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과학 새 연재(15) : 퇴치해야 할 교육 속설 2~4호 – “<2호> 좌뇌형-우뇌형별 맞춤지도가 효과적, <3호> 학습 스타일별 맞춤지도가 효과적, <4호> 쉽게 배우기가 효과적”
| “‘쉽게 배우기’ 문화에 대해 교육계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 “사람의 뇌는 새로운 학습과 경험에 의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지능도 향상될 수 있다. 이것이 20세기 뇌과학의 위대한 발견인 신경가소성이다.” (본문 발췌) |
목차
1. 나는 ‘좌뇌형’, ‘우뇌형’ 중 어디에 속할까?
2. 좌뇌형-우뇌형 속설과 효과적인 수업지도
3. 학습 스타일(learning style) 속설과 효과적인 수업지도
4. 쉽게 배우기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어려움
5. 맺음말
| ♣ 학습 목표 • 사람을 엄격히 좌뇌형, 우뇌형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학생들과도 공유한다. • 학습 스타일(learning styles)에 맞춘 교수·학습보다 다중 학습 양식(learning modalities)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실천한다. • 쉽게 배우기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바람직한 난이도’를 유지한다. |
“좌뇌형-우뇌형별 맞춤지도가 효과적”, “학습 스타일별 맞춤지도가 효과적”, “쉽게 배우기(learning something new easier)가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일단 매우 긍정적으로 들린다. 그래서 이는 많은 교사들이나 학생들이 원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런 방법이 속설(myth)이고 문제일까? 학습 유형은 흔히 ‘좌뇌형-우뇌형 학습 유형’과 ‘4가지 학습 스타일(learning styles) VARK’1를 일컫는다. 이 두 가지 유형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전자는 후자 즉 선호하는 학습 스타일에 영향을 준다. 먼저 독자들이 죄뇌형-우뇌형 중 어디에 속하는지부터 테스트해 보고 각 속설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기로 한다.
독자 여러분의 사고 특성에 대해 알아보는 재미있게 구성된 게임 형태의 검사 하나를 소개하겠다. 자신의 뇌 사용에 있어서 좌뇌-우뇌 사이의 균형이 어떤지를 알아보는 검사이다. 각 과제에 있어서 맞고 틀리는 것은 없다. 독자 여러분들이 사고할 때 좌뇌와 우뇌 중 어떤 뇌를 더 지배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이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검사에는 약 1분 정도 소요된다.
이 검사에는 아래와 같은 영어로 된 질문이 나온다. 사전에 읽어보고 검사에 임하면 더 신속히 마칠 수 있다.
• In which direction is the dancer turning?
(무용수는 어느 방향(↺↻)으로 돌고 있는가?)
• Choose the color, not the word. You have 4 seconds for each task.
(지시하는 ‘단어’ 대신 ‘색상’을 선택하시오. 각 과제마다 4초가 주어진다.)
• Of the following, which picture best fits the theme of friendship?
(다음 중 어떤 그림이 우정이란 주제에 가장 적합한가?)
• Put your hand on your head. Which hand did you use?
(머리에 한 손을 얹으시오. 어떤 손을 사용했는가?)
• Cross your hands over your chest. Which hand is on top?
(가슴에 두 손을 얹을 때 어떤 손이 위로 올라가는가?)
• Cross your legs. Which leg is on top?
(두 다리를 꼬고 앉을 때 어떤 다리가 위로 올라가는가?)
• Look at an object and close one eye. Which eye is still open?
(어떤 사물을 한 눈으로만 볼 때 어떤 눈을 뜨고 보는가?)
• Of the following, which picture appeals to you most?
(다음 중 어떤 그림이 가장 인상적인가?)
• This picture is most similar to ~ .
(이 그림은 다음 3가지 중 ~에 가장 가깝다.)
아래 URL을 클릭해서 아래와 같은 그림이 나오면 상단의 지시를 읽으며 검사를 시작하시오.
https://braintest.sommer-sommer.com/en/

검사가 제시하는 질문에 다 답하고 나면 여러분이 좌뇌-우뇌 중 어떤 뇌를 더 우선적으로 사용하는지 각 뇌의 사용 비율을 통해 알려준다. 물론 이 검사는 재미로 짧은 시간에 검사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기에 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것이 좋다.
검사 결과 <좌뇌의 지배적 사용, 우뇌의 지배적 사용, 좌뇌-우뇌를 고르게 사용> 중 어떤 것으로 나왔는가? 결과에 대해 동의하는가? 이어지는 내용을 통해 알게 되겠지만 사람은 좌뇌형, 우뇌형으로 “엄격히” 나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뇌형, 우뇌형 검사는 흥미롭다. 또 이에 맞추어 학생을 가르치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다음은 좌뇌(좌반구)와 우뇌(우반구)의 기능 설명으로 자주 등장하는 내용들이다.
• 좌뇌는 논리나 분석, 객관적인 판단과 관련된 기능을 주로 담당하고, 우뇌는 감정, 통합, 주관적 판단과 관련된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
• 좌뇌는 선형적(linear)이고 순서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지만 우뇌는 전체론적(holistic)2, 비선형적(nonlinear)으로 작동하며 정보를 병렬 처리(parallel processing)3한다.
• 좌뇌는 정보처리 특성이 논리적(logical), 분석적(analytical)이고 우뇌는 직관적(intuitive), 창의적(creative)이다.
• 좌뇌는 큰 그림(big pictures)보다는 세부사항(details)에 초점을 둔다.
• 좌뇌는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부분들을 분리해 내는 데 집중하고, 우뇌는 부분들 간의 관계로부터 패턴을 인식하고, 부분들을 종합해서 전체를 구성하는데 전문화되어 있다.
• 좌뇌는 청각 정보(auditory input)에 강력히 반응하면서 그림이나 도표보다는 사실과 어휘 등의 언어 정보(verbal messages)에 주의를 집중시켜 정보를 처리한다. 한편 우뇌는 주로 시각적인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그림이나 도표의 처리에 능하다.
• 언어 기능은 좌뇌와 좀 더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 좌뇌가 우위인 학생은 논리적이기 때문에 수학과 언어과목을 좋아하고, 우뇌가 우위인 학생은 창의적이어서 예술 과목을 좋아한다.
위 진술들은 맞는 말인가 틀린 말인가? 많은 전문가들조차도 위와 같이 설명하지만 위 진술 중 좌우뇌의 기능을 단정적으로 구분해 서술하는 것은 대부분 틀린 진술이다. 어떤 인지적 처리가 특정 반구에서 주로 일어나는 경향성, 즉 뇌의 편재화 현상(偏在化, lateralization, localization)4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처리가 어느 한쪽 반구에만 전적으로 편재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진술이다. 가령 “언어 기능은 좌뇌와 좀 더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처럼 표현하면 사실이지만(말하기를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과 듣기를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은 대부분 좌반구에 존재), “언어 기능은 좌뇌가 처리한다.”처럼 단정적으로 표현하면 허구(fictions)에 가까운 진술이 된다. 또 좌뇌는 ‘분석적’이고 우뇌는 ‘직관적’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한다면 이것 역시 틀린 진술이다. 이는 뇌의 기능을 너무 단순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좌뇌가 정보처리를 할 때 “종종(often)” 분석적인 경우는 있지만 “엄밀히(strictly)” 분석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정보는 좌뇌와 우뇌가 상호 소통하면서 협응을 통해 처리한다. 어떤 정보처리가 엄격히 좌뇌에서만 혹은 우뇌에서만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양반구는 서로 소통하며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서 상호보완적으로 일한다.
좌뇌형-우뇌형 담론이 속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많은 연구가 있다. 대표적인 것 하나를 소개하면, 미국 유타대학 신경과학자들이 7-29세의 사람들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뇌의 기능 편재화 연구(Nielsen et al., 2013)가 있다.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자 중 한 사람인 제프 앤더슨(Jeff Anderson)은 “어떤 뇌 기능이 좌반구 혹은 우반구에서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예로 ‘언어(language)’는 좌측 반구에 ‘주의(attention)’는 우측 반구에 더 편재화되어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실험의 대상이었던 사람 중 누구에게서도 좌반구 혹은 우반구가 더 강력한 기능을 발휘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연구자들은 사람의 뇌는 좌뇌형-우뇌형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좌뇌와 우뇌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코실린과 밀러(Kosslyn & Miller, 2013)는 자신들의 책에서 좌뇌-우뇌처럼 2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대부분 가짜(bogus)이며 상위뇌(top brain)와 하위뇌(bottom brain)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수학은 논리적이어서 주로 좌뇌가 처리한다는 통념도 사실이 아니다. 인지신경과학 분야의 석학인 페더메이어(Kara D. Federmeier)는 “흔히 수학은 논리적인 학문이어서 주로 좌반구가 처리한다고 말하지만 수를 세거나 구구단을 암송하는 과제는 기억된 언어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어서 좌반구가 주로 처리하고, 사물에 대한 두 개의 집합 중 어떤 것이 더 많은 수의 항목을 갖는지를 추정하는 것은 주로 우반구가 처리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석학은 대부분의 인지 기능은 물론이고, 논리적인 것이든 창의적인 것이든 이런 정보의 처리에는 양반구의 기능 모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말하기와 같은 언어 정보처리는 대개의 경우 좌반구가 담당을 하지만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개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편재화의 경향은 나이와도 상관이 있어서 특히 나이가 든 성인일수록 양뇌를 사용하는 쪽으로(bilateral) 편재화 패턴이 변해간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뇌가 정보처리를 할 때는 항상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한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요컨대, 사람이 과제를 수행할 때 어떤 과제는 주로 좌뇌에서 또 어떤 과제는 주로 우뇌에서 처리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과제도 좌뇌만을 혹은 우뇌만을 사용하여 처리하지는 않는다. 사람의 뇌는 정보를 처리할 때 양 반구끼리의 소통은 물론 활발한 협응이 일어난다. 인간의 뇌가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해온 점을 생각해 봐도 어떤 과제를 해결할 때 좌뇌-우뇌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따라서 학생을 좌뇌형, 우뇌형으로 나누고 이에 맞추어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대표적인 신경 속설(neuromyths)에 속한다.
그러나 이를 사실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 문제이다. 한 관련 연구에 따르면 242명의 미국 교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때 약 90%의 교사들이 좌뇌형, 우뇌형 구분이 학습자 차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의 이런 믿음은 실제 수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쟤는 우뇌가 강해 수학을 잘하지 못해.”와 같은 편견을 낳을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좌뇌형-우뇌형이라는 잘못된 믿음은 학생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사 결과 자신이 우뇌형이라는 판정이 나면 은연중에 “내가 수학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거야.”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자신도 수학을 잘 할 수 있다는 믿음(self-efficacy)을 약화시킬 수 있다.
교실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좌뇌가 좋아할 수업 방식인 언어로 설명하거나 언어로 토론하는 식의 수업과 우뇌가 좋아할 시각 자료를 많이 사용하는 방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숙제를 줄 때도 에세이 쓰기와 같은 좌뇌형 과제와 시공간 감각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은 우뇌형 과제를 번갈아가며 줄 필요가 있다. 사람이 자신의 뇌가 좋아하고 편한 방식으로만 살거나 학습할 수만은 없다. 편하게 하는 학습은 신경망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4. 쉽게 배우기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난이도). 학생의 뇌의 선호와 상관없이 균형되게 과제를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각 개인은 고유한 존재이며 이들의 능력과 재능이 전적으로 뇌의 편재화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로 수학과 과학에 능한 개인이 창의적인 활동에 참가해 훌륭한 역할을 해내는 일은 흔하다. 오히려 개인의 능력과 재능은 개인의 흥미, 경험, 또 다양한 활동에의 노출, 학습 기회 등에 의해 길러지는 것이란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3. 학습 스타일(learning style) 속설과 효과적인 수업지도
1970년대 이후 모든 학습자는 자신만의 고유한 학습 스타일이 있고 이에 맞추어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속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관련 다수 연구에 따르면 응답한 교사의 90% 이상이 학습 스타일에 맞추어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사 598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Furey, 2020)에서는 “학습자가 자기가 선호하는 양식으로 정보를 받을 때 더 잘 배운다.”에 동의하는 교사가 76%나 되었고, “아동은 자신이 선호하는 학습 스타일이 있다.”에 동의하는 교사가 71%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이나 학자들이 이는 근거가 없다고 광범위하게 비판하고 있으나 이 속설은 자가복제(自家複製)5를 통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교사자격시험에서 학습 스타일을 이용한 수업 설계를 평가하는 사례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도 인터넷에 ‘학습 스타일 VARK’라고 입력하면 ○○연구소 등의 이름으로 블로그에서 학습 스타일에 맞추어 학습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선전하는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VARK란 Visual(시각형), Auditory(청각형), Reading & Writing(읽기/쓰기형), Kinesthetic(운동감각형)의 두문자를 따서 만든 약자이다. 이는 사람들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할 때 선호하는 4가지 주요 학습 유형으로 1987년 교육학자 닐 플레밍(Neil Fleming)이 개발하였다.
<도표 1> 4가지 학습 스타일 VARK

4가지 학습 스타일 VARK의 각 유형별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시각형 학습자(Visual learners): 그림(pictures), 도형(diagram), 도표(graph), 비디오, 동영상,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시각적 자료를 통해 학습하는 것을 선호한다.
• 청각형 학습자(Auditory learners): 강의, 팟캐스트, 토론 등 설명을 듣거나 정보의 청취를 통해 학습하는 것을 선호한다.
• 읽기/쓰기형 학습자(Reading/Writing learners): 필기(taking notes), 에세이 쓰기, 기사(article)나 책 읽기 등을 통해 학습하는 것을 선호한다.
• 운동감각형 학습자(Kinesthetic learners): 가만히 앉아 학습하기보다는 실험(experiments), 역할극(role playing), 모델의 구축(building models) 등과 같이 직접적 경험이나 실제적 체험(hands-on experiences), 물리적 활동을 통해 몸을 움직여 학습하는 것을 선호한다.
가령 조립식 가구 세트를 구입해 조립할 경우 각 유형별 예를 들면, 시각형 학습자는 조립 설명서의 도표를 ‘보면서’ 조립하는 것을 선호하고, 청각형 학습자는 이를 전에 조립해본 사람의 조언을 ‘듣고’ 이에 따라 조립하기를 선호하며, 읽기/쓰기형 학습자는 문자로 된 조립 설명서를 ‘읽고’ 조립하는 것을 선호하고, 운동감각형 학습자는 그 가구의 조립을 보여주는 비디오를 본 후 ‘직접 맞춰보며’ 조립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VARK 학습 모델은 교육 및 훈련 상황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끈 학습의 틀이었다. 학습자가 선호하는 학습 스타일에 맞춰서 교사가 가르치면 더 잘 배운다는 주장은 매우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 학습 모델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4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호하고 각 개인은 이 4가지 중 본인만의 가장 효과적인 학습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과장해 고객을 설득하기도 한다. VARK 학습 모델의 과학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이는 사람의 학습 유형을 너무 단순화했고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인지심리학자나 신경과학자들은 이를 대표적인 신경 속설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도 각 개인의 학습 유형을 4가지로 분류하고 이에 맞추어 가르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존스 홉킨스 대학 부설 교육연구개선센터(Center for Research and Reform in Education)에서는 “학생의 학습 스타일을 아는 것이 실제 유용하지 않다”는 내용을 담은 뉴스레터를 발행한 적도 있다(Furey, 2020).
직관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VARK 모델에 따른 맞춤 지도가 왜 효과가 없을까? 전문가들은 몇 가지 이유를 든다. 우선 학습 스타일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일관성을 결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학습 스타일에 따른 교육을 실천하고자 할 때 표준적인 정의나 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이 모델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네 가지 방식 중 하나이고 각 개인은 넷 중 본인만의 가장 효과적인 학습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사람의 학습 유형을 너무 단순화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4가지 학습 스타일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수업 지도의 효과성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가보다는 어떤 학습 자료(learning materials)를 통해 가르치는가와 더 긴밀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 결정적인 이유로는 학습 스타일에 맞춘 지도에 관한 71개의 연구를 메타 분석한 한 연구(Pashler et al., 2008)에 따르면 학습 스타일을 기반으로 가르친 집단의 학습 성과가 학습 스타일을 고려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더 우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학생이 선호하는 학습 스타일(learning styles)에 따라 가르칠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습 양식(learning modalities)을 활용해 지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학습 양식’이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방식(예: 시각, 청각, 운동감각, 촉각의 사용)을 일컫는다. ‘학습 스타일’이 개인의 선호도에 초점을 두는 것이라면 ‘학습 양식’은 정보가 학습자에게 제시되는 방법에 방점이 있다. 즉 전문가들이 학습 스타일 대신에 제안하는 것은 한 가지 감각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감각을 동시에 써서 교수·학습에 임하라는 것이다. 학습 스타일에 맞춘 교수·학습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다양한 학습 양식을 활용해 교수·학습하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잘 증명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널리 인정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는 수업을 할 때 ‘재밌고 쉽게(fun and easy) 가르치기’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의미 있고 적절한 수준으로 도전적이게’ 가르치고 배우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재밌게 가르치는 것은 주의를 끌고 도파민을 분비시켜 집중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면이 커서 좋다. 그런데 ‘쉽게 배우기’는 왜 문제가 될까? 우선 너무 쉬우면 참여할 마음과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쉽게 배운 것은 쉽게 잊는다. 그렇다고 너무 어려우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self-efficacy)보다는 좌절감과 무력감을 강화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이상적인 것은 적절히 도전적인(appropriately challenging) 난이도이다.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는 ‘바람직한 어려움’ 혹은 ‘바람직한 난이도’(desirable difficulties)라고 부른다.
1) ‘바람직한 난이도’를 위한 수업 전략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이란 학습자가 즉각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나 도전을 경험하면서 인지적으로 더 깊이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바람직한 어려움’은 어떤 지식이나 기능을 습득하려고 할 때 처음에는 학습자의 지각이나 인지를 어렵게 만들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깊은 이해와 장기 기억을 돕게 되는 학습 활동이나 학습 환경을 말한다. 이는 비고츠키의 이론을 빌면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ZPD)6에 속하는 것으로서, 혼자서는 해낼 수 없지만 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교사나 동료가 조금만 도와주거나 안내해 주면 해낼 수 있는 난이도의 과제이다. 예를 들어 처음 책 읽기를 배우는 아동의 경우 쉬운 단어는 스스로 읽고 이해할 수 있지만 처음 보는 단어들의 경우는 사전을 참고하거나 타인의 안내와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어려움’의 과제는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가? 교사의 경험에 의해 근접발달영역의 과제를 제시할 수도 있지만, 다음의 4가지 수업 전략을 통해 ‘바람직한 어려움’을 제공할 수 있다.
<도표 2> 바람직한 난이도의 과제 예
위 <도표 2>의 ①은 분산 연습(spaced practices)을, ②는 ‘서로 다른 유형의 문제나 주제를 섞어 학습하기’인 인터리빙(interleaving)을, ③은 학습자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답을 만들어 보는 것(question-answer generation)을 나타낸다. 각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분산 연습(spaced practices)
‘분산 연습’ 혹은 ‘분산 학습’은 학습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지 않고 예를 들어 20분 후, 1시간 후, 1일 후, 3일 후처럼 여러 회로 분산시켜 복습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꺼번에 몰아서 학습할 경우 당장 회상하기는 쉽지만 장기기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단 1차 학습한 것의 일부를 잊고 2차 복습 때 이를 다시 회상하며, 또 2차 때 학습한 것의 일부를 잊었다가 3차 복습 때 이를 다시 회상하는 방식이 한꺼번에 몰아서 학습할 경우보다 회상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장기기억을 촉진하는 데는 더 효과적이다. 기억의 회상은 장기기억에서 자주 인출할 때 강화되기 때문이다.
(2) 인터리빙(interleaving)
인터리빙은 교차 학습이라고도 하는데, ‘서로 다른 유형의 문제나 주제를 섞어 학습하기’를 말한다. 학습할 때 한 가지 유형의 문제나 주제를 학습하는 경우보다 여러 유형의 문제나 주제를 섞어서 학습할 때 깊이 있는 학습과 장기 기억을 촉진한다. 수학의 경우를 예로 들면, 오늘은 덧셈만, 내일은 뺄셈만, 모레는 곱셈만, 글피는 나눗셈만 연습하는 식이 아니라 매일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섞어서 학습할 경우 이 연산에서 저 연산으로 끊임없이 전환하기 때문에 각 연산에 내재된 개념을 상호 비교하면서 더 유연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더 깊은 정보처리와 장기기억에서의 잦은 인출 등을 수반하고 배운 것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 애쓰기 때문에 깊이 있는 학습과 전이가 가능하다. 학습할 때 한 가지 유형에만 집중 학습하면 당장 학습하기는 더 쉽지만 이를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3) 학습자 스스로 답을 생성하게 하기(generation)
학습자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이나 해결책을 스스로 생성하게 했을 때 단지 정보를 수동적으로 제공받고 이를 단순히 읽으면서 복습하는 경우보다 노력은 더 들지만 깊은 이해와 장기 기억에 더 효과적이다.
(4)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s)
주어진 학습 자료를 단순히 복습(reviewing) 혹은 재학습(restudying)하는 것이 매우 편하기는 하지만 편한 만큼 기억이 어렵고 기억해도 쉽게 잊힌다. 그러나 쪽지 시험과 같은 인출(retrieval)을 수반하는 학습 활동은 노력은 더 들지만 장기 기억에는 매우 효과적이다. 쪽지 시험이 성적 산출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학습이 일어났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이는 자주 볼수록 좋다.
2) 학습부진 아동을 위한 ‘바람직한 어려움’
학습 부진 아동을 위한 교수·학습에서도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을 적용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장기기억을 향상시킨다. 적정 수준의 도전적인 과제는 학습자를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학습한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한다.
둘째,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킨다. 쉬운 문제를 반복하여 푸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난이도가 있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지적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셋째, 자신감과 성취감을 높인다. 도전적인 과제를 해결했을 때 얻는 자신감과 성취감은 학습 부진 아동에게는 더욱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일 수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 어려움은 학습자가 약간의 노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도전적 수준이어야 한다. 너무 쉬운 과제는 학습을 촉진하지 못하고, 반대로 너무 어려운 과제는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며 학습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람직한 어려움은 근접발달영역(ZPD) 안에서 제공되어야 하며, 교사의 지원과 피드백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 부진 아동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쉽게 가르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쉽게 배우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마음이 편하겠지만 장기적인 학습 효과를 고려할 때 이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지도할 때 가능한 한 쉽게 배우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쉽게 배우게 해서 성공경험을 쌓아 무력감에서 벗어나게 해주려는 시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도전적인 과제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은 쉬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했을 때 얻는 성취감보다 훨씬 더 크다. 학습이 부진한 아동들의 경우라도 어느 정도 쉽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매년 개최되는 세계적인 교육학회인 AERA(2018)에 참가했을 때 감명 깊게 들었던 한 발표 내용을 소개하겠다.
발표 주제는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교사들은 역사적으로 늘 주변적 존재로만 취급받던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교육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How Highly Effective Teachers Create Equitable Educational Opportunities for Historically Marginalized Youth)이었다. 즉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의 성취도를 크게 향상시킨 성공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발표자들은 5가지 비결(→ http://21erick.org/column/640/)을 소개했는데 여기서는 2가지만 소개하겠다. 하나는 ‘높은 수준의 수업 과제 제공(academic rigor)’이고 다른 하나는 ‘높은 수준의 성취기준과 기대(high expectations)’이다.
첫 수업에서 교사가 보여준 ‘높은 수준의 성취목표 달성’에 대한 결의가 매우 인상적이다: “여러분, 우리가 이것을 왜 배우죠? 나는 여러분들 모두가 과학자처럼 생각하도록 가르칠 거예요. 이번 학기 저의 최고 목표는 여러분들이 과학자처럼 사고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한 학기 동안의 성취목표를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교사의 발상과 결의가 놀라웠다. 새로운 단원을 시작할 때 수업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도전적인 학습 목표를 설정하게 하는 것은 성취도 향상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높은 수준의 수업 과제 제공(academic rigor)’이라고 할 때의 영어 단어 ‘rigor’는 우리말 ‘빡센’에 가깝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도 빡센 과정에 도전하게 하였다. 그리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물론 다른 3가지 비결(관계의 형성, 래포 형성, 가르치는 일 사랑하기)이 동시에 작동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부가 뒤처진 아이들에게 도전적인 과제를 주면 못해낼 것이란 편견을 버려야 한다.
한편 ‘높은 수준의 성취기준과 기대’에 대해서 발표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아이들에게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능력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성취목표를 조정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전쟁이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요구하는 목표의 도전적인 정도(rigor)가 내년에 도달할 목표에 비하면 충분할까? 시계추처럼 저의 기준은 왔다 갔다 하지만 저는 전반적으로 높은 목표를 유지합니다(Mr. G).” 이 교사의 말 중에 가장 놀라운 부분은 “성취목표를 조정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전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성취목표를 학생과 논의해 함께 정할 때 얼마나 깊이 논의하고 가능한 한 학생의 동의하에 최대한 높은 목표를 정하려고 하는지 애쓰는 그 모습이 감동적이다. 학생과 협의해 학생의 동의하에 정하는 성취목표는 달성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학습효과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인 존 해티(John Hattie)에 따르면 ‘교사가 학생에 대해 갖는 기대(teacher estimates of achievement)’(효과크기 1.29)와 ‘학생 자신에 대한 본인의 기대(student self-reported grades; student expectations)’(효과크기 1.33)의 효과크기(effect size)7가 상위 3가지에 속할 정도로 매우 높다. 학생에 대한 교사의 기대, 부모의 기대 등이 학생 자신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학생에 대한 교사의 높은 기대는 매우 중요하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을 위한 바람직한 난이도는 ‘(가능한 한) 쉽게 배우기’가 아니라 ‘적절히 도전적인 과제로 힘들게 배우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3) 학습과학의 세계적 대가가 고백한 실수
뇌기반교육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젠슨의 경우 최근 ‘나의 많은 잘못 8가지(Just 8 of My Many Mistakes)(Jensen, 2023)’라는 글을 소개했는데 그중 첫 번째로 소개한 내용이 자신이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나 교사 연수를 할 때 항상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려고 했는데 이것이 실수라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배울 수만 있다면 어렵게 배우는 것이 생물학적으로(biologically) 더 낫다는 것이다. 그는 끙끙대며 학습할 때만 학습이 강화되고 뇌의 회로가 변하기 때문(It is the harder learning activation that enhances and modifies the brain as you learn.)이라고 말한다. 어렵게 학습할 때 해마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자라고 이것이 인지를 강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생산적인 끙끙댐(productive struggle)이나 어렵게 학습하는 것이 쉽게 학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익하다고 말한다. 학습 능력이 향상되고 태도와 행동이 변하기 위해서는 뇌 회로의 강한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쉬운 문제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을 다그치며 약간 버거운 문제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발전이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학습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자축하는 수업 운영이 바람직하다. 젠슨은 “더 어렵게 공부할 때 더 똑똑해진다(Harder makes me smarter!)”를 슬로건으로 삼으라고 권한다.
“좌뇌형-우뇌형별 맞춤지도가 효과적”, “학습 스타일별 맞춤지도가 효과적”, “쉽게 배우기(learning something new easier)가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교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기초학력 향상이 모든 학교들의 초미의 관심사이기에 “학습 유형에 맞춰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가르쳐야”라는 수업 지도 전략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학습자 맞춤으로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쉽게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1970년대부터 유행하게 된 것이 좌뇌형-우뇌형 맞춤 학습 및 학습 스타일(learning style)에 따른 맞춤 학습이다. 이미 이 두 가지 접근은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속설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사교육 현장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학교밖 영리업체가 이를 상업주의적 차원에서 집요하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교육계 종사하는 분들이 교육계 주변을 맴돌고 있는 속설들을 이해하고 이를 퇴치하는데 앞장설 필요가 있다. 가짜 학습 전략을 몰아내기 위해서도 교육계 종사자들의 학습과학(science of learning)에 대한 리터러시를 갖추기 위한 교사 연수가 시급하다 하겠다.
끝으로 ‘쉽게 배우기’ 문화에 대해 교육계의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쉽게 배우기’는 장점도 있지만 배운 것을 쉽게 잊는 단점도 있다. 또한 이는 학생에 대한 교사의 기대를 낮추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너무 높은 기대로 부담을 줄 수 있지만 너무 낮은 기대 역시 문제가 된다. ‘학생 자신에 대한 기대’, ‘학생에 대한 교사/부모의 기대’가 학습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세계 주요국들은 “모든 학생은 (조건을 잘 갖춰 주면)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라는 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와 교육적 신념을 크게 강조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쟤는 어떻게 해도 안 돼!”라는 낮은 기대는 학생으로 하여금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낮추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다.
사람의 뇌는 새로운 학습과 경험에 의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지능도 향상될 수 있다. 이것이 20세기 뇌과학의 위대한 발견인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다. 이는 큰 희망이다. “쟤는 어떻게 해도 안 돼!”에서 “너도 꾸준히 노력하면 향상될 수 있어!”로, ‘(노력을 들이지 않고) 쉽게 배우기’에서 ‘(노력을 들여) 힘들게 배우기’로의 인식 대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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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과학 새 연재(14) : 퇴치해야 할 교육 속설 1호 – ‘사실적 지식의 습득 대신 비판적 사고력 향상에 힘써야’ |
[참고 문헌]
• 이찬승 (2018). 세계 교육학회 ‘AERA 2018’ 참관기.
http://21erick.org/column/640/
• Furey, W. (2020). The Stubborn Myth of “Learning Styles” – State teacher-license prep materials peddle a debunked theory. Education Next, 20(3), 8-12.
https://www.educationnext.org/stubborn-myth-learning-styles-state-teacher-license-prep-materials-debunked-theory/
• Jensen, (2023). Here are Just 8 of My Many Mistakes(April 2023).
• Kara Blacker (2016). Debunking the Left-Brain/Right-Brain Myth. Johns Hopkins Science of Learning Institute.
http://scienceoflearning.jhu.edu/science-to-practice/resources/debunking-the-myth-about-left-brain-right-brain-learning-styles
• Kosslyn & Miller, (2013). Top Brain, Bottom Brain: Surprising Insights into How You Think. Simon & Schuster; First Edition.
• Nielsen et al., (2013). An Evaluation of the Left-Brain vs. Right-Brain Hypothesis with Resting State Functional Connectivity Magnetic Resonance Imaging. Plos One.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071275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3/nov/16/left-right-brain-distinction-myth
• Pashler et al., (2008). Learning styles: Concepts and evidence.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9(3), 105-119.
각주
- VARK – Visual(시각형), Auditory(청각형), Reading & Writing(읽기/쓰기형), Kinesthetic(운동감각형)의 두문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 전체론적인(holistic) – 전체론(holism)은 정신, 언어 등의 복잡한 체계는 그것의 구성 요소들을 통해 설명될 수 없다고 하는 이론이다. 즉, 부분이 기관 전체의 동작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 전체가 부분의 동작을 결정한다는 생각으로서, 환원주의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 병렬 처리(parallel processing) – 인지심리학에서의 병렬 처리는 서로 다른 형태의 정보를 동시에 입수하고 처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특히 시각(vision)을 사용해 사물을 볼 때 일어난다. 예로,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볼 때 사람의 눈은 버스의 색깔, 모양, 크기, 움직임 등을 동시에 파악한다.
- 4) 뇌의 편재화(偏在化, lateralization, localization) – 특정 정신 기능이 대뇌의 좌반구와 우반구 중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는 경향성을 말한다. 즉 두 반구 중 하나의 반구가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함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좌반구는 신체 오른쪽의 감각이나 운동을 담당하고 수학, 과학, 언어, 글쓰기, 논리 등 합리적인 과업들과 연관이 있다. 이와 달리 우반구는 신체 왼쪽의 감각이나 운동을 담당하고, 비언어적 심상, 유머, 예술, 형태, 종합, 공상 등 직관적인 과업들과 관련이 있다. 뇌의 편재화는 측면화(側面化)라고도 하는데 사춘기를 전후로 해서 완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자가복제(自家複製, autoreproduction) – 유전자 혹은 바이러스가 세포 내에서 보다 작은 분자로부터 자신과 유사한 다른 분자를 합성하는 현상.
-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ZPD) – 레프 비고츠키(Vygotsky)가 제시한 아동의 인지발달 이론으로서, 그는 실제적 발달수준과 잠재적 발달수준을 구분하고 이 둘 사이의 거리를(차이를) ‘근접발달영역’이라고 불렀다. 즉, 학습자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지만, 성인이나 더 능숙한 동료의 도움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과제의 범위를 의미한다. 이 영역은 학습이 가장 효과적으로 일어나는 구간으로, 적절한 지원을 통해 학습자가 능력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효과크기(effect size) – 학습과 관련된 어떤 요소(변수)가 학습자의 학습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각 개별 연구들에서 나온 결과들을 통계 절차를 통해 표준화 시킨 척도를 의미한다. 효과 크기가 0이라는 것은 실험집단의 평균과 통제집단의 평균이 같다는 뜻이고, +값이 나왔다는 것은 실험집단의 평균이 통제집단의 평균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 분야의 효과 크기는 해티의 기준에 따르면 효과 작음(d=0.2), 효과 중간(d=0.4), 효과 큼(0.6 이상)으로 나뉜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desirable difficulty’는 학습에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어려움을 가리키기 위해 등장한 맥락을 고려하면 ‘바람직한 어려움’으로 번역되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술 논문에서 ‘바람직한 어려움’으로 접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 남깁니다. 칼럼 잘 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