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과학 새 연재(7) : 학습과학으로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실현하자!
| “신년 칼럼” / “학습과학의 적용은 새로운 교수·학습의 시대를 열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것은 물론 학습부진을 예방하고 나아가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이라는 블루오션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본문 발췌) |
목차
1. 학습과학 적용에 대한 뜨거운 관심
2. 학습과학의 정의
3. 학습과학의 3가지 범주
4. 학습과학 도입의 필요성
1) 효과적인 교수·학습을 위해
2) ‘학습 위기’ 극복을 위해
3)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을 위해
4) 교육의 형평성 실현을 위해
5) 지속가능한 학교를 위해
6) 뇌에 관한 속설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해를 맞아 어떤 주제로 신년 칼럼을 쓸까를 고민하며 “지금 학교교육은 어떤 변화가 가장 시급히 필요한가?”라고 자문해 봤다. 가장 먼저 교실 속 다양한 학생들, 또 학습에서 일상적으로 소외되는 학생들이 생각났고, 이어서 ‘학습과학으로 교육의 형평성(equity)을 실현하자!’와 “학습과학으로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실현하자!”가 글의 제목 후보로 떠올랐다. 평소 학습과학의 효용에 대한 믿음이 컸고 이를 학교교육에 적용함으로써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기 때문이었으리라. 학습과학의 적용은 새로운 교수·학습의 시대를 열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것은 물론 학습부진을 예방하고 나아가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이라는 블루오션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신경과학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의 정기 모임에 참석하는 인원이 수만 명에 이르고 뇌의 기능에 대한 괄목할 만한 새로운 연구가 매주 발표될 정도로 신경과학의 발전이 눈부시다. 신경과학(neuroscience)은 인간성(humanity)에 관한 핵심 질문을 다루는 중추적 과학이 되고 있다. 이는 인간은 어떻게 발달하는지, 어떻게 학습하는지, 읽기와 같은 문화적 기능을 어떻게 배우는지, 무엇이 행동을 이끄는지, 어떻게 결정을 내리고 감정은 인간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다룬다(Guerriero, S. (ed.), 2017).
또한 미국의 ‘학습과 뇌 학회’(Learning and the Brain conference)에도 매년 수만 명의 교사들이 참가한다. 교사들이 학습과학 분야의 최근 연구 결과를 학습하여 이를 수업에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얼마나 활발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마음·뇌·교육학회’ 및 ‘학습과 지도에 관한 유럽 연구학회(European Association for Research on Learning and Instruction)’의 ‘신경과학과 교육’이라는 시그(Special Interest Group: SIG)1도 학회를 조직해 교육자와 인지신경과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구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협업을 시도한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교사를 위한 교육신경과학(educational neuroscience), 뇌기반교육(Brain-Based Education) 등 학습과학 관련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으며 연수도 매우 활발하다.
또 싱가포르 국립교육연구소(NIE)는 5년(2017-2021)에 걸쳐 교육신경과학 번역정보센터(Translational Educational Neuroscience Clearinghouse: TENC)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는 교사들의 뇌기반 교육의 문해력(brain literacy skills) 향상을 돕기 위한 것으로, 다양한 학습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교육신경과학에 관한 세계적 연구 논문 500편을 바쁜 교사들이 이해하고 적용하기 쉽게 번안(飜案)하여 제공하고자 한 프로젝트이다. 이는 신경과학자의 연구와 교육의 실천을 담당하는 교사 사이의 갭을 줄이고 소통을 늘릴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시도라 하겠다. 핀란드나 캐나다 주요 주의 경우 교사들이 학습과학의 연구 결과를 교실 수업에 적용한지 이미 오래되었으며 교육과정 개발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또 대학의 심리학과에서는 심리학적 연구 과정에 신경과학적 방법과 접근법을 통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많은 심리학과들이 과(課, department) 이름을 ‘심리 및 뇌과학과’(Department of Psychological and Brain Sciences), ‘행동 및 뇌과학과’(Department of Behavioural and Brain Sciences), ‘교육신경과학과’(Department of Educational Neuroscience) 등으로 바꾸고 있다(Guerriero, S. (ed.), 2017).
이상과 같이 현재 세계적으로 학습과학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교육에 활용할 것인가와 나아가 이를 교원양성이나 교사 전문성 향상 연수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매우 뜨겁다.
학습과학에서의 ‘학습(learning)’은 그 정의가 사전적 정의와 사뭇 다르다. 신경과학에 따르면 어떤 새로운 것을 배웠다는 것은 뇌에 물리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뇌에는 약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는데 새로운 것을 배우면 일부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을 맺어 세포 간의 연결망을 형성한다. 새로운 학습은 이렇게 일어나며 이 연결망이 자주 활성화될 때 새로 학습한 정보는 장기기억으로 전환된다. 새로 학습한 정보나 기능을 사용하거나 연습할 때마다 신경세포들 간의 연결은 더 단단해지고 그만큼 회상도 쉬워진다. 이는 숲속에 새로운 길이 나는 것과 유사하다. 길은 많이 걸으면 걸을수록 길의 흔적이 또렷해지고 그 길을 따라 걷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그 길을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면 길의 흔적이 사라지듯이 신경세포들의 연결도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기억했던 정보는 더 이상 접근이 불가능해진다.
‘학습과학(science of learning: SoL)’의 정의 역시 신경과학에서의 ‘학습’의 정의에 기반한다. 학습과학은 발달심리학, 인지신경과학, 인지심리학, 교육학 등의 다학제적 접근(interdisciplinary approach)을 통해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고 나아가 학습의 최적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교수·학습에 적용하려는 융합과학이다. 학습과학의 주요 관심 대상은 커리큘럼 설계, 학습환경 설계, 교수방법, 정책적 개혁 등으로 최근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학습과학은 마음·뇌·교육 과학(Mind, Brain and Education science), 교육신경과학(neuroeducation, educational neuroscience), 발달인지신경과학(developmental cognitive neuroscience), 뇌기반교육(Brain-Based Education) 등을 포괄하는 총칭적인 용어이다. 학습과학은 1990년 미국이 ‘뇌의 10년(Decade of the Brain)’을 선언했을 때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던 뇌에 관한 속설(neuromythes)은 물론 상업적 동기가 작용했던 소위 ‘뇌기반(brain-based)’ 접근과의 차별을 시도한 현대적 명칭이다.
교육 분야에서의 학습과학이 갖는 가장 기본적인 관심은 다음 3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① 뇌는 어떻게 학습하는가?
② 어떤 교수·학습 전략이 학습에 가장 효과적인가?
③ 최적화된 학습이 일어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지난 25년 동안 학습과학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실 수업을 분석하기 위한 학습과학의 틀(framework) 하나 없었다. 대부분의 학습과학 연구들은 연구실 기반의 단편적 연구 결과를 분절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교육의 직접적인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면이 있었다. 학습과학이 제공하는 과학적 통찰을 교사가 일상적 교실 수업에서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에 학습과학의 통찰과 교사의 일상적 의사결정을 상호 연결시킬 수 있는 틀이 제안되었다. 학습과학 분야의 연구자들(Paul Howard et al., 2018)이 학습과학 관련 연구들 중에서 엄선하여 이를 3가지 범주로 구조화했는데, 이는 학습과학을 교실 수업에 적용하기 위한 큰 진전이다. 이것이 교실에서 이뤄지는 일상적 교수학습 과정과 관련이 깊어 교실 수업의 분석에 유용한 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표 1> 학습과학의 3가지 범주

이는 학습자가 어떻게 새로 학습할 지식에 주의를 기울이고 흥미를 느끼며 참여하는지(engage), 그 다음 새로운 지식과 이해를 어떻게 형성하고(build), 이렇게 형성된 지식이 나중에 어떻게 응고화되어(consolidate) 영속적으로 접근 가능하고 쓸모가 있게 되는지에 관한 통찰을 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세 가지 범주의 학습과학이 주는 통찰은 그동안 부족했던 교실 수업에 대한 분석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위 <도표 1>은 학습과학이 무엇을 다루는 학문이고 학습과학의 연구 결과를 교실 수업에 적용하려 할 때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를 간명히 보여주고 있다.
분명히 할 것은 학습의 3가지 범주의 소개가 3단계 수업 모델이나 교수법 같은 것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그러므로 편리해 보인다고 해서 수업 활동을 임의로 ‘참여하기, 지식·이해의 형성, 지식의 응고화’처럼 나눠서는 안 된다. 이렇게 나누게 되면 실제 교실 수업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너무 단순화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일상의 교수학습에서 이 세 가지 유형의 과정은 도표 상으로는 마치 순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학습이 꼭 이 순서를 따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동시에 일어나거나 매우 빠르게 연속적으로 일어날 뿐이다. 그래서 교실 수업의 어떤 단계에 한 가지 유형의 과정만 배정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Paul Howard et al., 2018).
학습과학이 사람의 행동과 뇌의 기능에 대한 구체적인 측정에 근거해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원리와 이해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모든 상황에서든 또는 모든 수업이나 개인에게 통하는(효과적인) 최고의 비법은 없다. 효과적인 수업지도를 위한 만능의 처방은 없기 때문에 교사는 학습의 진전 상황과 수업 중 일어나는 일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끊임없이 통찰력을 발휘하며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20세기 후반부터 영상 이미지 기술(fMRI, EEG, PET, MEG)2이 발전하면서 수술을 하지 않고도 건강한 사람의 뇌 속에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과거 의사들은 의술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에는 자신의 경험과 추측에 기반해 환자를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없다. 수련 과정에 있는 모든 의사들이 분자와 세포 수준의 생물학 과정을 공부함으로써 세포 생물학의 이해를 높여 의사의 정확한 진단 확률을 높이듯이 교수·학습을 다루는 교사도 뇌가 어떻게 기능하고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이를 이용해 학습 경험을 디자인해야 한다. 교사들이 개인적 경험과 추측에 의존해 학생을 지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교사들은 앞으로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지 또 학습을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수업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과학의 도입이 필요한 주요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효과적인 교수·학습을 위해
21세기 들어 학습과학을 교육에 적용하려는 노력은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지도(teaching)는 있지만 학습(learning)은 잘 일어나지 않는 오늘날의 학습 위기(learning crisis)를 해결하기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 결과를 교육(교육과정, 수업지도, 학습)에 접목할 필요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미 주요국에서는 교사들이 학습과학을 학습해 수업지도에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핀란드 교사들은 아동의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지에 관한 인지과학을 철저히 학습한다.”
(학교교육 제4의 길② 116쪽)
“제가 하는 수업에서 뇌친화적 교수법은 매우 강력해요!”
(온타리오주 초등 4학년 교사)
한국의 교사 양성 과정이나 연수에 학습과학이 포함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뇌의 기능에 대한 이해 없이 학생을 지도하는 것은 좀 심하게 말하면 환자가 심장병 전문의를 찾아 갔을 때 의사가 “나는 환자의 심장 건강을 회복시키고 싶지만 아직 심장에 대해 공부한 적은 없다.”고 말하는 상황과 흡사하다(Ian Kelleher and Glenn Whitman, 2020).
학습과학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하워드 존스 교수는 학습의 과학적 이해가 중요한 이유로 아래의 3가지를 들고 있다.
① 학습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떻게 수업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읽기, 쓰기, 셈하기, 추론하기 스킬을 더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② 교사 양성·연구 과정에 학습과학을 포함시킴으로써 아동의 뇌를 변화시키는 교사의 고유한 책임과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③ 뇌과학에 대한 속설(neuromyths)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뇌가 어떻게 학습하는가에 대한 오해는 비효과적인 교실 수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 역시 학습과학의 전파를 위해 이 분야를 학습하고 연구한 결과 교사가 학습과학을 배웠을 때 얻게 되는 이점(利點)은 아래와 같다고 생각한다.
• 효과적인 수업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 학습자를 수업에 몰입시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학습의 기억·회상률을 높일 수 있다.
• Teaching과 Learning의 갭을 줄일 수 있다.
• 수업을 더 잘 설계·성찰·개선할 수 있다.
예로, 인지주의 심리학에 기반한 정보처리모형을 이해하면 사람의 뇌가 어떻게 학습하고 기억하는지를 알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① 주의, ② 능동적 학습, ③ 의미성(meaningfulness), ④ 정보의 조직화(organization), ⑤ 선행 조직자(advance organizers), ⑥ 기억술, ⑦ 숙달 후에도 계속 연습하기(overlearning), ⑧ 자동화, ⑨ 개인차의 고려>와 같은 요소를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된다(이찬승, 2022). 여기에 소개한 9가지 요소들을 어떻게 수업에 적용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해설은 ‘학습과학 새 연재(3) –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정보처리모델의 이해와 수업 적용)’(http://21erick.org/column/9146/)을 참조하기 바란다.
모든 교사가 학습과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수업지도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뇌에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수업을 지도하는 것은 마치 자동차 엔진의 작동원리를 모르면서 자동차를 조립하거나 수리하는 것과 같고”, “손가락의 모양과 기능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장갑을 디자인하려는 것과 같다”는 비유처럼 학습과학은 교사들의 필수 지식이 될 필요가 있다.
2) ‘학습 위기’ 극복을 위해
학교를 다니고 수업 시간에 앉아는 있지만 실제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학습 위기’(learning crisis)라 부른다. 이는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학교 교실의 학습 위기는 심각한 상태이다. ‘가르치기’(teaching)만 있고 실제 ‘학습’(learning)이 일어나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젠 ‘가르치기’(teaching) 대신에 ‘학습’(learning)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가르치기’와 ‘학습’ 사이의 갭이 너무 크다. “가르치면 배울 것이다”라는 가설은 틀렸다. 지금까지 교사 연수 역시 교수법 지식(knowledge of pedagogy)의 습득에 초점을 두었다. 학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제 연수의 초점을 학습과 학습에 대한 지식(knowledge of student learning)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학습에 초점을 두는 순간 교사들은 학생들이 학습활동을 하는 동안 마음속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학습자의 마음과 뇌는 학습이 실제 일어나는 바로 그 장소이다. 학습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교사들에게 학습자의 마음은 일종의 블랙박스와 같다. 그 결과 열심히 가르쳤지만 기대하는 학습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때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달리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된다. 이제 교사들은 학습 위기 극복을 위해 학생의 블랙박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3)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을 위해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을 위해서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다. 이는 뇌가 새로운 학습이나 경험에 따라 기존의 신경망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그 형태를 바꾸어 나가는(신경세포 간의 연접관계가 강화되거나 약화되는) 특성을 말한다. 폭넓게는 어떤 유전자형의 발현이 특정한 환경 요인을 따라 특정 방향으로 변화하는 성질을 가리킨다. 신경가소성은 뇌의 항구적 변화 능력이자 모든 아동들이 갖고 있는 엄청난 가능성이자 잠재력이다.
<그림 1> 훈련에 따른 신경 연결의 변화(CogniFit research)

많은 사람들은 학생의 지능이 어릴 때 대부분 형성되기 때문에 일생 동안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뇌는 새로운 경험, 학습, 관계 등에 의해 일생 동안 변할 수 있다. 위 <그림 1>에서 보듯이 훈련 기간이 늘어날수록(자극의 지속 기간이 길수록) 신경망이 더 촘촘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뇌가 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교육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신경가소성이 있기에 모든 학생의 뇌는 변할 수 있고 잠재력 실현에도 희망이 있다.
그러나 신경가소성은 아동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일 뿐이다. 학생 각자의 잠재력 실현을 돕기 위해서는 강력한 도구가 필요하다. 바로 이 도구가 학습과학의 원리와 전략이다. 따라서 교사는 모름지기 학습과학에 관한 최신 지식으로 무장해 신경가소성을 총 지휘·조정하고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교사에겐 뇌의 가소성을 이끌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을 임무가 있다.
21세기 최첨단 연구에 따르면 ‘평범한 아이(average child)’는 없으며, 아동 각자에 맞는 여건과 교육을 제공하면 모든 아동들은 자신의 잠재력만큼 성장할 수 있다. 신경가소성의 발견은 신경과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의 하나이다.
또 신경가소성은 성장에 대한 관점과 사고방식을 바꾸는 힘이 있다. 21세기 들어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도 신경가소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학습과학이 밝힌 뇌의 특성과 인간 발달을 이해하면 학생의 지능은 고정되어 있다는 고정형 사고방식(fixed mindset)(예: “나는 이것을 잘 못해.”)에서 지능은 변할 수 있다는 성장형 사고방식(“꾸준히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어.”)으로 그 인식이 바뀔 수 있다.
최근 새로운 융합학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학습 및 발달 과학’(Science of Learning and Development: SoLD) 역시 신경가소성에 주목하고 의존한다. 학습 및 발달 과학에 따르면 유전자 구성의 표현 방식과 잠재력의 실현 가능성이 태어날 때부터 고정되지 않는다. 아울러 뇌 발달의 많은 부분이 경험, 관계, 환경에 직접 반응하여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출생 후 성인이 될 때까지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경가소성은 모든 아동들이 누구나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해 준다. 이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는 아동의 발달 과정에서 화학적 추종자이지 원동력이 아니며 유전자 발현은 주위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들의 유전자 구성은 97% 이상 같지만 그것의 발현은 사람마다 다르다. 뇌의 발달은 출생 이후 성인이 될 때까지의 경험, 관계, 처한 환경에 따라 변하며, 출생 전부터 시작되어 20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한다. 변화, 개입, 성장의 기회는 1~6세 때와 사춘기 때의 민감기(sensitive period)3를 포함하여 발달 과정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존재한다. 교육자와 학부모들은 이 엄청난 가능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4) 교육의 형평성 실현을 위해
학습과학이 제공하는 지식은 아동의 교육에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교육의 형평성(equity)을 실현하는데도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을 말하면서도 실제 학교 수업과 교육정책은 정 반대의 길을 갔고 그 결과 전통적인 교육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동들을 뒤처지게 만들고 주변화시켰다. 이제 이를 반전시켜야 한다.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지식은 충분하다. 인간 발달의 특성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통해 우리는 모든 아동이 출신 배경, 소득, 인종, 성, 선호하는 학습 유형, 출발점에서의 정서적·인지적 능력, 유전적 특성이 달라도 각자의 재능, 기능, 지능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왜 그리고 어떻게 가능한지도 학습과학이 밝혀주고 있다. 이러한 희망적 이야기는 매우 고무적이다. 그래서 교육자들은 더 열심히 또 더 현명하게 아동들의 잠재력 실현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학습과학의 도입이 교육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는 학습과학 자체가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고(원리: “모든 아동의 뇌는 각기 다르다”) 완전학습을 지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습과학은 사전지식(배경지식)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먼저 갖추고 수업을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 때문이다. 사전지식(어휘력 포함)의 격차는 가정 배경이나 사회경제적 지위(SES) 차이에서 오는 경우가 많고 출발선 격차의 핵심이며 이것이 향후 성취도 격차로 이어진다. 그래서 학습과학은 수업을 시작할 때 사전지식의 활성화와 구축을 중시한다.
또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설명하는 정보처리모델에 따르면 모든 학습은 기본적으로 장기기억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학습과학은 무엇보다도 처음 가르칠 때 학습이 확실하게 일어나도록 가르치는 접근을 한다.
또 학습과학은 인지부하에 주목하면서 인지과부하를 최소화하는 수업을 지향한다. 수업을 인지부하이론을 바탕으로 잘 설계하면 학습에 실패하는 아동의 수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학습과학은 학습자의 마음상태 관리를 중시한다. 지금처럼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은 교실에서는 학습과학이 지향하는 안전하고 편안한 분위기부터 만드는 뇌친화적 수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학습과학은 가르치기 전에 배울 수 있는 능력, 배울 수 있는 분위기, 배움에 적합한 마음상태 갖추기 등 배울 수 있는 조건부터 갖추는 접근을 하기 때문에 기존의 “가르치면 배울 것이다”라는 잘못된 가설에 기반한 수업에 비해 실제 학습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교육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교육의 형평성 제고와 포용적 교육의 실현을 위해 학습과학의 활용은 시급하고 필수적이다.
5) 지속가능한 학교를 위해
기존의 학교는 학습과학에 근거해 디자인되지 않았다. 기존의 학교 시스템은 준비된 소수에게만 학습이 일어나고 다수가 주변화되기 쉬운 시스템이다. 국가수준의 표준화된 교육과정 하에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수준과 동일한 속도로 학습하는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모두에게 학습이 고르게 일어나게 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런 학교 모델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는 수업을 지향하고 학습부진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며 교육의 형평성을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런 난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통찰이 필요하고 이에 학습과학이 유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학습과학은 학습에 있어 ‘의미(meaning)’를 강조한다. 뇌는 이해가능하고 의미가 있는 정보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습과학 전문가들은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데 초점을 두기보다 의미 있는 것을 가르치라고 조언한다. 이때 의미 있는 것이란 개인의 삶과 관련이 깊고 학생 개개인 입장에서 나중에 쓸모가 있다고 생각되는 지식이나 정보를 말한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둔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이 학교에 다니는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37.2%)이었으며, 지난 2018년 조사에 비해 ‘다른 곳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29.6%)이 증가(6.2%)한 것으로 나타났다(ENB 교육뉴스방송, 2022-5-17).
6) 뇌에 관한 속설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1990-1999년을 ‘뇌의 10년(Decade of the Brain)’으로 선언하면서 뇌과학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 큰 발전도 이루었지만 ‘뇌기반(brain-based)’이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뇌의 기능에 관한 다양한 속설(neuromyths)이 등장했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학교교육에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관련 연구를 보면 세계에는 아직도 이런 속설을 퇴치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또 뇌기반 연구를 바탕으로 했다는 상품들 중에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연구 자체가 믿을만하지 않은 것들도 있어 학습과학 지식으로 무장해 모두가 비판적 소비자가 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뇌과학 속설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세 살 무렵이면 뇌의 발달이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에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정설: 뇌는 20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하며 그 이후에도 변화의 속도는 느리지만 계속 변할 수 있다).
• 배움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다(정설: 민감기가 있을 뿐이다).
• 사람은 좌뇌형, 우뇌형으로 나뉘며 이를 고려한 지도가 효과적이다(정설: 모든 학습에는 좌뇌와 우뇌가 관여하고 협력한다).
• 사람의 학습 유형은 시각형, 청각형, 신체감각형 등으로 나뉠 수 있으며 이에 맞추어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다(정설: 사람에 따라 강하고 약한 유형은 있지만 누구나 여러 감각을 활용하는 것이 학습에 효과적이다).
• 수면 중에도 뇌는 학습할 수 있다(정설: 수면 중에도 학습과 기억의 강화는 일어나지만 깨어있을 때와 같은 명시적 학습은 일어나기 어렵다).
아직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학습하는지에 대해 잘 아는 교사는 많지 않다. 이는 교사의 잘못이 아니다. 학습과학의 밑바탕이 되고 있는 인지과학이 과거 수십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지만 교사 양성의 과정이나 임용 후 연수 과정에서 이런 지식을 체계적으로 갖출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학습과학 원리인 ‘6가지 핵심 수업지도 전략(six key instructional strategies)’4과 같은 것을 소개하는 교과서나 교재들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다행히도 최근에 학습과학의 진수를 모아서 정리한 ‘모든 교사, 학부모가 꼭 알아야 할 「학습과학 77」’(교육을바꾸는사람들, 2020)이라는 번역서가 나와 많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학습이 교육의 핵심 관심사라면 교실 수업을 과학적으로 생각하고 접근하기에 지금보다 더 나은 적기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023년, 새해가 교육 실천가와 정책결정자들이 학습과학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학습과학이 적극 활용되기를 바란다. 나아가 모든 아동의 잠재력 실현을 위해 교사 양성과 재직 교사 연수에 학습과학을 포함시키는 것의 논의가 시작되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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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이찬승, (2022). 학습과학 새 연재(3) –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정보처리모델의 이해와 수업 적용).
http://21erick.org/column/9146/
• CogniFit research. Neuroplasticity.
https://www.cognifit.com/brain-plasticity-and-cognition
• ENB 교육뉴스방송, (2022-5-17). 2021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 및 지원 방안.
http://www.enbnews.org/news/articleView.html?idxno=29644
• Guerriero, S. (ed.), (2017). Pedagogical Knowledge and the Changing Nature of the Teaching Profession, Educ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 OECD Publishing, Paris, https://doi.org/10.1787/9789264270695-en.
• Ian Kelleher and Glenn Whitman(2020). Unlocking the Secrets to the Learning Brain. Educational Leadership, May 28, 2020 | Volume 15 | Issue 18.
http://www.ascd.org/ascd-express/vol15/num18/every-educator-needs-to-know-how-the-brain-learns.aspx
• Paul Howard et al., (2018). Applying the science of learning in the classroom.
https://my.chartered.college/impact_article/applying-the-science-of-learning-in-the-classroom/
• Science of Learning & Development Alliance (2020). How the Science of Learning and Development Can Transform Education.
https://soldalliance.org/wp-content/uploads/2021/12/SoLD-Science-Translation_May-2020_FNL.pdf
각주
- 시그(special interest group: SIG) – 특정 관심 분야를 가진 회원끼리 일정한 테마에 관해서 정보 제공이나 의견 교환을 하는 작은 규모의 전문가들 모임이다. 보통 시그라고 부르며 대형 학회의 경우 이에 연관된 SIG가 여러 개 있다.
- 영상 이미지 기술(fMRI, EEG, PET, MEG) – ①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법: 헤모글로빈이 방출하는 미약한 전기 신호를 검출함으로써 산소의 농도를 측정); ② EEG(Electroencephalogram, 뇌파도: 두개골에 전극을 붙여 대뇌피질의 전기 활동을 측정); ③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법: 뇌의 각 부분이 산소나 포도당을 얼마나 소비하는지를 측정) ④ MEG(Magnetoencephalography, 뇌자기도 촬영법: 뇌세포 자체의 활동을 측정)
- 민감기(敏感期, sensitive period) – 유아기(幼兒期)에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발달에 민감한 시기. 민감기는 아동마다 다르나 대체로 유아기는 모든 학습의 민감기라 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동일한 환경 자극이나 조건이 제공되더라도 최적의 발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몬테소리는 언어의 민감기는 2세에서 7세 사이라 하였다. ‘민감기’는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와 의미상 차이가 있다. 민감기는 이 시기를 지나도 변화의 속도는 민감기에 비해 느리지만 뇌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결정적 시기는 이 시기를 놓치면 정상적 발달이 불가능하다는 뉘앙스를 준다. 결정적 시기는 민감기의 특수한 예라 하겠다.
- 6가지 핵심 수업지도 전략(six key instructional strategies) – ① 분산 연습(spaced practice), ② 서로 다른 주제나 유형의 과제를 번갈아 학습하기(interleaving), ③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 ④ 정교화(elaboration; 새롭게 학습할 정보와 기존의 지식을 연결시키고 통합하는 활동: 예로, 개념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기), ⑤ 구체적인 예의 제시(concrete examples), ⑥ 이중부호화(dual coding: 동일한 내용을 시각 부호와 어문 부호로 표상하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대표님의 신년 칼럼 잘 읽어보았습니다. 한국교육분야에 과학전문가, 심리전문가, 의학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예비교사 및 현직교사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