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중계] 국제바칼로레아(IB)의 도입으로 인한 ‘득과 실’은 무엇인가?
※ 본 내용은 2022년 교육개발 겨울호(통권 225호)에 게재된 홍영일 서울대학교 사화과학연구원이 집필한 「국제바칼로레아(IB) 국내 도입의 장점과 문제점」의 주요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또한 그에 대한 원본 파일도 함께 첨부하오니, 참고가 되시길 바랍니다.
2019년 대구 및 제주교육청을 통해 IB의 공교육 도입이 본격화되었다. 대학에 IB 교원양성 프로그램이 개설되기 시작했고, 현재 인하대에서 중등과정, 대구교대에서 초등과정 IB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이처럼 IB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대학 기관은 점차 늘어날 예정이다. 2023년 11월에 첫 한국어 IB 외부시험을 치르는 것이 확정되어 있고, 2024년도에는 국내 한국어화된 IB DP 이수자가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국내 교육과정을 선진화하기 위한 혁신학교의 노력이 이미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가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잃게 된 가장 주된 이유 중에 하나인 기초학력 문제와 대입 장벽 문제를 IB 교육 시스템은 해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IB 시스템을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IB 교육 프로그램을 통째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IB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은 평소 공부하던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 중심의 서논술형 시험으로 대입 시험을 치를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국가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관성이 대입에까지 이미 구현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IB 도입 방안을 연구한 연구진들은 IB 프로그램을 몇몇 학교에서 IBO의 인증을 받고 그동안 국제적으로 검증되어온 평가 시스템의 노하우를 한국 교사들과 교육정책 관계자들이 경험하도록 기회를 줄 수만 있다면, 국내 교육과정 및 입시의 혁신 속도를 더욱 앞당기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Q1. 국가교육과정과 다른 종류의 교육과정을 도입할 이유가 있는가?
IB의 PYP(초등학교), MYP(중학교)는 커리큘럼이 아니고 프레임워크이다.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지에 대한 프레임워크이다. 따라서 각 나라의 국가교육과정을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콘텐츠로 넣을 수 있다. 우리나라 국정이든 검인정이든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평가 루브릭이 바뀐다. IB의 PYP, MYP는 프레임워크이기 때문에 그 프레임워크 내에서 무슨 책으로 무슨 내용과 활동을 하는지 일일이 규제하지 않는다. 매우 융통성 있다. 다만 IB의 고등학교 프로그램인 DP는 교육과정이긴 하나, 국내 공교육 고등학교에 IB를 ‘교육과정’으로 도입한 학교는 전혀 없다. 모두 ‘과목’으로 개설되어 있다.
Q2. IB를 벤치마킹해서 국가교육과정과 대입 체계를 혁신하는데 참고만 할 수는 없을까?
현재 IB를 공교육에 도입하였거나 도입을 추진하는 시도교육청들은 IB를 일부 시범학교나 연구학교에 도입하여 우리 교사들로 하여금 논술이나 프로젝트 같은 정성평가에서도 공정한 채점이 가능하도록 전문성을 축적한 후, 궁극적으로 우리의 수능과 내신 패러다임을 선진화하는 한국형 바칼로레아(가칭 KB)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 IB를 도입하지 않고 벤치마킹만 할 수 없을까 하는 질문들이 제기되지만 그것은 IB 교육 경험이 있는 교사들의 관점에서 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IB 후보학교부터 인증이 완료될 때까지의 기간이 1.5년~2.5년 정도 걸리는데, 이 기간이 수업이 변하는 시간이다. 즉 IB 교육이 학생에게까지 구현이 될 때까지는 현장에서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시간이 걸린다.
Q3. 공교육 외주화인가? 공교육 정상화인가?
우리 교사가 IB의 채점 기준을 따르게 되면 우리 교육이 IB 본부에 종속될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일부에서 IB 시험을 IB 본부가 직접 채점에 관여하거나 중재하는 제도를 가리켜 IB 본부의 자국 교육권 침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제도는 50년 넘게 IB 교육이 채점의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신뢰를 형성해올 수 있었던 힘이었다. 학생들은 교사의 채점이나 대입 시험에서의 성적에 불만이 있으면 재채점을 요구할 수 있다. IB의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 시스템이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평가의 불신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해줄 수 있었던 것이다.
IB는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매우 중시한다. 교사의 교육권은 교육과정을 구성, 재구성할 권한, 교과서를 선택하거나 집필할 자율권, 학생들의 역량을 측정할 평가권 등을 말하는 것이고, 학생의 학습권은 스스로의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배울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IB의 50년 이상 축적된 평가 노하우가 한국 교사들에게 전이되고 국내 교육계의 평가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은 국내 공교육의 외주화가 아닌 신뢰 회복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인 셈이다.
Q4. IB가 추구하는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은 상위권만 가능한가?
미국 전체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66%인데 공립학교 IB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82%까지 증가한다. 미국 전체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46%인데 저소득층 학생들이 IB를 공부하였을 때 대학 진학률은 79%까지 증가한다. 즉 일반 학생들과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 차이가 20% 포인트 차이 나던 것이 IB를 했더니 차이가 3% 포인트로 줄었다. 미국 민주당의 람 임마뉴엘 전 오바마 대통령 비서실장은 시카고 시장이던 시절(2011-2019), 일반 학생들과 저소득층 학생들의 대입 격차가 20% 포인트 차이 났던 것이 IB 교육 이후 3% 포인트로 감소된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 시카고 저소득층 공립학교에 정책적으로 IB 교육을 도입했다. 그는 경제와 교육에서의 격차 해소 전략으로 IB를 정책화했다(송진웅 외, 2021).
이처럼 경제 격차와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IB 교육의 힘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에서 나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IB 교육 기간이 늘어날수록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은 향상하며, IB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이 비IB 학생들보다 비판적 사고 수준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연구 결과가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발표되기도 하였다(Hopfenbeck, el al., 2020). 우리 아이들은 소위 확실성을 추구했던 대량생산 시대의 20세기와 다르게 불확실성 시대인 21세기를 준비해야 한다(홍영일, 2017). 지난 세기에 축적된 기성세대의 교육적 경험이 21세기에 밑거름이 될지 걸림돌이 될지 알 수 없다.
IB의 국내 도입은 이미 전국적 현상이 되었고, 한국 공교육과 국가교육과정의 혁신을 가속화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IB 국내 도입을 추진하는 주체들은 IB의 전면 도입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선진화된 한국형 국가교육과정 및 대입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IB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주체들과 같은 방향이다. IB 국내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소모적으로 흘러가면서 학부모, 학생, 교육 실천가들을 혼란 속에 빠뜨리기보다는 더욱더 적극적인 토론을 통한 집단지성으로 한국 교육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 이 글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논란도 있어 추가해 본다.
Q. IB는 돈이 많이 든다?
교육시민단체인 ‘민주주의학교’는 성명서를 통해 “IB 학교라는 이름값 사용료로만 학교당 매년 1천만 원이 넘는 로열티를 내는 것은 물론, 운영을 위해 내신성적 평가 등 현장교육 점검, 교사연수 등 IB재단 측에 지불해야 하는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IB 후보학교가 되려면 등록비로 약 6백만 원, 인증(고등)학교 연회비로 약 1천3백만 원이 소요된다. 만약 시도교육청이 IB를 도입하게 된다면, 학교당 6백만~1천3백만 원 가량의 예산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IB의 아시아태평양 본부장을 맡고 있는 아시시 트리베디 IBO 전략혁신추진본부장(Head of Strategic Initiatives, Innovation and Incubation)은 “IBO는 196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설립된 비영리 재단으로 특정 소유자나 수혜자가 없다. IBO의 최종 수혜자는 오직 160개국 학생으로 IBO의 수익은 전적으로 IB 교육을 위해 재투자된다”며 “IB는 학교들이 지불하는 비용을 통해 운영 비용과 전세계 IB 학교들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IB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질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도입하고자 하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데 드는 수업료라고 인정해 주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서울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뒤늦게 한국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연세대학교에서 교육행정, 교육평가를 전공했다. 현재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부설 21세기교육연구소'에서 연구원 겸 정책팀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