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 ‘2028 대입제도’] 2028학년도 대입제도 예견 (1)
[기획칼럼 – ‘2028 대입제도’]
이 기획칼럼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다루며, 격주로 연재합니다. 구태에 갇힌 ‘개편’ 담론을 비판하고, 새로운 공론의 길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교육을 ‘술책의 게임’으로 전락시켜 온 대입제도를 되짚으며, 학교와 교육의 의미도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 [요약]
2028학년도 대입제도가 ‘미래형’이라지만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대입제도의 기존 틀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다만 현재의 ‘쟁점’들을 해결해 보겠다는 교육부의 입장 자체가 제도 개선의 여지를 사실상 없애는 것이다. 기존 틀을 이어가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는 상식을 깨지 못하면 진정한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으레 그렇듯 ‘국민 관점’에서 ‘공론화’도 거친다지만, 그런 정책 과정에서는 깨야 할 상식이 굳어지기만 할 것이다. 이번 글부터는, 교육부가 개편해 가겠다고 예고해 놓은 학생부, 수능 그리고 ‘대입전형 체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해 갈지 차례로 예견해 본다. 그리고는, 이어지는 글들에서, 과연 그런 변화가 어떤 ‘개선’을 가져오는지 질문하고 검토하게 될 것이다. 대입제도에 관한 우리의 상식과 그 상식 속에서만 말이 되는 쟁점들에 고착된 상태로, 과연 개혁의 시도가 진정한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 살펴보게 될 것이다. |
이번에도 개편은 의례적일 것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대입제도가 지금과 다르게 바뀔 예정이다.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시점에 맞춰진 계획이다. 이 ‘개편’ 계획이 흐리멍덩하다고, 2주 전 연재를 시작하는 첫 꼭지 글1에서 비판했었다. 대입제도를 개편하겠다고 운을 뗀 지 3년이 지났지만, ‘미래형’으로 만들겠다는 공허한 공언만 거듭해왔을 뿐, 일을 진척시키지도 못했고, 미래형이라는 슬로건이 어떤 제도로 가는 것인지 윤곽 하나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개편에 대해 정부가 방향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던 건 물론 아니다. 이를테면,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발표하면서, 개정에 맞춰 수능 과목을 재편하고 문제 유형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고, 고교학점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래형’ 대입제도를 연계해서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언급들은 당장 발표하고 있는 정책 변화에 구색을 갖추려는 것들에 불과했다. 따라 이루어져야 할 절차들을 열거하는 데 그치고, 나름의 정책 슬로건을 내놓는 데 그치는 것이었다. 대입제도 개편의 새로운 줏대를 시사하는 바가 거의 없었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논의해 가야 할까?” 앞선 게재 글을 이런 질문으로 맺었었다. 지금부터라도 대입제도를 제대로 이야기해보자는 뜻에서였다. 정부 움직임에 뚜렷한 철학이 보이지도 않거니와, 개편을 진척시킬 준비마저 그동안 지지부진했다. 이젠 더 미루지도 못할 처지라 정부가 팔 걷어붙이고 나선다지만, 제도 개편이 잘 돼 갈 것 같진 않다.
이어지는 글에서 그렇게 비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혀 가겠지만, 요컨대 정부는 이미 길을 잘못 들어섰다. 이제까지 대입제도를 장악해 온 신화에서 한 걸음도 빠져나오지 못했다.2 그렇다고 정부 탓만 할 수는 없다. 그 신화를 대체할 만한 힘을 지닌 새로운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국민 관점’에서 개편?
대입제도를 손봐야 할 때(다른 정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정부는 으레 ‘사회적 합의’를 찾고 ‘국민적 공감대’를 이야기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 들어가서는, 당장 ‘사회적으로’ 부각한 논란(‘쟁점’)에 주목하고, 논란 과정에서 우세해 보이는 여론에 기울어 해결책을 찾는다. 최근 있었던 두 번의 대입제도 개편이 모두 그런 예를 보여준다. 2018년(‘2022학년도 대학 입시제도 개편 방안’)에는 ‘국가교육회의’의 ‘공론화 과정’까지 거치며 정시 비중을 30% 이상 올리라고 권장했었고, 2019년(‘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는 다시(‘주요 대학’에 국한하기는 했지만)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올리도록 요구했었다.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안에 정부는 수능 비중을 거듭 높였다. 앞의 조치는 수시(학생부 전형) 비중이 커지는 데 대한 원성이 잦아지자 나왔고, 뒤의 조치는 학교 시험 부정이나 ‘특권층 대물림’ 시도(사건)들이 학생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자 나왔다. 교육부는 “국민들의 불신이 지속됨에 따라” 방안을 거듭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표했었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를 위한 개편에서도 이런 관성을 이어갈 것이다. 대통령 말마따나 “국민 관점”에서 추진할 것이다. 실지로 교육부도 최근 개편 추진을 알리면서 그렇게 공언했다. 교육부차관(교육부장관은 공석인 상태)은 ‘대입정책자문회의’를 처음 소집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만큼, 충분한 소통과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개편안 마련을 준비해 갈 것이다.”
대입제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정부의 정책 관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개편 논의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씨름할지 대강 짐작해 볼 수 있다. 대입제도를 개편해야 하는 정책상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고, 그만큼 분명하게는 아니지만, 국민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도 얼추 헤아려 볼 수 있다. 여론을 뒤집을 만한 돌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교육부가 내놓을 ‘시안’이나 그것을 둘러싼 ‘공론화’ 흐름이 지금 우리가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는 쟁점의 구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웬만큼 짐작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순조롭고 또 순리일지 모른다. 뜻밖의, 놀랄 만한 개편은 아마도 ‘국민’이 바라지 않을 것이다. 폭이나 깊이가 어떻든, 개편 자체만으로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물론 학교와 대학에도 성가신 일이다. 개편 때마다, 왜 하필 ‘나(내 아이) 때부터’ 바꿔서 나를 ‘실험 쥐’로 만드느냐는 항의가 빗발친다. 바뀌는 만큼 ‘대입 컨설팅’도 더욱 기승부릴 것이다. ‘사교육’ 아우성이 일어날 게 뻔하다. 학교나 대학에서도 새로운 정부 지침에 다시 적응해야 하고, 개편에 따라붙는 사회적 불신에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대입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렇기에 미욱한 일이고, 근본적인 개편안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더욱 ‘물정 모르는 짓’이 된다.
나아지기 어려운 현실, 깊이 들여다봐야
이번 대입제도 개편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짓일 수 있다. 우리 사회 역시 대입제도에 놀랄만한 변화가 일어나는 걸 반기지 않을 법하다. 이게 현실이라고, 그렇다면 여전히 관성대로, 가능한 한 잡음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대입제도를 손보고 말아야 하는가. 당장 현실이 그렇게 돌아갈지 모르지만, 현실을 계속 묵인하기엔 우리 교육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대입제도에 대한 우리 생각과 그동안의 개혁을 철저하게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개편에 기대를 걸기 이미 늦었다 하더라도 깊이 살펴 가야 한다.
대입제도에 대한 불만은 우리 사회에 늘 넘쳤고 그런 만큼 정부는 빈번하게 대책을 들이대 왔다. 결과는 늘 실패였고 또 다른 개편을 불렀다. 그런 낭패의 기억은 이제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대마저 접게 했고, ‘국민’은 성가신 변화보다 익숙해진 그대로가 차라리 낫다고 여기게까지 되었다. 실패와 비난에 시달려 온 정부도 적극성을 잃었다. 제도를 바꾸어야 할 계제를 만나면, ‘위원회’를 내세우고 ‘국민과 함께’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다수결’(또는 ‘의견수렴’) 절차의 방어막 뒤로 몸을 사린다. 개편이 실질적인 개선을 기약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며 자성했어야 할 때를 놓친 지 오래다.
우리 현실은 비유컨대 플라톤의 ‘동굴’일 수 있다. 적어도 대입제도에 관한 한, 그렇게 비유하는 게 일리 있어 보인다. 우리는 대입제도의 허상에 익숙해 있고, 허상의 신화가 지시하는 ‘개혁’의 역사를 걸어왔다. 신화에 속박되어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 채, 그 허상을 부수고 진정한 쇄신을 도모하려는 시도들에 대해 비웃어 왔다. 현실도 모르면서 이상만 떠든다고 조롱하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번 대입 개편 과정에서도 진정한 쇄신의 호소가 없지 않겠지만 여전히 무시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동굴에 안주하며 대입제도라는 ‘전통’ 그림자 인형극의 이야기를 조금 비트는 선에서 개편을 마무리할 것이다. 동굴 밖 밝은 세상에서는 그 인형극에 필요한 암막 자체가 버려진 지 오랜데도 말이다.
우리 대입제도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제도의 해악이 매우 심각하다. 이제는 해악이 해악이라고 여겨지지도 않을 만큼 ‘비정상의 정상화’가 굳어져 왔지만(그래서 사태는 더욱 심각하지만), 제도 개편의 시도들은 골수 문제를 간과하며 비정상성 굳히기를 거듭해 왔다. 앞에서 이미 운을 뗐듯이, 이번 대입제도 개편도 그런 전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듯하다. 정부는 ‘미래형’이라며 이번에는 다를 듯이 홍보해 왔지만, 그리고 새롭게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나 정책자문회의를 통해서 전문성과 민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얘기해 왔지만, 그런 수사나 절차들은 예전에도 있었다. 우리 공론을 지배하고 있는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대입제도 안에 도사린 병폐는 여전히 못 보고 지나칠 것이고, 우리 교육과 사회의 악은 모르는 사이에 더욱 깊어 갈 것이다.3
교육부가 드러낸 습성 또는 속셈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 기대할 게 별로 없으리라는 예상부터 짚어보자. 사실 교육부는 이번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 제법 구체적인 생각을 드러낸 적이 있다. 앞으로 정책 과정에서 그 점을 얼마나 의식할지 모르지만, 개편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룰 사안들을 이미 예고해 놓았다. 작년 11월 24일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을 발표했는데, 그 문서에 “고교학점제, 2022 개정 교육과정 등 미래교육 정책 추진에 따라 … ‘미래형 평가-대입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예정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개편 예정과 관련해서 “주요 논의 사항”을 제법 구체적으로 적시해 놓았는데, 그대로 옮겨오면 아래와 같다.
내신평가 및 학생부 기재 방법, 수능 시험과목 및 출제 범위, 수능 및 대입전형 체계, 공론화 방식, 교사 전문성 강화와 입학사정관 역량 강화 등 현장안착 및 사전준비 방안 등
교육부가 열거한 위 ‘주요 논의 사항’ 가운데 앞에서부터 세 개 항목을 보면, 대입제도 개편이 어디로 갈지 제법 확연하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즉, ‘내신’(학생부) 자료(기록)가 바뀌고, 수능의 과목과 범위가 바뀔 것이며, 따라서 내신과 수능의 기반 위에서 구축되는 ‘대입전형 체계’도 바뀔 것이라고 항목들은 말해주고 있다. 더 세세하게 어떻게 바뀔지는 물론 알려진 바 없다. 앞으로 내신과 수능을 바꿀 시안들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고, 그것들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도 거쳐봐야 모든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교육부가 공표했던 주요 논의 사항이 유지된다면, 이후 연구나 공론 과정에서 변이를 보일 여지는 그다지 크지 않다. 주요 논의 사항은 대입제도를 논의해 온 우리의 습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무엇보다도 대입제도의 기존 틀을 유지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학생부와 수능을 근간으로 하는, 수십 년 전통의 틀을 바꿀 엄두는 전혀 없다. 그렇다면 핵심적인 대입 전형자료가 학생부와 수능에서 나오게 된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교육부는 다만, 학생부와 수능의 구성과 내용이 달라지고, 달라질 두 원천에서 나오는 전형자료를 활용하게 되는 제도의 구조(‘전형체계’)가 따라서 달라지리라고만 상정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대입제도가 변해 갈 수 있는 길의 갈래는 많지 않다. 더욱이 그 갈래는 ‘공론화’나 ‘국민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면서 더욱 줄어들 것이다.
학생부를 손본다?
교육부가 중요하게 논의할 첫째 사항으로 든 ‘내신평가 및 학생부 기재 방법’이 실지로 어떻게 논의되고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부터 짐작해 보자.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내신평가 및 학생부 기재 방법을 새롭게 논의해야 할 이유는, 우선,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그 이수 체제인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는 데서 생겨난다. ‘내신평가’라는 용어는 여러모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교육부가 쓰는 맥락에서는 아마도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 하는 해묵은 논란과 관련해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새로 도입하게 되는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아래에서는, 적어도 정책이 표방했던 취지대로라면, 학생들이 선택과목을 매우 다양하게 이수하게 될 것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희망이 웬만하면 모두 수용되도록 과목 선택 폭을 충분히 넓히겠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약속대로 폭이 커진다면 과목에 따라서는 수강생이 매우 적을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런 과목에서 이제까지와 같이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한다면 새로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부를 대입전형 자료로 활용하려는 여전한 계획과 충돌할 수도 있다. 성적 등급별 할당 비율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서 특정 등급이 빌 수도 있고, ‘1점 차이’가 여러 등급 추락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런 학생부(등급) 기록은 전형자료로서도 부실하고, 그런 사태가 예견될 때 학생들은 수강 과목을 교육적인 이유로만 선택하길 꺼리게 된다. 과목의 가치에 대해서는 덮어두고, 수강생 구성과 성적의 관계를 저울질하게 될 것이다.
과목 선택을 권장하는 정책에서 상대평가(수강생들끼리 서로 경쟁하도록 조장하는 평가) 제도를 고집하는 것은 실제에서 모순이 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우리 대입 현실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 상대평가 상황에서 과목 선택은 진로를 개척하기 위해 이루어지기보다 등급(석차)을 올리기 위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 어떤 학생들과 함께 수강하게 될지, 전체 수강생은 몇 명이나 될지 등을 저울질하는 게 선택의 실상이 될 것이다. 물론, 최근 몇몇 대학이 “전공 관련 교과 이수 노력”을 평가하자고 제안한 것처럼, 대학들이 과목 선택의 패턴을 전형에 반영한다면 이야기는 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예로 볼 때, 그런 제안을 (입학 지원자 수가 줄어들지도 모르는데) 받아들일 대학이 많지는 않을 듯하다. 결국, 상대평가제를 유지하게 된다면,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고교학점제를 도입함으로써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교육부가 손가락질했던, 바로 그 구태로 학교 교육이 다시 주저앉을 것이다.
이 점을 모르지 않는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와 함께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를 확대 적용해 가게 될 것이라고 꾸준히 얘기해 왔다. 학생 개개인이 성취해 낸 점수 자체를 인정하는(같은 교실에 있는 학생들과 비교하는 ‘석차등급제’를 지양하는) ‘내신평가 방식’을 마련해 정착시키겠다고 홍보해 왔다. 대입제도 개편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교육부의 홍보대로, 성취평가제를 얼마나 널리 적용할 수 있을지에 따라 내신평가상의 개편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물론, 성취평가제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해서 교육부가 기대하는 ‘교육 정상화’ 효과를 보게 될지는 따로 짚어보아야 할 문제이다).
가능성은 물론 열려 있지만, 대입제도를 논란해 온 우리 경험을 되돌아보면, ‘내신평가’ 변화가 크지 못할 거라고 짐작하게 된다. 성취평가제를 운위하는 순간 ‘내신 부풀리기’나 시험 부정에 대한 우려가 곧장 부각할 것이고, 불과 몇 년 전 사건들에 대한 기억은 그런 우려를 쉽게 떨어내지 못하게 붙들 것이다. 대입 경쟁이 누그러지지 않는 한, 절대평가제로의 전환을 설득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평가 방식은 크게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대입전형에 연루되지 않을 과목들에 대해서는 성취평가제를 적용하겠지만, 전형에서 주목할 과목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가지 못할 것이다. 겨우 간다면, 절대평가제(성취평가제)와 상대평가제를 병행 적용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는 경우 성취평가제는 허울뿐이게 된다.
‘학생부 기재 방법’과 관련해서, 교육부가 어쩌면 더 크게 고심할 사안이 하나 더 있다. 이 점에 대해서도 짐작해 보기는 어렵지 않다. 바로 이전 대입제도 개편(“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학생부 문제에서 비롯되었었고, 이번 개편에서도 그 기억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당시 사달은 ‘특권층 대물림’에 대한 의혹에서 터졌다. 학생부 기재 양식(항목과 내용 범위, 길이 등)과 그 기록에 근거한 전형(‘학생부종합전형’)이 대물림 술책을 용인하고 있다는 비난이 들끓었고, 교육부는 “외부요인 차단”을 위해 “정규교육과정 외의 비교과활동은 대입 반영에서 폐지”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었다. ‘외부요인’이 작용할 듯한 항목들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전형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공정성 강화 방안’은 당시 급한 대로 내놓았던 임시방편인 성격이 짙었으므로, 교육부는 이번 개편에서 방안을 더 잘 다듬어 내놓아야 할 것이다. 학생부 기재 방법은 이런 맥락에서 주요 논의 사항으로 부각하게 되었을 터이다.
교육부가 바꾸겠다고 얘기한 ‘내신평가 및 학생부 기재 방법’에 대해 이상과 같이 짐작해 놓고 보면, 2028학년도 대입제도에서 학생부라는 전형자료가 어떻게 변해 갈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우선, 교과별로 성적을 매기는 방식이 기본적으로는 절대평가를 지향할 것이다. 이를테면 90점 이상이면 A 등급, 그 미만 80점 이상이면 B 등급을 주는 것과 같은 체제로 갈 것이다. 그렇지만 ‘부풀리기’ 협잡을 견제하고 대입전형 자료로서의 효용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적어도 주요(대학들이 전형에서 주목할) 과목들에 대해서는 상대평가 양식을 병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수강생 전체의 성적이 어떤 분포를 이루고 그 속에서 개인의 석차가 어느 자리인지(석차, 평균, 표준편차, 등급별 빈도 등을) 표시하는 양식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학생부에서 ‘교과 학습 발달 상황’에 대해 변화가 위와 같을 거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면, 그 외 ‘비교과 활동’(‘수상 경력’,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 ‘독서 활동 상황’ 등)에 대해서는,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국한하여 기록하게 하는 등 ‘외부요인 차단’을 위한 개편에 주력할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지난 제도 개편(‘공정성 강화 방안’)에서 적지 않은 비교과 활동 항목들에 대해 전형에 반영하지 못하게 이미 막아 놓은 점을 감안하면, 학생부 양식 자체가 이번에 단출해지도록(기재 항목 수와 양을 대폭 줄이는 식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학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학생부(수시) 전형에 작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고, 더 일반적으로, 교육부가 셋째 항목으로 언급한 ‘대입전형 체계’에서 상응하는 변화도 예상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학생부의 비교과 활동 기록을 전형에 반영하는 게 어렵거나 무의미하다고 여겨질 때, 대학들이 교과 성적이나 이수 과목 패턴에 더 주목한다면(서울대학교는 이미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전형체계’에 변화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수시 정시 구분의 의의가 약해질 수 있고, 또 수능 점수와 교과 성적을 함께 고려하는 이른바 ‘종합 전형’의 양식이 생겨날 수도 있다.4
이번 개편이 학생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든, 중요한 것은 변치 ‘않는’ 사실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학생부를 대입전형 자료로 사용한다는 데는 변화가 없으며, 전형자료로서 학생부가 지닌 문제를 해결하는 게 대입제도 개편의 요체라는 생각에도 변화가 없다. 진짜 문제는 이런 불변의 관성에 있을지 모른다. 앞에서 ‘신화’에 대해 주를 달며 내비친 생각도 이런 의심이다. 우선은 2028 개편이 어떻게 예상되는지부터 정리하고, 이어서 남겨둔 의심을 풀어가 보고자 한다.
학생부에 대해 정리해 보았으니, 교육부가 예고한(열거한) 순서를 따라, 이제 수능과 대입전형 체계에 대해 예견해 볼 차례이다. 교육부는 학생부와 함께 수능 시험과목과 출제 범위도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과정을 바꾸고(2022 개정 교육과정) 그 이수 방식을 바꾸는 마당에(고교학점제) 수능이 그것에 맞춰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학생부와 수능에 변화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대입전형 체계’도 흔들리게 된다.
교육부는 개편을 논의할 항목을 열거하면서 “수능 및 대입전형 체계”라는 말을 썼는데, 아마도 수능 과목과 출제의 변화뿐만 아니라, 수능 자체가 분화하거나 시행 횟수가 늘 여지도 열어 두었어야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입전형 체계’라는 용어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인데, 학생부와 수능의 변화가 대입전형의 시기(수시, 정시)나 전형 방식(두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 등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둔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가능성이 실지로 어떻게 나타날지 살펴볼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기획칼럼-‘2028 대입제도’] [1]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어디로 가고 있는가? (9월 22일 게재)
☞ http://21erick.org/column/8866/ - ‘대입제도를 장악한 신화’가 어떤 것이며, 이제까지 ‘개혁’이 어떻게 그 신화에 버무려져 있는지, 이어지는 글들에서 다룰 것이다. 이를테면, “대입제도는 단순·공정·투명해야 한다”,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게 상책이다”, “학생부는 교육을 정상화하고, 수능은 공정하다”, “대학 평준화로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 등과 같은 주장이 널리 수긍되는 이면에 우리의 ‘신화’가 있으며, 그런 신화를 등에 업은 ‘상식적인’ 주장과 논쟁이 ‘개혁’을 표방하지만 실지로는 대입제도의(궁극적으로는 교육의) 진정한 발전을 막고 있는 게 아닌지 살펴볼 것이다.
- ‘비정상의 정상화’가 굳어져 왔다는 게 무슨 뜻이며, 그렇게 ‘교육과 사회의 악’이 깊어지리라는 게 어떤 전망인지 자세히 논의하는 것은 뒤로 미루어 둘 것이다. 2028학년도를 위한 개편이 어떻게 될지 먼저 정리하고, 그 예상을 탁상에 놓고 얘기를 풀어 나아가기로 한다.
- 거듭 예고하지만, 이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능의 변화를 예견해 본 뒤 관련해서 더 논의하게 될 것이다.
‘교육사회학’ 선생으로 일했다. 부족했던 점을 성찰하며,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더 공부하고 있다. 한 사회가 교육과 학교에 대해 어떤 신화(상식)를 만들고 품는지, 그리고 그런 신화는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분석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인류 역사와 사회의 구분을 따라, 교육의 관습과 제도로 드러나고 또 변전해 온 신화들을 캐며 비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