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특집] 기초학력의 첫걸음, 한글 교육
기초학력의 첫걸음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적절한 시기는 공교육이 시작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라고 생각한다. 지역에 따라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1학년에 들어왔을 때를 살펴보면 한 반에 한글을 읽지 못하는 학생 1~2명, 한글을 더듬더듬 읽는 학생 3~5명 정도가 있다. 기초학력의 격차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되는 기초학력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현장에서의 사례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실패
나는 초등교사다. 교육경력 23년 중 1학년을 11년간 담당했다. 1학년을 가르칠 때 한글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가르쳐왔다. 2019년에 1학년을 가르쳤는데 3월에 조사했을 때 2명의 학생이 한글을 몰랐다. 그래서 3월부터 매우 집중적으로 자음과 모음을 배우고 노래로 부르며 한글을 반복적으로 가르쳤다. 1학기가 끝나자 1명은 한글을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고 다른 1명은 1학기에 배운 것을 모두 잊어버렸다. 2학기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한글을 모두 잊어버린 A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아이는 2학기 말이 되어도 한글을 읽을 수 없었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아이가 2학년이 되었을 때의 학교생활이 얼마나 힘들지 감히 짐작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교사로서 참담했다. 그래서 나는…
한글 읽기 지도 과정
2020년 학습연구년을 하며 2학년에 올라간 A를 대상으로 한글 읽기 지도를 했다. 코로나로 인해 5월 12일부터 11월 30일까지 65회기 매주 월, 수, 금요일에 「찬찬한글」과 「수준 평정 그림책」, 스케치북에 한 문장 쓰기를 했다. 연수들과 읽은 책들을 참고하여 이 방법을 선택했다. 매회기 40~60분 동안 가르쳤는데 아이가 배우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고, 동영상을 보며 한글 지도일지를 썼다(동영상 촬영은 학부모의 허락을 받았다.).
A학생을 가르친 첫날, ‘한글 또박또박’ 사이트에서 A의 한글 해득 정도를 진단했다. 모음 ‘으’를 발음하지 못했고, 자음은 거의 읽지 못했다. 매회 가르치면서 느낀 것은 A는 모음의 짧은 막대 방향을 구분하기 어려워했고 자음자의 모양과 소리값을 느리게 습득했다. 그래서 모음 ‘ㅏ, ㅓ’부터 하나, 하나 모양과 소리를 지도했다. 그리고 수준 평정 그림책 0단계부터 글을 읽을 수 있게 지도했다. 수준 평정 그림책은 그림과 아주 짧은 한 문장이 제시되어 학생이 읽을 때 부담이 적었다. 매회를 거듭하며 A는 읽을 수 있는 글자들이 늘어났다. 그 전회에 배운 것을 자주 잊어버렸지만 다시 반복해서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복습하고 시작했기에 1학기가 끝났을 때는 받침이 없는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자음+모음에 받침소리는 매우 어려워하여 모르는 받침소리는 다시 반복하며 배웠다. 배운 글자들은 「수준 평정 그림책」의 문장에서 읽을 수 있는지 확인하였다. 「수준 평정 그림책」은 단계별로 되어 있기에 4단계를 읽을 때는 1학년 수준에 들어왔구나를 짐작할 수 있어 좋았다. 매회 꾸준히 가르쳐 10월에 한글 수준을 진단했을 때 한글 해득(보충)이 되었다. 「찬찬한글」은 받침글자의 소리값을 합성하며 읽을 수 있게 지도했고 11월 30일이 되었을 때 한글 해득(완성)이 되었다. 수준 평정 그림책도 13단계 마지막 그림책을 읽었다. 13단계는 2학년 단계에 진입한 수준이다. 2학년 담임선생님과 이야기한 결과 국어 수업 시간에 천천히 따라온다고 했다. A는 매회 아주 조금씩 조금씩 한글을 알아갔는데 본인이 쓴 ‘한 문장 쓰기’에 쓴 것을 보며 다시 확인하고 다시 모를 경우 자음+모음에 받침소리값을 합성하며 자연스럽게 한글의 소리를 익혀갔다. 한글 지도를 하며 A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아이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려 노력했다. 어느 순간 학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봇물 터지듯이 많이 하게 되었고, 그림책도 천천히 잘 읽게 되었다. 한 문장 쓰기도 오늘은 이렇게 쓰고 싶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림책을 읽고 궁금한 것들을 질문했다. 글을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하기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한글을 지도하는 과정을 거치며 한글 읽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한글 읽기 지도 후 알게 된 것
1. 한글을 모르는 학생을 가르칠 때는 한글 원리에 따라 소리로 가르치는 것이 좋다. A학생은 다문화가정 학생이었는데 모음의 모양과 소리, 자음의 모양과 소리, 자음+모음의 소리, 자음+모음에 받침소리를 배울 때 글자 소리를 정확히 소리 내는 걸 어려워했다. 학생이 정확히 소리를 낼 수 있게 입모양과 소리를 들려주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니 학생은 글자와 소리를 연결하게 되었다.
2. 「찬찬한글」로 배울 때는 소리 내는 것을 어려워하는 면이 있는데 「수준 평정 그림책」에서는 문장으로 읽으니 글자를 더 자연스럽게 소리 내어 읽었다. 소리를 배우고 문장으로 읽으니 더 효과적이었다.
3. 한글을 가르칠 때 말하기, 읽기, 쓰기가 같이 이뤄지니 더 효과가 있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한 문장 쓰기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매회 한 문장 쓰기를 할 때 학생과 대화를 나눈 것 중에서 골라서 했는데 자신이 이야기한 것을 문장으로 만드니 학생이 좋아했고, 자신이 문장을 썼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쓴 문장에서, 자신이 읽을 글에서 낱말들을 구분하고, 낱자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학생으로부터 나온 문장이어서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4. 한글 읽기 지도는 꾸준히 지도해야 한다. 매일 지도하면 좋고 적어도 일주일에 2∼3회 이상 지도해야 효과가 있다. 학생이 모르는 것, 잊어버리는 것이 많기에 자신이 아는 것과 연결시키고, 모르는 것을 반복하게 해야 하기에 그렇다.
5. 한글 지도 일지를 쓰는 것이 한글 지도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학생이 찬찬한글을 배울 때 어느 것을 모르는 지 한글 지도 공책에 쓰게 했다. 수업 중 그림책을 읽을 때 학생이 모르는 글자들을 적게 했고 학생이 그림책을 읽고 난 후 다시 그림책으로 못 읽는 글자는 소리 나는 대로 읽을 수 있게 소리합성을 지도했다. 집으로 돌아와 동영상을 보며 한글 지도 일지를 다시 정리했다. 그림책을 읽을 때 학생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점검하고 모르는 것은 다음 차시에 반영하여 지도했다.
2021~2022년 학생 한글 읽기 지도 사례
2021년에는 2학년을 가르쳤다. 학생 중에는 한글 모음과 자음도 모르는 등 한글을 어려워하는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일반가정 학생이었다. 3월 4일부터 매일 한글 지도를 했다. 모음의 모양과 소리값, 자음의 모양과 소리값을 가르치고 「수준 평정 그림책」 0단계부터 읽기를 시작했다. 이 학생은 낱자 발음을 별로 어려워하지 않았기에 그림책이 주가 되고 「찬찬한글」를 통해서는 못 읽는 글자의 받침소리만 지도했다. 이 학생을 꾸준히 지도한 결과 5월 25일 한글 해득 수준을 진단했을 때 한글 해득(완성)이 나왔다. 이 학생이 국어 시간에 수업을 따라올 수 있도록 교사의 도움과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으며, 한글을 읽게 된 후에도 학생을 꾸준히 지도했다. 이 학생은 한글을 못 읽었고, 수개념도 형성되지 않았기에 수학 시간에 여러 가지 도형을 배울 때는 수학교과서로 배웠고, 수를 배울 때는 1학년 내용을 배울 수 있게 했다. 1년 동안 아침 시간과 방과후 시간을 이용해 이 학생을 지도했다.
올해는 다시 1학년을 맡았다. 그래서 읽기 따라잡기 연수를 들으며 한글을 더듬더듬 읽는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읽기 따라잡기 연수는 한글 읽기 지도 전문 연수이다. 60시간 동안 연수를 들으며 학생을 가르치고 학생이 한글을 읽는 과정을 일지로 적는다. 컨설팅도 받고, 연수에서 동영상 수업을 공개하여 한글 읽기 지도를 피드백 받는다. 내가 읽기 따라잡기 연수를 듣는 것은 한글 읽기 지도 방법을 좀 더 배우고 싶어서이다. 올해는 해당 학생을 주 3회 방과후 시간에 지도하고 있다. 학생이 한글을 매우 매우 천천히 읽기에 한글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글자들을 소리 나는 대로 읽게 지도하고 있다. 이 학생을 가르치는 과정에는 익숙한 그림책 읽기, 낱말 탐색, 새로운 그림책 읽기, 한 문장 쓰기 등이 있다. 그림책은 「수준 평정 그림책」을 사용한다.
한글이 어려운 학생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나는 한글이 어려운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늘 생각한다. 2015 초등학교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한글 교육에 대해 1학년 1학기에 61차시, 1학년 2학기에 5차시를 배정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27시간보다 더 많이 배정된 것이기에 바람직한 방향이었다. 그럼에도 2015 교육과정에서 설정한 66시간의 한글 교육 시간은 한글이 어려운 학생이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기까지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수업 시간에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모음의 모양과 소리, 자음의 모양과 소리, 자음+모음과 소리합성 지도를 한다. 한글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게 한 문장씩 선생님 따라 읽기, 남녀 번갈아 한 문장씩 읽기, 혼자서 3번 소리 내어 읽기로 학생들이 읽기를 많이 할 수 있게 지도한다. 한글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한글을 소리 내어 읽는 일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1학년 교육과정은 한글 읽기와 쓰기에 집중하여 운영하기를 제안한다. 한글을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언어 활동으로 집중하여 운영하면 한글이 어려운 학생은 한글을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읽게 될 것이고 2학년에 올라갔을 때 학습에 있어서의 어려움이 덜할 것이다.
둘째, 한글 지도 전문교사를 학교에 배치한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한글이 어려운 학생이 수업 시간을 따라오는 것은 매우 힘들다. 수업은 중간 정도 수준에 맞춰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는 한글 읽기 지도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한글이 어려운 학생이 한글을 읽기까지에는 매우 긴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한글이 어려운 5∼10% 학생, 다문화 학생, 난독증 학생, 발음이 불명확한 학생의 경우는 학급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이 학생을 가르치는 1학년 담임교사는 한글 읽기 지도 방법을 배워 이 학생들이 한글을 보통의 아이들처럼 자연스럽게 읽고 쓸 수 있도록 가르칠 의무가 있다.
넷째, 1학년 학급 당 인원수를 줄여야 한다. 올해 울산은 1학년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줄였다. 보통 1학년 학급의 학생 수가 27∼28명 있을 때보다 학습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더 많이 도와줄 수 있었고, 모르는 부분을 한 번 더 피드백해 줄 수 있었다. 학급 당 학생 수 줄이는 것은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지역에 따라 학생의 환경과 학생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드니 배움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었기에 이 점을 고려하면 좋겠다.
다섯째, 한글 읽기 지도 그림책이 매우 많아졌으면 한다. 한글 읽기 지도에 교재로 「수준 평정 그림책」을 사용했다. 「수준 평정 그림책」은 0단계부터 13단계까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 학생까지 읽기 수준별로 읽을 수 있게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8쪽에서 16쪽까지 매우 얇은 그림책으로 한 문장에서부터 조금씩 문장을 늘려가는 그림책이다. 한글이 어려운 학생들은 한글을 읽는 데 거의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린다. 그러다 보니 글이 많아지면 매우 괴로워한다. 「수준 평정 그림책」은 1권씩 읽어나가며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니 나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각 단계별 4권으로 되어 있는데 이 권수는 양이 매우 적다고 본다. 그래서 한글 읽기 지도 그림책이 매우 많아져 학생들 한글 읽기 지도에 좋은 교재가 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글 교육으로
2019년 A학생의 한글 읽기 지도가 실패하고 난 이후 한글 읽기 지도는 내가 가야 할 길이 되었다. 한글 읽기 지도를 통해서 교사로서 훈민정음 제자원리에 따른 소리로 배우는 한글, 단계별 그림책으로 하는 한글 지도 방법, 한 문장 쓰기로 읽기와 쓰기가 함께 가며 더욱 확장되는 한글 지도 방법 등 교사로서의 지도 역량을 더욱 키울 수 있었다. 지금은 더듬더듬 읽는 학생이 한글을 자연스럽게 읽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학생은 나에게 한글 읽기 지도 방법을 가르쳐 준 선생님이다. 아이들에게 고맙다.
학생에겐 읽고 쓰기를 배워야 배움의 길이 열린다. 보통의 학생들만큼 읽고 쓸 수 있어야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고, 주눅 들지 않으며,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람차게 살아갈 수 있다. 한글이 어려운 아이들이 한글을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게 되어야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경상북도교육청(2017), 「찬찬한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 엄훈 외 2인(2018), 「수준평정그림책시리즈」(48권 세트), 교육공동체벗.
• 엄훈(2018), 「초기 문해력 교육을 위한 수준 평정 그림책의 활용」, 교육공동체 벗.
현재 울산성안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 중이며, 2022년 읽기 따라잡기 연수를 통해 한글을 매우 천천히 읽는 아이의 어려움과 이 아이를 위한 학습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교사로서 배우는 일은 즐겁습니다. 아이는 저를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를 통해 천천히 아이와 함께 변화해 가는 제가 좋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 아이들 외국인 한글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