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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상처 입은 교사와 학생, 따뜻하게 보호받으려면

#811 김계현, 상담심리 전문가 2022.10.04

박쌤과 남현이의 이야기

 

[초등6학년 담임 박쌤의 이야기]

수요일 오전 9시, 박쌤은 수업을 시작하려다가 맨 뒷줄에 엎드려있는 한 아이를 발견했다. 수업시간에 산만하기로 유명한 남현이었다. “남현아, 왜 그래? 아프니?” 박쌤이 물었지만, 남현이는 말이 없었다. 박쌤은 다가가서 “수업 시작해야지~ 자아~”하면서 남현이의 등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때 남현이가 선생님의 팔을 거세게 뿌리쳤고, 박쌤은 뒤로 밀려서 넘어지고 말았다. “씨발, 건드리지 말라고!” 반 아이들이 일제히 박쌤과 남현이를 바라봤다. 박쌤은 순간 당황했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나뒹굴었다. ‘더 세게 말해야 할까. 그러면 남현이를 더 자극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엎드려있는 남현이를 무시하고 수업을 하자니, 그게 옳은 건가 싶었다. 교사로서의 자존심이랄까, 아니, 그보다는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시키는 게 교사인데, 그냥 지나치면 직무 태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박쌤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 “너 수업 끝나고 교무실로 내려와!” 박쌤이 돌아서서 교단으로 향하려는데, 남현이가 손에 있는 핸드폰을 던져서 박쌤의 뒷통수를 맞혔다. 순간 모멸감과 치욕스러움에 박쌤은 눈물이 핑 돌았다. 억울하고 분하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의 시선도 보이고, 아프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 어지러웠다.

 

[열세 살 남현이의 이야기]

수요일 오전 9시, 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 남현이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엄마의 퉁퉁 부은 얼굴이 생각나서 자꾸 눈물이 났다. 어젯밤 술에 취한 아빠의 고성과 엄마의 울부짖음, 우당탕탕 물건 부서지는 소리에 방문을 걸어 잠갔다. 여동생에게 이어폰을 씌워주고 꽉 끌어안았다. 그대로 잠이 들었고, 무시무시한 꿈을 꿨다. 아침에 밥을 먹으면서 힐끗 보니 엄마의 얼굴이 멍투성이였다. “아빠가 또 때렸어?” 엄마는 말없이 울었다. 학교에 왔지만 계속 엄마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남현이는 책상에 엎드린 채, 속으로 울분을 삼켰다. 아빠에게 어떻게 복수해야 할까, 엄마랑 여동생을 데리고 집을 나갈까, 그냥 죽어버릴까, 모든 게 다 짜증스러웠다. 그때 누군가 내 등에 손을 얹더니 힘을 가했다. 남현이는 온몸에 전기가 통해서 머리카락이 삐죽 서는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나를 괴물처럼 쳐다보는 쌤의 시선이 느껴졌다. 구경거리처럼 쳐다보는 아이들의 시선, 나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는 걸 던졌다. 화풀이처럼. 그게 박쌤의 머리에 맞자 당황했지만, 아닌 척했다. 쎈 척.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쎄다는 걸.

 

안녕하세요. 저는 상담사입니다. 교육청에서 교사들의 심리정서를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박쌤과 남현이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만나온 여러 교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문제아를 만나면 선생님이 정말 힘들겠다..’할 겁니다. 하지만 남현이는 아이예요. 부모와 어른의 보호가 필요하고, 안전하게 배워나갈 기회를 받아 마땅한 열세 살 어린이입니다. 하지만 남현이는 그런 기회를 받지 못했습니다. 화가 날 때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모르니, 집에서 보고 배운 대로 욕하고 소리치고 물건을 집어던지면서 화풀이를 해댄 거죠. 남현이의 행동은 잘못이지만, 배움의 기회를 못 받은 건 남현이의 잘못이 아닙니다. 남현이는 무서운 밤을 보내면서도 여동생만은 지켜주려는, 책임감과 보호본능이 있는 친구예요. 어쩌면 먼 훗날에는 ‘문제아 남현이’가 아니라 ‘의젓하고 듬직한 청년’으로 불릴 지도 모르죠.

 

혹, 누군가는 박쌤을 보면서 ‘교사가 애들 눈빛만 보면 다 아는데, 대처가 미흡하네. 이거 초짜 교사 아냐?’하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신규 교사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경력이 많은 교사에게 더 큰 심리적 충격을 주기도 해요. 상담실에 온 교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제가 그래도 웬만한 애들을 다 만나봤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는데, 그런 제가 애들을 통제 못한다는 게 너무 자괴감이 들고, 지금까지 교직생활을 제대로 못한 것 같고, 지금껏 해온 게 맞나 싶어서, 점점 자신감이 떨어져요.”

 

교사가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애들 눈빛만 보고 지금 기분이 어떻고,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뚝딱 맞추나요. 물론 경험이 쌓이면 감은 있겠지만, 학급당 20~30명이 되는 아이들의 개인 사정을 일일이 들여다보기란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학급에서 어떤 문제가 벌어지면, 무조건 교사의 탓인 양 비난하는 일이 참 많습니다. “박쌤이 학급운영을 제대로 못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졌잖아요. 아이들 하나하나 케어도 못하고, 교사 맞습니까?” 학교 관리자도, 동료교사도, 학부모도 교사를 탓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게 주변에서 비난하지 않아도, 교사 본인이 가장 크게 자책하고 있는데 말이죠.

 

수요일 오전 9시, 수업시간에 남현이가 박쌤에게 가한 행동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해당합니다(교원지위법 제15조 1항). 박쌤은 학교장에게 신고하여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교원에 대한 보호조치, 학생에 대한 처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절차, 법을 논하기 전에, 다시 글의 앞머리로 돌아가서 박쌤의 이야기와 남현이의 이야기를 찬찬히 다시 한 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가장 친한 동료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박쌤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어땠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내가 남현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법과 절차는 냉정해야 하지만, 사람들 사이의 질서를 위해 만들어진 게 법이라면, 그 법을 따를 때는 늘 사람이 중심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쌤은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소집했고, 남현이의 행동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 중 ‘폭행, 상해’에 해당이 되어 남현이는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남현이와 부모님 모두 심리상담과 교육 이수를 받게 되었지요. 절차대로, 법대로 처리되었지만, 아직 끝은 아닙니다.

 

박쌤이 교사로서의 자기존중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주변인들의 배려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책임소재를 따지고 비난하기보다는 ‘노련한 교사여도, 충분히 힘들고 당황스럽고 아플 수 있음을’ 마음으로 알아주어야 합니다. 교육활동 침해 상황이 벌어졌을 때, 교사는 이를 학교 관리자(혹은 교권담당교사)에게 제일 먼저 알리는데, 이때 학교 관리자의 초기 반응과 대응이 중요합니다. 학교관리자가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면, 교사는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구나. 결국 나 혼자 이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구나’하면서 또다시 좌절하고 불안해합니다. 따뜻함과 적극성을 담아서, ‘많이 놀랐겠어요. 박쌤이 안정을 취하는 게 제일 우선이죠. 필요한 게 있다면 뭐든 도울 게요.’라고 말해주면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교사를 은근히 비난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만은 조심해 주었으면 합니다.

 

남현이가 하게 될 심리상담과 교육이 그저 시간만 채우는 게 아니라, 진짜 배움과 치유가 일어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런 배움과 치유가 일어나려면, 남현이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아야 합니다. 폭력과 죽음의 공포가 도사리는 가정이 아니라, 따뜻하고 든든한 가정이요. wee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가정폭력상담소 등과 연계해서 부모상담, 가족상담을 할 필요도 있습니다. 아버지의 폭력성이 사라지고, 어머니가 힘을 회복해나가는지 계속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남현이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경계의 날을 세우지 않고, 자신의 분노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과 타인을 향한 존중과 예의를 배우게 될 겁니다.

 

이 세상 모든 박쌤과 남현이를 응원합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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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 전문가 김계현

필자는 심리학, 뇌과학을 전공한 상담심리 전문가로, 이전에는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부설 뇌기반교육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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