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입제도 모색, 문제해결 범위·접근방식을 바꿔야!
조국 법무부장관 자녀를 둘러싼 대학입시비리 의혹 이후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을 개선할 필요성에 대한 정부와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교육부가 검토 중인 것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학부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학종의 비교과를 없애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종이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의 대학 우선 선발 통로가 되고 있다고 보고 특목고·자사고의 일괄 폐지를 검토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학종 조사단’를 구성해 학종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다(조선일보, 9월 27일). 이런 접근으로는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강화할 수 없다. 문제해결의 방식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우선 대입시와 관련해 ‘공정(성)’이란 용어의 오용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흔히 ‘수능을 통한 정시 전형이 점수로 줄 세워 투명하게 선발하기 때문에 학종보다 공정하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점수로 줄 세워 투명하게 선발’하는 것은 ‘투명성·객관성’에 관한 것이지 ‘공정성’과는 상관이 없다. 수능은 ‘객관적인’ 시험이지 ‘공정한’ 시험은 아니다. 사교육 지원을 통한 부모효과,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학생의 능력을 측정하기에 어떤 문제가 출제되느냐에 따라 개인별 유·불리함이 결정되는 점, 하루 종일 시험을 보기 때문에 당일 컨디션이 나쁜 학생들에게 불리한 점, 속도가 중요한 시험이기에 속도가 느린 학생들의 불리함 등은 수능시험이 불공정한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공정한 대입제도의 모색은 ‘공정한 대입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바르게 정의한 후 시작해야 하고, 논의의 폭과 방향도 지금과 많이 달라야 한다.
이번 기회에 대입제도를 포함해 교육제도 전반을 개혁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대입제도 개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먼저 설정하고(with the end in view) 그런 목적을 달성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 열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시스템적 사고(systems thinking)와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과 같은 문제해결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부록 참조]. 이것은 최근 핀란드가 새로운 교육과정 개발에 적용했던 바로 그 기법이다. 지금 교육부의 접근은 너무나 미시적이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대입제도의 공정성 강화는 아래 6가지 요건을 두루 고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선발의 공정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공정성 논의는 매우 위험하며 타당하지도 않다.
① 입시경쟁교육 완화를 통한 청소년 웰빙 제고
②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
③ 학교교육의 질 제고 도모
④ 대학 신입생 선발에 긍정적 차별(positive discrimination) 정책 도입
⑤ 대학 신입생 구성의 다양성 제고
⑥ 모두를 위한(모든 계층의 학생들을 위한) 제도 개선
현재 교육부가 검토하고 있는 접근은 너무 시야가 좁아 위 6가지 목표 달성은 어림도 없다. 위 6가지가 대입제도 개편의 핵심 목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① 입시경쟁교육 완화를 통한 청소년 웰빙 제고
한국건강증진재단(2014)이 전국 14~19세 남녀 중고등학생 1천 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건강에 대한 인식과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청소년의 29.1%가 최근 한 달 동안 심한 우울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22.8%는 심한 두려움을, 22.2%에서는 심한 신경과민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10대의 지난 4년간 정신질환(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조울증) 증가율이 66%나 되며, 2018년 10대의 자살률이 전년대비 22.1%나 증가했다. 청소년 정신건강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하려면 입시경쟁의 강도를 줄여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대입경쟁을 줄기기 위해 크게 세 가지 방법을 논의해 왔다. 하나는 대학을 평준화해 상위권 대학을 없애는 일이고(곧 다시 서열이 생기겠지만), 다른 하나는 상위권 대학 입학을 위한 열망을 줄이는 일이며, 마지막은 대입전형과 관련된 ‘성적(내신, 수능)’의 영향력(stake)을 줄이는 일이다. 첫 번째 방법은 지금까지 많이 논의되어왔지만 수반되는 단점이 너무 크기 때문에 대학의 전반적인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 하겠다. 두 번째 접근인 ‘상위권 대학 입학의 열망을 줄이는 일’은 매우 바람직하며 장기적으로 실현도 가능한 일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대졸-고졸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 선진국 수준의 사회 안전망 확충, 공공기관의 일자리 지역할당제 실시 등을 통해 실현가능한 일이다. 세 번째 접근인 ‘성적의 영향력을 줄이는 일’은 기본적으로 학생부의 영향을 줄이고 수능의 자격고사 성격을 강화해 영향력을 줄이는 일이다. 학생부의 영향력이 지금처럼 커서는 학교교육이 정상적일 수 없다. 학생은 3년 내내 학생부의 노예처럼 살아야 하고 교사는 이를 학생 통제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권력관계는 교사와 학생 간의 진정한 인간적 관계 형성을 방해한다.
학종의 공정성이 문제되자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을 높이자는 의견도 있으나 이런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 오롯이 학교 성적만으로 대입을 결정한다면 학교에서의 학생평가는 선발을 위한 평가의 성격이 강화될 것이며 이는 교육다운 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즉 학습의 목적이 높은 성적을 받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특정 성적의 영향력을 높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최근 OECD가 새로운 학습목표 프레임을 발표했는데 가장 큰 특징이 교육의 최종 결과를 종전의 ‘성공적 삶’에서 ‘개인과 집단의 웰빙’으로 변경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학생의 행위주체성(student agency)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교육과정을 개정한 캐나나 온타리오 주나 핀란드도 웰빙을 교육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때의 웰빙은 일반적인 삶의 질과 행복도 포함하지만 학교교육의 맥락에서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정의적 건강함을 말한다. 한국 학생들의 정의적(affective) 건강이 세계 최하위인 점은 PISA 설문을 통해서 잘 알려진 바 있다. 이번 기회에 아동·청소년의 웰빙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입제도 개선을 추진했으면 한다.
②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
대입제도는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의 육성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인재양성은 고등교육의 주요 목적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대입전형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전형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바로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 정답이 하나뿐인 객관식 문제 풀이에 능한 사람이 21세기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미래사회를 이끌 적합한 인재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인재 육성형 대입전형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인재 육성형 대입전형이란 대입전형을 선발의 과정으로만 보지 말고 인재 육성을 위한 중요한 과정의 하나로 봐야 함을 의미한다.
③ 학교교육의 질 제고 도모
대입제도 개선을 입시의 객관성(이를 흔히 공정성으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음)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면 이것이 학교교육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대입제도의 객관성·공정성 강화는 학교교육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로 봉사활동, 자율동아리활동을 줄이는 것은 입시 선발 객관성 강화 측면에서는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학교교육의 질을 저해하는 접근이다. ‘비교과 폐지’는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격이다. 이는 학교교육의 질 향상보다 대입선발을 우선하는 발상이고 접근이다. ‘비교과 폐지’를 검토할 것이 아니라 ‘폐지할 필요성이 없는 제도’를 만드는 접근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비교과를 폐지한다 해도 현재와 같은 선발 시스템 속에서는 가진 계층의 자녀들이 유리한 조건에서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점은 거의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비교과를 대입에 반영하지 말자는 주장을 하는 측에서는 학교 간 지역 간 이런 활동의 여건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드는데 이런 여건의 차이는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이를 감안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역할당제 등을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입제도 공정성의 강화는 학교교육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어야 한다.
④ 대학 신입생 선발에 긍정적 차별 정책 도입
21세기 사회는 부의 편중으로 인해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 증가로 인해 사회 통합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이를 고려할 때 대학은 포용적 사회(inclusive society)를 지향하는 사회 통합적 전형을 중시해야 한다. 이는 현재의 능력주의 기반 전형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의 대학진학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의 주요국들이 소수집단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쿼터제, 유자격자 중 추첨 등을 시도하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과 관련이 깊다. 대학이 현재처럼 출신지역, 출신학교, 출신문화 등을 고려하지 않고 학업 성적으로만 줄 세워 신입생을 선발하면 우리 사회는 나중에 어떤 모습이 될까? 마이클 영(1958)은 이런 대입전형은 필연코 계급사회를 만들고 2033년경이면 프로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날 것을 경고한 바 있다.
공정한 대입제도가 무엇이냐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처럼 부모의 역할이 크게 반영되는 것을 막는 것이 공정한 대입전형의 초점이 될 수는 없다. 경력 위조나 자소서 대필 등은 공정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에 해당된다. 범죄에 해당되는 것은 법에 의해 처벌을 하면 된다. 대입제도와 관련한 ‘공정’은 이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 특히 한국의 입시 맥락에서 공정함이 무엇인가를 논하려면 “사교육 지원, 문화자본의 세습 등을 통해 부모의 영향이 크게 미친 점수와 그렇지 않은 점수를 동등하게 봐야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공정한 대입전형은 아래 우측의 그림을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래 좌측 그림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불평등을 고스란히 반영한 대입제도의 모습이라면 우측 그림은 출신배경과 상관없이 각 계층의 아동에게 공정한 고등교육 기회를 배분함으로써 평등한 사회를 구현한 모습이다. 이런 사회나 대입전형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공정한 대입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런 철학과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중장기적으로 실현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측 그림을 실현하려면 기본적으로 부모효과(경제적, 문화적 배경이 좋은 가정의 자녀가 누리는 혜택), 학교효과(특목고, 자사고 등 면학분위기 좋은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 등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른 기회균형 선발’이 있기는 하지만 그 비중을 지금의 10%대 초반에서 20%대로 대폭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학이 임의로 정하게 하지 말고 시민의 압력을 통해 의무화하도록 해야 한다. 이의 실현을 위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자녀들에 대한 ‘긍정적 차별 정책(positive discrimination)’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교육부가 고려하고 있는 정책으로는 좌측 그림처럼 키 큰(즉 가정배경이 좋은) 소수의 아이들이 상위권 대학의 신입생의 다수를 차지할 것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⑤ 대학 신입생 구성의 다양성 제고
사회 구성원 및 교실의 학생 다양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인종적, 문화적, 능력적 측면에서 그렇다. 대학은 사회와 교실의 이런 다양성을 수용해서 신입생을 선발해야 한다. 대학이 미래사회를 이끌 인재를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 필요성은 명약관화하다. 각 계층을 대변하는 변호사도, 판검사도, 국회의원도, 장관도, 교수와 교사도 필요하다. 정부가 각 대학을 지원할 때 제1의 조건을 구성원의 다양성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의 하나로 미국의 일부 대학이 흑인과 히스패닉 지원자에게 SAT 시험에서 가산점을 주는 경우처럼 한국의 대학들도 이런 긍정적 차별 정책의 도입을 과감히 시도할 필요가 있다.
⑥ 모두를 위한(모든 계층의 학생들을 위한) 개선
현재 대입전형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논의의 대부분이 소위 가진 계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 기회에 못 가진 계층 자녀들의 입장에서 ‘정의롭고 공정한 대입제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행 9등급 상대평가를 생각해보자. 9등급 상대평가제도는 3등급 이상인 학생들을 배출하기 위해 등급이 그 이하인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낙인을 찍고 과목 선택의 자유를 묵시적으로 빼앗는 제도다. 매우 불공정하고 부도덕하다. 이런 점을 그대로 놔둔 채 공정한 대입제도를 논의하는 것은 위선이다. 대입제도 논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는 누구를 위한 개정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결과적으로는 “모두를 위한 새로운 대입제도”가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입시 성적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살펴서 당장의 성적은 낮더라도 잠재력이 우수한 학생을 고르게 뽑는 대입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교육부, 국회의원, 교원단체, 시민단체 모두 현재의 표피적이고 협소한 대입개편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최소한 30년지대계로 위 6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부록]

<표 1> 시스템 씽킹 (systems thinking)
[주] 결합되었을 때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상승효과를 내기 위한 일련의 분석적 스킬로서 시스템을 이해하고 규명하는 역량을 향상시키고, 시스템의 작용을 예측하며,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수정방안을 고안하는데 사용된다. 특히 복잡하게 얽힌 난제의 해결에 유용하다. 시스템 씽킹은 전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 간의 상호 연결과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참여자들의 고유한 관점, 개선과 관련해 동의하는 범위·규모·내용의 연구와 검토가 핵심이다.

<표 2> 디자인 씽킹 (design thinking)
[주] 디자인 씽킹은 관찰·공감을 통해 인간(end user)을 이해한 뒤 협력(collaboration) 을 통해 다양한 대안을 찾는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와 다수의 해결책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찾는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의 반복을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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