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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세계 교육학회 ‘AERA 2018’ 참관기

#364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8.05.02

세계적 교육학회 AERA 2018이 금년에는 4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 동안 뉴욕에서 개최되었다. 공식적인 학회 주제는 ‘공교육의 꿈, 가능성, 필요성(The Dreams, Possibilities, and Necessity of PUBLIC EDUCATION)’이었지만 실제의 초점은 ‘다양성, 정의,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모두를 위한 학교교육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 ‘공교육이 어떻게 하면 분열된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까?’ 등에 있었다. 아울러 “공교육은 언제, 누구를 위해 성공했고, 실패했으며, 재설계되어 왔는가?”에 대해서 살펴보고 “공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 헌신, 역량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통해 공교육의 불가능성을 가능성으로 바꾸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이 경험하고 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과 아이디어, 통찰력을 함께 나누는 모습은 교육 문제의 해결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희망을 갖게 해주는 소중한 자리였다고 생각되었다. 필자가 참가했던 세션 중심으로 관련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 첫째 날

 

첫날(13일, 금요일)은 오후부터 세션이 시작되었고 아래의 것들을 들었다.

 

1) ‘아동 뇌의 중앙집행기능 결함과 학습부진의 관련성’(Executive Functioning in childhood)

 

아동의 뇌 집행기능이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이다. 세계는 21세기 들어 아동 뇌의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에 주목하고 관련 연구들이 활발하다. 뇌의 집행기능은 모든 인지적 기능과 주의(attention)의 할당(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일까를 결정)을 관장하는 중앙통제시스템이다. 국가로 말하면 국가 경영의 주요 사항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내각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수업에 주의를 기울일지 말지, 바깥의 시끄러운 소리를 의식적으로 차단하고 공부에 집중할지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집행기능은 좀 더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담당한다.

 

① 목표/계획 세우기, 우선순위 정하기
② 정보의 체계화/구조화/정리정돈
③ 학습 및 문제해결 방법의 유연한 전환
④ 충동의 억제
⑤ 작업기억에서의 정보 유지와 조작
⑥ 자기 관찰과 점검

 

한편 학습과 관련해서 중앙집행기능은 아래의 과제를 수행할 때 동원된다.

 

<표 1> 뇌의 집행기능이 하는 일

집행기능에 결함이 있을 때 아동은 의지와 상관없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 이런 아동은 일찍이 집행기능 개선 훈련을 통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리 보정교육을 해도 학습부진이 개선되기 어렵다. 마침 이를 검사하는 검사도구와 결함을 교정하는 프로그램들이 잘 개발되어 있어서 학부모와 교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학교교육에서 교육뇌과학(educational neuroscience)의 연구결과를 교육에 활용하려는 노력이 극히 미미하다. 따라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의 보정을 위한 개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동이 활동할 때 왜 자신의 차례를 지키지 못하는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지, 집중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뇌과학적 이해를 하지 못해 엉뚱한 분석과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발표자들은 교사의 이런 인지과학에 대한 이해 부족이 기존의 교육불평등 유지에 기여하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서둘러서 국책연구기관들이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해서 널리 보급하고 나아가 사대, 교대의 교사 양성 프로그램에 교육뇌과학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핀란드 교사들은 아동의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관한 인지과학을 철저히 학습한다(학교교육 제4의 길② 116쪽).

 

2) ‘교육 시스템의 재설계: 미국 학교교육의 구조적 변화를 둘러싼 영향과 실행 사례’(Redesigning Educational Systems: Influences and Practices Around Structural Changes in US Education)

 

이는 미국의 교육시스템의 변화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세션이다. 덴버, 로스엔젤레스, 뉴올리언즈 3개 지역의 거버넌스 변화에 대한 연구로서 미국이 주공통핵심성취기준(CCSS)의 도입 등을 통해 연방정부의 개입을 강화하면서 주 자치와 연방의 개입이 상호 작용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하나의 베스트 시스템(one best system)을 지향하는 거버넌스가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와 자치 형태(varied types of governance & degrees of autonomy)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변화의 동인도 3개 주가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예: 뉴올리언즈의 시장주의, 덴버의 노조의 역할 강화).

 

암튼 세 개의 주 모두 공통적인 것은 연방의 하향식 거버넌스와 주의 자치 간에 팽팽한 긴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자치를 강화하려는 한국의 경우 획일적인 거버넌스 체제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가 공진화해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3) ‘과거 50년간의 교육과정에 대한 세계의 연구’(Fifty Years of International Curriculum Studies)

 

마이클 애플 교수도 이 세션의 발표자였다. 예상했던 대로 애플은 우리 교육자들은 교과 지식을 제대로 배웠는지, 표준화 시험 점수가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묻기보다는 “이것은(=교과서의 지식) 누구의 지식인가?”, “그 지식은 어떻게 ‘공식적인(official)’ 지식이 되는가?”, “지식과 그 지식이 구성되고 가르치는 방식은 어떤 관계이며 우리 사회에서 누가 문화적·사회적·경제적 자본을 소유하게 되는가?”, “이런 적법한(legitimate) 지식으로부터 득을 보는 계층은 누구이고 손해를 보는 계층은 누구인가?”, “교육개혁이 사람들과 지역사회에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Can schools change society?란 질문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답을 내놓는다. 지배계급이 학교제도와 경제를 단단히 통제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학교 제도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 정책과 실행에 관한 열띤 토론이 거의 없는 것을 그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들의 건망증은 역사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란 것이 그의 인식이다. 그는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이런 상황에 과감하게 맞설 때 학교 제도가 민주주의를 튼튼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강의만 듣고 도서전에 참가하느라고 이 세션의 나머지는 듣지를 못했다.

 

 

▶ 둘째날

 

4)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학생들의 읽기/쓰기 지도에 관한 연구’(Teaching Reading and Writing to Students with special Ability)

 

4가지 서로 다른 발표로 구성된 세션인데 그중 하나인 아동의 읽기 능력 부진의 해결과 관련한 중요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어린 아동의 읽기 부진을 연구할 때 난독증을 비롯해서 음운인식(phonological awareness)(구어에서 사용되는 여러 말소리들을 지각하고 조작할 수 있는 능력) 기능의 결함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아동의 읽기 능력에는 철자지식(letter knowledge), 음운인식, 어휘력 및 작업기억(working memory), 비언어적 추론(non-verbal reasoning), 정보처리 속도(processing speed) 등이 관여하는데 이 중에서 철자에 대한 지식이 음운인식보다 더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의 읽기 능력 향상에 철자지식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철자지식이란 철자의 이름과 소리를 아는 것, 철자를 개별로 혹은 순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 어휘 속에서 철자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것 모두를 포함한다. 이미 초등 교사들은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자소(字素)와 음소(音素)의 관계를 알고 철자들이 모여 음절을 형성하고 이들이 다시 단어를 만드는 과정에 익숙할 때 읽기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또 독해(reading comprehension)에 어휘력과 비언어적 추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논쟁이 많았던 파닉스 접근과 총체적 언어 접근법 중 전자가 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철자지식과 어휘력을 잘 갖추게 하는 데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뇌는 전체(우뇌가 담당)와 부분(좌뇌가 담당)을 동시에 처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 둘의 절충과 조화가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AERA에서 발표한 이 연구는 파닉스 어프로치가 선행되고 나서 그 다음 단계로 총체적 언어 접근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5)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사학습과 조직학습: 교사가 주도하는 교육개혁’(Professional and Organizational Learning: Teacher-led Education Reform)

 

이 세션은 6개의 작은 발표로 구성된 것인데 ‘교사가 주도하는 교육 개혁’이란 말에 끌려 이를 듣게 되었다. 이 중 특별히 관심이 갔던 발표는 ‘모두에게 배움이 일어나는 지도와 깊은 학습’(Teaching for Equity and Deeper Learning)이었고, 부제는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사의 학습은 교사의 수업지도와 학습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How Does Professional Learning Transfer to Teachers’ Practice ad Impact Students’ Experience?)이었다.

 

발표자는 deeper learning을 21세기 직업세계, 시민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정의를 했다. 구체적으로는 핵심 교과지식의 확실한 습득, 비판적 사고능력과 복합적 문제의 해결능력, 타인과의 협업 능력, 효과적인 의사소통능력, 학습능력 등이 포함된다. 한편 ‘Educational equity’는 ‘모든 학습자들에게 자신의 학문적 및 사회적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를 했다. 21세기 사회를 모든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공정한 교육 서비스의 제공(equity)’이 필수적이란 뜻이다.

 

또 발표자는 equity 실현을 통한 깊은 학습(deeper learning)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문화적 특성과 차이를 적극 수용하는 수업지도(Culturally Responsive Teaching)와 사회정의를 지향하는 교수(Teaching  for Social Justice)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자는 교사가 학생의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각자의 장점을 지렛대로 삼아 수업에 활발히 참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자는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해 구조적인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함을 강조한다. 학습자 개인의 성장과 발달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더 큰 선(greater good)을 추구하지 않고는 사회정의는 실현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발표자는 이상의 것들이 실현될 수 있기 위해서 필요한 개념적 틀을 3가지로 정리한다. 질높은 교사 전문성 개발(high quality professional development), 조직이론(organizational theory), 학생 목소리(student voice) 반영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조직이론은 어떤 조직형태를 갖추어야 학교교육이 의도하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한편 발표자는 학습자의 동기유발, 참여, 높은 성취를 위해서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학생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강조한다.

 

이어서 발표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한 것 3가지를 소개했다. 첫 번째로,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업지도를 위해서는 수업 내용의 선정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두 가지 사례를 소개했는데 Midway 스쿨의 경우, 교사 연수를 할 때 그 지역의 현재나 과거 유명했던 이슈를 활용했다(예: 뉴욕항의 게의 보존을 위한 노력, 식품 사막 등). Highland 스쿨 역시 실제 사례를 가지고 연수를 함으로써 이런 방식이 매우 강력함을 보여주었다. 두 번째로, 교사 연수에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교수법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교수법이, 다양한 능력과 출신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높은 수준의 콘텐트를 이해하도록 돕고, 세상을 이해하고 사회에 영향을 미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Midway, Highland 학교 사례 소개). 세 번째로, “우리가 어떤 교수 상황에서도 학습자로서 교사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란 질문을 중심으로 탐구 및 교사의 자율성 문화를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는 학교와 교사가 의도하는 목표 달성을 위한 교사 전문성 개발에 학생의 목소리 듣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있다. Highland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어렵긴 하지만 자신들의 학습 경험 속에서 equity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려고 애쓰게 되었고 지식의 접근에 있어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집단을 찾아내기도 하였다고 설명했다.

 

발표 제목의 키워드인 ‘조직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은 ‘한 조직 내에서 지식을 창출하고, 유지하고, 전이되는 과정’을 말한다. 흔히 학교 전체가 하나의 학습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발표자는 교수법을 예술적 기교(artistry)로 보고 학교가 이런 뛰어난 학습조직이 되려면 4가지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관점(리더십의 분산을 통해 자율경영 팀을 지향할 것), 구조적 관점(교사와 학생이 학습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는 의미 있는 기회를 만들 것), 인적 자원 관점(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를 변화의 주 동인으로 작용하도록 할 것), 상징적 관점(다양한 흥미와 분절적 콘텐트를 넘어 멘털 모델과 목표를 공유할 것). 이런 변화의 실행을 위해서 임파워링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4가지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 사고하기(어떻게 학교 변화를 포용적이게 할 수 있을까), 구조적으로 사고하기(장애요인을 어떻게 제거하고 조직이 통합적으로 작동하게 할 수 있을까), 동기유발적 사고하기(어떻게 개인의 동인과 학생들의 창조적 참여를 중심이 되게 할까), 상징적 사고하기(공유하고자 하는 멘털 모델과 의식(rituals)으로 정착시킬 것들을 기존의 학교 문화에 심어 넣을까). 이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주] 멘털 모델(mental model) – 현실 세계에서 무엇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특정인의 사고 과정에 대한 설명으로 주변 세상의 표상을 지칭함.

 

<표 2> 효과적인 조직학습을 위한 인프라


위 표는 학교 변화를 위해서는 교사의 자율성과 자주적 결정권(agency), 학교 문화, 근무시간·수업 지도 시간·협업 등에 관한 조직 구조가 핵심임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학교교육의 질이 잘 바뀌지 않는 것은 입시라는 장애요인 외에 위 3요소에 대한 개선이 부족한 것과 관련이 깊다.

 

발표자는 본 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을 정리하는 의미로, “현재의 상황(status quo)을 바꾸려면 개혁 아이디어의 실행 이상의 노력을 요구한다. 현장에서 광범위한 수업지도의 변화를 일으키려면 기존의 고착화된 수업지도 관행을 거부하고 동시에 기존의 시스템과 문화적 규범 사이를 잘 해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현실적 모순 속에서 혁신을 이루어내는 것은 21세기 교육개혁의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현실적 고민이 많다. 기존의 관행을 거부하고 수업혁신을 하려면 안주하고 싶은 동료교사들의 시선이 두렵다. “평화롭게 잘 가고 있는 데 왜 풍파를 만들려고 하는 거야?”하는 비판이 두려운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판단은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 현상을 타파하는 일이다. 핵심은 우군을 만드는 일이다. 새로운 방법을 찾고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때 언제나 길은 열린다. 기꺼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현재 자기만의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교사만이 현재의 고착화된 수업관행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발표자의 말에 절로 공감이 갔다.

 

본 세션의 6가지 발표 중 관심을 끈 것이 또 하나 있다. ‘분열된 사회 속의 학교 네트워크’(School Networks in Divided Societies: A Social Network Analysis of Shared Education in Northen Ireland)란 제목의 발표였는데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가진 북아일랜드에서 사회 통합을 목표로 교육의 공유(shared education)를 시도한 연구였다. 남북한도 분열된 사회란 점에서 닮은 점이 있다는 생각에 이 세션을 듣게 되었다. 교육에 있어서 네트워킹은 시스템 차원에서의 변화를 추구할 때 널리 쓰이는 강력한 전략의 하나이다. 아래 표가 필자에게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었다.

 

<표 3> 교직원 네트워크 파트너십의 메타 구조

<표 4> 교직원 파트너십의 학교간 확장된 연계

자세한 내용은 지면상 생략한다.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영문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6) ‘학습시간: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Learning Time: In Pursuit of Educational Equity)

 

이 세션은 회장급 세션(AERA presidential Session)으로 좀 유명한 사람들이 발표한다. 대개는 내용도 좋고 수준이 있다. 주요 내용은 학교 공부에 뒤처지는 아동들도 자기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학습시간의 확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아래 3개의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Q1. 양질의 학습시간 확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의 학교교육에서 이것이 어떻게 모든 아동을 최저 학력수준에 도달하게 하는 동인이 될 수 있는가?(What is high quality expanded learning time; and how is it an equity driver in American education?)

 

Q2. 양질의 학습시간 확장을 그토록 실현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화적/정치적 요인은 무엇인가?(What are the cultural and political factors that make high quality expanded learning time so difficult to achieve?)

 

Q3. 그 필요성이 이미 증명된 변화에 대해 대중의 의지와 정책결정자들의 인식을 높이려면 교육자와 연구자들이 주별/전국별로 어떤 역할을 할 필요가 있는가?(What role can we as educators and researchers play, locally or nationally, to promote public will and policy-maker awareness regarding changes that the available evidence has shown are necessary?)

 

필자는 ‘고품질(high quality), 학습시간의 확대(expanded learning)’란 두 마디에 끌려 이 세션을 듣기로 했다. 이 두 마디를 보는 순간 한국의 학습부진에 대한 처방이나 개입이 떠올랐다. 비현실적이고 비과학적인 접근만 답습하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까웠기에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더욱 궁금했다.

 

발표자는 학습의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 디자인 원칙으로 6가지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① 소속감과 정서적 지지
② 자원으로서의 문화(서로 다른 문화를 자원으로 보기)
③ 단계적으로 이끌어 줌으로써 성숙된 실행(mature practices)에 참여시키기
④ 열린 질문으로 인지적 자극 주기
⑤ 자기결정권을 갖고 목소리 내기/듣기
⑥ 새로운 기술을 창의적으로 사용하기

 

이상의 6가지는 한국의 학교가 학습부진에 대응하는 현재의 방식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학습 부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이상의 배움의 원리가 한국에서도 상식이 되는 날을 고대한다.

 

7)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교사들은 역사적으로 늘 주변적 존재로만 취급받던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교육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How Highly Effective Teachers Create Equitable Educational Opportunities for Historically Marginalized Youth)

 

이 세션은 이번 학회서 필자가 가장 듣고 싶었던 내용 중 하나이다. 심포지엄 형식으로 진행된 이 세션은 과연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그 비결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비결1. 높은 수준의 수업 과제 제공(Academic Rigor)
교사가 학생들을 향해 말한다. “여러분, 우리가 이것을 왜 배우죠? 나는 여러분들 모두가 과학자처럼 생각하도록 가르칠 거예요. 이번 학기 저의 최고 목표는 여러분들이 과학자처럼 사고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 공부가 뒤처진 아이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수업 과제를 제공하면 해내지 못할 것이란 편견을 버려야 한다.

 

• 비결2. 관계의 형성(Relationships)
“지난 수년간 효과가 있었던 것은 제가 학생들과 형성한 관계이다. 나의 학기는 항상 관계 형성으로부터 시작한다.”
“나의 관계 형성은 학생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교사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계 형성은 학생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해란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배경에서 자랐으며 그들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가 거는 기대를 반드시 충족시키게 하는 일이다(holding them accountable to whatever expectations you are setting for them)!”
☞ 관계 형성의 비결이 담겨있다.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학생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또 교사가 거는 기대를 학생이 반드시 책임지고 충족시키게 한다는 점은 탁월한 생각이다.

 

• 비결3. 친밀함(Rapport)
“저는 학생들과 정말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요. 저는 진심으로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요. 저는 아이들을 ‘그들’로 보지 않아요. ‘우리’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내 이웃이고 그들은 나의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입니다. 이들은 나의 아이들이죠. 이런 친밀함을 형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그들이 이를 알게 하죠.”(Ms. YA)
☞ 관계 형성이란 말을 걸고 눈길 한번 주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삶의 한 부분이란 말에는 절절이 공감이 간다. 관계형성의 미진함은 현재 한국의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형성이 점점 더 뒷걸음치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비결4. 높은 수준의 성취기준과 기대(High Expectations)
“저는 아이들에게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능력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기대를 조정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전쟁이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요구하는 목표의 도전적인 정도(rigor)가 내년에 도달할 목표에 비하면 충분할까? 시계추처럼 저의 기준은 왔다 갔다 하지만 저는 전반적으로 높은 목표를 유지합니다.”(Mr. G)
☞ 학습효과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인 존 해티(John Hattie)에 따르면 효과 크기(effect size)가 가장 큰 것은 ‘학생 자신에 대한 기대’가 높을 때이다(효과 크기 1.33). 학생에 대한 교사의 기대, 부모의 기대 등이 학생 자신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학생에 대한 교사의 높은 기대는 매우 중요하다.

 

• 비결5. 가르치는 일 사랑하기(Love of the Work)
“제가 성공하는 경우는 제가 하는 일을 좋아할 때라고 생각해요. 저는 가르치는 일을 무척 좋아해요.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저는 계획세우기, 교육과정 모두 좋아하죠. 모든 교사들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는 쉬운 일이 아니죠. 어떤 일이든 100% 마음을 쏟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 않아요. 교사가 가르치는 일을 정말 좋아하면 이것이 아이들에게도 전달되죠.”(Mrs. T)
☞ 학습효과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인 존 해티에 따르면 효과 크기 면에서 ‘학생 눈에 비친 교사에 대한 신뢰’가 0.9로서 매우 높다. 교사에 대한 신뢰는 가르치는 일에 교사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임하느냐에 달려 있다.

 

발표자는 이어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는가에 대한 설문 조사의 결과를 공개했다.

 

<표 5> 교사 성향(disposition)에 대한 설문의 학생 답변 예


한국의 교사들도 일 년에 한 번씩 이런 설문을 받아 자기 성찰과 성장이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관찰·설문을 통해 확인된 교사가 보여주어야 할 주요 성향이다.

 

<표 6> 관찰·설문을 통해 확인된 교사의 중요 성향


발표자는 이상과 같이 바람직한 교사의 성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자신의 발표 내용의 핵심을 아래와 같이 4가지로 정리했다.

 

① 교사의 성향이 중요하다!
“내 생각으로는 P 선생님은 느린 학습자들에 대해 인내심이 있어 학생들이 많이 배우도록 잘 돕는다.”
“선생님은 학생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잘 배우게 된다.”
“선생님은 친절하고, 매우 열심이시고, 우릴 사랑하며 인내심이 깊어 우리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분이다.”

 

② 명시적 지도를 포기하지 말라!
“선생님에게서는 모두가 잘 배울 수 있다. 우리가 알 때까지 어떻게 수학문제를 푸는지 가르쳐 주신다.”
“선생님은 매일 아침 복습문제를 주신다. 이는 전날 배운 것을 확실히 익히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③ 높은 기대는 필수적이다!
“나는 너희들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너희들 중 일부가 아니라 모두가!!”
“선생님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 포기하지 않게 하신다.”
“선생님은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한계란 없는 거야.”

 

④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라. 학생들은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다!
위 <표 5>는 학생들이 교사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8) 올스타 프로젝트(All Star Project: https://allstars.org/)

 

올스타 프로젝트 본사를 방문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 시간에 꼭 들을 강의가 있어서 일행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이 조직은 1981년 창립된 이후 공연을 통해 빈곤층 자녀들의 삶을 바꾸는 일을 해오고 있는 비영리 단체이다. 방과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수많은 주변적 아동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 주류사회 일원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게 돕고 있다.

“우리는 가난한 청소년과 중산층 이상 청소년 사이에 존재하는 기회의 격차를 좁힌다.”

 

이런 조직이 한국에도 없지는 않지만 좀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대기업에서 힘써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알림] 다 소개하지 못한 나머지 내용은 다음 기회에 공유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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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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