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학폭 대입 반영과 학생부 기록 연장, 문제 있다
| 학폭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학폭에 대한 처벌 강화나 생활기록부에의 내용 기재는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를 충분히 고려해 학폭 문제에 대한 올바른 교육적 해결 방향에 대해 고민하기를 촉구한다. |
1. 학교폭력 문제가 교육 현장을 넘어 뜨거운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최근에 학교폭력(이하 학폭) 가해자인 국가 수사위원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누구나 선망하는 대학(서울대)에 입학하고, 그 피해자는 다니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심지어 대학에도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알려져 국민적 분노를 산 바 있다. 게다가 심각한 학폭의 실상과 부모나 교사까지도 피해자를 방관한 암울한 구조적인 상황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진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를 해가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와 겹치면서 이는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을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도 국가 수사위원장을 해촉하고, 교육계에 시급한 학폭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이런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폭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3월 말쯤 발표하겠다고 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그때 봐야 하겠지만, 대략적인 대용으로 생활기록부에 기재한 학폭 기록을 연장하겠다는 것과 또 대학 입시, 특히 정시에서 학폭 대상자가 걸러지도록 하겠다(불합격이나 불이익 강화)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단순히 국민적 분노와 정서적 문제를 떠나 교육 관련 제도나 규정 및 정책을 손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면 이러한 조치는 학폭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교육적 대처 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너무 개인 인성에 초점을 두고 악마를 찾아 몰아내는 것에 초점을 두면 교육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중세의 마녀사냥처럼 또 다른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생활기록부에의 기록 연장은 입시 경쟁 교육으로 왜곡된 우리 교육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가해자의 심각한 학교 폭력에 대해 관용을 베풀자는 얘기는 아니다. 생활기록부는 학교에서의 성장 발달 상황 기록부여야 하고 건강기록부처럼 입시 도구가 아니라 학생 개인이 관리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학폭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2. 학폭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교육 현장에서의 폭력은 그 어떤 형태 및 관계에서 일어나든 정당화될 수 없다. 학교 내의 구성원 간에 일어난 것이든, 아니면 학교 안과 밖 구성원 간에 일어난 폭력이든 모두 용인될 수 없다. 교육적인 방향은 학폭을 없애는 것이어야 한다.
그 이유는 먼저, 개인의 이익(판단, 이익 추구)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은 시대와 장소, 어떤 사상의 입장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은 교육 현장에서 용인될 수 없고 도덕적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폭력 행위자(가해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므로 교육과 폭력은 양립할 수 없다. 물론 과거에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폭력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고, 지금도 학생 인권을 과도하게 강조함으로써 교권이 실추되었다고 주장하며 교사의 폭력을 옹호하는 일부의 사람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폭력은 개인의 성장과 발달을 전제로 하고, 인간과의 만남과 인격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 활동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무엇보다도 폭력이 우리 사회에 합의된 가치, 즉 인권의 보편성이나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관계에서 갈등이나 의견 대립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의견 대립이나 갈등도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해결되어야 하지, 개인적인 판단에 따른 물리적 폭력에 기대는 것은 민주 사회의 원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권위적인 시대를 그리워하거나 구시대적 교육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자인하지 않고서는 폭력에 교육적 이름을 붙일 수 없다.
3. 학폭에 대한 처벌 강화나 생활기록부 등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렇다고 하더라고 심각한 학폭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학폭 문제는 교육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10여 년 전부터 특별히 학폭 문제에 대한 생활 지도 규정이 만들어졌다.
이전에는 학생들이 학교생활 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학교가 취할 수 있는 징계로 경고 및 반성문 작성, 교내 봉사, 사회봉사, 출석정지 강제 전학 및 퇴학 처분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마련된 학폭 대책을 통해 학교나 교사 차원을 넘어 학교 밖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에서 심의하여 교사들의 지도를 넘어 법적 처벌도 의뢰할 수 있고, 또 심각한 학폭의 경우 사회에서 범죄자의 전과기록과 같이 생활기록부에 등재하여 낙인을 찍는 방법이 교육 현장에 도입된 것이다. 이것은 법과 규정을 앞세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고, 교사들의 힘이나 열정만으로 문제 해결이 안 되니 학교 밖의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 당시의 학폭 규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학폭은 심각성에 따라 9호로 나누어 불이익의 정도가 높아지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등재는 3호 이상의 심각한 학폭에 대해 의무화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등재를 넘어 가해자 본인에 대한 처벌은 물론, 가해자 부모까지도 특별 교육을 받도록 하였다. 생활기록부 기록 등재는 사회봉사를 넘어 강제 전학이나 퇴학 이상의 불이익, 즉 씻을 수 없는 기록을 달게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생활기록부의 기재가 얼마나 위력이 있고 폭발력을 지닐 수 있는가는 최근에 있었던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학폭 사실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면 생활기록부가 반영되는 수시에서의 입시는 단념해야 할 뿐만 아니라, 평생을 이런 기록을 안고 생활하면서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이 기록이 드러날 때 겪게 되는 불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학폭 문제로 모 배구 선수는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못 하고 외국 구단으로 옮겨야만 했고, 2022년 최고 투수상을 받은 모 야구 선수는 이런 기록 때문에 국가 대표로도 선발되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기 있는 노래 경연대회[트롯맨 2]에 참가한 이의 학창 시절 폭력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중도에 경연을 접어야 했던 일도 있었다. 문제 해결의 바람직한 접근은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통해 서로 화해하고 상처로부터 치유되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학생부 기재 기간을 최장 10년까지 연장’과 같은 제재 강화에 초점을 두는 정부의 접근은 한 번의 잘못으로 인해 청소년이 사회적으로 평생 매장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도 있기에 이는 재고되어야 한다.
4. 법적 책임 강화나 생활기록부에 학폭 내용 기재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그런 위력과 효과에도 불구하고 생활기록부에 폭력 사실을 등재하는 조치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처음에 이런 규정을 도입할 때부터 논란이 된 바 있다. 실제로 현장 교사들은 반대를 더 많이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장에 정착하게 된 것은 그것이 올바른 방법이어서가 아니라, 힘 있는 집단이 밀어붙이니 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 교사들이 이를 반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도 먼저, 행위자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학폭의 원인이나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교육적인 올바른 처방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활 지도를 하다 보면, 학폭은 원래부터 일반 사람들과 다른 심성과 악의를 가지고 저지른 일도 있지만, 부모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이나 배려를 받지 못하거나, 극심한 경제적 빈곤이나 차별을 겪는 상황, 그리고 치열한 경쟁 체제에서 발생하는 경우를 훨씬 더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학폭 규정은 단순하게 개인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 올바른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복지를 강화하고, 살인적인 경쟁을 완화하는 방법과 병행이 되어야 한다. 법적인 측면만 생각하면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이 우선일지 모르지만, 교육적으로는 설령 가해자라 할지라도 악한 사람으로 규정짓고 단죄하기보다는 변화 가능성을 믿고 설득하고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폭 처벌 강화와 생활기록부에의 기록 등재 조치는 언뜻 보면 시원한 청량제처럼 보이지만, 문제를 종합적인 측면에서 검토하고 내린 교육적인 처방이 아니라고 비판했었다.
또한 그런 학폭 처리 규정은 법률 적용과 형식적 절차만을 강조하며, 교사들을 배제하고 개입을 축소시키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 규정이 만들어질 이명박 정부 때에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한 바 있었지만, 정부는 그런 교사들의 의견과 입장을 수용하기보다는 저항하는 교사들을 징계했었고, 심지어 그런 교사들에 대한 징계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무리하게 고발하여 패소한 바도 있었다.
5. 학폭 사실의 생활기록부 등재에 대한 부작용 발생과 그 이후 규정은 어떻게 변화되었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
어쨌든 그런 규정을 마련했어도 학폭 문제는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학폭 관련 소송이 증가하여 교육 현장의 갈등과 분쟁이 더 잦아지고 심화되었으며, 학폭 관련 사안에 교사들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이 교사들의 업무를 줄이기는커녕 교사들이 그런 소송과 학폭 위원회 관련 서류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업무가 더 증가하였다. 또한 적지 않은 교사들이 열정적으로 지도하는 과정에서 법적 절차나 규정을 잘 몰라 소송에 휘말리거나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잦아졌다. 그 결과 학폭 업무는 교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분야가 되었고, 학생 지도 과정에서 교사들은 열정을 발휘하기보다는 적당히 몸을 사리는 보신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교사들의 염원을 조사해 보면, 학폭 업무를 학교에서 분리해 달라는 것, 그리고 학교나 교사들이 소송에 휘말릴 경우 변호사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 언제나 상위 순위를 차지하였다. 이것은 학폭 규정이 얼마나 교사들을 힘들게 하고 있고, 우리 교육력을 약화시키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개선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생활기록부의 학폭 기재 사항도 삭제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주었다. 퇴학 처분까지 연결된 학폭의 경우 삭제 대상이 아니지만, 1~3호와 7호의 경우 전담 기구에서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 있고, 졸업 시 미 삭제된 폭력(4~6호, 8호)은 졸업 후 2년 후에 삭제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이다(아래의 <표 1> 참조). 그리고 사소한 학폭의 경우 학교나 교사들이 개입하여 지도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으며, 교사들의 업무 경감 차원에서 학교 자치 위원에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은 지역 교육청 주관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표 1>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사항의 학생부 기재 기간

(출처: 학교생활기록부 종합 지원포털)
이것은 법적 측면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교사들을 배제하던 당초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심성 변화를 인정하고, 교사들의 참여나 열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교육적 입장을 부분적으로나마 수용한 것이다.
6. 윤석열 정부가 구상하는 학폭 가해자 처벌 강화나 생활기록부 기록 연장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이번에 윤석열 정부에서 구상하는 학폭 대책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의 방향에서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한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대학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가 반영되는 수시 입시에서뿐만 아니라 수능 중심의 정시에서도 확실히 적용(불합격)되도록 하고, 학교 생활기록부 기록도 2년에서 10년간 유지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적 측면을 고려하고 교사들의 참여와 열정을 활용하려는 기존의 개선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 오히려 과거 정책으로의 회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악질적인 가해자의 경우, 그에 상응하는 확실한 불이익이 가도록(대학 불합격) 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올바른 방향인가를 생각하면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학폭의 원인은 개인적 요인 못지않게, 사회적 환경이나 배경 및 구조적 요인으로 인한 복합적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행위자에 대한 처벌만을 강화할 경우 다른 요인에 의한 대책은 상대적으로 경시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상징적으로 정순신 같은 사람은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지만,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학폭 대책은 무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장에 누가 가장 많은 불이익을 당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법을 잘 알고 부와 권력을 가진 집단의 자녀들일까, 아니면 차별과 냉대 속에서 부모의 보살핌이나 사회 복지 혜택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집단의 자녀들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학폭 대책은 결국 힘 있는 집단을 위한 것이고, 교육 현장에서의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사회적 갈등과 문제가 해결될지 아니면 더 심화될지를 생각해 보자. 예컨대 학폭으로 인해 사회에서 매장될지 모를 상황에 처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사회적 약자들은 이 상황을 수용하거나 체념할 수밖에 없겠지만, 부와 권력을 가진 집단은 불이익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보다는 더 교묘하게 그를 피해가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부모나 교사들까지 매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앞으로 이런 상황이 단순한 허구가 아닌 현실 속에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리고 당초 의도와 달리 사소한 학폭도 소송으로 이어져 사회적 갈등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지금도 학폭 관련 소송이 연간 1,000여 건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지금보다 더 처벌을 강화하고 불이익과 연결이 되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소송도 불사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기록부에의 학폭 사실 기재가 가져올 우려로는 교육 활동 및 생활기록부의 왜곡과 파행이다. 학교생활기록부는 말 그대로 학생들의 학교생활에서의 성장 발달 상황을 기록한 장부이다. 그런데 이것을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다른 사람이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경우, 성장 발달의 기록부로서의 성격은 의미를 잃게 되고 왜곡될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긴 하지만, 현재 학교생활기록부가 대입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됨으로써, 생활기록부가 기록을 위한 기록, 과장과 현실 왜곡, 나아가 입시 부정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가 오히려 교육을 더 파행으로 이끌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7. 인권 의식을 높이는 방향에서 대책을 강구할 수는 없는가?
그렇다고 관용만을 앞세워 가해자의 악행을 용인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처벌을 강화하여 법적 정의를 실현하자는 그런 시각을 확대할 경우, 사형제도 존치 논리도 합리화될 수 있다. 물론 사형 존치론에 논란이 있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지만, 범죄 예방을 위해 사형제도를 존치해야 한다는 논리는 선진국 운운하는 현 상황에서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인권이 존중되는 문명국가의 경우 그런 응보주의 논리로만 법적 정의를 실현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처벌 강화의 끝판왕인 사형제도가 존치된다고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인권이 존중되는 국가에서는 사형제도를 도입하거나 처벌을 강화하기보다는 교화나 선도, 국민 화합과 통합을 도모하는 방향에서 법적 정의를 추구하려고 한다. 우리도 이젠 그런 흐름을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더욱이 앞서 말한 것처럼 처벌과 징계보다는 선도나 교화를 중시하는 것이 교육적 입장이다. 따라서 학폭과 같은 교육 문제는 일시적인 국민 여론에 기대어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현장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심사숙고하여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는,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보다는 현실적인 법과 원칙을 앞세워, 처벌 강화의 방향으로만 치닫는 것 같아 안타깝다. 미성년자의 촉법 연령 하향, 건설업계의 폭력 근절 등도 같은 철학과 논리 속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사회의 모든 문제를 이해당사자들 간의 대화와 타협, 상호 이해와 협력보다는 법과 원칙을 앞세워 응징과 복수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지 심히 걱정된다.
8. 학폭 문제에 대한 올바른 교육적 해결 방향은 어떤 것인가?
교육 문제는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교육은 교육계 외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교사들이 엉뚱한 방향에서 무기력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미 우리 교육은 개인의 성공이나 출세 또는 국가 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구시대적 교육관을 뛰어넘어, 각 개개인의 성장 발달을 도모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서로 공감하고 상호 이해하고 협력하는 교육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것이 현재의 교육과정에서도 추구하는 인간상이며 미래 교육의 방향이기도 하다.
오히려 교육의 현실과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봐야 할 사람은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는 다른 부문에 종사하면서 너무 쉽게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교육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 그 해법에 다른 왕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학폭 대책도 이런 현실을 제대로 보고 본질적인 교육 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대책이 나와야지, 지금의 본질적인 교육 활동을 도외시하고 다른 규칙을 만든다는가, 일상적인 학교 현장의 교사들의 교육 활동과 다른 방향에서 해법을 찾는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생활 지도만 하더라도, 지금 우리 교육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여 처벌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호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회복적 생활 지도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손쉽게 효과도 없는 처벌 강화를 주장하기보다는, 현장 교사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상호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교사들의 신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폭이 심각해지는 근본 원인은 사회에서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받아야 할 인간들을 가려내 처벌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극심한 불평등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고,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을 갖지 못하고 불안하게 생활하면서 각자도생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이를 인정한다면 행위자 개인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런 구조적인 문제를 타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함께 강구해야 한다.
교육계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입시 경쟁 교육이 아니라 인간 교육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기를 염원하고 있다. 따라서 그런 조건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비록 느리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확실한 학폭 대책이라고 할 것이다. 예컨대 사소한 것일지 모르지만, 설령 생활기록부에 손을 댄다고 하더라고, 교육 활동을 왜곡하고 파행으로 이끄는 생활기록부가 아니라, 제대로 된 성장 발달 기록부가 되도록 하겠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접근했으면 한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및 경기여자고등학교 교사로도 활동 중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과도 초창기부터 인연을 맺고 함께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김학윤 선생님의 학폭 기록 강화에 대한 논평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학폭이라는 문제 행동의 책임을 학생 개인에게만 지우는 접근은 옳지 않다.
학폭 가해자의 가해 요인은 어릴 때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면 애착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였거나 부모로부터 바람직한 품행을 보고 배우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회의 어른들이 바람직한 롤모델이 되어주지 못한 것, 학교가 인성교육의 제대로 하지 못한 것 등도 원인일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은 청소년들의 경우 감정을 통제하고 자기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이성의 뇌가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학폭이라는 문제 행동의 책임을 오롯이 학생 개인에게만 전적으로 부과하려는 교육부의 접근은 재고되어야 한다. 또한 “처벌 강화가 법을 잘 알고 부와 권력을 가진 집단 자녀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김학윤 선생님의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청소년의 자기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의 향상에 힘쓰고 있다. 한국의 학교에서도 집행기능 향상 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효과가 검증된 과학적 인성교육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 가운데 “학폭 사실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면 생활기록부가 반영되는 수시에서의 입시는 단념해야 할 뿐만 아니라, 평생을 이런 기록을 안고 생활하면서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이 기록이 드러날 때 겪게 되는 불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요즘 학교에서의 생활교육은 처벌을 위주로 하지 않는다. 대부분 수차례 경고를 주고 스스로 반성할 기회를 주는 회복적 생활교육이 대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학폭에 기재되는 경우는 피해학생의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가해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처벌 강화가 법을 잘 알고 부와 권력을 가진 집단 자녀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염려는 학폭 기록 강화가 일어난 후에 벌어질 일이 아니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로서 정순신처럼 부와 권력을 가진 집단의 자녀가 유리한 위치에서 모든 것이 종료되어 버렸다. 정순신 자녀의 학폭 관련 일어난 모든 일은 학폭 기록 강화 후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가해자는 쉽게 잊는다. 하지만 피해자는 절대 잊지 못한다.
피해자가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은 피해자 입장에서 절대 생각할 수 없다.
“학폭 사실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면 생활기록부가 반영되는 수시에서의 입시는 단념해야 할 뿐만 아니라, 평생을 이런 기록을 안고 생활하면서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이 기록이 드러날 때 겪게 되는 불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게 될 수 있다면 학폭을 저지를 학생이 있겠는가? 지금까지 그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순신의 아들과 같은 학폭 건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