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바꾸는사람들

칼럼 검색
칼럼 모아보기
ERICK squareal Research & Innovation Center of Korea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지역아동센터의 평가, 아 그 욕구를 어쩌란 말이냐

#780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2022.07.20

1. 3년 만의 거사를 치르다

 

3년 만에 복지부 평가를 받았다. 19년도부터 21년도까지 3년 동안 운영한 서류들을 모두 정리하여 평가를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19년도 운영내용부터 평가를 받아야 함에도 지표가 20년도가 훨씬 지나서 발표되는 바람에 평가는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임을 이미 예고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늘 이 모양이다. 19년도부터 3년 동안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평가지표는 19년도 이전에 나와서 19년도부터는 그런 지표를 염두에 두고 운영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렇게 정상적으로 운영을 하고 평가를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거늘 평가를 받아 본 이후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이건 뭐 점쟁이처럼 운영을 하든가 아니면 나중에 지표를 보고 서류에 손을 대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운명일 수밖에 없다. 물론 평가를 준비한 복지부 입장에서는 별로 바뀌지도 않았는데 현장에서 호들갑을 떤다고 한다. 그건 나비효과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만약 지난 평가 때의 지표로 계속 동일했다면 복지부의 이런 말은 의미를 지녔을지 모른다. 하지만 역시 나비효과를 모르는 복지부는 평가 지표에 살짝 손을 대기 마련이고 이를 본 현장에서는 입술을 앙다물게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2. 아아…어쩌란 말이냐

 

이번 평가도 그렇지만 지난 평가에서부터 환류가 강조되고 있다. 말하자면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근거를 마련하여 이를 이용하는 아동에게 의미 있게 제공하라는 처사일 터이다. 19년도에 A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에는 프로그램 평가를 실시하여 그를 다음 계획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구체적 내용은 별로 없다. 프로그램은 현재 교육지원과 문화지원 및 특화의 세 가지 영역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평가를 받기 위해 제시한 프로그램들이 각각의 영역에 해당할 것, 연간 사업계획서와 월간 사업계획서에 해당 프로그램들이 계획되어 있을 것, 각각의 제시한 프로그램의 계획-진행-평가 전 과정을 종사자들이 주도하여 기록할 것, 프로그램 목적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평가하는 과정을 반드시 마련할 것 등이 평가되고 있다. 그 외에도 프로그램 회차와 사업계획 시행 이전에 지난 해 환류를 반영한 부분과 이와 별도로 다시 이용하는 아동이나 학부모, 운영위원이나 기타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아 그런 자문이나 욕구를 파악한 내용을 계획에 반영하는 과정이 별도로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는 평가 내용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종사자들이 계획하였음을 밝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까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는 1) 전년도 사업 평가 사항을 반영할 것, 2) 이용 아동이나 학부모의 욕구 혹은 전문가의 자문을 반영할 것, 3) 종사자가 이를 계획하고 연간 사업계획이나 월간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실행할 것이라는 삼중 계획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반영 지점들이 어떤 역할을 각각 수행해야 할지 그 맥락에 대한 해석은 없다. 현장에서 감으로 셋의 역할과 기능을 알아서 나누어야 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서도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은 프로그램 설계에 있어 욕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욕구를 반영한다는 말은 현재는 선호도 조사를 하고 이를 반영하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게 해석되고 있다. 아동들에게 전년도나 해당 연도 초에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조사하여 해당 프로그램 개설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문화 프로그램이나 교육지원 프로그램에서 이런 욕구조사는 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 프로그램은 대부분 캠프를 중심으로 선호도가 집중되기 일쑤고 다만 특이사항은 4박 5일과 같은 장거리 캠프를 원하거나 제주도나 해외와 같이 감당 못 할 캠프 장소를 요구한다는 점이 눈에 띌 뿐이다.

 

반면 교육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선호도와 정반대의 경향을 보이며, 모든 프로그램 개설에 학생들이 반대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기초학습 싫어! 독서 안 해! 영어 왜 해? 이런 식이다. 어쩌다 과학실험 등에서 약간의 호의적인 반응이 보이고 디지털과 관련한 프로그램 개설에 조금은 분위기가 달아오르지만 안 해도 무방하다는 식이다. 욕구조사를 하면 ‘하지 말라니깐 왜 하지?’ 이런 결과가 나올 판이다. 그러니 결국은 부모님이나 소위 전문가들의 욕구를 대신 대령할 수밖에 없는 데 이게 맞나 싶다.

 

이번 평가에서 기초학습 관련 내용을 교육지원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은 한 센터의 센터장은 아동들의 욕구조사를 내놓으란 평가위원들의 말에 “이는 욕구조사로 실시한 것이 아니라 아동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발달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내놓은 프로그램이다”라고 일갈을 하셨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규범적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Bradshaw라는 학자는 인간의 욕구를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 데, 이들은 규범적 욕구와 인지된 욕구 및 표출된 욕구와 상대적인 욕구가 바로 그것들이다. 센터에서 아동들에게 욕구 설문조사 등을 시행하여 어떤 욕구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인지된 욕구의 예라고 한다면, 센터를 다니고 싶어 미리 대기자로 등록을 해둔 경우는 표출된 욕구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대기자들은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상대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규범적 욕구란 전문가가 바람직한 상태를 정의하고 관련한 사람들이 바람직한 상태에 이르지 못할 경우 이들이 욕구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정의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당사자의 관점을 전문가의 시각으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동들이 성공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싶은 것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욕구라고 생각한다면 무리일까? 뚜렷한 학습 성취를 이루지 않더라도 최소한 학습부진은 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조차 욕구조사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평가에서 문제로 삼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센터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으니 어째서 ‘굳이 논란이 일 수도 있는 프로그램을 제출해 문제를 만드는가?’하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아마도 이는 개인적인 문제일 터이다. 하지만 변명을 하자면 능력주의 사회에서 길들여진 사람이다 보니 이런 평가가 늘 뾰족한 바늘처럼 예민하게 다가온다. 평가를 1점 더 받는다고 추가로 생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신경이 바싹 곤두선다. 누군가에게 온당하지 않게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 처음부터 문제 있는 평가지표가 구성되었다는 사실, 그래서 공정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현실, 그런 것들이 속을 불편하게 한다. ‘이까짓 게 뭐라고…’ 이렇게 안 되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 인쇄(Print)하기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성태숙

(현)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전글 [사랑으로 꽃피는 아이들] 난 듣고만 있는 중이야 다음글 교육자치의 발전적 변화를 기대하며 – 2022 교육감 선거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중심으로 –
칼럼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