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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사랑으로 꽃피는 아이들] 사람을 알아가는 사람

#756 김진옥, 가락중학교 교사 2022.05.11
본 글은 2021년 ‘서울시교육청’의 학습성장스토리 공모전 사례집인 <사랑으로 꽃피는 아이들>에 게재되었습니다.

 

 

마음이(가명)에게

 

너를 처음 만난 것이 네가 중학교 1학년이었으니 이제는 벌써 고3이 되어 있겠구나. 그 힘들다는 고3 생활을 너도 하고 있다니,그런 고3 중의 한 명이 되어 있다는 것이 얼핏 상상되지 않는다. 마음이만의 힘으로 또 이 시간을 버텨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니 수능을 끝내고 원서 준비에 바쁜 시간이었겠구나. 선생님은 올해도 수능 감독을 갔다가 학생들 보면서 ‘이 중에 그때의 장난치고 속 썩이던 녀석들이 여기 어딘가에 있을 텐데. 몸만쑥 컸을 뿐 어린 속마음은 숨긴 채 다 큰 척하고 있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했단다.

 

마음이를 처음 본 날짜를 선생님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어. 2010년 3월 2일 교실에서였지. 키가 작은데도 뒤편 어딘가에 남들 뒤에 숨은 듯 앉아있었어. 그날 선생님이 대단히 긴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었으려나. 사실 그날은 내가 처음으로 담임교사가 된 날이었기 때문이야. ‘나에게 어떤 학생들이 왔을까?, 1년을 어떻게 잘 지낼까?’ 그런 생각으로 선생님은 잔뜩 떨고 있었어. 정신없이 입학식과 담임과의 시간을 마치고 학생들을 보낼 즈음 한 어머니가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서는 인사를 했어. 잘 부탁한다고. 그분이 바로 마음이 어머니였지. 선생님은 으레 어느 학부모나 자신의 아이를 잘 봐 주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에서 하는 그런 인사인 줄 알았어. 그 인사가 누구보다 간절한 인사이고 부탁이었다는 것을 두어 주 지나면서 차차 알게 됐지.

 

마음이는 여기저기 친구들과 부딪히는 일이 많았어. 기억나지? 한 번은 누가 나에게 무시하는 듯이 쳐다봤다고, 여학생들이 운동신경이 없어서 반 대항 경기에서 우리 반이 졌다고, 엄마를 무시하는 말을 쟤가 먼저 했다고. 그뿐인가. 선생님이 한 번은 웃으면서 칭찬했다가 좀 있다가 야단쳤다고 이중인격이라고, 자신을 자극한 사람은 두고 나만 나무라는 선생님이 싫다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을 때 주먹으로 벽을 쳐서 손을 다치기도 하고,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고, 길길이 날뛰던 너의 모습을 선생님은 가슴 아프게 기억하고 있어. 당시 가장 괴로운 사람은 마음이 너 자신일 테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선생님들은 한편으로 안타깝고 또 한편 겁도 나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단다.

 

위클래스 상담 선생님 기억나니? 너의 분노 버튼이 눌러져서 어쩔 줄 모를 때, 아니면 평온할 때라도 한 번씩 위클래스 교실에 가서 선생님이랑 이야기도 나누고, 속상한 것을 풀었던 거. 겁이 많아 크게 짖는 작은 강아지처럼 너는 그렇게 부딪히는 곳이 많았지만 한 번씩 이야기하고 오면 응급처치라도 받고 온 것처럼 조금 진정을 하는 것 같았어.

 

언제였더라. 마음이가 학교에 오지 않아서였는지 선생님이 마음이네 집에 찾아간 적이 있었어. 시장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그 길 양쪽으로 골목들이 촘촘히 뻗어있고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있는 빌라 건물이었어. 3층이었나. 현관 밖으로 나온 마음이 모습은 화에 휘둘린 모습이 아니라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은 듯한 소년의 모습이었어. 그즈음 선생님은 마음이가 엄마, 아빠와 떨어져 살고 고모 가족과 할머니와 함께 산다는 말을 들었어. 마음 편히 너의 이런저런 투정을 받아줄 사람이 있을까, 눈치를 받으며 살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어. 문밖으로 나온 할머니가 선생님 손을 잡고, 마음이 어머니가 그러했듯 “선생님, 우리 마음이 잘 부탁해요. 잘 부탁해요.” 그 말만을 반복했던 것이 기억이 나. 그리고 마음이랑 선생님이 집 주변을 좀 걸었지, 아마? 그때 마음이 말이 생각난다.

 

“선생님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요. 제가 엄청 어렵게 생긴 아기래요. 엄마가 유산을 여러 번 하셨대요. 그러다가 제가 생겨서 엄마, 아빠가 절에 가서 이름을 지었대요. 길하게 오래 살라고 지은 이름이래요.”

 

당시 마음이 엄마의 마음이 된 듯해서 마음이 울컥했단다.

 

마음이는 경찰이나 검사가 되고 싶어 했어. 지금도 그 꿈은 그대로 꾸고 있어?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당당하게 살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 자기계발서류의 책도 읽고 심각한 표정을 지을 때 이 녀석이 마음의 상처가 어떻게든 회복이 된다면 원하는 것을 그 이상을 마음껏 펼치고 살 텐데 싶더라고. 선생님이 너에게 언제였나 그렇게 편지도 썼었는데.

 

스승의 날이었구나. 5월 15일. 채 석 달이 안 돼서 마음이의 활약으로 선생님은 많이 지쳐 있었어. 그날 너에게 받은 편지를 들고 한참을 들여다봤어. ‘저 때문에 선생님 많이 힘드시죠? 죄송해요. 하지만 선생님 덕에 이렇게 학교생활 하고 있어요. 좀 더 나은 마음이가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 그런 내용이었어. 한껏 다친 날개로 힘겹게 날갯짓하는 어린 새의 몸짓처럼 너의 한 자 한 자가 선생님 마음에 박히는 듯해서 슬며시 웃음을 지을 수도, ‘그걸 알면 그만 좀 사고 쳐라’라고 중얼거릴 수도 없었어. 내가 첫 담임을 맡고 있다는 것을 너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 이후에도 선생님에게 일거리를 무수히 안겨준 마음이. 선생님은 그해 교감 선생님과 상담 선생님, 생활안전부 선생님 등과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너에 대해 고민했어. 왜 그럴까? 어떻게 도울까?

 

너의 아픔을 감싸줄 방편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선생님을 많이 좌절하게 했어. 큰 병에 걸린 환자에게 위로의 말도 필요하지만 진짜 급히 필요한 건 치료 약일 텐데, 선생님이 너에게 하는 노력이라는 것이 그저 위로일 뿐일까 봐. 병원 치료가 필요한데 너의 상황에 대해 잘 파악하고 시간을 내어 책임지고 병원까지 널 데리고 갈 사람이 없었어. 선생님은 그 점이 가장 안타까웠어. 가장 중요한 것이 보호자의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점이.

 

지금은 또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화는 어떻게 감당하고 있니? 몸이 커진 만큼 감정을 다루는 힘도 더 커졌기를 바란다. 그때에는 선생님이 선택하는 것은 불을 덮는 이불처럼 와락 안는 방법, 아니라면 밖으로 나가 같이 걷거나 뛰는 방법이었어. 주체 못할 화도 그렇게 하면 조금씩 누그러졌었어. 그것은 선생님도 나 자신을 위해서 쓰는 방법이야.

 

선생님은 너에 관해서라면 쉬지 않고 선생님들과 이야기했어.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수업에 들어오는 모든 선생님과 뜻이 맞는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과 말이야. ‘오늘 마음이는 어떤 상태예요. 이런 일이 있었으니 참고해 주세요.’ 선생님의 그 해 교무수첩은 거의 마음이 관찰일지나 다름없었어. 좋은 일, 나쁜 일, 조금 진전된 일 죄다 적어두고 작은 희망의 모습이 보이면 부모님께 알리고,  너에게도 격려해 주고 했었어.

 

그렇게 선생님의 첫 담임의 한 해는 온통 마음이 뿐이었다. 수첩 속의 지분만큼이나 선생님의 머리도 마음도 그랬어.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을 다닐 때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에 관한 교과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어. 동기부여를 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심화학습을 하고 과제를 내고 어떤 평가를 하고. 그런 것들 말이야. 학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지 학습에 관심을 갖게 될까. 어떻게 자연스럽게 수업을 이어갈까. 그런데 너는 그 모든 것이 마음이 편치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해 준 학생이야. 몸도 물론 건강해야 하지만,어떤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지, 너의 역사, 어린 시절, 지금의 상황, 그 모든 것 말이야. 사람이 사람을 알려면 역시 역사가 중요해. 문학 작품 맨 뒤에는 언제나 연표가 있고 작가 이력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거야.

 

마음아, 선생님은 오늘도 과목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그 이전에 학생들을 알아가는 사람으로 살고 있어. 마음이가 언젠가는 사랑에 빠지고 가정을 이루며 살 수도 있겠지.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잘 아는 거야. 지금 뭐가 필요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것이 마음의 상처로 남았는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마음에 무엇을 담고 사는지. 마음이가 심신이 건강한 아름다운 청년으로, 너의 삶을 꾸려가며 주변의 사람들을 돌볼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선생님은 멀리서 열렬히 응원한다.

 

2021.12.05.

김진옥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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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중학교 교사 김진옥

가락중학교 교사로, 2021년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학습성장스토리 공모전 사례집인 '사랑으로 꽃피는 아이들'에 글을 게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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