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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미술치료사와 함께 보는 마음 미술관 No.7] 가정에서 여는 행복 미술관

2020.06.02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은 누구나 좋아하는 계절이다. 5월은 그동안 추위로 인해 하지 못한 바깥활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얼마 전 공원에 산책할 일이 있었는데 잔디밭에서 어린 자녀와 함께 공놀이를 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았다. 아이는 실수로 공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잘 못 던지기도 했지만 부모님들은 연신 괜찮다고 하시며 다시 해 보기를 권유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족이 즐겁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된다. 누가 보아도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그 웃음소리로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웃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부모님, 부모님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는 아이, 아이의 웃음소리는 또 다시 부모님을 미소 짓고 살아가도록 만들기에 이 행복한 선순환의 서클을 우리는 ‘가족’이라고 하는 것 같다.

 

엄마를 되돌아보게 하는 ‘아이와 함께 그림 그리기’ 활동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적이 있었다. 아이의 신체를 그리는 활동을 했는데, 엄마는 종이위에 누워있는 아이의 몸을 선으로 따라 그린 후 아이와 함께 신체의 내부와 주변 환경을 추가로 그려 그림을 완성하는 활동이었다. 이 활동은 아이에게는 엄마와 함께 활동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긍정적 정서를 향상시켜 준다. 그리고 엄마에게는 자녀를 이해하고 아이의 성장을 되돌아보며 모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프로그램 진행 전 모든 엄마들에게 똑같이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하고, 아이의 행동에 지나친 간섭과 제재는 지양해줄 것을 똑같이 권유하며 프로그램을 시작하는데, 이 활동에서 드러나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은 다양하다.

 

엄마와 함께하는 활동을 보면 엄마가 아이에게 대하는 행동을 통해 엄마의 성향, 아이와의 소통 방식, 아이의 성향과 성격까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어머니의 양육방식, 자녀와의 소통방식을 알아보기 위해서 이러한 활동을 제안하고 관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종이위에 누워 있으면 엄마가 자신의 신체 모양을 따라 그려주는 것이 낯설고 엄마의 손길이 간지러운지 까르르 웃음소리가 여기저기 들리다가 이내 잠잠히 미술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활동에 참여한 세 엄마의 모습을 보고, 나는 어떤 모습에 가까울지 생각해 보자.

 

1번 엄마.

어떤 엄마와 아이는 한참을 실랑이를 벌인다. 엄마는 아이가 입은 분홍색 원피스를 그려주려고 하는데 아이는 한사코 노란색으로 그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엄마는 지금 입고 있는 것이 분홍색이니 그렇게 그리자고 아이를 설득하지만 아이는 내가 좋아하는 원피스는 노란색이라고 주장하며 굽힐 줄을 모른다. 활동하는 내내 엄마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아이 때문에 엄마는 내심 ‘그래 네 마음대로 그려봐라~!’하는 눈빛이었다. 또한 내심 엄마가 도와주기를 바라는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보지만 냉랭한 기류를 느끼는지 아이도 엄마 눈치를 살피고 있다. 두 사람은 뭘 해도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2번 엄마.

어떤 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두고, 자유롭게 허용해 준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붓에 물감을 척척 묻혀서 형태나 선은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색을 칠한다. 심지어는 손바닥, 발바닥까지 찍으며 온몸으로 물감을 가지고 노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는 엄마도 아이의 행동을 간섭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만 있다. 그리고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 비로소 아이와 함께 해결방법을 찾는 일에 개입한다.

 

3번 엄마.

어떤 엄마는 아이에게 친절하게 설명한다. 잘 그릴 수 있는 부분은 엄마가 그리고 아이에게는 아이가 편하게 그릴 수 있는 부분을 엄마가 판단하여 아이에게 제안한다. 아이는 한참을 엄마가 그리는 부분을 지켜보며 엄마의 허락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모두가 ‘1번’ 엄마일 수 있어요

 

시간이 되어 이 세 그룹의 그림을 함께 보게 되었다. 같은 4~5세 유아였는데 그림의 완성도는 너무나 달랐다.

 

재미있는 사실은 완성도를 떠나서 다 그린 후에 가장 환호를 하며 좋아하는 그룹은 자기 마음대로 그린 아이와 엄마였다. 그림을 가지고 한참 실랑이를 벌인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이며, 엄마도 시큰둥한 표정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사람으로 이 가정에 마음이 쓰였던 것이 사실이라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다. 아이는 자기 마음대로 다 하지 못한 답답함에, 엄마는 생각했던 대로 아이가 따라오지 않은 얄미움 때문에 서로에게 화가 나 있는 듯 했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에 어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물었다. “어머니 오늘 활동 어떠셨어요?” 어머니는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첫 아이라 항상 동생들에게 치이는 것 같아서 일부러 시간 내서 이런 활동을 하러 왔는데 항상 이런 식이에요. 좋게 마무리가 안돼요.”하는 엄마의 표정에서는 이미 이런 일들이 여러 번 있었던 것 같아 보였다. 활동 중 어머니는 사실 미적인 재능이 있던 분이셨다. 형태나 색깔표현도 어쩌면 다른 분에 비하면 능숙하게 잘하셨다. 어머니의 미적 재능을 칭찬하자 어머니는 결혼 전 어린이집 교사를 하셨던 분이라고 하셨다. 아이들 교구 만들던 경험으로 이런 그림은 능숙하게 하실 수 있는 분이셨다. 그동안 어머니가 해오던 대로 주도하여 그렸다면 아이의 그림은 완성도 있는 멋진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다. 어머니는 그렇지 못했던 것으로 인해 아쉬움이 남은 것 같았다.

 

어머니에게 다시 본 프로그램에 대한 목적을, 그리고 그 목적을 적절하게 이룰 수 있는 과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 보았다. 즉 아이의 발달 과정상 아이 스스로 주도적인 활동을 해 봄으로써 아이는 독립심과 자립심을 기를 수가 있다는 것과, 그러한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성취나 실수나 부족함 모두를 어머님이 지켜봐 주고 지지해 주고 있는 것을 경험하는 것을 통해 아이가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머니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다행히 “제가 너무 제 기준대로 아이에게 강요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공감해 주시고는 아이를 다시 다정한 눈빛으로 쳐다보셨다. 엄마 눈치를 살피던 아이도 이내 엄마를 보고 방긋 웃어 보였다.

 

부모가 보이는 ‘반응’의 힘

 

부모님들은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을 보며 희망과 기쁨, 삶의 보람을 느끼며 아이들은 자신을 대하는 부모님의 ‘반응’을 먹고 자란다. 웃는 표정으로 다정한 말씨와 행동으로 자신을 대하는 부모님의 반응을 접하는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난다. 이는 필요에 따라 엄하고 단호하게 훈육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이다. 서로를 향한 화살표가 행복한 선순환을 이루면, 부모님은 나의 자녀와 다른 이들의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우리 사회에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과 성실의 의무를 기꺼이 다할 수 있다. 그리고 자녀는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체득하고, 부모님과 우리 사회의 기쁨의 씨앗이 되는 아이로 자라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성장할 것이다.

 

“어린이의 내면에 잠자며 기다리고 있는 창의성을 일깨워 인생이라는 캔버스에 선명하고, 밝고, 대담하고, 화려한 물감들로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어린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모든 이들의 과제이다.”

– 닉슨 Nixon, 1969

 

2014년 ‘5월’을 맞으며

 

5월은 푸르다고 했다. 그리고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면구스러울 정도로, 4월 한 달 우리 마음이, 우리 이웃의 마음이 너무 큰 슬픔으로 얼룩졌다. 눈물과 슬픔이 우리 어른들에게 새로운 약속의 무지개로 피어나기를, 더 이상 이 땅에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나약한 어른들이 생기지 않기를, 우리 아이들의 천금과도 같은 웃음소리가 더 크게, 더 자유롭게 세상에 울려 퍼질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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