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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학습과학 새 연재(3) :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정보처리모델의 이해와 수업 적용) (Revised)

#826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2.11.03

목차
1.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정보처리모델)
2. 정보처리모델의 핵심 요소 이해

1) 정보 저장고(information storage)의 이해
2) 정보처리(information processing)의 이해

3)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의 이해

3 정보처리모델의 수업 적용


 

 

시대에 따라 학습이론은 변한다. 1920-1960년대에 풍미했던 행동주의 학습이론은 행동주의 심리학에 바탕을 두었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인간의 학습 즉 행동변화를 ‘자극 → 반응(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설명을 했다. 즉, 인간은 주어진 자극에 의하여 수동적으로 학습하는(반응하는) 존재이며, 자극이 반복적으로 주어짐에 따라 반응이 누적되면서 학습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인지주의 심리학은 인간의 학습에는 인간의 내적 사고과정이 깊이 관여한다는 즉 ‘입력 → 사고과정(정보처리) → 출력’이라는 기제를 따른다는 새로운 설명의 틀을 내놓는다. 이는 인간을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능동적으로 학습하는 존재로 보는 이론으로서 행동주의 심리학의 약점을 크게 보완하면서 심리학의 주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오늘날 구성주의 등의 학습이론이 새롭게 나와 공존하고 있지만 인지주의 심리학은 여전히 교육계의 주류 학습이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 정보처리모델(information processing model) 또는 정보처리이론(information processing theory)이다.

 

정보처리모델은 인간의 내적 정보처리 과정을 컴퓨터의 정보처리 과정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정보처리란 정보를 받아들여(receive) 기록하고(record) 해석하고(interpret)1 저장한(store) 다음 필요할 때 인출하는(retrieve) 것을 말한다. 정보처리모델은 사람이 어떻게 정보를 지각하고, 분석하고, 과거의 정보와 비교해서 가치를 평가하고, 저장하고, 인출하는가에 관한 것으로 인지심리학의 기본적인 토대이다.

 

 

1.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정보처리모델)

 

정보처리모델은 뇌에서 정보가 어떻게 기억되고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해 컴퓨터의 기능에 비유해 설명하고 효과적인 교수·학습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매우 유용한 이론이다. 정보처리모델을 잘 이해하면 “교사가 수업할 때 학습자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배운 내용을 척척 잘 기억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오늘 학습한 것을 내일이면 까맣게 잊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수업 내용을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고 이를 반영해 수업을 설계할 수 있다.

 

<도표 1> 정보처리모델(Atkinson and Shiffrin, 1977; Baddeley and Hitch, 1974)

위 정보처리모델 도표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① 외부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부 자극만 의식의 개입 없이 감각기억(sensory memory)으로 등록된다. ② 이렇게 등록된 자극 중 학습자의 의지에 의해 주의를 받은 일부 정보만 단기 작업기억(working memory)으로 유입된다. ③ 장기기억(long term memory)의 관련 지식을 작업기억으로 불러와 참조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해석하고 과제를 해결하며 의사결정을 한다. ④ 여기서 처리된 정보가 시연(rehearsal)이라는 반복적 연습을 통해 부호화(encoding)되면 정보가 장기기억에 저장되고 나중에 필요할 때 인출(retrieval)되는 것이 정보처리모델의 핵심이다. 정리하면 정보처리모델은 새로운 정보가 입력되고 저장되며 기억으로부터 인출되는 방식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학습자의 내부에서 학습이 발생하는 기제를 설명해 준다.

 

정보처리모델은 한계도 있다. 인지주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이 모델은 행동주의 심리학의 단점을 크게 보완했지만 여전히 약점을 가지고 있다. 마음을 컴퓨터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유용해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정서적, 동기적 요인과 자유의지를 무시하는 점, 또 인지발달에 미치는 문화, 사회적 요인이나 관계의 영향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 물리적·환경적 요인들 역시 인간의 사고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를 설명하지 않는 점 등은 커다란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습과학(뇌기반 교수·학습 원리)에서는 이런 약점들을 보완해 감정, 사회적 특성, 환경 요인 등을 깊이 있게 함께 다룬다.

 

 

2. 정보처리모델의 핵심 요소 이해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얻기 위해서는 정보처리모델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위 정보처리모델의 구성 요소는 크게 ‘정보 저장고’와 ‘인지처리 과정’이라는 두 가지로 나뉜다. 정보 저장고는 투입된 정보가 저장되는 곳으로 감각기억(sensory memory)(감각등록기라고도 부름), 작업기억(working memory) 또는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그리고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 한편 인지처리 과정이란 각각의 정보 저장고로부터 정보가 이동하는 것과 관계되는 처리과정을 의미하며, 이에는 주의(attention), 감각(sensation), 지각(perception), 시연(rehearsal), 부호화(encoding), 인출(retrieval), 응고화(consolidation), 망각(forgetting) 등이 포함된다.

 

1) 정보 저장고(information storage)의 이해

 

(1) 감각기억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이것이 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새의 지저귐 소리라는 정보가 감각기억에 잠시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각기억은 인간을 둘러싼 수많은 정보들로부터 흘러들어온 자극들을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기억하고, 이후의 과정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미각의 오감을 통해 입력된 자극들을 마치 스냅샷(snapshot)과 같이 순간적으로 저장하여 매우 짧은 시간 동안(시각정보는 0.5초, 청각정보는 3초 정도) 기억하는 것이 감각기억의 기능이다. 예를 들어, 어둠 속에서 불빛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질 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지각이 지속되는 것과 같은 기억이다.

 

감각기억의 용량은 무한대다. 하지만 인간의 주의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특별히 의미와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정보들만 선택되어 단기기억으로 들어오고 나머지는 소실된다. 한편 감각기억의 처리 과정은 의식적인 노력보다는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며, 다른 종류의 기억들과는 달리 되뇌기나 시연에 의해서 연장되지 않는다.

 

♧ 수업에 주는 함의: 수업 내용이 주의를 끌어 감각기억으로 선택되어 들어올 수 있기 위해서는 주의를 방해하는 환경적, 심리적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가치 있고(valuable), 새롭고(noble), 흥미로우며(interesting), 의미 있는(meaningful) 내용이 되도록 한다.

 

(2) 작업기억(단기기억)

 

인간은 주변 세상을 이해하고 과제를 해결하며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끊임없이 5감을 통해 수집하는 정보(상향식 처리)와 장기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하향식 처리)를 이용한다. 이런 작업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작업기억이다. 즉 작업기억은 감각기억에서 유입된 정보와 장기기억에서 인출된 정보가 이해·학습·의사결정과 같은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작업대(인지 시스템)이다. 또한 작업기억(단기기억)은 의식적인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며 인간은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사물을 해석한다.

 

단기기억에 우리가 일시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정보의 양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3~5개, 고전적 이론에 따르면 7±2개). 이런 기억의 제한은 아래와 같은 숫자 회상하기 활동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 활동은 짝과 함께 해보게 할 수 있다. “준비!” 신호와 함께 숫자를 불러주고, “회상!”이라는 신호를 통해 회상하게 한다. 이렇게 숫자를 4개에서 시작해 하나씩 추가할 때 많은 사람들은 7~9개의 숫자까지는 비교적 정확히 회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숫자에 대해서는 정확한 회상을 어려워한다. 순간적으로 기억할 대상이 숫자가 아니고 모국어 단어인가, 외국어 단어인가에 따라, 또 유의미한 단어인가 무의미한 철자로 된 단어인가에 따라 회상할 수 있는 수도 달라진다.

 

한편 단기기억 상의 정보는 약 20~30초 후면 거의 소멸되어 버린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시연을 통해 유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실제 단기기억은 시연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길게, 어쩌면 거의 몇 주까지도 정보를 유지할 수 있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면 그 정보를 지워버린다(Sousa, & Tomlinson, 2011).

 

이렇게 작업기억에는 2가지 큰 제약이 있다. 하나는 용량이 작아 동시에 3~5개 정도의 정보만 유지시킬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의식적인 시연이 없이는 20~30초만 유지된다는 점이다. 즉 작업기억의 정보는 짧은 시간만 유지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정보는 바로 소실된다는 점이다.

 

♧ 수업에 주는 함의: 단기기억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업이나 학습에서 고려할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정보의 기억과 저장이 용이하도록 정보를 체계적으로 조직하는 일(organization)이다. 다른 하나는 단기기억의 용량 초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단기기억 저장고를 신속히 비우는 일(clearing)이다. 마지막 하나는 정보가 소실되지 않도록 단기기억으로 유입된 정보에 계속해서 주의를 기울이며 시연을 하는 일이다. 단기기억 상의 정보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순간 일부 또는 전부가 소실된다. 정보에 계속 주의를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는 수업 내용이나 지도 방법이 흥미롭고 새로운 요소를 갖출 필요가 있다.

 

(3) 장기기억

 

장기기억은 며칠, 몇 개월, 또는 몇 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형태의 기억이다.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기 위해서는 부호화(encoding), 응고화(consolidation), 저장(storage), 인출(retrieval)이라는 4단계가 필요하다. 저장의 경우 정보가 의미 체계에 따라(semantically) 위계(hierarchy)나 도식(schema), 망(network)의 방식을 사용하여 조직적이고 체계화된 형태로 저장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위계는 정보를 구체적인 것에서부터 일반적인 것으로 조직화하는 것이며, 도식은 특정 물체나 사건들에 대한 정신적 틀을 말한다(심리학용어사전, 2014). 그리고 장기기억은 아래 도표와 같이 서술기억(declarative memory, explicit memory)과 비서술기억(non-declarative memory, implicit memory)으로 나누어진다.

 

<도표 2> 장기기억

장기기억에는 개념, 원리, 정의 등에 관한 기억인 의미기억(semantic memory), 사건에 대한 기억인 일화기억(episodic memory), 무엇을 어떻게 하는 방법이나 규칙에 대한 기억인 절차기억(procedural memory), 과거 경험에 대한 정서적(슬프거나 기쁜)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정서기억(emotional memory),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2 등이 있다.

 

♧ 수업에 주는 함의: 효과적인 학습은 장기기억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고 이는 ‘부호화(encoding), 응고화(consolidation), 저장(storage), 인출(retrieval)’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나오는 ‘2) 정보처리의 이해’, ‘3. 정보처리모델의 수업 적용 등에서 자세히 다루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2) 정보처리(information processing)의 이해

 

정보처리모델은 정보처리가 ‘주의(attention) → 감각(sensation) → 지각(perception) → 시연(rehearsal) → 부호화(encoding) → 응고화(consolidation)’의 순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흔히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복수의 요소가 동시에 작용한다. 이들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집행기능이다.

 

(1) 주의(attention)

 

주의 집중은 감각기관(오감)을 통하여 들어오는 자극에 집중하는 과정이나 행위를 말한다. 주의는 제한된 자원이기에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할 정보만 의식적으로 선택해서 주의를 기울이고 나머지 자극에는 주의를 억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 부른다. 주의가 쓰이는 형태에는 선택적 주의 외에 멀티태스킹처럼 동시에 여러 과제에 주의를 분산할 때 일어나는 분산 주의(divided attention), 목표 자극에만 일정한 시간 동안 집중하는 초점 주의(focused attention) 등이 있다.

 

주의를 받는 외부 자극(정보)만 기억 저장고로 들어올 수 있다. 따라서 학습이 일어나려면 가장 먼저 주의 집중이 있어야 한다. 주의 집중을 유도하는 요소로는 ‘필요, 새로움(noble), 의미, 정서’ 이렇게 4가지가 있다(Tate, 2016). 즉 자극(정보)이 주의를 받으려면 필요한 것, 새로운 것, 의미가 있는 것,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 수업에 주는 함의: 수업과 무관한 것에는 주의를 억제하고 필요한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 목표 자극에만 일정한 시간 동안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한편 멀티태스킹은 주의를 분산시키므로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고 학습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수업을 설계할 때 필요, 새로움, 의미, 정서라는 요소를 잘 반영할 필요가 있다.

 

(2) 감각(sensation)

 

5감을 통해 주변의 자극을 감지하는 과정이다. 주변의 자극은 망상활성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 RAS)3라는 감각필터를 통과함으로써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선택된다. 망상활성계는 5감을 통해 들어오는 수많은 감각 중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보와 무시해야 할 정보로 나누어 여과하는 기능을 한다. 이때 색다르고 특이해 시선을 끄는 정보(자극)가 있으면, 즉 패턴의 변화가 있으면 이것이 우선적으로 주의를 끌어 감각기억에 등록된다.

 

♧ 수업에 주는 함의: 학습자의 주의를 끌어 일차 감각기억에 등록되기 위해서는 우선 수업이 내용이나 형식이 새로운 패턴을 띠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할 내용이 새롭고(new, novel) 호기심을 유발하는(curious) 것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업 방식을 바꾸거나, 사소하게는 목소리 톤, 교실에서 교사 움직임의 방향을 바꾸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 지각(perception)

 

지각은 감지한 감각을 선택하고 조직화하며 해석하는 과정이다. 예로 부엌에서 빵 굽는 냄새가 날 경우 이를 감지하는 것이 감각이고, “아, 이 냄새는 할머니가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구워주시곤 하던 바로 그 빵 냄새군.”이라고 해석하는 과정이 지각이다.

 

♧ 수업에 주는 함의: 인간은 주변 세상을 자신의 주관적 경험의 렌즈를 통해 바라보고 해석한다. 따라서 동일한 내용이나 사물에 대한 해석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4) 시연(rehearsal)

 

되뇌기라고도 불리는 이 시연이란 단기기억 속의 정보를 계속 되뇌면서 반복 연습을 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정보를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옮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정보가 단기기억에서 더 많이 시연될수록 그 정보는 장기기억으로 전환되기가 쉽다. 시연에는 유지 시연(maintenance rehearsal)과 정교화 시연(elaborate rehearsal) 2가지가 있다. 전자는 정보를 마음속에서 그대로(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예: 전화번호 되뇌기)이고, 후자는 기억하고자 하는 정보를 효과적인 부호화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연결시켜 장기기억화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저장하기 위해서는 제시된 정보를 기계적으로 되풀이하는 유지 시연은 부호화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보다 정보를 다른 정보와 관련짓거나, 조직화하는 등 적극적인 정교화 시연이 부호화에 효과적이다.

 

♧ 수업에 주는 함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부호화해서 장기기억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수업 활동을 통해 정교화 시연을 할 것인가의 판단이 중요하다. 정교화 시연의 예로는, 정보를 조직하기, 예를 떠올리기, 정보를 마음속에 이미지화하기, 기억하기 쉽도록 기억술 활용하기 등이 있다. 실제 수업에서 신체를 구성하는 뼈의 이름과 위치에 대해 배운다면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정교화 시연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① 교재의 설명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해 보고 짝에게 설명한다.
② 주요 뼈들이 신체의 어디에 위치하고 다른 뼈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10개의 질문을 만들고 답을 작성해 본다.
③ 인체 골격을 이루는 각 뼈의 위치와 이름을 종이 및 온라인 이미지를 이용해 그려보고 자신의 신체를 통해 직접 확인한다.
④ 뼈의 특징과 범주를 먼저 정하고 어떤 뼈가 어디에 속하는지 확인하고 분류해 본다.
⑤ 다양한 기억술을 활용해 용어를 암기한다.
⑥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분산학습 방식으로 뼈의 이름과 기능 등을 학습한다.

 

(5) 부호화(encoding)

 

‘부호화’란 새로운 정보를 유의미하게 변환하여 장기기억 속으로 넘기는 과정을 말하는데 부호화의 기술은 교수·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시험 볼 때 기억이 안 나는 것, 오늘 배운 것을 내일이면 까맣게 잊는 것들이 모두 부실한 부호화와 관련이 있다. 부호화와 관련해 ‘부호화 정보처리 과정이 깊으면 깊을수록 회상도 그만큼 더 용이해진다(The more deeply we encode information the better we are able to recall it.)’라는 명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깊은 처리(deep processing)란 기억하고자 하는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연결하기, 정보를 재구성하기,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기, 마음속 이미지화, 연상, 분석, 비교 등과 같은 정보처리를 말한다. 부호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칼럼에서 다룰 예정이다.

 

(6) 응고화(consolidation)

 

시연의 과정 즉 정보의 의식적 반복을 통해 단기기억의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옮길 수 있는데 이를 기억 응고화(memory consolidation)라고 부른다. 응고화는 최초의 정보 습득 이후 기억의 흔적이 안정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응고화에는 시냅스 수준에서의 응고화(synaptic consolidation)와 시스템 차원에서의 응고화(systems consolidation)가 있다. 시냅스 수준에서의 응고화는 세포 수준에서의 응고화라고도 하며 시냅스 간의 연결이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학습 후 수 시간 이내에 일어나기 시작한다. 한편 시스템 차원에서의 응고화는 해마와 같은 특정 영역에서 형성된 기억이 다른 영역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대뇌피질 등의 영역으로 이동해 저장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학습 후 수주~수년에 걸쳐 일어난다.

 

♧ 수업에 주는 함의: 기억의 응고화는 단기기억의 정보를 잦은 시연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옮기고 인출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 시스템 차원에서의 응고화는 주로 잠잘 때 일어나므로 학습 후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7) 망각

 

기억에서 아주 사라진 상태나 저장소에서 정보를 일시적 또는 영속적으로 인출할 수 없는 상태를 망각이라 한다. 신경과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활발히’ 그리고 ‘의도적으로(purposefully)’ 우리가 배우는 것의 대부분을 망각한다. 우리의 뇌는 오래되었거나 불필요한 기억을 주로 잠잘 때 가지치기하고(prune) 청소한다(clear out). 이는 우리가 더 중요한 정보에 집중하고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기 위해서다. 만일 인간이 경험한 것을 망각하지 못하고 모든 일을 기억하면서 살아간다면,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이나 치욕스러운 일 때문에 단 하루도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 정신 건강과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경험하고 기억하는 것의 대부분을 무시하거나 잊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학습의 관점에서 망각은 그리 좋은 일이 아니다. 수업을 통해 가르치고 기억하길 바라는 내용까지 쉽게 망각되기 때문이다.

 

♧ 수업에 주는 함의: 망각은 집중과 좋은 결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지만 학습한 내용 중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까지 쉽게 망각하는 것은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따라서 학습을 위해서는 망각을 이해하고 망각을 막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학습한 것은 20분 후에는 58%, 1일 후에는 33%, 1주일 후에는 24%, 1개월 후에는 21% 정도만 기억할 수 있다. 이런 망각을 막거나 망각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복습을 할 때 간격을 두고 연습하는 분산 연습(spaced practice)과 입력(input)보다는 인출(output, retrieval)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3)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의 이해

 

정보처리에는 이를 감독할 통제 기제가 필요한데 바로 이것이 집행기능이다. 정보처리에 있어서 집행기능은 공항에 비유하면 관제탑과 같은 역할을 한다. 집행기능은 목표달성, 문제해결, 타인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자신의 사고, 감정,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조절·통제·평가하는 인지조절 기능으로서 <작업기억, 유연한 사고, 억제와 조절>을 포함한다. 우리는 이 기능을 통해 매일 학습하고, 일하며, 삶을 관리할 수 있다. 집행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무엇보다도 주의를 집중하거나 지시를 따르고 감정을 통제하기 어렵다. 집행기능의 구체적인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 주의를 기울이기
• 조직(정리)하고 계획을 세우기
• 과제에 착수하고 이에 집중력을 유지하기
• 감정을 조절하기
• 하고 있는 일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

 

♧ 수업에 주는 함의: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다면 이는 집행기능의 결핍을 겪는 학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아동의 학습 향상을 위해 뇌의 집행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수업 활동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는데 이것이 학습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아동의 자기조절 능력,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향상되기를 바란다면 아동의 집행기능에 대해 주목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물론 수업 내용에 통합해 지도할 수 있다). 집행기능의 훈련에 대해서는 별도의 칼럼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3. 정보처리모델의 수업 적용

 

정보처리이론을 기반으로 수업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다음 9가지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Slate & Charlesworth, 1988).

 

① 주의, ② 능동적 학습, ③ 의미성(meaningfulness), ④ 정보의 조직화(organization), ⑤ 선행 조직자(advance organizers), ⑥ 기억술, ⑦ 숙달 후에도 계속 연습하기(overlearning), ⑧ 자동화, ⑨ 개인차의 고려

 

1) 주의(attention)

 

정보처리이론에 따르면 외부 정보(자극)는 주의를 기울일 때만 뇌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뇌의 작업기억 시스템으로 들어온 정보는 주의를 기울일 때만 유지되기에 주의의 집중 없이는 학습도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수업은 주의를 먼저 끈 다음 시작할 필요가 있다.

 

학습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전략이 효과적이다.

 

① 자료를 제시할 때 새롭고 신기한(noble) 내용을 포함시킨다.
② 나중에 발표할 때 포함시켜야 할 주요 내용 등을 사전에 짚어준다.
③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억양과 음조를 바꾸거나 잠시 휴지를 두거나, 칠판에 필기하거나 복습을 함으로써 학생들의 집중을 유도한다.
④ 임의적 순서로 질문함으로써 학생들이 수업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⑤ 교실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목소리 톤을 바꾸고 몸짓·손짓(gestures)을 사용한다.
⑥ 주의 집중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제거한다(조명, 온도, 소음, 불편한 의자 등).

 

2) 능동적 학습(active learning)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학습자들은 학습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가장 잘 배운다(Glover, Bruning, & Filbeck, 1983). 정보처리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외부 자극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처리하고 분석하는 존재다. 학습자는 가르친다고 배우지 않는다.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강제로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힘이 더 들기는 하지만 능동적 처리를 할 때 정보는 더 잘 기억된다. 따라서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① 교사의 설명 중심 수업 대신에 토론, 모둠활동, 개인적 활동 등을 강화한다.
② 활동 중심 수업 그 자체만으로는 학습이 강화되지 않는다. 인지적 노력이 많이 투입되는 활동일 때만 학습이 일어난다. 교사는 고등사고력을 발휘할 질문을 던짐으로서 활발한 토론을 유도할 수 있다.
③ 인지적 노력 발휘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과제에 채점을 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④ 영화나 비디오 클립을 보게 할 때 중요한 이슈가 무엇이고 그것에 대해 나중에 평가한다는 신호를 제공하는 것도 몰입에 도움이 된다.

 

3) 의미성(meaningfulness)

 

수업에 임할 때 뇌는 가장 먼저 “이것은 내게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의미가 있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인다. 따라서 성공적인 수업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수업 자료를 의미 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의미는 학습자가 일반화된 지식, 규칙, 사실들 간의 관계, 원칙 등을 파악할 때, 새로운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와 연결시킬 때, 정보가 학습자의 이해 수준을 넘지 않게 제시될 때 드러난다. 교실 수업에서 의미성을 강화하기 위해 교사는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다.

 

① 새로운 정보가 이미 학습한 정보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보여준다.
② 새로운 개념에 대해 복수의 예를 제공한다.
③ 새로운 정보와 구정보 간의 관계를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 도식, 비유, 예시, 실연 등을 사용한다.
④ 학습자가 새로운 정보와 기존의 지식·경험 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⑤ 새로운 정보와 기존 지식의 통합을 요구하는 과제를 내준다.
⑥ 학습한 내용을 학습자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아이디어를 내게 한다.
⑦ 학습자로 하여금 정보를 자신의 언어로 다시 말해보게 한다.

 

이상의 활동들의 공통점은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정보 간에 존재하는 의미 있는 관련성을 도출할 때 더 잘 학습되고 기억된다는 것이다.

 

4) 정보의 조직화(organization)

 

정보의 조직화는 정보를 의미 있고 기억하기 쉽도록(in a meaningful and memorable format) 속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결합하고 배열하는 것을 말한다. ‘소, 사자, 말’을 동물이라는 범주로 묶고, ‘사과, 체리, 복숭아’를 과일로 범주화(categorization)하거나 휴대폰 전화번호 11자리 숫자를 3개의 군으로 묶는 것(chunking)이 대표적인 예다. 정보의 조직화는 앞에서 살펴본 의미성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잘 구조화되고 조직화된 정보는 그렇지 않은 정보에 비해 더 잘 기억된다. 정보의 조직화를 위한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효과적이다.

 

① 교사가 새로운 자료를 제시할 때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체계적으로 결합하고 배열한다.
② 자료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보가 서로 어떻게 관련되는지 알게 한다.
③ 요점·개요 및 행동 목표의 제시를 통해 수업의 목적과 의미를 분명히 한다.
④ 무엇을 검토하고 논할지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설명한 내용을 요약하게 한다.
⑤ 개요 작성하기, 노트필기하기, 매핑하기(관련 있는 두 데이터 체계를 일정 규칙에 맞게 연관시키는 것), 개념 간의 관계 파악하기 등의 방법을 지도한다. 개념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유형에는 ‘~의 부분, ~의 유형, ~한 결과로 이어지다, ~에 유사한, ~을 특징으로 하는, ~에 대한 증거’ 등이 있다.
⑥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껏 정보를 스스로 조직화 해보도록 한다.

 

정보의 조직화는 단기기억으로 들어온 정보를 더 잘 이해·기억될 수 있는 형태로 조직하는 것인데 이는 부호화(encoding)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5) 선행조직자(advance organizer)

 

선행조직자는 학습자가 관련 사전지식을 갖추고 있지 못할 경우 학습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없으므로 교사가 학습과제를 본격적으로 제시하기 전에 관련 사전지식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선행조직자를 사용하는 기본적인 목적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앞으로 배울 내용 중 학습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다른 하나는 제시될 학습 개념 간의 관계를 부각시키며, 나머지 하나는 이미 알고 있는 관련 정보를 학습자에게 상기시켜준다. 뿐만 아니라 선행조직자는 앞으로 나올 내용을 예측하고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탐구해야 할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정보 과부하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선행조직자를 제시하는 궁극적 목적은, 새로운 학습을 위한 개념망(conceptual framework)을 부여하고, 학습자가 가지고 있는 사전지식과 새로운 학습을 연결지으며, 새로 학습한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작업인 부호화(encoding)를 효과적으로 촉진하는 데 있다(교육학용어사전, 1995). 따라서 선행조직자는 특히 내용 정리가 어렵고 주의가 산만한 학습자들이 새로 배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주 활용된다. 이렇게 선행조직자의 제시는 학습자의 이해와 기억을 돕기 위해 매우 효과적인 수업 전략의 하나다.

 

수업에서 자주 사용할 수 있는 선행조직자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단원목표로서 ‘학습자는 ~을 할 수 있게 된다’ 식으로 성취기준을 제시하기
② 당일 수업에서 다룰 주요 활동을 칠판에 적어 놓기(활동이 끝나면 하나씩 지워나감)
③ 수업 중 답하거나 논해야 할 것을 질문 형태로 칠판에 적어 놓기
④ KWL 차트와 같은 도해 조직자(graphic organizer)를 활용하기

 

6) 기억술(memory aids)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학습할 자료를 재구성하는 것은 ‘정보 조직화(organization)’에 해당된다. 이는 정보처리이론의 부호화(encoding)와 관련이 된다. 자주 활용되는 기억술에는 시각 이미지(visual imagery)의 활용, 두문자어(acronym)의 활용, 열쇠 낱말법(keyword method), 위치법(loci method), 연속단어법(peg word method), 묶음법(chunking) 등과 같은 것들이 있다. 다음과 같이 수업 활동을 통해 기억술을 가르칠 수도 있을 것이다.

 

①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억술의 예를 제공한다.
② 주요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이미지를 도출하거나 언어적 힌트를 만들어보게 한다.
③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기억술을 고안해 보게 한다.

 

기억술을 활용한 정보의 조직화는 작업기억에서 정보가 일으킬 인지과부하를 줄이고 나중에 회상을 용이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7) 숙달 후에도 계속 연습하기(overlearning)

 

숙달 후에도 계속 연습하기는 망각을 방지하고 전이(transfer)를 촉진하기 위해 이미 습득한 지식이나 기능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 위한 수업 활동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학습한 내용을 단순히 암기하는 대신에 의미 있게 반복하도록 한다.
② 자주 쪽지시험을 본다.
③ 오늘의 수업을 어제 배운 내용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④ 매일 혹은 주기적으로 복습한다.
⑤ 배운 내용을 학생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게 하는 시험을 보거나 과제를 부여한다.

 

숙달 후에도 계속 연습을 통해 확실히 익힌 정보는 정보처리를 할 때 장기기억에서 불러오더라도 작업기억에 부하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숙달 후에도 계속 연습하기는 작업기억의 결핍이 있는 아동들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8) 자동화(automaticity)

 

자동화는 의식적인 노력 없이 정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을 말하여 과잉학습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과잉학습을 통해서 익힌 지식은 필요할 때 자동적으로 회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된 지식은 작업기억(단기기억)의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의미 있는 반복을 통해 정보를 자동적으로 불러올 수 있게 되면 학습자는 주의 자원을 새로운 학습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요가를 지도하는 숙련된 강사는 각 요가 동작이 자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동작을 시범적으로 보여주면서 무리 없이 구두 설명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자동화를 위한 수업 활동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자동화 수준까지 숙달될 필요가 있는 지식·기능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연습의 기회를 반복적으로 제공한다.
② 아직 과제의 수행이 자동화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과제 수행을 위한 추가 시간을 제공한다.

 

자동화는 특히 학습이 느린 학습자들의 지도에 더욱 필요한 것이라 하겠다. 이들은 정보처리 속도가 늦어 만성적으로 작업기억 과부하를 겪게 된다. 이런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는 반복적 연습을 통해 기본이 되는 지식을 자동화될 때까지 과잉학습을 시킬 필요가 있다.

 

9) 개인차의 고려(individual differences)

 

교사는 개인에 따라 시연하고 조직화하고 기억술을 활용하는 능력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각자가 정보를 처리하거나 학습하는 방식이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 수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

 

① 학습 자료를 다양한 활동과 매체를 통해 제시한다.
② 다양한 난이도의 과제와 목표를 제시한다.
③ 학생들로 하여금 각자 다른 자료와 방법을 사용해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허용한다.
④ 학생마다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데 사용하는 시간을 달리한다.
⑤ 교사는 상위인지 능력 및 학습 방법의 구체적인 지도를 통해 개인차를 줄이도록 노력한다.

 

학습능력 차이의 대부분은 정보처리능력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정보처리이론을 잘 이해할 때 개인차를 존중하는 수업을 할 가능성도 더 커진다.

 

 

[이전 칼럼]

• 학습과학 새 연재(2) – 청소년 뇌의 놀라운 특성, 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기

• 학습과학 새 연재(1) – ‘뇌의 학습 방식과 변화 가능성’에 대해 왜 가르쳐야 하는가?

 

 

[참고 문헌]

 

• 이찬승 (2021). 학습과학 <원리7> 정보처리모델은 효과적인 교수·학습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http://21erick.org/column/6152/

• 이찬승 (2021). 학습과학 <원리 13> 이중부호화는 인지과부하를 줄이고 기억을 향상시킨다.
http://21erick.org/column/6704/
• 이찬승 (2021). 학습과학 <원리 16> 효과적인 기억(학습)은 부호화(encoding)의 깊이와 방법에 달렸다.
http://21erick.org/column/6924/
• Atkinson, R.C.; Shiffrin, R.M. (1977), “Human Memory: A Proposed System and ITS Control Processes”, Human Memory, Elsevier, pp. 7-113.
• Baddeley and Hitch (1974). “Working Memory”, Psychology of Learning and Motivation, Elsevier, pp. 47–89.
• Craik and Tulving (1975). Depth of Processing and the Retention of Words in Episodic Memor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975, Vol. 104, No. 3, 268-294.
http://web.bvu.edu/faculty/ferguson/Course_Material/Lrn_Mem/Lab_Revision/Craik_and_Tulving.pdf
• Forrin ND, Macleod CM(2017). This time it’s personal: the memory benefit of hearing oneself. Memory. 2018;26(4):574-579.
• Sousa, & Tomlinson(2011). 뇌과학을 적용한 개별화 수업 ② 원리편 (장인철, 이찬승 옮김). 서울: 교육을바꾸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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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해석하다(interpret) –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정보의 의미와 유용성을 파악하기 위해 뇌가 일정한 틀(schema)을 이용하여 정보를 분류하고, 조작하고, 요약하는 과정을 말한다. 스키마는 사람, 장소, 사물, 사건에 대한 지식의 틀(framework for one’s knowledge)이자 생각이나 행동의 조직된 패턴이며 사람은 이를 통해 주변의 수많은 정보를 지각하고 조직하며 해석한다.
  2.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 – 어떤 자극에 대해 새로운 반응을 학습하는 과정으로, 러시아의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의 실험으로 유명해졌다. 그의 실험에서, 개는 처음에는 종소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종소리와 먹이를 여러 번 함께 제시하자, 개는 먹이가 없어도 종소리만 듣고 침을 흘리게 되었다. 이처럼, 중립 자극(종소리)이 무조건 자극(먹이)과 연관됨으로써 조건 반응(종소리에 침을 흘리는 것)이 학습되는 과정을 고전적 조건화라고 한다.
  3. 망상활성계(reticular activating system: RAS) – 사람은 매초 수백만 단위(bits)의 감각 정보(미각, 후각, 촉각, 시각, 청각)를 접하게 되고 그 중 약 1%의 정보만 통과시킨다. 이런 기능을 가진 복잡한 그물망 모양의 정보 필터를 망상활성계라 부르며 뇌의 각성, 흥분, 집중 등에 관여한다. 뇌간(brainstem)에 집중되어 있다. 의식이 깨어 있게 하고, 잠자는 동안은 억압되어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RAS는 우리의 신념체계도 제어한다고 한다. 내가 현재 믿거나 궁리하는 것에 집중하고 내게 맞지 않는 정보를 걸러 내서 내가 믿기로 선택한 것이 이르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을 누구는 기회로 보고 누구는 난관으로 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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