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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용어로 배우는 학습과학(6) – “세상을 이해하게 하는 뇌의 지식 구조, 스키마”

#1387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5.10.15
스키마의 개념과 핵심 특징, 그리고 확장을 살펴봅니다. 또한 이것이 지닌 놀라운 효과와 함께 교사를 위한 전략과 수업 활동들을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교육의 본질이 곧 스키마의 확장임을 확인합니다.                                  

 

 

뇌가 새로운 정보를 분류하는 놀라운 방식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당신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대방이 “안녕하세요, 저는 김민수입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뇌는 번개처럼 빠르게 작동한다. “초등학교 교사라면 차분하고 책임감 있는 분이겠지.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학부모의 민원까지 처리하려면 정말 힘들겠구나.”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며, “많이 힘드시죠.”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이 모든 판단이 단 몇 초 만에 이루어진다.

 

이때 뇌가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스키마(schema)다. 스키마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정보 분류 시스템’이다. 마치 도서관 사서가 새로운 책을 받으면 내용을 파악해서 적절한 서가에 배치하듯, 뇌도 새로운 정보를 기존 스키마에 맞춰 분류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가끔 예상과 다른 일이 벌어진다. 그 김 선생님이 갑자기 “저는 초등 1학년 담임이지만 전혀 힘들지 않아요!”라고 말한다면? 순간 당신의 뇌는 당황한다. 기존 ‘선생님 스키마’와 맞지 않는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바로 이 순간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때다. 뇌가 기존 스키마를 확장하거나 수정해야 하는 순간 말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이해는 더욱 풍부해지고 깊어진다.

 

 

스키마란 무엇인가?

 

스키마는 특정 개념, 상황, 사물에 대한 일반화된 지식 구조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뇌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둔 ‘틀’ 또는 ‘서랍’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카페 스키마’를 생각해 보자. 카페에 들어서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원두 향기, 음악 소리, 메뉴판, 카운터에서 주문하는 시스템, 테이블과 의자 등을 기대한다.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카페 스키마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스키마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매번 카페에 갈 때마다 무엇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일일이 확인해야 할 것이다. 스키마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상황에서도 빠르게 적응하고 효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스키마의 핵심 특징들

 

1) 선택적 주의집중
스키마는 관련된 정보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관련 없는 정보는 무시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음식 주문 스키마’가 활성화되면 우리는 옆 테이블 손님의 대화나 벽에 걸린 그림보다 메뉴판의 내용, 직원의 추천 멘트, 오늘의 특선 요리 안내에 더 집중하게 된다.

 

2) 빈 공간 채우기
스키마는 불완전하거나 일부만 주어진 정보 속의 빈칸을 스스로 채워 넣는다. 예를 들어, 누군가 “오늘 병원에 갔는데…”라고 말하면, 우리는 이어질 말을 듣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몸이 안 좋았나?”, “진료를 받았겠구나”처럼 빠진 부분을 상상으로 메운다. 이처럼 스키마는 부족한 정보를 빠르게 보완해 상황을 이해하도록 돕지만, 때로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빈칸을 채워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만들기도 한다.

 

3) 기억 재구성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경험은 우리가 가진 스키마와 그때 느낀 감정에 따라 재구성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로맨틱한 데이트 스키마’를 가진 사람은 첫 데이트의 세부 장면을 실제보다 더 따뜻하고 낭만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과거를 기억하기보다, 그때의 감정과 스키마가 결합된 해석을 덧입혀 기억한다.

 

4) 예측과 기대
스키마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병원에 가면 “접수 → 대기 → 진료 → 수납”의 순서를 자연스럽게 예상한다. 이런 예측 덕분에 우리는 낯선 상황에서도 불안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스키마 확장: 성장하는 이해의 틀

 

스키마 확장이란 새로운 경험이나 정보를 통해 기존 스키마가 더 풍부하고 정교해지는 과정이다. 마치 서랍을 더 세분화하거나 새로운 서랍을 추가하는 것과 같다. 스키마 확장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1) 동화(assimilation): 기존 틀에 맞춰 넣기
새로운 정보를 이미 가지고 있는 스키마에 맞춰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개’에 대한 스키마를 가지고 있을 때, 처음 보는 품종의 개를 봐도 “이것도 개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동화이다.

 

2) 조절(accommodation): 틀 자체를 바꾸기
새로운 정보가 기존 스키마로는 설명되지 않을 때, 스키마를 수정하거나 확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 발 달린 동물로 개만 알던 아이가 고양이를 보고 “네 발 달린 건 다 개가 아니네”라고 깨닫는 순간, ‘네 발 달린 동물 = 개’라는 기존의 스키마를 바꾸게 된다. 이것이 조절이다.

 

 

스키마 확장의 구체적 예시

 

1) 수학에서의 스키마 확장

• 초기: “곱셈은 더하기의 반복” (3×4 = 3+3+3+3)
• 확장 1: “소수의 곱셈도 가능하다” (0.5×3 = 1.5)
• 확장 2: “분수의 곱셈은 ‘~의 ~만큼’” (1/2 × 1/3 = 1/2의 1/3만큼)
• 확장 3: “음수가 포함되면 부호 규칙이 적용된다” ((-2)×3 = -6)

 

2) ‘선생님 스키마’의 확장

• 초기: “선생님은 엄격하고 무서운 사람”
• 확장 1: “어떤 선생님은 친근하고 유머러스함”
• 확장 2: “선생님도 개인적인 취미와 고민이 있는 사람”
• 확장 3: “선생님은 교육 철학과 방식에 따라 매우 다양함”

 

 

스키마 확장의 놀라운 효과들

 

1) 깊이 있는 이해 촉진
스키마가 확장되면 학습자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개념 간의 관계와 맥락을 파악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역사를 단순히 연대순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 ‘시대적 배경’, ‘인물의 동기’를 연결하며 이야기처럼 이해한다. 이처럼 학습이 ‘지식의 나열’에서 ‘의미의 구조화’로 바뀌면서, 새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하고 스스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2) 전이 학습 능력 향상
스키마가 넓어질수록 한 영역에서 배운 것을 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전이 능력이 향상된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패턴 찾기 스키마’가 형성된 학생은 음악의 리듬이나 언어의 문법에서도 규칙성과 구조를 인식하는 유사한 사고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학습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배움은 과목의 경계를 넘어 확장된다.

 

3) 창의적 사고 확장
새로운 스키마가 기존 스키마와 만나면 서로 다른 지식이 융합되어 창의적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가 생물학적 구조를 떠올리며 새로운 로봇 관절을 설계하거나, 음악가가 수학적 비율을 활용해 조화로운 선율을 만드는 식이다. 창의성은 전혀 다른 스키마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될 때 발현된다.

 

4) 문제 해결 능력 강화
풍부한 스키마를 가진 사람은 복잡한 문제를 단순한 하위 문제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학자는 미지의 현상을 관찰할 때 문제를 여러 측면으로 분해한 뒤, 이전에 배운 법칙과 개념을 연결해 각각의 가설을 세운다. 이렇게 분해된 요소들을 마치 레고 블록처럼 다시 조합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낸다.

 

 

교사를 위한 스키마 확장 전략

 

1) 기존 스키마 진단부터 시작하라
새로운 학습은 학생이 이미 가진 지식 틀 위에서만 의미 있게 쌓인다. 따라서 가르치기 전에 학생들의 머릿속에 어떤 스키마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실용적 방법:
• “이 단어/개념을 들으면 뭐가 떠오르나요?”
• “여러분이 알고 있는 ~에 대해 설명해 보세요”
• 개념 지도 그리기 활동으로 학생의 기존 스키마 시각화

 

2) 인지적 갈등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라
스키마는 낯선 자극과 충돌할 때 변화한다. 학생이 ‘어? 이상한데?’라는 의문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학습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실용적 방법:
• “여러분이 생각하는 답은 아마 이거겠죠? 그런데…”
• 상식과 다른 실험 결과 보여주기
• “만약 ~라면 어떻게 될까요?” 가정 질문으로 기존 스키마의 한계 드러내기

 

3) 비유와 유추를 적극 활용하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기존 스키마의 도움 없이 이해되기 어렵다. 익숙한 비유는 학습자가 새로운 개념을 기존 지식과 연결할 수 있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실용적 방법:
• “원자의 구조는 태양계와 비슷해요”
• “세포막은 클럽 입구의 경비원 같아요”
• “이 수학 공식은 요리 레시피처럼, 정해진 재료를 정해진 순서로 조합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규칙이에요.”

 

4) 점진적 복잡성 증가 원리를 따르라
스키마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정보의 양과 복잡성을 조금씩 높여가며 학습자의 인지 구조가 안정적으로 확장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실용적 방법:
• ‘핵심 개념 → 세부 내용 → 예외 사례’ 순으로 제시
• ‘구체적 사례 → 추상적 개념 → 일반화’ 단계로 진행
• 학생이 “아! 그렇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을 여러 번 만들기

 

5) 다양한 맥락에서 반복 적용시켜라
스키마는 다양한 맥락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될 때 유연해지고 깊어진다. 동일한 개념을 여러 상황에 적용하게 하면, 학생은 지식을 ‘암기된 정보’가 아닌 ‘이해된 구조’로 전환하게 된다.

 

실용적 방법:
• 같은 수학 개념을 실생활, 과학, 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
• 역사적 사건을 정치, 경제, 문화적 관점에서 각각 분석
• 문학 작품을 다양한 비평 이론으로 해석

 

 

스키마 확장을 돕는 수업 활동들

 

활동 유형 사고 확장 과정 구체적인 실행 방법
개념 충돌 “네가 알던 게 전부가 아니야!” 학생 예상과 다른 실험 결과 제시하기
비유 확장 “이거 저거랑 비슷하지 않아?” 낯선 개념을 친숙한 상황에 비교하기
관점 바꾸기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떨까?” 같은 주제를 여러 입장에서 분석하기
연결 짓기 “이거랑 저거가 어떻게 연관될까?” 서로 다른 단원/과목 내용 연결 찾기
생각 드러내기 “너는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학습 전후 개념 지도 비교하기

 

 

스키마의 함정과 주의점

 

스키마는 학습자가 세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꼭 필요한 틀이지만, 그 틀은 때로 사고를 제한하는 함정이 되기도 한다. 학습을 돕던 스키마가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으로 굳어지면, 오히려 학습을 가로막는 벽이 된다.

 

스키마의 어두운 면

 

• 선입견과 고정관념: “수학은 어려워”, “문과생은 수학을 못해”처럼 부정적 스키마가 형성되면 학습을 방해한다.
• 과도한 일반화: 몇 번의 경험으로 성급하게 스키마를 만들면 편견이 생긴다.
• 변화에 대한 저항: 기존 스키마가 너무 견고하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건강한 스키마 형성을 위한 가이드

 

• 다양성 추구하기: 같은 주제를 여러 각도에서 접근해 보자.
• 메타인지 활용하기: “내가 지금 어떤 틀로 생각하고 있을까?”를 자주 점검하자.
• 개방적 태도 유지하기: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자.

 

 

교육의 본질은 스키마 확장

 

스키마는 단순한 정보 정리 도구가 아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렌즈이자,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토대이며, 창의적 사고의 재료 창고다. 학습은 이 스키마가 확장되어 가는 여정이다. 즉, 기존 틀을 확인하고 → 새로운 정보를 만나 → 갈등을 경험하고 → 틀을 조정하며 → 새로운 시각을 얻는 과정이다.

 

따라서 교육의 본질은 지식을 주입하는 데 있지 않다. 학생이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스키마를 건강하게 확장하고,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이다. 좋은 수업은 “이걸 외워라”가 아니라 “이걸 통해 세상을 어떻게 다르게 볼 수 있을까?”를 묻는 수업이다. 그런 질문이 쌓일 때 학생의 스키마는 자라나고, 사고의 지평은 넓어진다. 그리고 몇 년 후, 학생이 “그때 그 수업 덕분에 내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라고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스키마의 힘으로 이루어진 진짜 교육의 기적이다.

 

 

[이전 칼럼]

• 용어로 배우는 학습과학(5) –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억의 비밀”

• 용어로 배우는 학습과학(4) – “배움이 머무는 곳: 장기기억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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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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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교사 수정 삭제

    오늘도 문득 어떤 현직교사의 교육관련 저작물(책)을 읽다가 이찬승 님의 학습과학이 더 강렬하게 머리속에 떠올라 새로운 칼럼을 읽고 몇 자 적어봅니다.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그 책을 읽으며 문득…’교육을 낭만적으로 문학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교육은 ‘학습’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교육학 관련 수험서적 내용에 피터 드러커의 경영학 이론으로 교육을 바라보는것의 한계를 지적하는 내용을 봤었는데…저는 오히려 피터 드러커의 ‘측정된 것은 개선된다(What gets measured improves)’라는 말과 같이 교육에서도 학습의 과정과 결과를 측정하고 객관적으로 수치화하면서 관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교육은 낭만도 어떤 이념에 근거한 ‘주관적 정의’의 정당화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순수히 ‘학습’의 관점에서 먼저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존의 한국 교육이 너무나 관습적이며, 양극단을 치닫는 양비론(입시 아니면 입시의 대척점에 가정한 애매하면서도 불확실한 이상론적 접근법)에서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소신에서 오늘도 ‘학습과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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