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37) – <총정리> 최고의 수업, 뇌가 배우는 대로 가르쳐라(3)
목차
♣ 수업전략 9: 작업기억(working memory)을 소개하고, 작업기억 향상 훈련을 제공하며, 인지과부하(cognitive overload)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업을 설계한다.
♣ 수업전략 10: 사전지식(prior knowledge)을 진단, 활성화, 구축하고 새로운 정보와 연결시키는 수업을 한다.
♣ 수업전략 11: 학습이 패턴 탐색(pattern-seeking)을 통한 의미 이해와 자동화(program-building)의 2단계 과정임을 이해하고 기존의 잘못된 수업 관행을 개선한다.
※ 위 목차에 있는 각각의 수업전략을 클릭하면, 해당 내용으로 바로 이동합니다.
그동안 연재한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에 관한 칼럼은 ‘뇌에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 이를 교실 수업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살펴보는데 초점이 있었다. 최근 20-30년간 학습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의사가 과학적 근거 없이 개인적 경험에만 의존해 환자를 치료하지 않듯이 교사도 이제는 효과가 검증된 방식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 학습과학은 학습부진까지 예방할 수 있는 과학적인 교수·학습 방법이다. “<총정리> 최적의 교수·학습, 뇌가 배우는 대로 가르쳐라.”는 그동안 소개했던 학습과학 칼럼을 수업 전략의 형식으로 몇 회에 걸쳐 연재할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수업전략 9~11’을 다룬다. 이전의 칼럼에서 이미 읽었던 것과 동일한 내용이 일부 나오는 것은 총정리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칼럼 학습이 이해와 앎의 단계였다면 이번 총정리는 복습을 통한 장기기억화와 실천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 ♣ 수업전략 9: 작업기억(working memory)을 소개하고, 작업기억 향상 훈련을 제공하며, 인지과부하(cognitive overload)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업을 설계한다. |
작업기억에 대해서는 ① 작업기억의 이해, ② 작업기억 3요소가 수업에 주는 함의, ③ 작업기억의 제약과 인지과부하, ④ 인지과부하를 낮추는 수업 전략, ⑤ 작업기억 향상 훈련 순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작업기억의 이해
1) 작업기억의 뜻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정보처리모델의 기억 저장고 3가지, ‘감각기억, 단기기억(작업기억), 장기기억’ 중의 하나로서 정보를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정보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단기기억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감각기억에서 유입된 정보와 장기기억에서 인출된 정보가 일시적으로 유지된다. 이는 인지적 작업대일 뿐만 아니라 의식적인 사고가 일어나는 곳이며 인간은 이를 통해 세상을 보고 이해한다. 작업기억의 사용 예를 들면 어떤 낯선 곳을 찾아갈 때 누군가가 “홍대역 1번 출구로 나와서 100미터 정도 쭉 가서 우측으로 돌아 한 블록 간 다음 건널목을 건너면 우측에 그 식당이 있습니다.”처럼 가르쳐 줄 경우, 이를 들은 사람은 마음속에서 이를 잊지 않기 위해 “홍대역 1번 출구, 100미터 직진, 우측으로 한 블록, 건널목 건너 우측”처럼 되뇐다. 바로 이때 사용하는 것이 단기 작업기억이다. 또 “Working memory is like a temporary sticky note in the brain.”이라는 문장을 해석하기 위해 “Working memory, like, temporary, sticky note, in the brain”이라는 5개의 어휘를 마음속에 동시에 유지시키는 일, 또 “67 ÷ 4”를 암산할 때 4×1=4, 27을 내려 적고, 4×6=24이고 27–24=3이므로 답은 ‘16 나머지 3’라는 과정을 마음속에 일시적으로 메모하는 일 모두 작업기억을 활용하는 예이다.
<도표 1> 정보처리모델에서의 작업기억(Atkinson & Schiffrin, 1968; Baddeley & Hitch, 1974)

2) 작업기억의 하부 시스템
작업기억은 인간의 각종 인지적 정보처리를 하는 작업대로, 아래 그림처럼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그림 1> 작업기억을 구성하는 3요소(Baddeley & Hitch, 1974, 2000)

작업기억을 구성하는 3요소는 다음과 같다: 작업을 지시하고 통제하는 지휘자가 있고, 이 지휘를 받아 실제 작업을 하는 두 일꾼(연주가)이 있다. 작업기억의 작업을 지시하고 통제하는 중앙관리자를 중앙집행기(central executive)라 부르고 언어정보(예: 단어, 숫자 등)의 처리를 담당하는 일꾼을 음운고리(phonological loop), 시공간정보(예: 형태, 패턴 등)의 처리를 담당하는 일꾼을 시공간 메모장(visuospatial sketch pad)이라 부른다. 베들리와 히치(Baddeley and Hitch)의 초기 작업기억 모델에서는 작업기억이 ‘중앙집행기, 음운고리, 시공간 메모장’이라는 3요소로 구성되며, 음운고리를 통해서 청각 정보가, 시공간 메모장을 통해서 시각 정보가 저장되고 중앙집행기에서 두 가지 체제를 조절한다고 보았다. 이후 ‘일화적 완충기(episodic buffer)’의 개념을 추가하였는데 이는 음운고리, 시공간 메모장, 장기기억으로부터 정보를 모으고 통합할 수 있는 임시저장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전의 경험을 해석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며, 미래의 활동을 계획할 수 있도록 정보를 능동적으로 조작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았다.
다음 도표를 통해 다시 설명하면, 중앙집행기는 음운고리와 시공간 메모장 및 장기기억으로부터의 정보를 종합하고 관리하는 지휘자이자 경영자(관리자)의 역할을 한다. 이는 어떤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또 어떤 정보에는 주의를 억제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을 선택한다. 시공간 메모장은 시각 및 공간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 및 유지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한편 음운고리는 청각정보 및 문자정보를 소리 정보로 변환시켜 일시적으로 기억하며, 조음 시연(articulatory rehearsal)1을 통해 음운정보가 소멸되지 않도록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수업하는 상황에 적용하여 설명하면, 시공간 메모장(시각정보 처리 작업기억)은 그림·도표·영상 등의 시각 정보를 처리하며, 음운고리(언어정보 처리 작업기억)는 교사의 구두 설명을 처리한다. 한편 중앙집행기는 교사의 구두 설명과 시각 정보 중 어디에 주의를 기울일지 혹은 어떤 비율로 조화롭게 주의 자원을 나눌지를 통제한다. 한편 일화적 완충기는 음운고리, 시공간 메모장, 장기기억으로부터 정보를 모으고 의미 있는 일화로 통합하고 임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일화적 완충기는 경험을 해석하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며, 미래의 활동을 계획할 수 있도록 정보를 능동적으로 조작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2. 작업기억 3요소가 수업에 주는 함의
작업기억을 구성하는 3요소는 교사의 수업지도에 어떤 함의가 있는 것일까? 우선 교사는 학습자의 작업기억을 구성하는 이 3가지 요소(한 사람의 관리자와 두 사람의 일꾼)가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수업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이해, 학습, 기억 등이 순조롭고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교사가 텍스트 내용으로 가득한 슬라이드를 띄우고(관련 시각정보의 제공 없이) 읽기 중심의 수업을 한다면 음운고리라는 일꾼이 감당해야 할 작업량이 너무 커서 작업의 분담에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한다. 한편 중앙집행기는 텍스트 내용의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 장기기억에서 관련 사전정보를 찾아 인출하느라 매우 분주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 일꾼은 놀게 하고 다른 한 일꾼에게만 힘든 일을 시키는 것과 흡사하다. 따라서 학습자는 이런 학습을 무척이나 힘들어 할 것이다. 교사는 수업을 하는 매 순간 두 일꾼에게 균형 있게 일감을 주도록(언어 정보와 시각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도록) 힘써야 한다. 그래야 학습자의 작업기억을 구성하는 3요소가 조화롭고 순조롭게 작동할 수 있다.
3. 작업기억의 제약과 인지과부하
작업기억에는 두 가지 커다란 제약이 있다. 하나는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정보의 개수(chunk)가 평균 3-5개로 그 수가 작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시연(rehearsal)을 하지 않을 경우 작업기억은 매우 짧은 동안만(15-30초) 정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표 2> 연령별 작업기억 용량(Sousa, 2017)
| 연령 | 작업기억에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정보의 수(chunk) | |
| 최소 | 최대 | |
| 5세 이하
5~청소년(14세 전후) 성인 |
1
3 3 |
2
4 5 |
언뜻 생각하면 조물주가 인간을 디자인할 때 작업기억의 용량도 지금보다 더 크고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15-30초보다 더 길게 하지 않은 것을 궁금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작은 용량과 제한된 유지 시간이 주변 자극에 대한 인간의 반응, 그리고 인간이 쓸 수 있는 에너지,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생존 등을 고려할 때 최적화된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만약 작업기억의 용량이 지금보다 더 크고 작업기억에 정보가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지금보다 더 길어졌다면 인지적 활동에 지금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 것이기에 인간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고달프거나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작업기억의 제약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정보의 개수가 평균 3-5개라는 것은 어떤 특정 순간에 3-5개를 넘는 숫자의 정보가 작업기억으로 들어오면 인지과부하(cognitive overload)2가 일어나 정보의 이해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고, 정보를 매우 짧은 시간 동안(15~30초)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정보가 소실되기 전에 빨리 필기를 하거나 장기기억으로 옮겨 작업대에 새로운 여유 공간을 만들어 교사의 다음 설명이 작업기억으로 무리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작업기억의 한계를 교실 수업 상황에 적용하면, 교사가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내용을 빠르게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빠른 설명은 작업기억 시스템에 인지과부하를 일으켜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하므로 학습자는 더 이상 수업 내용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인지과부하가 상시적으로 일어난다. 사전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수업은 3-5개밖에 들어가지 않는 그릇에 7-10개를 억지로 밀어 넣으려는 것과 흡사해서 의도치 않게 폭력적인 수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지과부하는 주의를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인지과부하로 인해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아동들은 수업 중 딴짓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인지부하(cognitive load)3가 낮을수록 좋다는 뜻은 아니다. 과제 자체의 복잡성으로 인해 인지부하가 큰 것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예로, 철학적 내용처럼 추상적인 어휘가 많이 나오고 배경지식도 부족한 내용의 경우 인지과부하가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또 문장의 길이가 길수록, 예의 제시가 적을수록 인지과부하가 일어나기 쉽다.
특히 학습부진아동을 지도할 때 인지과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수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이 수업 중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는 것은 수업 태도가 나빠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해 그렇게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일 수 있다.
4. 인지과부하를 낮추는 수업 전략
교사는 학생들의 머릿속에 불필요한 인지과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업을 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일부러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줄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과부하가 심한 수업은 피해야 한다. 인지과부하를 줄이기 위한 전략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수업 내용을 학습자의 삶과 관련성(relevancy) 높이기
인간은 생존을 위해 생존에 유리한 정보에 우선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 따라서 교과서의 내용은 학습자의 삶과 직결되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수업 내용이 흥미롭거나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학습자의 작업대는 딴 생각으로 채워진다. 즉 교사의 수업 내용이 유입될 작업기억 공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특히 기초학습부진 아동의 경우라면 학습자의 작업기억 공간을 비운 상태에서 수업을 시작하고 수업 중 수업내용에만 온전히 집중하게 하려면 교사는 의미 있는 수업을 해야 한다.
2) 새로운 정보와 사전지식(배경지식)을 연결시키기
인지과부하는 작은 작업대가 넘칠 때 일어난다. 인지과부하를 줄이기 위해서 작업기억의 용량을 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작업대를 빨리 비우는 방법이 최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작업기억으로 유입되는 정보를 빨리 장기기억으로 옮겨서 신정보와 구정보를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때 신정보와 관련된 사전지식이 존재해야 연결이 가능하므로 사전지식(배경지식)의 활성화가 필요하고 사전지식이 없는 경우는 사전지식(배경지식)부터 구축하거나 선행조직자4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정보를 잘게 쪼개서 제공하기
일단 정보의 덩치가 크면 이를 처리하는 데의 부담 역시 크다. 특히 기초학습이 부진한 아동을 지도할 때는 짧은 문장으로 천천히 말하고, 읽기 활동이라면 짧은 문장들로 구성된 비교적 쉽고 짧은 단락으로 학습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인지과부하 없이 정상적으로 정보를 이해할 수 있다. 정보를 잘게 쪼개는 것을 청킹(chunking)이라 하는데 이는 인지과부하를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전략이다. 휴대전화 번호를 010-0000-0000처럼 세 개의 덩어리로 나누어 표기하고 소통하는 것도 인지과부하를 줄이고 작업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4) 과제를 하나씩 단계적으로 주기
여러 가지 과제를 포함한 지시를 한 문장에 담아 주면 작업기억 성능이 좋지 않은 아동들은 인지과부하가 일어나 이런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지시는 한 가지씩 또박또박 줄 필요가 있다. 학생이 하나씩 메모하게 한 후 그 다음의 지시를 주면 인지과부하를 줄일 수 있다.
5) 기억이 어려운 내용은 그래픽오거나이저를 활용하기
그래픽오거나이저는 정보의 위계를 보여주고 정보를 관련성이 높은 것끼리 묶어줌으로써 맥락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는 뇌가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과 일치하여 기억과 회상을 용이하게 한다. 인지과부하를 줄이기 위한 정보의 재조직 방법에는 범주나 개념으로 묶기, 인과관계 드러내기, 접속어 사용하기, 잘게 쪼개기 등이 있다.
6) 수행할 과제의 예와 시범을 보여주기
학생들은 자기의 능력 수준을 넘는 수학문제를 풀려고 할 때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으면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는 말을 한다. 이는 작업기억이 정보의 패턴을 파악하려는 것에 모든 주의를 다 쏟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외의 다른 어떤 것에도 주의를 기울일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는 과제를 잘게 쪼개서 단계적으로 제시하기, 수행할 과제의 풀이 예나 시범을 보여주기 등을 통해 학습자의 인지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7) 정보를 맥락과 함께 제공하기
인간의 뇌는 맥락이 없는 정보보다 맥락이 있는 정보를 처리할 때 인지부하가 덜 걸린다. 맥락이 있는 정보는 과거의 사전지식과 연결시켜 작업대를 비우기 쉽기 때문이다. 가령 <원숭이, 아이, 제멋대로, 놀다, 동물원, 뛰다, 도시, 고리무늬 꼬리, 어리다>라는 10개의 단어를 기억해야 하는 경우, “어린 아이들은 도시 동물원의 고리무늬 꼬리 원숭이들이 제멋대로 뛰며 노는 (것을 구경했다).”처럼 의미 있는 문장으로 만들어 기억하면 훨씬 더 기억(신정보와 구정보의 연결)과 회상이 쉽다. 수업에서 그림과 비디오 등의 멀티미디어를 활용하고 스토리텔링 방식을 활용하는 것 등이 정보를 맥락과 함께 제공하는 대표적인 수업 방식이다.
8) 추상적인 용어보다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하기
추상적인 내용(용어 포함)의 이해가 구체적인 내용(용어 포함)의 이해보다 인지부담이 더 크다. 따라서 기초학습부진 아동을 지도할 때는 가급적 추상어를 줄이고 만일 꼭 써야 한다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이해를 돕고 인지부하를 줄여주는 것이 좋다.
9) 메모 활용하기
교사의 설명이나 상대방이 제공하는 정보를 작업기억 속에 다 담으려면 3-5개를 넘는 순간 과부하가 일어나 일부의 정보를 소실하게 된다. 이런 일을 방지하려면 듣는 내용을 즉시 메모하는 방식으로 작업기억의 과부하를 피할 수 있다. 기록해둔 정보는 작업기억에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다. 기록한 것을 보면서 정보를 처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노트 필기나 메모는 외장하드를 사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교사는 수업할 때 학습자의 필기할 시간을 고려하면서 설명해야 한다. 인간의 뇌는 동시에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설명 내용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나 필기에 신경을 쓰다 보면 설명의 이해에 소홀해질 수 있다.
10) 연습, 연습, 연습
기본적인 어휘, 개념, 공식, 내용 등은 처리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0”이 될 때까지 숙달해 두는 것이 좋다. 자동화될 정도로 익숙한 정보는 작업기억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특히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습자의 경우는 기초적인 내용을 반복 연습을 통해 자동적으로 회상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시킬 필요가 있다. 이때 “지루하지 않은 방법으로 반복 연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배운 내용을 학습자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기, 짝과 함께 배운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기, 수업 중 배운 내용을 질문을 통해 확인하기, 수업이 끝날 때 출구카드(exit card) 작성을 통해 다시 한 번 복습하게 하기,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학습하기(timed repetition) 등은 효과적인 반복연습 전략이다.
11) 외재적 인지부하(extraneous cognitive load) 줄이기
외재적 인지부하란 수업의 잘못된 설계나 부적합한 학습 자료로 인한 부하를 말한다. 즉 학습 과제 자체의 난이도에 의한 인지부하가 아니라 학습방법, 자료제시 방법 등 교수전략에 의해 개선될 수 있는 인지부하이다. 이는 과제 자체에 내재된 복잡성을 말하는 내재적 인지부하(intrinsic cognitive load)와 대조되는 말이다. 교사는 외재적 인지부하를 최소화한 수업을 해야 한다. 외재적 인지부하의 전형적인 예로, 정4각형을 “네 변의 길이가 모두 같고 네 꼭지각이 모두 직각인 사각형을 정사각형이라고 한다.”라고 말로 설명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정의에는 여러 개의 다른 단어(예: 변, 길이, 모두 같고, 꼭지각, 모두 직각, 사각형)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정4각형의 개념을 사전에 알고 있는 학습자가 아니면 이해가(정보처리가) 쉽지 않다. 이는 인지과부하를 일으키는 설명 방식이기 때문이다. 대신 정4각형의 그림을 먼저 보여준 다음 구두로 설명할 경우에는 그 설명은 이해하기 훨씬 쉬울 뿐만 아니라 인지부하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먼저 보여준 정4각형이 사전지식(구정보)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뒤따르는 교사의 구두 설명(신정보)을 이에 연결시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학습과학 <원리 1> 참조). 수업을 디자인할 때는 불필요하게 인지부하를 일으키는 부분이 없는지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12) 스트레스 줄이기
마음속에 근심, 걱정이 꽉 차있으면 이미 작업기억은 이런 정보를 처리하느라 수업 내용에 기울일 주의 자원도, 작업기억의 여유 공간도 없다. 즉 학습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빈곤소외계층 아동의 머릿속은 늘 수업에 불리한 부정적 정보들로 꽉 차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런 아동을 위해서는 정서행동 지원이나 격한 운동 등을 통해 만성 스트레스를 줄여줄 필요가 있다.
13) 주의집중을 방해하는 요소 줄이기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과제에만 잘 집중할 수 있다. TV를 보면서 온전히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고, 옆에서 누가 시끄럽게 떠들어도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 교실이 너무 춥거나 더워도 집중하기 어렵다. 어떤 자극이 집중을 방해한다는 것은 외부 자극이 작업기억 용량을 차지해 다른 정보를 처리할 여력이 없거나 적다는 뜻이다. 학습에 온전히 집중하려면 주의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줄여야 한다.
5. 작업기억 향상 훈련
작업기억의 성능(주의력, 용량 등)을 훈련에 의해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는 반면, 이를 훈련에 의해 일시적으로 향상시킬 수는 있지만 이것의 효과가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연구들도 있다. 하지만 뇌가 새로운 경험과 학습에 의해 일생에 걸쳐 변하는 능력인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갖고 있음을 생각하면 지속 시간이 얼마나 길 수 있는가의 문제이지 작업기억 용량을 훈련에 의해 늘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주의력의 지속 시간을 늘리는 훈련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고 있어 이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수업을 통해서 주의력을 높일 수 있는 활동도 많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1) 언어작업기억 교실활동
| 활동 | 예시/방식 |
| 3개 이상의 숫자 조합이나 연관성 없는 단어 기억하기 | ‘5, 9, 2, 6, 7’을 기억하기
‘침대, 가위, 냉면, 비행기, 주전자’를 기억하기 |
| 긴 지시사항을 기억해서 따라 하기 | “종이는 책상 위에 두고, 화살표 모양의 카드는 다발로 묶어놓고, 연필을 치운 다음 여기 와서 카페트 위에 앉으세요.” |
| 동음어를 반복한 문장을 기억해서 필기하기 | “담쟁이가 있는 담장 옆에서 담소를 나눈다.” |
| 문장 구조가 복잡한 문장 기억하기 | “가수가 꿈인 친구의 어린 시절은 풍족하지 않았다.” |
| 수열에서 빠진 숫자 파악하기 | “1, 3, 5, , 9, 11, , 15” |
| 배수(倍數)를 이용한 ‘369 게임’하기 | 학생들은 모두 일어서서 1부터 차례로 숫자를 외치는데, 3의 배수가 나오면 숫자를 말하지 말고 박수만 쳐야 한다(예: 1, 2, ‘짝’, 4, 5, ‘짝’). 틀린 학생은 자리에 앉는다. |
2) 시공간작업기억 교실활동
| 활동 | 예시 |
|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디까지 했는지 기억하기 | 칠판에 써진 내용을 보고 필기하기
스스로 기억해서 필기하기 |
| 시청각 기억장치를 이용하기 | 사진이나 이미지를 보고 이야기 만들기 |
| 순서를 나타내는 표현을 이용해서 연대순(시간순)으로 말하기 | ‘첫째’, ‘둘째’, ‘다음은’, ‘끝으로’처럼 순서를 나타내는 표현을 이용해서 사건 순서를 연대기(시간) 순으로 다시 말해보기 |
| ♣ 수업전략 10: 사전지식(prior knowledge)을 진단, 활성화, 구축하고 새로운 정보와 연결시키는 수업을 한다. |
사전지식(prior knowledge)은 어떤 문제나 과제를 해결하는 경우에 있어 개인이 그 문제나 과제와 관련하여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을 의미한다. 선행지식(先行知識)이라고도 부르며 배경지식(background knowledge)과 동의어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 한 가지를 든다면 단연코 사전지식이다. 로버트 마자노는 “배울 내용에 대한 사전지식(배경지식)은 그 내용에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얼마나 잘 배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가장 강력한 지표가 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학습자가 새로 배울 내용에 대해 얼마나 적합하고 충분한 사전지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학습의 성공 여부와 질, 그리고 습득의 속도를 결정한다. 도움이 되는 사전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새로 배울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사전지식은 새로운 정보의 의미를 파악하는 열쇠이다. 새로운 정보의 이해는 새로운 정보와 사전지식(prior knowledge)과의 연결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연결’이란 새로운 정보와 사전지식을 비교하며 가장 가까운 것을 확인하는 과정을 말한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오늘 새로 배운 내용을 내일이면 까맣게 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의 주된 이유는 새로 배운 내용을 연결시킬 사전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사전지식은 정보의 이해뿐만 아니라 기억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전지식이 없거나 부족하면 정보의 이해뿐만 아니라 정보의 기억도 어렵다. 또 사전지식의 양과 질은 학습자의 자신감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도 결과적으론 기억과 학습에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교사는 수업을 시작할 때 당일 배울 내용에 대해 진단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사전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고 사전지식이 부족할 경우 사전지식을 새롭게 구축한 후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1. 사전지식의 활성화
사전지식은 갖추고 있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듯이 잠자고 있는 사전지식을 깨워 앞으로 끄집어 내놓아야 새로운 정보와의 연결도 가능하다. 이것이 사전지식의 활성화(activation)다. 새로운 정보와 관련된 사전지식이 장기기억 속에 있다고 해서 이 둘이 자동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지만 필요한 순간에 생각이 나지 않아 이를 활용하지 못한 경험이 이를 말해준다. 그래서 단원을 시작하기 전 혹은 중간에 단원 내용과 관련된 사전지식을 최대한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전지식을 활성화하는 방법에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
1) K-W-L 차트 작성
K-W-L 차트는 어떤 주제에 대한 사전지식을 학습자가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 K(what I Know) | W(what I Want to know) | L(what I Learned) |
[주] K=알고 있는 것; W=알고 싶은 것; L=새로 배운 것.
2) 예측을 돕는 체크리스트(anticipation guides) 작성
예측을 돕는 체크리스트의 작성은 학습자가 읽을(혹은 토론할) 내용을 먼저 예측해 볼 수 있도록 사전에 학습자의 의견을 생각하고, 기록하고, 말해보게 하는 대표적인 사전지식 활성화 활동이다. 주로 어떤 진술 리스트를 제공하고 이에 대해 동의, 부동의 여부를 표현하게 하는 형식을 취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 <교내 음료수 판매 관련 예측을 돕는 체크리스트>
1. 학교에서는 생수와 저지방 우유의 판매만 허용되어야 한다. 4. 스포츠 음료가 소다수보다 건강에 더 좋다. 적극 동의한다 적극 반대한다 |
(출처: The ELL Teachers Toolbox by Ferlazzo and Sypnieski)
3) 주제 관련 비디오나 사진 보며 이야기 나누기
새로운 단원 학습을 시작하기 전에 관련 비디오나 사진 등을 보여주고, 이에 대해 짝과 함께 얘기를 나누거나 쓰게 하는 것은 학습자의 사전지식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효과적이다. 길잡이 질문으로 “어떤 것에 가장 주목하게 되나요?”, “어떤 것이 흥미롭다고 생각되나요?”와 같은 것을 던질 수도 있다.
2. 사전지식의 구축
사전지식이 충분하면 활성화만 하면 되지만 사전지식이 부족한 학습자가 많은 경우에는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수업에 필요한 사전지식을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학습은 사전지식 위에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사전지식을 어떻게 구축하는가? 가령, 읽기 과제라면 사전에 관련 주제에 관한 읽기 자료를 배포하고 읽게 하는 것(예: 일주일 전 읽기 자료 배포), 읽기 전·중·후에 관련 질문을 던지는 것(질문을 던져 관련 사전지식을 떠올리게 함), 짝과 함께 읽기 주제에 대한 경험을 나누게 하는 것(사전지식의 활성화에도 해당됨),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경우 그 나라의 이야기를 듣는 것, 또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독해보다는 폭넓은 다독(wide reading)을 장려하는 것 등이 사전지식 구축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한편 수학이라면 수업이나 활동 전에 질문을 던지는 것, 뺄셈을 배울 때 덧셈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 예시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 등이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사전지식은 옷걸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것이 있어야 옷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지식을 구축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배울 내용의 개요 성격의 선행조직자(advance organizer)를 활용하는 것이 있다. 선행조직자에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형식이 있다.
• 그래픽 오거나이저: 아래 이야기 도표(story map)처럼 정보를 시각적으로 구조화한 자료로서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 K-W-L 차트: 사전에 제시되는 가장 대표적인 오거나이저로서 사전지식의 활성화에도 매우 효과적인 도구다.
• 수업의 목표를 구두로 말해주기: “오늘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것은 열대우림의 4가지 층과 각각의 층에는 어떤 동물들이 사는지에 대해 배울 겁니다.”
• 수업 주제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 해주기: “이번 시간에는 숲의 바닥에서 우림의 가장 키가 큰 나무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는 나무 개구리(tree frog)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겠습니다.”
| ♣ 수업전략 11: 학습이 패턴 탐색(pattern-seeking)을 통한 의미 이해와 자동화(program-building)의 2단계 과정임을 이해하고 기존의 잘못된 수업 관행을 개선한다. |
교육신경과학(educational neuroscience)에서의 ‘학습’의 정의는 독특하다.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하나는 새로운 정보의 이해를 패턴 탐색(pattern-seeking)의 과정으로 설명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정보의 이해가 이해로 그쳐서는 안 되며 실제 연습과 반복을 통해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언제든지 필요할 때 자동적으로 불러올 수 있는 자동화 상태에 이르렀을 때만 학습이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당장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학습과 ‘패턴 탐색’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또 장기기억에 저장된 것만 궁극적으로 학습이 된 것으로 본다면 지금 시험을 잘 보기 위한 학교교육은 장기기억과는 거리가 멀므로 학습이 아니란 말인가?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1. 패턴, 패턴 인식, 패턴 탐색
학습에는 이해가 필요하고 이해는 주어진 정보의 패턴을 탐색하고 확인하며, 다른 패턴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패턴(pattern)과 패터닝(patterning)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1) 패턴, 패터닝
패턴이란 일정한 형태, 양식, 유형 등을 말하는데 단서들 속에 내포된 불변적 속성에 의해 인지된다. 다음 <도표 3>의 <물체, 행동, 절차, 상황, 관계, 시스템> 등은 우리의 주변에 있는 대표적인 패턴들이다.
<도표 3> 주요 패턴의 예(Kovalik & Olsen, 2010)

세상 사물은 다양한 패턴들로 구성되어 있다. 학습할 지식도 패턴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휘도 패턴이고 언어(문법과 철자 포함)와 음악도 고도의 패턴을 기반으로 한다. 수학은 패턴에 특화된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수학 수업에서 패턴을 연관시킨다. 역사 속에도 패턴이 존재한다. 역사의 패턴을 조사하면 역사의 사건을 전후맥락을 고려하여 이해할 수 있고 어떤 유사한 사건이 전개될지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자연계는 패턴의 보고다. 거의 모든 자연 현상의 기초는 패턴의 형태로 되어 있다. 자연계의 리아스식 해안선, 동물 혈관의 분포 형태, 나뭇가지 모양, 창문에 성에가 낀 모습, 산맥의 모습, 계절의 순환, 물결의 움직임도 모두 패턴을 이룬다.
결국 교육이란 학생들에게 행동 패턴, 인지 패턴, 의사소통 패턴을 늘려주는 일이고, 학습은 새로운 정보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패턴을, 스키마를) 능동적으로 구축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패턴을 빼고는 학습을 생각할 수 없다. 뇌기반교육의 세계적 전문가인 주디 윌리스(Judy Willis, 2006)는 지능(intelligence)이란 유용한 패턴을 도출하고 구축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패터닝은 새로운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정보에 연결시키면서 이를 의미 있게 조직하고(organize) 범주화하는(categorize) 과정을 말한다. 패터닝은 정보의 이해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의미의 탐색이 패터닝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수업을 통해 정보를 전달할 때 어떤 형태로 조직해 제시하느냐와 학생이 필기를 할 때 어떤 형태로 재구성해서(재조직해서) 필기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패터닝의 방법에 따라 학습하는 내용의 기억의 효율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패터닝이 잘 된 수업은 이해하기 쉽다. 시각 조직자(graphic organizer)를 활용해 정보를 조직하면 언어 형태로 조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도 쉽다. 작업기억의 두 일꾼(음운고리, 시공간 메모장)이 서로 부담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의미 있게 조직하는 방법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원리 33> 수업내용을 어떻게 구조화하느냐에 따라 이해의 깊이, 기억의 강도, 전이 가능성이 달라진다(http://21erick.org/column/8439/).’를 참고하기 바란다.
2) 패턴의 힘
패턴의 힘은 놀랍다. 패턴은 우리의 뇌가 우리 주변의 세상에서 질서뿐만 아니라 예측할 수 있는 규칙도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정보의 근저에 있는 패턴과 규칙을 알면 정보의 기억과 회상이 용이하고 이를 통해 다음에 나올 내용을 예측할 수도 있다. 패턴을 알면 모든 낱개의 정보를 기억하지 못해도 쉽게 전체 정보를 재구성할 수도 있다. 패턴의 힘이 얼마나 놀라운지 예를 통해서 보자. 10개의 임의적 숫자를 주면 여러분들은 얼마나 잘 기억해서 순서대로 회상할 수 있는가? 다음 숫자를 보자.
1, 4, 7, 10, 13, 16, 19, 22, 25, 28…
여러분들은 이를 얼마나 잘 기억했다가 순서대로 회상할 수 있는가? 이들 숫자에 내재된 패턴, 즉 뒤의 숫자는 앞의 숫자에 3을 더하여 만들어 졌다는 규칙만 알면 이 10개의 숫자 기억은 식은 죽 먹기다. 따라서 다음에 올 10개의 숫자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이것이 패턴 파악의 놀라운 힘이다.
인류의 출현 이후 오늘날의 사회와 문화를 이룬 것은 소수의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의 환경 속 각종 패턴에 주목하고 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현상을 인과관계의 형태로(패턴으로) 관찰하고 이를 활용해 가설을 세우고 시험을 거듭해온 과학자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발전된 사회와 기술·문화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패턴은 인류의 발전과 학습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패턴을 알면,
– 정보 간의 관계를 알 수 있고,
– 정보를 더 쉽게 회상할 수 있으며,
– 관찰과 일반화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
– 또 패턴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실험적으로 적용해봄으로써 우리의 이해가 잘못되었다면 그 괴리를 발견할 수 있다.
3) 패턴 인식, 패턴 탐색
패턴 인식(pattern recognition)이란 외부 자극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와 기존의 기억에서 인출한 정보를 연결시키는 인지적 과정을 일컫는다. 공룡의 그림을 보고 옛날 학습한 공룡에 대한 기억을 단기 작업기억으로 불러와 이를 공룡이라고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패턴 인식은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정보가 단기기억으로 유입되고 이것이 장기기억의 관련된 특정 내용을 자동적으로 활성화하면서 일어난다. 패턴 인식은 우리가 단어를 읽고, 언어를 이해하고, 친구를 알아보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패턴 인식을 기반으로 작업을 한다. 불시에 하는 의사결정도 대부분 패턴과 직관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진다.
또 패턴 인식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는 능력이다. 패턴은 어휘, 숫자, 상징, 일정, 행동 등 다양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조상들에게 패턴의 인식은 생존의 문제였다. 패턴 파악을 통해 포식자나 독성이 있는 식물을 알아보고 피할 수 있었으며, 계절에 맞추어 농사일을 할 수 있었고, 별을 보며 낯선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뇌는 타고난 패턴 탐색기(pattern-seeker)이다! 패턴 탐색(pattern seeking)은 매 순간 뇌로 들어오는 수많은 입력 정보들로부터 의미를 도출하는 과정이자 유사성과 추세(trends)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은 영아 때부터 패턴 파악을 통해 주변 세상을 이해한다. 패턴 탐색(pattern seeking)은 ‘탐지(detection)→ 확인(identification)→ 이해(understanding)’의 순으로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패턴 인식을 재인(再認, recognition) 혹은 형태 재인(pattern recognition)이라고도 부른다. 재인은 기억 활동의 한 형태로, 개인이 현재 대하고 있는 인물, 사물, 형상, 정보 등을 과거에 보았거나 접촉했던 경험이 있음을 기억해 내는 인지 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형태 재인은 현재 보고 있는 시각 자극의 형태(예: 책의 글로 된 내용)를 기존에 갖고 있던 기억 정보를 통해 확인함으로써 대상의 정체성을 알아내는 일련의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형태 재인에는 ‘자료 주도적 처리’(상향식 처리, bottom-up processing)와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개념이나 지식, 동기, 기대와 같은 고차원적인 인지 과정들이 하위 수준의 처리에 영향을 미치는 ‘개념 주도적 처리’(하향식 처리, top-down processing) 방식이 있다. 형태 재인을 할 때 하향식 처리 방식을 사용하면 입력되는 정보가 불충분한 상황에서도 글자 재인에 도움을 준다. 다음 그림을 보자.
<그림 2> 맥락 효과를 보여주는 글자들의 예 (Chun, 2000)

위에서 ‘THE’의 ‘H’와 ‘CAT’의 ‘A’는 물리적으로 정확히 동일한 형태이지만 우리의 뇌는 ‘THE’와 ‘CAT’처럼 중간 철자를 서로 다르게 인식한다. 만약 글자 재인 과정이 주어진 자료에만 근거를 둔 상향식 처리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면 두 글자는 동일한 글자로 재인되어야 한다. 그러나 ‘THE’와 ‘CAT’으로 재인되는 것은 이미 저장되어 있는 단어에 대한 지식이 낱자를 재인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편 아래쪽 두 단어의 경우는, 제시된 낱자의 일부분이 지워져 있는데도 영어의 기본적인 단어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RED’ 또는 ‘SPOT’이라고 읽게 된다. 만일 기본적인 영어 단어들을 알고 있지 않아 상향식 읽기를 할 경우에는 ‘PED’ 또는 ‘SROT’이라고 읽을 것이다.
이것이 주는 함의는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의 경우 기본적인 사전지식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보 이해를 주로 상향식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학습 방식이고 학습을 어려워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을 지도할 때는 사전지식을 구축하면서 수업을 해야 한다. 사전지식의 구축에 대해서는 학습과학 칼럼 <원리 1>(http://21erick.org/column/5633/)을 참조하기 바란다.
뇌는 패턴을 탐색할 때 유연성도 매우 높다. 대상의 모양, 크기, 색상 등이 다소 달라도 공통적 특성을 참조해 패턴을 정확하게 읽어 낸다. 아래 <그림 3>의 글씨는 모양과 크기가 각각 다르지만 뇌는 이를 모두 ‘a’로 인식한다. 이는 뇌가 논리적 원칙이 아니라 확률을 바탕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Susan Kovalik 외, 2010).
<그림 3>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철자 ‘a’

오늘날 학교교육은 성찰할 점이 많다. 이상에서 살펴본 자연적 학습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많은 학교교육은 뇌의 이런 타고난 패턴 탐지 능력을 바탕으로 탐구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수업은 학습자 스스로 패턴을 탐색하고 예측하고 확인하면서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어렵다. 학교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제공하는 교육과정이 너무 논리적이고 순서 정연하며, 학습 자료가 너무 깔끔히 정돈되고 정제된 것들이라 실제 삶의 맥락 속에 존재하는 풍부함이나 다양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학습 자료는 뇌가 학습하고 경험하는 방식에 어울리지 않는다. 너무 정제되고 단순화한 형태로 학습 자료를 제시하면 다양한 아동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도 없다. 실제 삶의 맥락과 유리된 This is a pen. What is this? 식의 영어 교재 구성은 영양실조를 일으킬 정도의 빈약한 식단에 비유될 수 있다. 이런 입력 자료는 의미가 부족하다. 뇌는 의미 없는(not meaningful) 자극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실제 아기가 모국어를 배우는 상황을 보라. 하루에 몇 시간씩이나 의미 있는(meaningful) 언어에 충분히 노출되지 않는가?! 뇌에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지려면 풍부하고 의미 있는 경험의 제공으로 패턴 탐색기인 뇌의 몰입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학교교육 시스템은 매우 비뇌과학적이다. 다시 말해 뇌가 학습하는 방식을 무시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 다수의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거나 잠자는 것을 학생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자기주도학습, 탐구력, 창의력 향상을 강조하면서 뇌가 주도적으로 탐구하고 창의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교육과정, 수업, 교재 구성, 평가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
2. 패턴 탐색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사람은 타고난 패턴 탐색자이지만 패턴을 찾거나 인식하는 일이 학생들에게 항상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패턴을 인식하는 방법을 명시적으로 가르치면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 무엇을 찾고 어떤 적절한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알면 패턴 인식은 그리 어렵지 않다. 패턴 인식 능력이 향상되면 아동은 추론, 논리적 사고, 문제해결 등을 더 잘 할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의 패턴 탐색 능력의 활용을 도울 때 학습을 가속화하고 깊은 이해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패턴을 확인할 수 있으면 특정 상황이나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다음에 어떤 것이 올지 예측도 가능해진다. 이런 예측 능력은 수학, 읽기 등에 필수적이다. 예로 학생들은 패턴을 활용해 다음의 것을 할 수 있다.
• 맥락 속의 사물이나 개념을 정의하기
• 사물이나 개념의 특징을 묘사하기
• 서로 다른 사물이나 개념을 비교·대조하기
• 사물이나 개념을 유사성에 따라 분류하기
• 사건을 순서대로 조직하기
• 부분과 전체 간의 관계를 확인하기
• 인과관계를 관찰하기
• 관련 아이디어나 관계를 연결짓기
이상의 것들은 모두 사고의 패턴으로서 학생들이 학습과 깊은 이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의 패턴을 계획적으로 활용할 때 더 쉽게 학습할 수 있게 된다.
패턴 인식의 달인이 되는 데는 다른 새로운 기능을 익힐 때와 똑같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은 활발히 패턴을 찾고 패턴을 조직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해 보는 방법들이다.
1) 활발히 패턴을 찾아본다.
일차적으로 할 일은 주변 환경, 사람들의 행동, 학습하고 있는 교과목 속에서 활발히 패턴을 찾아본다. 이는 기회를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간을 내서 주의해서 볼 것은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고, 정보가 어떻게 구조화되어 있으며, 서로 다른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또 이들이 하나로 모여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단계에 이르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부분들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와 이러한 관계가 어떻게 예측가능한/반예측가능한 패턴을 형성하는지를 찾고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모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념할 것은 패턴이란 것이 즉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단 가능한 한 모든 자료를 모으면 이런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드디어 패턴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패턴을 이용한 예측 과제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것이 있을 수 있다.

다음의 수학 문제를 풀어보자.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문제 속에 내재된 패턴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 Q3. 과체중인 어떤 사람이 총 36파운드를 빼는데 첫 주는 11파운드, 둘째 주는 9파운드, 셋째 주는 7파운드, 이런 비율로 계속 빼면 36파운드를 빼는데 얼마의 기간이 걸리는가? |
먼저 문제의 앞부분 내용을 단서로 삼아 아래와 같은 표를 만들어(패턴을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취학 전후 아동이라면 이들로 하여금 물품을 분류하는 연습을 하도록 해서 패턴의 인식을 도울 수 있다. 이때 색상이 다른 블록을 쌓고, 분류하고, 수를 세 보면서 규격, 모양, 색상별로 물건이 어떤 순서로 반복되는지를 인지할 수 있게 된다. 혹은 자연 속에서 패턴을 찾아보는 활동도 패턴 인식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자연 속에는 다양한 패턴이 존재하기 때문에 야외로 하이킹을 가거나 공원으로 산책을 갔을 때 아동으로 하여금 자연 속에서 다양한 패턴을 찾아보도록 할 수 있다. 예로, 새들의 울음소리, 나비의 날개 무늬, 나무 잎의 모양 등에서도 다양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집에서도 패턴을 만들고 확장하는 일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레고를 사용할 수도 있고 가정에 있는 물건, 여러 종류의 시리얼 알갱이를 활용해 패턴을 간단한 것부터 복잡한 것으로 확장하면서 만들어보도록 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아동에게 패턴을 잠시 주시하게 한 다음 기억을 더듬어 이를 다시 만들어보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2) 부분들을 조직한다.
지금까지 있는 자료를 관찰했으므로 다음 단계는 이러한 자료를 청크(chunks)나 군(groups)으로 새롭게 조직하면 기존의 연결을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결합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정보를 이렇게 재조직하고 나면 관찰하고 있던 것이 어떤 패턴인지 더 잘 알아맞힐 수 있다.
예로, <소, 개, 테이블, 사과, 소파, 체리, 사자, 말, 컴퓨터, 복숭아>라는 단어를 이렇게 분절적으로 제시하면 이런 정보들을 기억하기 매우 어렵다. 학습자의 뇌는 이런 정보를 매우 부담스러워한다. 뇌는 3-5개 이상의 정보를 동시에 작업기억에 유지시키며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낱개의 정보를 공통의 속성에 따라 묶어서(grouping, chinking) 다음과 같이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
• 동물 – 소, 개, 사자, 말
• 물건 – 테이블, 소파, 컴퓨터
• 과일 – 사과, 체리, 복숭아
위계상 상위 언어로 하위 요소를 묶어주는 조직화를 하면 기억과 회상이 쉽다. 이는 기존의 지식( 즉 스키마, 사전지식)에 이를 통합하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수업할 때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을 어떻게 구조화 혹은 위계화할지에 대해 그리고 그 지식을 과거 배운 내용과 어떻게 연결시키며 설명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지식의 이해, 기억, 회상은 그 지식을 어떻게 구조화하느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3) 질문을 던진다.
패턴의 탐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교사는 ‘어떻게(how)’ 류의 질문, 또한 비교나 대조하게 하는 질문 등 다양한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고 토론과 조사(research)를 하게 할 수 있다. 가령 과학의 경우 관찰, 측정,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포함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 정보를 모아 패턴을 발견하게 하고, 또 이런 패턴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 중요한 결론을 도출하게 할 수 있다(Beth Budden, 2017).
• 새들도 하루에 먹이를 먹는 시간이 따로 있는가?
• 벌들은 어떤 꽃을 좋아하는가?
• 모든 사과는 씨앗의 수가 같은가?
• 모든 사람들의 양손은 크기가 같은가?
• 비가 올 때는 항상 기온이 내려가는가?
• 운동장에는 어떤 곳에 풀이 자라는가?
다음과 같은 탐구용 큰 질문(big question)을 통해 패턴 탐색을 도울 수 있다(The Ogden Trust).
| 1학년 | 2학년 | 3학년 | 4학년 | 5학년 | 6학년 |
| 잎이 큰 나무가 가을에 더 일찍 낙엽이 지는가? | 씨앗이 크면 나무도 더 크게 자라는가? | 수술의 화분을 암술머리에 옮겨 붙이는 곤충은 어떤 색깔의 꽃을 선호하는가? | 살충제의 사용은 벌의 개체 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포유동물의 크기와 임신기간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가? | 모든 꽃들은 같은 수의 꽃잎을 갖는가? |
4) 자료를 탐구한다.
자료를 관찰하고 시각적 형태로 재구성하고 나면, 그 다음은 이러한 정보에 대해 질문(누구, 무엇, 얼마나, 어디에, 언제, 어떻게, 왜?)을 하는 단계다.
• 이 자료(정보)는 어떤 것인가?
• 이러한 자료(정보)를 전에 본 적이 있는가?
• 이 자료를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인가?
• 이 자료에서 누락된 것은 무엇인가?
• 어떤 패턴이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되는가?
•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자료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가?
5) 자료를 시각화한다.
관련 질문을 던지면서 그래프, 도표, 지도, 그림 등을 사용하여 자료를 시각화한다. 정보의 시각화가 잘 이루어질수록 패턴이 모습을 드러내고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진다. 다음의 사고 도표(thinking maps)는 학습을 위한 시각 언어를 사용하여 사고 패턴을 명시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활용하면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 의사 결정, 이해, 소통 등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뇌의 패턴 탐색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도표 4> 사고 도표(thinking map)에 의한 정보의 시각화(Hyerle, D., 2011)

6)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한다.
자료를 시각화하면 새로운 패턴이 부상하기 시작한다. 이는 새로운 개념과 아이디어를 불러일으켜 생각해 보지도 못했고 존재하는지조차도 몰랐던 기회와 가능성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본질적으로 앞에 놓인 가능성을 탐구하는 아이디어 만들기 영역이다.
이상의 6가지 단계의 과정은 패턴 인식이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개념의 도출로 이어지는 방법의 토대를 마련해 준다.
3. 학습은 패턴 탐색과 프로그램화의 2단계 과정
국어사전에서는 학습을 ‘i) 배워서 익힘, ii) 경험의 결과로 나타나는, 비교적 지속적인 행동의 변화나 그 잠재력의 변화, 또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학습에 대한 상식적 정의다. 하지만 교육신경과학에서의 학습의 정의는 사뭇 다르다. 다음 도표와 같이 학습은 1단계 투입 과정(input)과 2단계 산출 과정(output)으로 구성된다. 즉 학습은 패턴 찾기 단계와 패턴 찾기를 통해 이해한 내용을 프로그램으로 구축하는 두 단계로 구성된다.
<도표 5> 학습의 2단계(Leslie Hart)
| 1단계
input |
패턴 탐색
pattern- seeking |
·정보를 탐색하고(detection), 식별하며(identification), 뜻을 이해하는(understanding) 과정
·사전지식과 과거 경험을 이용해 새로운 정보의 패턴을 식별 |
| 2단계
output |
프로그램 구축
program- building |
·이해한 내용을 연습·반복해서 일정한 순서대로 사용하는 능력
·처음에는 안내·도움을 받으며 의식적 노력을 통해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만 연습을 통해 거의 자동적으로 실행이 가능한 상태에 이름 |
프로그램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련의 고정된 순서나 단계로 일어나는 행동이다. 프로그램의 작동은 3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상황을 평가해서 패턴이나 필요를 확인하고(예: 생일, 졸업식, 휴일, 파티 등) 그 다음 이 과제의 해결에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장기기억에서 선정한다(예: 생일 파티의 경우라면 참석 예약, 입고 갈 의상, 선물 준비 등). 마지막 단계가 프로그램의 실행, 즉 계획의 실행이다. 프로그램은 일단 뇌에 저장이 되면 동일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실행되는 특성이 있다. 예로 어떤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우리는 문을 밀거나, 당기거나, 손잡이를 돌리거나, 엄지로 단추를 누르거나 한다. 들어가려는 순간에 어떤 동작을 할지 즉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해 실행할지는 문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프로그램의 선택은 의식적으로 이뤄지지만 실행은 무의식의 수준에서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여러 단계의 실행이 자동적으로 순서에 따라 이뤄진다고 해서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하트(Hart)는 학습을 ‘유용한 프로그램의 습득’으로 정의한다. 이는 학습에 대한 탁월한 정의다. 이를 응용하면 인성교육은 ‘유용한 행동·습관을 프로그램으로 구축하는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창의성은 ‘기존의 프로그램을 매우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해 새롭고, 독창적이고, 유용한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에 대한 하트의 정의를 기준으로 볼 때, 한국 학교 수업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학교교육에서의 수업은 대부분이 뜻을 이해하는 투입 과정에서 끝난다. 고교로 올라가면 객관식 시험 문제를 잘 풀기 위해 정보를 일시적으로 기억하는 것을 학습이라고 부르는 것이 현실이다. 초중고를 통틀어 이해한 내용을 연습·반복해서 실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학교교육도 교육신경과학에서의 학습의 정의를 기준으로 볼 때, 1단계 투입에서 그치지 말고 2단계 산출까지 이어지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학교에서 이런 학습이 이루어진다면 수업의 거부나 학습 부진이 발생할 리도 없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역량의 함양이나 개념적 이해, 지식의 전이(transfer)를 강조하는 것도 앞으로의 교육은 1단계 학습에 그치지 말고 2단계인 프로그램 구축까지 나아가자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부터라도 학교교육은 깊은 성찰과 함께 위 학습의 2단계 정의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패턴의 구축과 이를 프로그램화하는 의미 있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학교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학습의 정의부터 바꾸고 이런 학습의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여건 마련(예: 각종 표준화 시험의 폐지)에 나서야 할 것이다. 어쩌면 시험 성적을 통한 교육의 질 관리가 학교에서 진정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일 수 있다.
4. 패턴 탐색 능력을 향상시키는 수업
가르친다는 것은 학습자가 새로운 패턴들을 간파하고, 패턴들 간의 연결까지 파악할 수 있게 돕는 행위이다. 학생들이 정보 간의 관계를 잘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시한다면 뇌에 새로운 신경연결이 생기면서 뇌 세포의 활동이 증가하고 장기기억으로의 저장과 회상(recall)이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다. 인간의 뇌는 패턴을 지각하고 생성하며 의미 없는 패턴은 거부하도록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에(Restak,1996) 교사는 학습자에게 스스로 패턴을 탐지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학습자가 스스로 패턴을 찾게 하는 수업이 좋은 수업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교육에서는 교사가 학습자를 대신해 패턴을 찾아주는 수업이 대부분이다. 학습자가 스스로 패턴을 찾을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고 교사가 학습자를 대신해 패턴을 찾아 설명해주고 암기시키는 교수학습 방법은,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학습을 이끌어가고 나아가 깊은 통찰력, 분석력, 창의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다. 자기주도학습의 기회를 주지 못하면서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기를 기대하고,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면서 창의력 발달을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교사의 역할은 맥락이나 사전지식 등의 부족으로 학습자 스스로 패턴을 찾지 못할 경우 힌트, 스캐폴딩을 제공하거나 시범과 예시를 제공하는 정도의 개입에 한정하는 것이 좋다.
학습자가 스스로 패턴을 찾게 하는 것은 학습부진 아동들에게 더욱 필요하다. 발견의 즐거움, 이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학습부진 아동이라고 해서 교사가 일방적으로 패턴을 설명하고 주입하는 방식의 지도를 지양해야 한다. 학습부진 아동일수록 스스로 패턴을 찾아냈을 때 오는 기쁨은 일반 아동들보다 훨씬 더 크기에 이는 기억을 강화하고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 <알림> 다음 학습과학 <총정리>에서는 수업전략 12-14까지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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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36) – <총정리> 최적의 교수·학습, 뇌가 배우는 대로 가르쳐라(2) : 전략 6~8 •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35) – <총정리> 최적의 교수·학습, 뇌가 배우는 대로 가르쳐라(1) : 전략 1~5 |
[참고문헌]
• 이찬승 (2021). <원리1> 새로운 지식의 이해는 사전지식의 참조를 통해 일어난다.
http://21erick.org/column/5633/
• 이찬승 (2021). <원리2> 의미의 탐색은 인간의 타고난 특성이며, 정보의 패턴화(patterning)를 통해 일어난다.
http://21erick.org/column/5676/
• 이찬승 (2021). <원리 3> 작업기억의 용량과 주의력에는 한계가 있어, 너무 많은 정보가 일시에 주어지면 인지과부하가 일어나 이해에 실패한다.
http://21erick.org/column/5743/
• Atkinson & Schiffrin, (1968). Atkinson, R.C.; Shiffrin, R.M. (1968). “Chapter: Human memory: A proposed system and its control processes”. In Spence, K.W.; Spence, J.T. (eds.). The psychology of learning and motivation. Vol. 2. New York: Academic Press. pp. 89-195.
• Baddeley & Hitch, (1974). “Working memory”. In Bower, Gordon H. (ed.). The Psychology of Learning and Motivation: Advances in Research and Theory. Vol. 8. New York: Academic Press. pp. 47-90.
• Beth Budden(2017). The five key practices every good primary science teacher should know.
https://www.teachprimary.com/learning_resources/view/the-five-key-practices-every-good-primary-science-teacher-should-know
• Caine & Caine, (2016). 12 Brain/Mind Learning Principles in Action. Third edition.
• Chun, M. M. (2000년). Contextual cuing of visual attentio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4(5), 170-178.
• Hyerle, D. (2011). Student Successes With Thinking Maps. Second edition. Thousand Oaks: Corwin Press.
• Kovalik & Olsen, (2010). Kid’s Eye View of Science: A Conceptual, Integrated Approach to Teaching Science, K-6. p.13.3 Corwin Press.
• Leslie Hart (2002). Human Brain and Human Learning, 3rd edition. Black Diamond, WA: Books for Educators, 2002.
• Sousa, (2017). How the Brain Learns. 5th edition. Corwin Press.
• The Ogden Trust. Working scientifically: Develop children’s skills in pattern seeking.
https://www.ogdentrust.com/wp-content/uploads/2021/10/WS-pattern-seeking.pdf
• Thinking Maps(2019). Our Amazing Pattern-Seeking Brain.
https://www.thinkingmaps.com/our-amazing-pattern-seeking-brain/
각주
- 조음 시연(articulatory rehearsal) – 작업기억의 음운 저장소(phonological store)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음운 정보의 삭제를 방지하기 위해 소리를 마음속으로 되뇌는 과정.
- 인지과부하(cognitive overload) – 인지부하(cognitive load)는 학습이나 과제 해결 과정에서의 요구되는 부하를(부담을) 말하고, 인지과부하는 과제 해결에 요구되는 부담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하는 인지부하를 말한다.
- 인지부하(cognitive load) – 작업기억에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일컫는다. 즉 인지적 처리 과정에서의 정신적 부담이 되는 정도를 말한다.
- 선행조직자(advance organizer) – 사전에 제시되는 주제 관련 개요 성격의 내용으로서 학습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새롭게 알아야 할 것 간의 가교 역할을 하며 수업지도 첫 부분에 제시된다. 특히 내용 정리가 어렵고 주의가 산만한 학습자들이 새로 배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주 활용되는 수단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