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를 넘어 공존으로: 생태적 감수성과 지속가능발전교육
| 학교 현장에 만연한 혐오 문화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관점에서 진단하고, 생태적 감수성의 확장이라는 논리적 연결을 통해 혐오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교육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
또아리를 틀고 있던 혐오가 고개를 치켜들며 우리 사회를 향해 독을 품어내고 있다. 혐중시위, 여성 혐오(여혐) 등 특정 집단을 향한 배제와 폭력은 단순히 인간 대 인간의 문제를 넘어섰다.
최근 한 지역의 교육감은 시위 현장 인근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과 함께 혐오를 중단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교육청은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이해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새로운 교수·학습 자료를 마련하고 있다(서울특별시교육청 보도자료, 2025.10.2.).
혐오와 차별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바이러스이며, 지구 자원을 무한히 착취하려는 인간의 극단적 이기심과 맞닿아 있다.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고 공존의 가치를 심는 것은 곧 생태 교육과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의 핵심 과제이다.
이 글은 학교 현장에 만연한 혐오 문화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관점에서 진단하고, 생태적 감수성의 확장이라는 논리적 연결을 통해 혐오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교육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1. 학교를 덮친 ‘혐오’의 실태와 ‘표현의 자유’의 경계
혐오의 확산은 사회의 배타적 이기심이 만들어낸 독성 물질이며, 이는 외부 세계의 적대적 문화가 필터링 없이 학교에 유입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개천절 도심에서 열린 적개심 가득한 ‘혐중(嫌中) 시위’처럼, 특정 집단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발언조차 종종 ‘표현의 자유’로 포장되곤 한다. 그러나 “짱깨는 대한민국에서 꺼져라.”와 같은 발언은 중국 국적 또는 중국계 사람들을 모욕하고 사회적 배제를 선동하는 명백한 혐오 표현이다.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존엄성을 훼손할 자유까지 포함하지 않는다. 혐오 표현은 특정 집단 구성원들의 인격권과 명예, 그리고 안전하게 사회에 참여할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언어적 폭력이다.
이러한 적대적 문화는 여과 없이 학교 현장에 들어와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왜곡시키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2023년부터 3년째 확인한 대중(對中)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며, 갤럽리포트(2023년 10월)에 따르면 응답자의 34%가 중국을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 꼽는 등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강한 반중 정서가 형성되어 있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짱깨’, ‘착짱죽짱’ 등 노골적인 혐오 표현으로 학습된다. 학교 내에서 중국계 학생들에 대한 은밀한 따돌림이나 배제, 중국 관련 문화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으로 표출되는 사례가 빈번하며, 청소년들은 인터넷에서 습득한 혐오 표현을 비판 없이 복제하며 타 문화에 대한 배타성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머니투데이(2025.5.28.) 보도 사례처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계집 신조’와 같은 노골적인 여성 혐오 문구가 학교 체육대회 피켓 등에 등장한다. ‘제육’을 남학생 전용 메뉴로, ‘계집간식’을 여학생 간식으로 비하하는 은어 사용 등, 여성 비하와 모욕이 마치 놀이 문화나 ‘밈(Meme)’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의 조사에서 확인된 성별 간 성평등 의식 격차는 이러한 혐오 문화에 의해 더욱 심화되며, 학교 안에서 용인된 잘못된 사고방식은 성인이 되어 데이트 폭력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발현될 개연성을 높인다.
2. 혐오와 차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의 충돌
혐오와 차별은 자원의 한정성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배타적 이기심이 인간 사회와 자연으로 투영된 결과이다. 이러한 이기심은 특정 집단을 희생양 삼아 이익을 얻으려는 비윤리적 행태이며, 지구 자원을 무한히 착취하는 비생태적 태도와 본질적으로 같다.
혐오 문화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충돌이 일어난다. 혐오 문화는 포용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직접적으로 저해한다.
혐오 표현은 인종, 국적, 성별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심화시킨다. “가장 싫어하는 나라”를 꼽거나 특정 성별을 비하하는 문화는 ‘타자’를 존중하지 않는 문화를 형성하며, 국내외 모든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목표인 불평등 감소(SDGs 10번)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그리고 혐오가 난무하는 교실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교를 안전하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며, ‘모든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목표로 하는 교육의 실현이라는 양질의 교육(SDGs 4번)을 가로막는다.
또한, 혐오와 차별은 사회 내부의 갈등과 폭력을 조장하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근거 없는 공격과 가짜 뉴스는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려 ‘책임 있는 포용적 제도’를 약화시켜 평화, 정의 및 강력한 제도(SDGs 16번) 실현에 어긋난다.
혐오 극복의 열쇠는 생태적 감수성을 확장하는 데 있다. 혐오를 낳는 ‘배타적 이기심’은 ‘타자’를 나와 별개의 ‘자원’으로 보고 착취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는 자연을 인간만의 무한한 자원으로 착취하는 비생태적 태도와 근본적으로 같다.
생태적 감수성은 인간이 ‘다양한 생명체와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교육이며, 이를 통해 ‘다양한 인종, 성별과 공존하는 법’으로 감수성을 확장시키는 것이 교육적 해법이다. 즉, 타 생명의 고통에 무감각한 태도가 결국 인간 사회의 차별과 자연 파괴를 동시에 낳는다는 폭력성의 동일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연결고리를 통해 학생들은 ‘나-너-자연’이라는 거대한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을 내재화할 수 있다.
3. 혐오 극복을 위한 실천적 교육 방안
청소년들의 혐오 문화는 일부 정치권이나 어른들이 근거 없는 공격과 가짜 뉴스로 ‘혐오해도 괜찮다’는 사회적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낸 결과이다. 학교는 이러한 죄책감을 지워버린 어른들의 그림자를 막고, 공존의 가치를 심는 보루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교육적 실천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도적 기반 마련과 교육과정의 내실화를 서둘러야 한다.
• 세계시민 교육 내재화 : 인권 교육, 성평등 교육, 다문화 교육을 단순한 특강이 아닌, 사회, 윤리, 과학(생명 존중), 국어 등 모든 교과에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의 관점을 적용하여 필수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시한다. ESD의 포괄적 틀 안에서 인권과 환경 윤리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하여 교사들의 교육적 부담을 경감하고 전문성을 지원해야 한다.
• 비판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 : 혐오와 차별에 대한 비판적 사고 훈련을 집중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비판(아이디어나 제도에 대한)과 혐오 표현(사람이나 집단의 본질을 겨냥한 폭력)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원칙을 교육하여, 학생들이 온라인 혐오와 가짜 뉴스에 능동적인 민주 시민으로 대응하게 한다.
• ‘혐오 표현 대응 공동선언’ 제정 : 교육청과 학교, 학생, 학부모 등 모든 교육 공동체가 인권 친화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이를 SDGs 16번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 강령으로 인식한다. 학교는 교사가 민감한 혐오 사안을 다룰 때 교육적 자율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둘째, 공감 능력과 책임 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 활동을 한다.
• 공감 능력 향상 활동 : 혐오 표현이나 인권 침해 상황을 가정한 ‘딜레마 역할극’을 통해 학생들이 피해자의 입장을 깊이 있게 경험하고, 윤리적 대응 방안을 토론하게 하여 공감 능력을 심화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혐오 발언 목격 시 대응’ 토론을 정례화한다.
• 생태적 인권 교육 통합 실천 : 인간 사회와 자연에 대한 폭력성이 동일함을 깨닫게 하는 활동을 강화한다. 예를 들어, 무단 투기로 인한 환경 파괴 피해자(동식물, 이웃)와 혐오 발언으로 인한 인간의 고통을 비교 분석하는 토론을 통해, 타인과 타 생명에 대한 감수성과 책임 의식을 통합적으로 함양시킨다.
• 참여 중심의 민주 시민 교육 : 학교생활규정 제정 및 개정 과정에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민주적 공론화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이는 자신의 권리만큼 공동체에 대한 책임 의식을 배울 수 있는 산 교육의 장이 된다.
셋째, 교사의 전문성 및 학부모의 참여를 지원한다.
• 교사 인권 감수성 연수 심화 : 교사가 혐오 문제에 대해 균형 잡힌 비판적 사고 훈련을 능숙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인권과 성평등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고, 특히 디지털 시대의 혐오 표현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연수를 정례화한다.
• 학부모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 가정에서부터 혐오를 배제하는 문화를 만들도록 유도하기 위해, 학부모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및 혐오 표현 정화 캠페인을 정례화하여 학교 교육과 가정 교육의 괴리를 줄여간다. 혐오 문화의 근원인 어른 세대의 변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을 학교 교육과 연계해야 한다.
혐오의 시대,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인간과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가르치는 일이다. ‘다름’이 혐오와 차별이 아닌 ‘다양성’으로 존중받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이기심을 넘어 공존과 평화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청소년들이 책임감 있는 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어른들부터 혐오를 멈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 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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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인창고 교장을 마치고, 현재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G-SDGs) 교육위원장, 온배움터(구 녹색대) 생태교육연구소 소장, ‘김덕년의 행복한 학교이야기’ DJ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원히 꿈꾸고 싶은 교육낭만주의자로, 교육문제를 아이들의 시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에서 국어를 공부하고, 온배움터(옛 녹색대) 생태교육과에서 생명이 중심이 되는 교육생태계를 고민했습니다. 저서로는, <주도성과 진로교육>(교육과실천, 2025)[신간], <주도성>(교육과실천, 2023), <아름다운 숲을 닮은 배움공동체>(케렌시아, 2022), <교사교육과정>(교육과실천, 2022), <포노사피엔스를 위한 진로교육>(교육과실천, 2021), <과정중심평가>(교육과실천, 2018),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에듀니티, 2017) 등이 있습니다. 연구로는, <고교 교육 환경 변화 전망과 과제:학생들의 시선으로>(한국교육개발원, 2018), <학생부종합전형의 내실화와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 연계방안>(한국외대,2018), <학교생활기록부 기반 면접 및 구술고사 연구>(서울대, 2017) 등을 진행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