 결과를 맞는다.

 

지금도 학생들은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고 심화학습을 하기보다는 수능 문제 패턴에 자신의 사고를 끼워 맞추며 1분 남짓 시간 내 답을 찾는 문제 풀이 기법을 익히고 있다. 정답을 찾으려면 사고를 규격화해야 하고, 반복적으로 많은 문항을 풀어서 답을 찾는 감각과 기술을 체화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수능 대비 문제 풀이 수업에서는 깊이 있는 사고, 자유롭게 영역을 넘나드는 창의적인 생각, 존재하지 않는 사물과 세계를 그려보는 상상력은 키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얻더라도 아이는 학교 교육을 통해 미래 사회를 살아갈 힘을 기르지 못한다. 게다가 2022년에 24만 명대에 진입한 저출생 시대는 이미 심각하게 학교 교육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다양성을 키우는 학생 개인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질 높은 소규모 학교로 다운사이징을 하고, 교과 인강이 아니라 새로운 교과를 가르치는 온라인학교를 설립하고,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지 학교 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과 우리 모두에게 닥치게 된다. 교원 수가 학생 수에 맞춰 줄어들면 과거의 교육이 답습되고, 새로 임용되는 교사가 과거의 교사와 같다면 수업은 달라지지 않는다. 수능을 준비하는 획일화된 학교 교육이 개별화 및 다양화 교육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가난한 미래가 닥쳐온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금 하는 일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고 있다. 학교 교육이 사라진 엉망진창 수시와 획일적인 정시가 우리 앞에 있다.

 

문제는 2028학년도 대입 미세 조정에 있다. 파국에 이르지 않으려면 실효를 상실한 수시모집을 폐지하고, 변별력 낮은 새로운 수능을 새로 설계하며, 정시모집에서 수능과 학생부를 결합한 새로운 종합평가를 실행하는 결단부터 필요하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지만, 무엇이든 해결할 길은 있다. 지금이 아니면 우리는 2032학년도 대입을 논의해야 한다. 그때 대학에 들어올 학생은 지금의 초등학교 4학년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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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대학교 교수 김경범

스페인 마드리드 꼼쁠루뗀세 대학 박사 (중세 및 황금세기 문학), 페루카톨릭 대학 석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학사, (전)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기금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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