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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파랑새가 여름방학을 보내는 법

#794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2022.08.25

내일이면 드디어 여름방학이 끝난다. 아이들은 아쉬워 입맛을 다시지만 이제는 그만 족하다. 더 이상은 무리다. 두어 해를 코로나와 함께 정신없이 보내고 그나마 올해 들어 정상적인 학사 일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3년 만에 치르는 시설 평가를 7월까지 마무리하느라 느긋한 시간을 가져볼 새가 없었다. 겨우 평가를 마무리하고 보니 방학이 코앞에 닥쳤다. 급하게 두어 가지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캠프 준비를 겨우 마치고 보니 방학 날 아침이 되고 말았다.

 

파랑새에서 보내는 여름방학이 몇 가지 즐거운 기억으로 아로새겨지길 바란다.

 

첫째는 아이들끼리 스스로 하는 활동이다. ‘동아리 활동’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활동은 가장 이른 시간에 시작된다. 동아리는 최소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모여야 하고, 반드시 동아리장이 와야 시작할 수 있다는 규칙이 있다. 물론 이런 규칙을 아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이런 규칙을 강조하여 아이들이 방학 기간 중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번 방학에는 몇 가지 동아리들이 왕성한 활동을 진행하였는데 그 중 하나는 레진 동아리다. 레진이라는 화학 용액을 써서 악세사리 등을 만드는 동아리인데, 고학년 여학생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전에 몇 차례 경험으로 만드는 방법을 익힌 아이들은 원하는 재료를 마련해 주니 프로그램실 하나를 차지하고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다른 아이들 몇은 자기들끼리 그림을 그리고, 그 옆에는 교사와 함께 바느질을 하고 있다. 또 자기들끼리 체육활동을 하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6학년 아이들은 사진 동아리를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 활동이나 그럴듯하면 동아리로 인정을 해주고, 이 동아리를 그만두고 저 동아리로 옮겨가거나 이 동아리와 저 동아리를 얼마든지 함께 하는 것도 괜찮다고 했더니 그나마 동아리 활동이 조금 더 수월하게 진행되는 눈치다. 물론 그래도 어떤 동아리들은 겨우 서넛에 불과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힘을 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도 그런 동아리 활동에도 아이들은 때로 깜찍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1학년에서 3학년까지 여자아이 4명이 모여서 만든 ‘미술 동아리’는 방학을 며칠 앞두고 저녁을 먹고 남았다. 동아리를 만든 친구가 남아서 동아리장을 뽑자고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동아리원은 단 4명인데 동아리장 입후보자는 2명이나 되었다. 입후보자 2명은 시키는 대로 정견 발표도 하고, 이런저런 선발게임에도 참여하면서 동아리장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느즈막히 저녁을 먹다가 우연히 그 모습을 엿보게 된 나는 큭큭거리고 몰래 웃다가 사레에 걸려 캑캑거려야 했다. 그렇게 시작하는 방학 아침이 아이들은 즐거운 눈치다.

 

둘째는 방학 중 아침 시간에 진행되는 방학 특별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8월 초부터 열흘간 레고를 조립하여 코딩 프로그램을 적용해보는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는 외부의 지원을 받아 실시하게 된 프로그램으로 고학년 아동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지난해에는 인근의 도서관과 힘을 합하여 저학년 아이들을 중심으로 사자소학을 낭송해보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방학 특별 프로그램은 때로는 정해진 기간 동안 연달아 쭉 진행하여 방학 내 끝맺음을 하기도 한다. 이로써 이번 방학에는 이런 새로운 걸 경험해 보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악기를 배우거나 독서 활동, 미술 활동, 치어리딩이나 외국어 배우기 등과 같이 연초에 계획된 특기·적성 프로그램들은 방학 전과 같이 동일한 오후 시간에 진행하고 있다. 그러니까 방학에는 오전부터 점심 직후의 몇 시간을 새로운 활동으로 채워야 하는 과제가 생기게 되는데, 이런 특별 프로그램은 그렇게 빈 아침 시간을 훌륭히 채워주는 구실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방학이라고 해서 정부로부터 특별한 지원이 더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런 사정을 알고 민간단체들이 방학과 관련한 지원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경쟁을 통한 선발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프로그램이 아닌 예산을 지원하는 경우라면 한 번에 몇백만 원씩 소요되는 캠프활동에 지원비를 모두 지출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침이나 오후의 빈시간을 채워 줄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문제는 고스란히 고민거리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때로는 돈으로 해결되지도 않는다. 아동들에게 흥미와 적성을 개발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방학 중 소개하고 싶어도 맞춤 프로그램과 강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많은 경우 강사들은 학교의 방과후 강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서 시설의 프로그램 강사는 구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올해 새로 들어온 2학년 남학생이 레고 조립에 관심이 많다고 하여 연초부터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해 줄 강사를 구하려고 노력을 해보았지만 결국 허탕을 치고 말았다. 물론 그래도 재정이 넉넉하다면 강사를 구하기가 조금은 더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여유 없는 시설에 한 달 남짓의 방학을 위해 품을 내어줄 강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인 것만 같다. 따라서 방학에는 좋은 프로그램과 강사를 지원해 주는 것이 특히 더 감사한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마련한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그만큼의 호응을 얻을지도 미지수란 점이 문제다. 또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교사들이 얼마나 애를 썼는지는 알 바가 아니다. “방학이란 모름지기 놀아야지, 프로그램은 무슨….” 이런 말이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 시국도 잦아들어 외부 출입이 자유롭다 보니 놀고 싶다, 놀아야겠다는 아이들의 의지도 막강해졌다. 그래서 파랑새는 점심을 먹고 센터 인근의 놀이터로 나들이를 가는 식으로 빈 시간을 메우기로 하였다. 10여 분을 걸어가야 하는 거리지만 마침 지자체가 나서서 놀이터를 근사하게 개조하여 물놀이가 가능한 놀이터를 만들어준 덕분에 원하는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바로 물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놀이를 하고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오는 아이도 있고, 그럴 형편이 못 되는 아이들은 센터에 마련해둔 수영복을 갈아입고 물놀이를 하고 온다. 센터에서는 매일 아이들을 데리고 물놀이장을 다니고, 젖은 옷을 갈무리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덕분에 물놀이를 실컷한 즐거운 방학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물놀이를 마치고 나면 평소 같으면 얼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올 무렵의 시간이 된다. 이쯤 되면 이제 남은 시간은 금세 지나기 마련이다.

 

그래도 방학이 제대로 즐거우려면 모름지기 캠프를 가야 한다. 따라서 네 번째는 역시 캠프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즐거운 캠프를 원한다면 당연히 답사를 다녀와야 할 터이다. 하지만 파랑새는 그러질 못했다. 인력도 부족하고, 재원도 부족하다는 맨날 하는 타령을 하면서 답사를 빼먹었다.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잘 알려진 놀이동산과 물놀이장으로 1박2일 캠프를 가는 것이니 사전 답사쯤은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일한 생각을 하였다. 더욱이 금요일에 캠프를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 주의 월요일부터 폭우로 물난리가 나서 과연 캠프가 가능할지도 알 수 없는 지경이어서 답사를 안 했다는 것을 염려할 겨를도 없었다고 변명을 하고 싶다. 그래도 2년 전에도 한 번 다녀온 곳인데 하며 큰소리를 치고 떠났지만 결국은 답사를 안 다녀온 걸 모두 몸으로 때워야만 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도 휴가나 나들이 등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놀이동산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몰라서 식겁을 했다. 놀이동산이라면 그저 줄창 줄만 서면 다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불과 2년 동안 천지가 그렇게 개벽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 이제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 아니었다. 앱을 다운받아 온라인으로 먼저 줄서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재미있는 것 태워준다고 아이들은 우르르 몰고 갔다가 “선생님 우리는 이거 못 타요? 이거 타고 싶은데 지금 타면 안 돼요?”하고 원망만 실컷 들었다. 앱을 다운받아서 뭘 어떻게 하라고 하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냥 줄 서서 기다리면 안될까요? 제발요….”하고 아무리 애걸복걸을 해도 소용이 없다. 이를 불쌍히 여긴 친절한 직원 하나가 핸드폰을 빼앗아 앱도 깔아주고 서너 번 반복해서 줄서기를 알려주고 나서야 “애들아, 이제 우리도 탈 수 있어, 이제 샘도 어떻게 하는지 알았어”하고 겨우겨우 아이들을 달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그마저도 우왕좌왕 마무리가 되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았던지 만족도 설문지에 십중팔구는 캠프가 너무 짧단다. 2박3일에, 4박5일까지 내키는 대로 캠프 일정을 올려 주문하고 있다. 1박2일만 다녀와도 이번 달 한 사람의 실무자 급여는 제때 지급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는데 말이다. 한 달에 70여만 원 남짓한 비용으로 강사비를 주는 프로그램 3개와 아동들을 위한 이런저런 비용을 지출하고 나면 남는 돈이라야 얼마되지 않는다. 그것을 1월부터 7월까지 모으고, 행사비 등으로 지원되는 약간의 금액을 보태 겨우 캠프를 다녀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한 번에 지출하는 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 별도의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급여를 당겨쓰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 따라서 몇 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인건비 지급을 미뤄가며 지출을 맞추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비용도 비용이지만 함께 갔던 실무자 2명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실신하듯 잠이 들었다. 그러니 만족도 설문지에 천하 없는 이야기를 해도 즐거운 캠프는 1박2일을 넘기긴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그렇게 캠프까지 다녀오면 방학은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간다.

 

끝으로 파랑새에서는 방학 동안 수공예 활동을 시작했다. 앞서 소개한 레진 공예도 지난해 방학 동안 수공예 활동으로 익힌 것이다. 따라서 수공예 활동은 동아리 활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진행되기도 한다.

 

수공예 활동은 보통 개별 아동들이 짜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다양한 생활소품을 만들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동아리 활동과 달리 개인 단위로 자기 리듬에 맞게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남학생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여학생들은 반기는 경우가 많다. 일부 아이들은 수공예 활동에 크게 흥미를 갖고 금방 완성을 해오기도 한다. “공부하는 것보다 백 배는 낫다”면서 수공예 활동에 매진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도구 하나만 가지고 이 아이, 저 아이 부르는 대로 가서 도와주는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

 

수공예 역시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37명이나 되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준비를 하자면 적지 않은 예산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역시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진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나마 그런 지원도 운이 좋아야 3년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을 뿐이다. 방학은 여름·겨울로 연거푸 돌아오는데 이런저런 상황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방학이란 모름지기 오면 가는 것이고, 세상은 갖가지 즐거움으로 가득한 곳이니 너무 한 가지 방식에만 마음을 두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그래도 어쨌든 내일이면 개학이다. 오늘은 개학을 기념해서 센터에서 특별한 점심을 준비했다. 개학하면 힘내서 학교에 잘 다니라는 교사들의 소망을 담은 점심이다. 우리는 힘들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소소하지만 즐거운 추억이 많은 방학이었길 바라 본다. 오늘로 방학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파랑새 방학 끝.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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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성태숙

(현)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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