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사와 함께 보는 마음 미술관 No.1] 진철이 이야기

‘사람에게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크게 놀랄만한 말이 아니다. 특히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며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치료실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치료사로서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아이를 볼 때가 많이 있다. 아이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한데 주변 환경으로 인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모습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마음 미술관의 첫 마음 이야기는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인 진철의 이야기이다.
처음 치료실에 왔을 때 진철 어머니의 얼굴은 그야말로 근심, 걱정의 종합 결정체였다. 아이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활동을 제안했을 때 진철은 내가 처음 보는 낯선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빈정거리는 말투, 의심과 불신의 시선을 여과없이 보냈고, 빨리 활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표현했다. 어머니가 보는 진철은 그야말로 모든 환경에서 낙인찍힌 문제아였다. 진철이 위로는 누나가 한 명 있는데 뭐든지 잘하는 누나와 달리 진철은 다소 느리고 실수도 있던지라 누나와 비교를 많이 받았으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예 대놓고 진철을 무시하고 꾸중하기도 했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에 벌과 꾸중을 많이 받았으며, 상담오기 전에는 학원 선생님이 자로 손바닥을 때리는 과정에서 진철의 머리가 다치는 사고까지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진철은 집, 학교, 학원 그 모든 곳에서 비난과 꾸중을 받는 그런 아이였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는 어머니 마음도 편치 않지만, 집에서도 어른들이 무슨 말만하면 반항하고, 저항하는 아이에게 어머니조차도 따뜻한 말을 편히 해 주지 못했던 것이다.
진철이가 느낀 가족의 모습은 진철이가 그린 물고기 가족화에도 잘 나타나 있다. 가족들을 모두 물고기로 연상되지 않을 만큼 날카로운 이빨과 뾰족한 발, 돌기를 가진 것으로 표현한 반면 진철이 자신은 좌측 상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앞으로 도망가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아이는 미술치료를 하기로 결정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만나며 이런 저런 활동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혹은 자유화 그림을 그리며 진철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그것을 그대로 인정해 주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크게 놀랐다. 진철은 ADHD 약을 복용하고 있었지만 집중에는 거의 문제가 없다고 평가해도 될 만큼 한 시간 가량 되는 시간을 온전히 몰입할 줄 아는, 집중력 높은 아이였던 것이다. 또한 그림과 만들기 활동을 매우 잘해서 나중에는 시간 중에 항상 무언가 하고 싶어 하는 놀라운 의욕을 보이기까지 했다. 진철을 위해 치료사로서 해야 할 일은 진철이 주도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몰입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준 것, 그리고 아이가 표현한 것들을 통해 아이 스스로 긍정적인 자신의 자원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진철은 그 어떤 곳에서도 자신의 모습 그 자체로서 수용받거나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치료실에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이 표현한 작품인 또 다른 자신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경험을 통해, 아이는 조금씩 불신과 의심의 벽을 허물고 치료사에게 친근하고 호의적인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찾던 모습에서 때로는 치료사의 의견을 묻기도 하는 모습으로, 질문하고 답하기를 싫어했던 아이에서 함께 마주하고 대화나누기를 즐겨하는 모습을 지닌 아이로 달라졌다.
진철은 분명히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변화는 주변 환경의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진철에게 꼭 필요했던 것은 자신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인정과 칭찬의 말 그리고 조급하지 않은 기다림이었다. 이를 통해 진철은 조금씩 세상을 향해 자신의 마음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이다.
진철이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는 칭찬과 관심의 표현이 필요하다. 세상에 칭찬이 필요하지 않은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설령 미운 행동을 골라하는 아이일지라도 칭찬받을만한 행동을 어떻게든 하도록, 일부러라도 유도해서 한 번쯤은 마음이 가득찰만큼 칭찬받는, 그런 설레는 경험을 갖게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모든 아이들이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행복할 수 있는 그날까지 칭찬은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