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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논평] 교사의 눈으로 본 ‘대통령의 수능 난이도 문제 제기’와 ‘공교육 경쟁력의 향상 방안’의 의미

#921 김학윤,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정책위원 2023.06.23
“입시 제도든 수능이든 아니면 그 어떤 형태의 평가 방식이든 공교육의 목표나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과정,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교육 현장에서의 교사들의 교육활동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본문 발췌)                                               

 

 

1. 수능의 고난도 문제의 의미

 

대통령이 6월 모의 학력 평가의 높은 난이도를 문제 삼으며, 관련 책임자와 기관을 질책하고,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출제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 때문에 교육계에 큰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교육부 입학처장이 경질되고, 주관 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이 감사를 받고, 평가원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임한 바 있다. 곧이어 정부 여당과 교육부는 대통령의 말에 장단을 맞추고, 수능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 소위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고, 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6월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으며, 곧이어 사교육 경감 대책 발표를 예고한 바 있다.

 

수능을 몇 달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이런 문제가 논란이 되고, 대통령의 말과 지시를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정부 여당의 정책들이 결정되는 이러한 행보들이 교육계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현실이 당황스럽다.

 

 

2. 저급한 수준의 대통령의 공정성 문제 제기

 

대통령이 모의 평가나 수능 문제의 난이도를 거론하면서, 킬러 문항을 저격하고, 난이도 낮은 문항 출제가 공정한 입시인 것처럼 방향을 제시한 것은 ‘공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고, 이런 부분에까지 지시를 내린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무게를 고려하면 바람직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쉬운 수능이 공정성의 핵심이라고 하면 누구나 웃을 것이고, 또 당장에 난이도가 낮은(변별력이 없는) 문제만 출제할 경우 무엇으로 변별력을 삼을 것인가 의문이 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느끼는 혼란과 이에 대한 언론의 호들갑, 그리고 사교육업자들의 즉자적인 저항은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이슈들을 통해 정부 정책의 안정성이나 신뢰성까지 무시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문 정부에 이어 윤 정부도 수시(학생부) 비중 약화, 정시(수능) 비중 강화가 공정성인 것처럼 발표했는데, 갑자기 난이도 낮은 수능 문제를 출제한다는 것은 결국 정시(수능) 비중의 약화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입시에 있어 공정성을 중시한다고 할 때도, 문제의 난이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못지않게, 정시(수능)와 수시(내신) 중 어느 것이 더 공정하며 더 중시되어야 하는가도 살펴봐야 하고,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능력주의에 기반한 입시 제도 자체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검토해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라면 더 큰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 주었으면 하고, 또 공정성 차원에서 교육과정평가원을 질책하려면 난이도만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그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예컨대 수능을 포함한 각 전형 요소의 공정성 문제나, 각 전형 요소가 어느 정도의 의미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기를 기대했다. 이런 고민 없이 대통령의 가벼운 문제 제기에 관련자에 대한 인사 조치까지 연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6월, 9월 모의 평가는 정식 수능의 문제를 조정하거나 사전 관리 등의 문제를 조절하기 위한 예행연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 그 기능을 깡그리 무시하고, 공정성이라는 이름 하에 6월 모평을 문제삼고 관련자를 질책하는 것 자체가 교육 행정이나 수능 시스템에 대한 무지이자, 전문성을 무시하는 권력의 횡포라고도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교육과정평가원과 기관장을 문책하려면, 그래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기관이고 그 임기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최소한 수능의 취지에 어긋났다거나, 부정부패에 연루되었다거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중시했다거나 하는 등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구체적인 근거 없이 단지 추상적인 대통령의 정책 기조나 방향을 어겼다고 질책당하고, 자리에서까지 물러나야 한다면, 최소한 교육 부문에 있어서는 아직도 권위주의 시대라고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힘이 없는 기관과 기관장들은 미리 알아서 머리를 숙이라는 정치적 의미로도 인식될 수 있다. 이것이 교육 현장에 미치게 될 악영향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현 정부는 3대 개혁 중 하나로 교육개혁을 추구한다고 한다. 그 말이 허구가 아니고 어느 정도 의미가 있으려면, 입시 경쟁 교육이 가장 큰 교육의 문제로 자리 잡은 우리 현실에서, 단지 수능 난이도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현재의 입시 교육으로 점철된 공교육 붕괴에 대한 대안, 그리고 치열한 입시 제도를 개혁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교육 문제에 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지난해 고교학점제를 포함한 개정 교육과정을 마련했고, 그 완성을 위해서는 앞으로 입시 제도 개혁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그런 부문에 관한 문제의식은 조금도 없이 수능 문제의 난이도를 문제 삼고 있다. 교육 부문에 있어서 ‘공정성’을 문제 삼겠다고 하는 것은 교육개혁 추진에 진정성이 있는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교육개혁의 핵심은 공교육이 입시 교육으로 왜곡된 현실을 타개하는 것이어야 하고, 당연히 교육과정이 입시에 의해 왜곡되지 않고 정상화되는 방향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당정이 추진하는 교육개혁에는 그런 상과 방향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입시에서의 공정성을 추구하고, 교육개혁의 방향이 설정된다면 당연히 그 무게가 실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 정부가 교육개혁의 의지를 보이려면, 질책과 징계의 대상자는 6월 모의고사 평가 담당자나 교육과정평가원이 아닌, 교육부 장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주호 장관은 교육개혁의 청사진도 없을뿐더러, 입시 문제에 대해서도 수능이나 입시 제도의 큰 틀은 손대지 않겠다는 생각을 거리낌 없이 발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3. 방향을 잘못 잡은 이주호 장관의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대통령의 말과 지침을 뒷받침하기 위해 2023년 6월 21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하였다. 발표에 의하면 공교육 실패 원인을 전 정부의 잘못된 평등주의적 정책, 학교의 획일주의 지식교육,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사 탓으로 돌리며, 공교육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학생 개인별 맞춤 교육을 실현함으로써 모든 학생 한 명, 한 명을 미래 사회의 인재로 키워내도록 하겠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을 보면, 기초교육 강화 명분으로 초3, 중1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복귀) 실시, 다양화와 선택권 보장 명분으로 자사고·특목고 존치, 맞춤형 교육을 명분으로 에듀테크 활용, 교사 디지털 및 AI 활용 관련 연수 강화, 고교 학점제에 바탕을 둔 선택형 교육과정의 운영 등이다.

 

대부분 과거 이명박 정부가 시행했던 교육 정책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들이 대부분 입시 경쟁 교육 강화로 귀결된 정책이라고 하여 논란이 되었던 정책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논란이 된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 지금 상황에 맞는 공교육 경쟁력 강화 대책인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또다시 입시 경쟁 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비 증대나 공교육 황폐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또한 이러한 과거 정책으로의 회귀 명분을 전 정부나 진보 교육감들이 강조하는 평등주의적 교육 정책이 공교육 파탄의 원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시각이 우리 교육 현실을 제대로 보고 진단한 것인지, 그리고 과거 실패한 정책을 되살리는 명분이 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책에는 과거 정책으로의 회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이나 에듀테크 교육 강화 등 새로운 것도 있다. 그런데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은 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한 것이고, 에듀테크 강화는 진보 교육감들과 같은 평등주의 논리로 합리화하고 있다.

 

물론 우리 교육문제를 해결하고 공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라면 전 정부나 진보 교육감들의 교육 정책을 비판할 수 있으며, 또 과거 정부의 교육 정책도 선별하여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근거들이 정확한 현실 분석과 올바른 대책이어야 하는 것이지,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계가 불분명하거나, 공교육의 성격이나 여건 조성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는 정책들까지 합리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교육 문제의 원인을 전 정부의 정책 탓으로 돌리고, 더 잘못된 과거 정부의 정책으로 회귀하려는 것을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에듀테크 강화와 같이 사교육 업장의 이해 관계를 대변한 것처럼 보이는 정책이나 정부의 성격과 관계 없이 논란이 되는 정책들은 ‘전 정부의 정책을 계승한 것이다’라거나 ‘진보 교육감들도 강조한 것이다’라는 논리로 합리화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정치적 반대파들의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논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주호 장관, 아니 이번 공교육 강화 방안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정치적인 색채가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4. 잘못된 정부 정책이 문제인가, 아니면 학교나 교사가 문제인가?

 

이번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은 여전히 학교가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을 수행함에 따라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고 사교육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학교나 교사 요인 때문에 공교육의 파행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사교육의 수요를 학교에서 수용하도록 하고, 교사 연수를 강화하여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이다.

 

이렇게 모든 문제의 원인을 학교 탓, 교사 탓으로 돌리고, 학교 밖 교육의 욕구를 학교 내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교육 문제나 교육 현실을 제대로 보고, 올바른 공교육의 방향을 제시한 것인가?

 

과연 학교가 학교 밖 교육(사교육 시장)에 비해 경쟁력이 없어 학생들이 학교 교육에 흥미를 잃고 학교 밖으로 향하는 것이 사실일까? 또 교사들이 사교육 기관처럼 입시 교육에 매진하는 것이 공교육의 나아갈 방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발표의 제목도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 아니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이다. 이것은 입시 교육으로 왜곡된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공교육 현장에서 입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것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특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고, 또 학교를 학원화하겠다는 것이며, 공교육을 포기하고 입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공교육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우리 교육 현실은 치열한 입시 경쟁의 구조 속에서 학교나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준수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공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입시 교육에 부응하면서 학교를 학원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교육과정에 명시된 올바른 인간상을 구현하고 교육과정에 맞게 교육하는 것이 학교와 교사 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 담당자들은 공교육에 대한 개념도 희박하고, 교사들은 불신의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5. 소위 언론과 얼치기 교육 전문가들의 안일한 인식과 대처

 

작금의 사태와 관련하여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올바른 방향에서 교육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또 다른 혼란을 일으키는 태도들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 학원의 입시 전문가를 내세워, 대통령의 난이도 타령이 입시 안정성을 흔든다는 것에 초점을 둔 대응을 했는데, 이것도 입시를 최상의 가치로 보고 원만한 입시로 교육 문제가 다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보는 언론의 안일한 시각이다.

 

2) 수시(학생부), 정시(수능) 모두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입시 경쟁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고 수능 개선 방안만을 열심히 제시하는 입장도 있다. 이 입장에서는 수능은 원래의 취지는 좋은데, 지금은 그 성격이 변질되었으므로,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더 좋은 수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입장은 수능의 원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방안(예컨대 통합교과형, 또는 통합교과 성격을 살리는 수능 도입 등), 과목이나 범위 조정(과목 수 축소로 인한 능력 평가 현실 타파), 형태 조정(논술형 수능 도입) 등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하지만, 수능이 왜곡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나 수능의 변질 과정의 역사를 부정하고, 마치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거나, 수능 체제 개선으로 교육개혁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3) 더 나아가 공교육의 성격이나 교육과정 개편, 교육 현장에서의 평가에 관한 문제보다는 입시 제도 개혁을 더 중시하고, 수능이나 입시의 평가 방법 개선을 통해 우리 나라의 중요한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공교육을 정상화 하겠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평가나 입시는 교육과정이나 교육활동의 일부이지, 그것이 중심이고 몸통이 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봐도 평가 방식의 개선, 즉 입시를 개선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시도는 주객이 전도된 입장으로 성공한 적도 없고, 또 입시에 종속된 공교육이라는 또다른 부작용, 즉 다른 형태의 입시 교육에 의한 공교육 왜곡을 낳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4) 학생·학부모의 욕구, 사교육 종사자들의 관심, 교육 밖 관전자들의 시각을 절대 가치로 보고 우리 교육 및 평가 제도 개선의 방향인 것처럼 접근하는 입장이 있다. 교육 문제를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이나, 소위 교육에 대해 잘 모르면서 선거에서 교육 문제에 숟가락 하나 얹으면서 표를 얻으려는 정치가들이 취한 얄팍한 술책이 바로 이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교육 문제가 교육 외부(정치가) 이해관계자들이나 소위 교육에 관심을 가진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발생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5) 또한 거시적인 차원에서 문제 해결 방향은 바르게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현실이나 현안에 대해 애써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다. 아무리 좋은 방향과 안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현실 문제나 개혁 주체와 연결되지 못하는 정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옳은 이야기지만 고장난 테이프마냥 공허하게 들리지 않도록 구체적인 현실에서의 근거와 개혁 주체의 힘이 될 수 있는 바탕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를 바란다.

 

 

6. 결론을 대신하여

 

1) 정답 찾기 교육의 한계와 교육 개혁 및 공교육 정상화의 방향

 

지난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필즈 상을 받은 전 허준이 교수의 사례가 한국 교육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그가 한국에서 공교육을 받았고, 대학원까지 마쳤기 때문에, 그를 배출한 한국 교육이 자부심을 가질 만함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는 물론 다수의 전문가는 한국 교육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수학 분야의 큰 진전을 이룬 허 박사의 업적은 기존에 있는 정답이 아니라 새로운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었고, 한 분야에서의 해답이 아니라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를 연결하고 새로운 사고를 통해 얻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입시 경쟁 체제 속에서 정답을 찾는 교육에서는 그런 상을 받기 힘들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허준이 박사도 초중등 교육은 물론 대학까지의 자신의 학습 과정은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교육에서 실패했다는 사람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인재가 되었다는 것이 한국 교육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능력이 창의성인데, 우리 교육은 창의성을 기르기보다는 말살하는 방향의 교육이라고 한다. 창의성은 기존의 정답을 부정하고 새로운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런데 한국 교육은 모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전제하고 정답을 찾아가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에 대해 어느 학자는 ‘허준이 박사의 필즈상의 의미’에 대해 쓴 칼럼을 통해 ‘이것은 한국 교육의 한계라기보다는 오류’라고 언급하며, ‘학문의 세계에서 어떻게 모든 문제에 정답이 있을 수 있느냐, 그런데 한국 교육은 정답이 없는 것에 대해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가르쳐 왔다’고 성찰했다.

 

2) 입시 교육과 공교육 정상화는 양립할 수 없다

 

이런 창의성 말살 교육의 중심에는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인 입시 경쟁 교육이 있다. 입시 경쟁 교육은 정답 찾기를 통해 변별력을 중시하는 줄 세우는 교육이다. 그런 입시 경쟁 교육의 중심에 수능이 있다. 수능은 정답을 찾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정답을 전제로 하지 않는 수능 문항은 있을 수 없다. 선택지로 제시한 오지선다형에 정답이 들어 있고, 정답이 없거나 모두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문제가 성립하지 않거나 틀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답을 전제로 할 경우, 사고는 주어진 선택지 내에서 정답을 고르는 것으로 한정되고, 그 틀을 벗어나는 사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제한된 범위나 틀 내에서 사고하고, 정답을 부정하고 새로운 답을 상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교사들도 틀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하면 잘못이고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이것은 난이도의 정도와 관계 없이 시험 성격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창의성이란 있을 수 없다. 더 심하게 말하면 창의성을 말살하는 것을 가장 공정하고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수능만이 아니라, 학교 교육 평가 전 영역으로 확산되어 있다. 예컨대 내신은 수능과 전형 형식이나 취지가 다른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객관식 시험의 경우 공정성이라는 명분으로 정답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출제된다. 심지어 수능과 형식과 취지가 별 차이 없는 문제가 출제된다. 어쩌면 수능과 가까울수록 훌륭하고 좋은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당연히 공정성 시비에 걸리지 않는, 다시 말하면 이론의 여지가 없이 정답이 있는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

 

물론 내신에는 주관식 서술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신에서 주관식 서술형 문항이라 해도 개인의 주관이나 소신을 담을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공정성 시비 때문에 교사들도 다양한 사고를 유도하는 문제를 출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채점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다양성을 보장할 여유도 없다. 설령 사고의 다양성을 유도하는 문제가 출제될 경우, 채점의 기준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고,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교사 수준에서 방어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과 형식만 주관식 또는 논·서술형이지 단순 사고력이나 암기력, 또는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되고, 채점 과정에서도 기대하는 사고의 다양성이나 창의성을 반영할 수는 없다.

 

3) 교사의 자주성과 자발성에 기반을 둔 공교육 중심의 입시 제도와 교육개혁의 중요성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교육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 목표도 입시 교육이 아니거니와, 추구하는 인간상도 단순 암기식 지식을 요구하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정답을 찾아가는 인간상을 그리지도 않는다. 형식적으로는 지식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창의성을 기르고 비판적인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교육 경쟁력 향상 방안에서 이주호 장관이 지식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 운운하며 마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의 오류이다.

 

이처럼 교육 목표와 교육과정은 잘 되어 있더라도, 교육과정은 무력화되고, 입시 경쟁 교육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입시 교육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연히 학교나 교사들도 이런 왜곡된 교육의 공범자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학생들의 고통이나 왜곡된 교육과정을 통해 그런 피해를 직접 보고 느끼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러한 양면성 때문에 누구보다도 교육 문제를 제대로 보고, 교육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왜곡된 교육을 청산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이런 아픔과 정상적인 공교육에 대한 갈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부나 교육청 그리고 교육개혁을 열망하는 사람들은 입시 교육이 아니라 창의성과 민주 시민을 양성하려는 의지를 가진 교사들에게 주목하고, 또 그들이 교육 현장에서 입시 교육에 얽매이지 않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정부가 추진해야 할 교육개혁의 핵심 과제일 뿐만 아니라, 창의성을 말살하고 있는 우리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입시 제도든 수능이든 아니면 그 어떤 형태의 평가 방식이든 공교육의 목표나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과정,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교육 현장에서의 교사들의 교육활동과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공교육의 교육활동이 공교육 내에서의 학생들의 평가를 정상화 하는 방향에서, 그리고 입시 제도나 입시 제도 내에서 평가 방식 개선, 더 나아가 교육개혁도 공교육의 정상화와 공교육 내에서의 평가 개선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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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정책위원 김학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및 경기여자고등학교 교사로도 활동 중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과도 초창기부터 인연을 맺고 함께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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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이섭우 수정 삭제

    쪽팔리게 대통령이 뭐라 할 정도로 공교육이 개판이 될 때까지 도대체 선생들은 뭘 한건가..이걸 교육을 바꾼다고 쓴 글인가? 쪽팔린 줄 알아라..생각이 있는 교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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