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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미술치료사와 함께 보는 마음 미술관 No.8] 좌충우돌 모성(母性) 성장기

2020.06.02

 

양날의 검, 자녀 양육서

 

아무래도 어머니들의 주요 관심사는 자녀양육과 교육이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자녀양육 분야나 교육 분야가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큰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시중에는 수많은 자녀양육/교육 관련 서적이 있다. 지친 어머니들은 이 책을 보며 각자 고민하던 문제의 해결책을 얻기도 하고, 자녀교육과 자아실현 모두 성공한 여성들의 성공담을 보면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도 한다. 그런데 부작용도 있다. 긍정적인 도전에 대한 꿈을 꾸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다는 것을 느끼며 좌절하고 절망하거나, 잘 포장되어 완벽해 보이는 똑똑한 자녀와 성공한 어머니의 조합을 보며 깊은 열등감 혹은 죄책감까지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된 자녀 양육서를 읽으면 마치 이대로만 아이를 키운다면 나도 아이를 이렇게나 완벽하게 키워낼 수 있다는 희망이 손에 잡힐 듯하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르고, 사람들을 유형으로 구분하는 것에도 치명적인 비약이 따르는 것처럼 자녀와 엄마가 맺는 관계는 모두가 다르다. 모든 관계에는 개성이 있다. 그 개성을 튼튼한 받침대 삼을 때 좋은 가정교육이 시작되는 것이다.

 

엄마의 트라우마

 

어머니들과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머니 자신의 어린 시절, ‘원原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그룹에 끼지 못하는 어려움을 가진 아이의 어머니는 사실 아이가 자신의 성격을 닮았다고 어린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떠올리는 어머니도 있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싫어서 도망치듯이 했던 결혼 생활에는 아버지만큼 권위적인 남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더라는 이야기, 어린 시절 일을 하던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나는 커서 일하지 않고 아이만 돌봐야지 했던 어머니는 아이에게 정서적인 충분함을 제공해 주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이야기 들이 넘쳐나면서 한바탕 눈물이 전염되곤 한다.

 

얼마 전 자녀양육과 관련하여 엄마로서의 모성 회복과 정체성 찾기를 원하는 어머니들이 모여 함께 미술치료를 진행했다. 열 분의 어머니들이 모이셨는데, 이런 모임에 처음이신 분, 자녀양육서나 전문 심리서적을 읽어보신 분도 계셨고, 상담을 이미 몇 차례 경험하신 분들도 다수 계셨다. 경험을 해 본 분들이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마음으로는 경험과 상황과 생각을 나누겠다는 준비가 되신 분들이기에 어느새 마음속 깊은 이야기에 당도할 수 있었다.

 

A라는 어머니는 학부, 대학원에서 모두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기도 한 유아교육 전문가이셨다. 결혼 이후에도 자신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타가 믿었지만, 정작 자신의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그간의 경험과 너무나 달랐고 이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계시며, 낮아진 자존감에 다양한 심리적 장벽들이 함께 높아진 상태라며 눈물을 흘리셨다.

 

B라는 어머니는 두 명의 자녀가 있지만 자신에게는 모성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셨다. 어린 시절에도 어머니가 항상 바쁘셨기에 외롭게 자랐는데, 보고 배운 모성이 충분하지 않은 탓인지 지금도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떼를 쓰면 너무 귀찮고 밉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다. 남편이 자신을 좀 더 돌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이 간절할 뿐이라고 하셨다.

 

C라는 어머니는 자녀를 키우면서 많은 자녀 양육서들을 읽다 보니 자신의 원가족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자신의 부모에 대한 원망과 섭섭한 마음에 사로잡힌다고 하셨다. 자신이 나도 모르게 내 자녀에게 보이곤 하는 심한 행동이 바로 내 부모가 나에게 보였던 행동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우리 부모님들은 나에게 왜 이렇게 하셨을까?’라는 의문이 들고, 동시에 원망도 든다고 하셨다.

 

많은 어머니들이 자녀를 키우며 과거 어린 시절의 엄마와 나의 관계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떠오르는 원부모와의 경험과 기억은 어머니들의 무의식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모체인 ‘나’가 어떤 사람인지가 바로, 내 자녀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압도적인 환경이다. 어머니가 가진 굴레와 곡절들, 장점과 단점들을 아이는 선별하지 않는다. 그저 어머니에게 요구하는 것은 ‘존재’뿐이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사랑받고 있다. 사랑에는 보답해야 한다. 그 방법은, ‘완벽한 부모되기’가 아니다. 그런 환상적 모성을 가지고 있을수록, 엄마는 쉽게 불행해지고 쉽게 기력을 탕진한다. 강한 어머니는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혹은 치료하면서 아이를 돌보아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들이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을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표현하고 풀어낼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모성 환상

 

실제로 아이들의 발달과 행동은 아이들 나름대로 각자의 속도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열 명이면 열 명의 행동도 각기 다르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혼란을 겪기 일쑤다. 자녀들이 책에 나오지 않은 행동을 보이거나, 전문가들이 일러준 방법으로 타이르거나 교육해도 효과가 없는 것 같아 보일 때면 어머니들은 걱정과 불안으로 ‘멘붕’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어머니들도 사람인지라 지극히 본능적,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어 있다. 아이들의 이런 행동이나 반응은 엄마로서는 이론으로 미리 배울 수도, 학습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미처 준비되지 않았던’ 이런 생방송과 같은 상황은 어머니들에게 분노나 화, 좌절감이나 우울증을 가지게 한다. 이런 감정에 평소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이런 감정의 여파를 더욱 크게 느낀다. 자녀양육에 있어서 ‘완벽한 어머니’라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수많은 상상의 존재들과 같이, 전혀 실체가 없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슈퍼맘’이라는 이름과의 거리감으로 인해 받던 고통과 죄책감, 미안함에서 벗어나자. 수많은 자녀양육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사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의미한 대상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완전함을 지닌 그런 어머니가 아니다. 절대적으로 따뜻한 엄마가 필요하다. 따뜻한 엄마에게 양육받은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 나갈 에너지를 지닌 아이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성장한다, 모성도 성장한다

 

자녀의 탄생이 모성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성장하듯이 엄마의 모성도 아이의 발달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은 조금씩 자라고 성장한다. 아이가 우울하거나 의기소침하거나 방황하는 때가 있더라도, 그건 가까이에서 보면 난관이고 때론 비극이겠지만 조금 지나고 보면 꼭 필요한 경험을 한 경우가 많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모든 어머니들도 아이와 함께 자신의 모성이 자라고,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가 진짜 이 아이의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경이롭게 맞이하며 ‘엄마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성장하는 나 자신’도 기꺼이 환영하고 아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내 아이의 출생과 성장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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