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사와 함께 보는 마음 미술관 No.9] 엄마가 서툴러서 미안해!

타임머신을 타고 싶은 엄마, 후회하는 엄마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 2014)」의 주인공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설혹 죽게 되더라도 똑같은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는 능력이 그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경험이 없던 일들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그 일들을 완벽하게 수행해 내거나,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귀신처럼 맞추는 모습을 보며 저런 능력을 가지면 재미있겠다 싶기도 했다. 후회되는 지난 일들도 다시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고, 서툴렀던 일들도 다시 겪게 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끔찍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하니, 내가 만나는 어머니들도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셨구나……, 하게 되었다.
“다시 아이를 키우라고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그땐 나도 아무것도 몰라서 너무 힘들고 어려웠어요.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더 잘해 보고 싶어요.”
어머니들도 육아에 있어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시는 것이다. 후회스러운 육아의 순간순간들을 돌이키고 싶어 하던 엄마들의 아쉽지만 솔직한 말과 표정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올랐다.
‘엄마mom’라는 단어의 이미지 표현하기
모성의 회복, 자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엄마들의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어떤 회기의 주제는 ‘우리 엄마’였다. 어머니 각자 생각하는 ‘엄마’라는 존재를 이미지로 표현해 보는 시간이었다. 어떤 분은 자신의 엄마를 표현하기도 했고, 어떤 분은 자신의 자녀가 생각하는 엄마 즉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자신이 표현하는 등 각자 다양한 관점에서 ‘엄마’를 표현하셨다.
어떤 분은 아이가 생각하는 엄마의 이중성을 표현하셨다. 보이고 싶은 모습은 사실 웃는 모습의 행복한 엄마로서의 모습인데, 실제로 아이들에게 보여주게 되는 모습은 아이들을 다그치고 지적하기 바쁜 화가 난 엄마라는 것이다.
“좋은 엄마이고 싶지만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 저에게 실망스럽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갑자기 잘해줘요. 그러다가 순간 와르르 무너지고 또 다시 아이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더라고요. 부끄러워요.”

어떤 분은 어린 시절 자신의 외로웠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이야기하셨다.
“엄마가 가게 일을 하시고, 위로는 언니, 오빠가 있었지만 저는 항상 외로웠던 것 같아요. 항상 저를 위로해 주는 것은 라디오였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 딸을 봐도 저처럼 외로워 보여요. 이제 나는 우리 딸을 외롭게 하는 엄마가 아니라 눈높이에서 안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그룹의 몇 몇 분들은 이렇게 아이에게 엄마로서의 미안함을 표현하였다. 또한 아이를 충분히 기다려 주지 못하는 엄마의 조급함, 아이를 망치고 있다는 자괴감, 자녀양육으로 인해 떨어진 자존감,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다.
자신의 불완벽성을 받아들이는 엄마가 오히려 완벽한 엄마인 이유
어머니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실제로 가장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운 분들은 엄마 자신과 자녀에 대한 지나친 확신을 가진 어머니, 그리고 방어가 높아 타인의 조언을 수용하기 어려워하는 어머니들이다. 그분들에게는 치료사라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의 조언도 수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에 대한 진단결과와 이해를 돕기 위한 어떤 말들도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머니에게도 이유가 있고 질곡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용기를 가지고, 태도를 조금만 바꾸면 큰 돌파구가 열릴 것을 아는 나로서는 깊은 안타까움을 피할 길도 없다.
아동 심리치료는 치료실에서의 경험뿐 아니라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가정 더 나아가 학교나 사회의 환경 변화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도 조심성과 아이에 대한 사랑의 연장선이겠지만, 닫힌 마음을 가지고 계신 어머니들일수록 꼭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 느리다. 그러면 엄마가 원하는 아이의 변화도 더딜 수밖에 없다.
반면 엄마로서 자신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타인의 말을 귀담아 듣고 조언을 얻으려는 어머니들일수록 아이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문제에 직면하는 데에 탁월하다. 엄마의 그런 유연성, 융통성이 바로 아이의 변화를 낳는 원동력이며, 큰 기쁨과 안도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 저변에는 엄마로서의 자신도 성장하는 중이며, 그래서 조금 미숙할 수 있다는 점을 사실로서 인정하는 태도, 그리고 엄마가 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고 다잡을 줄 아는 튼튼한 마음가짐이 깔려 있을 것이다.
엄마들은 미숙함, 서툰 감정 표현, 조급함, 칭찬에 대한 인색함, 높은 기대를 가지고 아이를 들볶아대는 자신을 바라볼 때 자괴감이 들고 비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때 오히려 내 자신이 조금 부족할 수도 있음을 인정해 보자. 그것이 정말 단단한 엄마, 온전한 엄마가 되는 길이다. 현재와 미래의 성장과 성숙을 가져올 에너지 원천이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위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모든 엄마도 자신이 아이였을 때 겪어야 했던 갈등과 고통과 슬픔이 있다. 엄마는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어린 시절과 성장기를 회상한다. 그 힘든 경험들을 꺼내고 오롯이 직면하는 고통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그 고통은 엄마를 인간으로서도 어머니로서도 성숙하게 한다. 그럴 때 엄마는 여성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가 된다.
어둠의 존재를 모르고는 빛의 존재를 알 수 없다. 자녀양육이 고난과 실수와 실패와 고통의 연속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동시에, 성공과 극복과 행복의 연속이 자녀양육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는 동전의 양면이다. 뗄 수 없다.
눈을 뜬 아침이 어제와 다른 날이라는 사실에 감사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자라듯이 엄마의 마음도 어제보다 오늘 하루만큼 더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만일 아직도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싶은 엄마가 있다면,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이라는 다이아나 루먼스의 시로 위로를 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