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와 교대 구조조정, 문제를 피하면 곪는다!
| “유아교육, 초중등교육, 고등교육에 해당하는 이 3대 중점과제 중에서 그나마 교육개혁으로 볼만한 정책은 국가책임 교육과 돌봄뿐이다.” / “새로운 교원양성체제를 만드는 일이 진정한 교육개혁이다.” (본문 발췌) |
정부의 교육개혁 3대 중점과제
정부가 바뀐 지 1년이 지났다. 그리고 지난달에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이 공식 문건으로 정리되어 발표되었다. 그동안 대통령 공약, 인수위 백서, 정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장관 인터뷰 등을 통해 많은 정책이 알려졌는데, 왜 이 시점에 그것들을 간추려 발표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교육부는 지난 4월 19일 “우선적으로 집중 추진할 교육개혁 3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국가책임 교육과 돌봄, 디지털 교육혁신, 대학 개혁 3대 정책-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혁신적 글로컬(Glocal)대학 육성, 규제 개혁 및 부실대학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사립대학구조개선법」 제정-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이다. 유아교육, 초중등교육, 고등교육에 해당하는 이 3대 중점과제 중에서 그나마 교육개혁으로 볼만한 정책은 국가책임 교육과 돌봄뿐이다. 이 정책은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서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보통합 방안은 김영삼 정부가 1995년 발표한 「5·31 교육개혁」에서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통합한 ‘유아학교’ 개념으로 처음 제시된 이후 여러 정부가 추진했으나 번번이 통합에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유보통합을 시도했다가 중간에 흐지부지되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추진되지 않았다. 유보통합은 정부 관리 부처 통합, 교사 자격·처우·양성과정의 차이, 교육프로그램과 운영의 표준화 등 오랜 시간 동안 공고하게 고착된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5세 초등입학 논란을 겪은 현 정부가 급격한 저출생 시대에 유아교육과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는 체제를 만들어서 교육과 보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사회적 격차를 줄이면 그야말로 대통령의 역사적인 업적이 될 수 있다. 국가의 완전한 교육과 돌봄 책임 구현은 정권과 무관한 시대적 당위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한 교육개혁 vs. 에듀테크 산업을 위한 교육개혁
반면, 초중등교육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교육혁신은 교육부의 설명과 달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에듀테크 상품이 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 무상으로 학교에 제공될 예정이므로, 에듀테크 산업은 데이터, 시험실, 시장(市場)을 동시에 확보하여 경제적 이익과 함께 결정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에듀테크 도입이 교육개혁으로 이어지려면 이런 의문을 제기해야 하고 여기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가져야 한다.
• 에듀테크 상품은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 아이는 에듀테크 상품을 통해 어떤 역량을 기를 수 있을까?
• 수포자와 영포자가 수학과 영어를 잘하게 만들어 줄 상품은 존재할까?
• 선생님은 에듀테크 상품을 통해 어떻게 학생을 도와주어야 학생에게 배움의 의지와 호기심이 생길까?
• 연수를 받으면 선생님은 학생에게 더 좋은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을까?
교육 정책은 아이를 위해 설계되고, 아이를 도와줄 선생님을 위해 실행된다. 정부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지만, 그런 풍선 띄우기로는 에듀테크 도입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다. 어떤 에듀테크 상품은 공부할 의지와 동기를 가진 학생에게 문제 풀이와 정답 맞추기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별화된 학생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학교 여건이 조성되고 교사에게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어떤 에듀테크 상품은 교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와 교육청이 에듀테크 상품을 도입하도록 일선 학교에 돈을 주고 교육청이 정해준 상품 중에서 구입하게 하고, 교사가 매뉴얼 연수를 받아서 이를 활용하는 선에서 그친다면, 이는 교육개혁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막대한 돈을 투입하여 구매한 상품은 아이들을 위한 더 좋은 교육을 위해 쓰이지 않고 학교와 교사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원 수 확보, 수업 시수 조정, 행정 업무 경감,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교육청의 학교 밖 교육과정 지정, 공유형 학교 설립, 온라인학교 설립, 교사의 수업 자율권 보장, 교과 절대평가와 서술형 평가 확산, 평가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공동 평가 등 계속 이어지는 정책과제들이 함께 따라왔을 때 에듀테크는 교육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부가 아직 이런 정책과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에듀테크 도입 정책을 재설계하길 바란다. 그게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다.
그래도 어차피 대학은 파산한다
대학 개혁 3대 정책은 정부가 당분간 몇 개 대학에 돈을 주지만 대부분 대학의 생존에 관여하지 않고, 다만 각자도생하도록 규제를 풀어줄 테니 각 대학은 알아서 생존하라는 뜻이다. 특히 향후 10~15년은 대학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정부는 마지막을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대학이 체감하는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10년 이내에 대학의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개혁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민간이 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 내는 일이다. 하지만 이 대학 개혁 3대 정책은 교육개혁이 아니라 대학 구조조정 문제가 매우 심각해져서 그 피해가 급격하게 늘어날 때까지 방관하며 기다리겠다는 의미이다. 현 정부의 대학 개혁은 고등교육에 아무런 경험도 지식도 비전도 없는 지자체를 끌어들여서 대학이 얻을 수 있는 예산 트랙을 추가했다. 하지만 그 정도 지원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그런 규모의 투자로 살아나지 못하며, 기업과 사회의 변화 속도를 대학이 따라가질 못하니, 이 3대 정책은 대부분의 대학에 큰 의미가 없다. 대학은 돈이 필요한데 돈이 없다. 대학 스스로 70%를 팔아서 30%를 살리는 선택이 생존 방법이라고 알고 있지만,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으니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금까지 대학을 관치 혹은 통치했다. 이제 정부가 책임지고 고등교육의 경쟁력과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도록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고, 그것이 교육개혁이다. 대학의 생존을 시장에 맡겨두고 살아나는 대학에는 손을 내밀고, 그렇지 못하면 파산처리 하겠다는 정책은 교육개혁이 아니다. 지금 대학이 현 정부로부터 얻을 수 있는 돈은 단지 단기간의 연명을 위한 돈이지 고등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돈이 아니다. 그것도 일부 학과와 일부 대학에만 지원된다. 현 정부는 정부가 개입하여 대학을 살릴 의지가 없어 보인다. 위기에 빠진 각 대학은 자율적으로 죽음의 형태를 선택하게 될 듯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현 장관이 시작했던 대학구조개혁사업은 대학에 돈을 주거나 주지 않는 방식으로 정원을 줄여 왔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모든 대학을 살릴 방법은 없다. 그러니 어떤 정부도 모든 대학을 살릴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 국회에는 자율적 파산을 선택한 사립재단에 보상금을 주자는 법안이 늘 발의되지만 늘 무산되고 만다. 그래서 교육부가 주겠다는 자율은 스스로 생존하라는 뜻이고, RISE 사업과 글로컬대학 육성은 일부 대학은 살린다는 뜻이다. 그 일부 대학이란 몇 개일까? 정부의 고등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22년 4월 1일 기준으로 대학은 190개, 전문대학은 134개이다. 대교협 회원 4년제 대학은 196개이다. 그러니까 190 + 134개 대학 중에서 위기에 빠진 대학을 약 80%로 잡으면 190개 대학 중 162개 대학이 위기라고 볼 수 있고, 이 수치는 정시모집 이후 추가모집을 하는 대학과 거의 같다. 그렇다면 162개 대학 중에서 몇 개 대학이 RISE 사업과 글로컬대학 지원사업의 수혜를 입게 될까. 아직 정확한 규모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정부 발표를 대략 추산해 본다면 RISE 사업에서 시범지역으로 비수도권 7개 지역이 선정될 예정이고, 글로컬대학 사업에서 비수도권 지방대 가운데 올해 10개 대학, 24년 10개 대학, 25~26년에 각 5개 내외를 지정하여 총 30개 대학이 지원을 받게 된다. 아주 넓게 추산하여 약 50개 대학이 이번 정부의 지원사업에서 혜택을 받는다면 나머지 110개 대학은 각자 자율적으로 생존을 모색하게 된다. 아마도 위기가 심각한 대학은 살아남을 방도가 거의 없고,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대학만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약 50% 내외의 대학이 파산하거나 파산 지경에 내몰린다는 사실은 이번 정부의 교육개혁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는다. 살아남는 대학이 지금보다 더 좋은 대학으로 환골탈태하지는 않고, 단지 현 상태가 유지될 뿐이다.
이번 3대 교육개혁 발표는 정부가 교육개혁을 위한 정책을 새롭게 발표했다기보다는, 이것으로 사실상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이 마무리된 듯한 느낌을 준다. 앞으로 큰 줄기의 새로운 교육 정책이 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결과 어쩌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산 작업이 마무리되면 올해 안에 교육부 장관을 포함한 전면 개각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2024학년도 일반대학 첨단분야 및 보건의료 분야 정원 배정 결과」처럼 개별 사안을 처리하는 이런 형태의 발표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이제 5월이 되었으니 곧 교과 전면 절대평가 여부가 결정되고, 이어서 2028학년도 대입안이 공개된다. 중등 및 고등교육 관련 교육개혁 방안이 부스러기 같으니 새로운 대학입시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진정한 교육개혁은 새로운 교원양성체제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가 정책으로 추진할 거라는 기대는 없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교육개혁 정책은 교원 양성체제 혁신이다. 비록 의제에 빠져 있겠지만 교육부가 재검토하여 다시 추진해 주길 바란다. 4월 24일에 발표된 「중장기(2024∼2027년) 교원수급계획」에서 정부는 2023년 초등 3,561명, 중등 4,898명의 신규 교원 채용을 2027년 초등 2,600명 내외, 중등 3,500명 내외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선발 규모 발표가 왜 단기가 아니고 중·장기 계획인지는 알 수 없다. 확정적이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기려고 했을 수도 있다. 교원 채용 규모의 축소는 이미 기정사실이며, 어느 정도로 축소할지 그리고 어느 교과 혹은 비교과 영역의 규모를 어느 정도로 조정할지가 이슈라고 할 수 있다. 4월 24일 발표에서 교육부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교원 채용 규모를 축소하되, 디지털 교육 강화를 위한 정보 교과 교원과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교원 확보 방안을 언급하며 그 규모를 조정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체감하는 교원 신규 채용 감소 폭은 예상보다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살라미처럼 조금씩 잘라내는 방식이 여론의 반발을 줄일 수 있으니, 25년 이후에도 매년 조금씩 계속해서 채용 규모를 축소하려는 듯하다. 이번 정부 발표의 결점은 신규로 채용할 교원 수를 줄였다는 것이 아니라, 교사 양성체제 혁신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교사 신규 채용 규모 축소는 교육대와 사범대 정원에 직결되고, 이는 학과별 학생 및 교수 정원으로 연동된다. 정원 감소의 보완책 혹은 사회적 대응 방안이 교원 양성체제의 질적 전환이다.
전국 교대 정원은 2012년부터 3,847명을 유지하고 있다. 초등교사 임용은 현재도 적체지만 앞으로도 그 적체 규모는 계속 늘어난다. 공립 초등학생 수는 올해 253만9,000명 대비 2027년에는 22%가 줄고, 10년 뒤에는 44%까지 줄어든다. 중등교사 자격증을 갖고도 교사가 되지 못한 비율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사범대의 적체는 더 심각할 듯하다. 전국 사범대 정원은 2022년 기준 8,864명, 교직 과정 정원은 3,387명, 교육대학원 정원은 6,982명이다. 2010년 대비 일반대학 사범대 정원은 2022학년도에 19.8% 줄었고, 교직과정은 77.8% 줄었으며, 교육대학원 정원도 48.9% 감소했다. 2027년 신규 채용 초등교원 수는 올해보다 27%가량 감소하는데, 이 수치는 현재 교대 입학 정원보다 1,200명이나 적다.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을 보면 2022학년도 전국 초등교원 임용시험 합격률은 48.6%(7338명 지원, 3565명 합격)였으므로, 아마도 대학 정원을 임용 인원의 절반 수준으로 설정한 듯하다. 아마도 임용 적체를 교대 수준으로 만들려면 사범대는 정원을 적어도 50% 이상 줄여야 한다. 교직과정은 사범대에 없는 학과로만 최소 범위로 유지하거나 없애고, 교육대학원 정원도 없애야 한다. 하지만 정원 축소는 쉽지 않고, 특히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란 불가능하다. 2022년 전국 중등교사 임용고사 경쟁률 평균은 7.56대 1, 2023년은 8.61대 1이었다. 초등교사 경쟁률은 약 2대 1이다. 교직과목과 교육대학원 정원이 없어져도 과도한 정원의 심각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원 감축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학은 어디에도 없으니, 정부가 정책을 통해 개입해야 한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역사, 사회, 지리, 윤리,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교과 교원들을 길러낼지, 어떤 과목을 없애거나 통합하거나 추가할지, 복수 교과 자격을 고려할지 등 미래의 변화에 맞춰 학생이 배워야 할 교과 지식을 재조정하는 일이다. 세상이 달라졌으므로 사범대의 학과 구조와 커리큘럼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사범대 스스로 할 수 없고 학과 내에서 교수들이 알아서 하지도 못하는 일이다. 대학은 미래를 위해 학과 통폐합이 살길이라고 외치지만, 사범대는 학과 통폐합을 논의하지 못한다. 결국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려면 종합적인 장기계획이 있어야 하지만, 현 정부에게 계획이 없으니 올해 연초에 대통령 업무보고 사안이었던 교육“전문”대학원 도입을 지난달 21일에 철회해야 했다. 교육전문대학원은 존재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기존 교육대학원을 교원 양성 기관이 아니라 교사 재교육 기관 및 새로운 교과목 교원 양성 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교원양성체제를 만드는 일이 진정한 교육개혁이다. 그래야 임용 방식도, 교원 평가도, 교원 재교육도 새롭게 설계할 수 있다. 교사가 달라지면 교육이 달라진다. 교육부는 지금 당장 새로운 교원을 양성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 시작해야 할 일이지만, 이해 당사자가 반발하는 사안은 그냥 조용히 일 년쯤 보낸 후 다음 사람에게 떠넘기거나 차기 정부로 떠넘기면 칭찬받는 관료가 된다. 윗분이 시키는 일 외에 더하지 않으면, 기존 해법 말고 새로운 해법을 찾지 않으면 칭찬받는 관료가 된다. 하지만 그래서는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스페인 마드리드 꼼쁠루뗀세 대학 박사 (중세 및 황금세기 문학), 페루카톨릭 대학 석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학사, (전)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기금 부교수
교수님의 교육개혁방안 제안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교육부에 개혁적이고 대한민국의 교육을 위해 노럭하는
행정관료나 인재가 없는 것일까요?
정치인들부터 갈아 엎어야 될텐데
정말 한국의 미래가 걱정이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