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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유아교육현장에서 나의 ‘자율성’과 ‘교육전문성’ 실행하기

#747 이연선, 부산대학교 교수 2022.04.20

영유아교육은 교과목, 교육내용과 단위시간으로 나누어져 있지 않다. 즉, 전인발달과 통합교육을 기반으로 하기에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은 초중고 학제와 다른 의미를 지닌다. 교육과정은 아동관이 된다. 학령기 전의 아이들이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세상과 만나는지를 담는다. 교육과정은 또한 배움(learning)에 대한 철학적 기반이 된다. 아이들이 세상을 배워가는 다양한 방식들을 담는다. 교육과정은 교육실천의 방향을 제공한다. 아동관과 배움에 대한 철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실제 교육을 어떻게 설계하고, 아이들의 배움을 읽어내고 평가하여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교사의 역할과 페다고지를 담는다. 이처럼 영유아교육과정은 교육실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그 무엇보다도 교육과정을 읽고 해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인 교육과정 리터러시(curriculum literacy)가 필수적이게 된다.

 

2019년에 누리과정이 유아중심·놀이중심으로 개정된 후 교육현장의 교육과정 문해력을 높이고, 학부모를 포함한 교육공동체가 함께 갈 수 있도록 다음 해인 2020년에 현장지원 자료가 개발되었다. 크게 7가지 자료로 놀이관찰, 학습공동체운영, 인성교육, 부모교육, 유아관찰 및 기록, 누리과정 컨설팅, 교사놀이지원 자료가 그에 해당한다. 2021년에는 인공지능, 디지털역량강화, 디지털 놀이 환경, 교육콘텐츠 제작과 기후환경 자료 등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된 교육생태계를 반영한 미래사회 교육콘텐츠가 현장지원 자료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변화된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체계적인 안내서는 여전히 개발이 미진한 편이다.

 

우리나라와 철학적 방향과 개정시기가 비슷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도 BC Early Learning Framework가 10년 만인 2019년에 개정된 이후로 현장지원 자료를 개발하였다. 본 필자가 유아교육과정에 이어, 현장지원 자료에 대한 분석을 통한 소개를 연이어 하는 이유는 개정 누리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교사자율성과 교육전문성에 대하여 훨씬 더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철학적 관점과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넘어 실제로 교실에서 어떻게 해나갈 수 있는지를 담고 있다. 본 고에서는 현장지원 자료 중에 교사의 교육전문성에 대한 안내서를 집중적으로 읽고 현장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특히, 교사의 교육실천 속에서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일상의 순간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으로 해석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담은 ‘교육적 나레이션(pedegogical narration)’(Dahlberg, Moss & Pence, 1999)에 집중한다. 교육적 나레이션이란 이탈리아의 레지오 에밀리아와 스웨덴의 ‘교육적 기록작업(pedagogical documentation)’, 뉴질랜드의 배움 이야기(Learning stories), 호주의 ‘실행연구(action research)’와 유사한 개념이다. 교육과정 해설서에 아동관을 비롯하여 어린이의 배움과 가르침에 대한 개념을 최근의 존재-인식론적 철학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면, 현장지원 자료 중에서 교사의 전문성개발(professional development) 안내서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교사의 페다고지 실천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교육적 나레이션에 대한 구체적인 단계와 내용을 소개하여 관심 있는 교사들이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실험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교육적 나레이션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 1단계: 교육과정이 나의 교육실천과 어떻게 연결되어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 2단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순간들을 관찰하면서 기록을 시작한다.
• 3단계: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고 기술한다.
• 4단계: 일상의 순간들에 대해 성찰하고 해석한다.
• 5단계: 동료교사, 어린이와 학부모와 기록한 내용을 공유한다.
• 6단계: 교육적 나레이션(pedagogical narration)을 교육과정과 연결한다.

 

1단계: 누리과정이 나의 교육실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 교육과정 리터러시 갖추기: 누리과정 해설서, 놀이이해 자료와 놀이실천 자료에 대한 이해, 즉 교육과정 문해력을 갖춘다. 아이들을 관찰하고, 놀이를 지원하고, 활동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모든 일련의 교사실천 과정 전체가 교육과정과 어떻게 연결되어지는 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다.

 

2단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순간들을 관찰하면서 기록을 시작한다.
– 관찰: 관찰은 어린이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고, 어린이와 함께 할 때 내가 교사로서 할 수 있는 고유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려해보게 만들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에 대해 질문해 볼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따라서 일상의 순간들을 기록한다. 관찰내용을 조직하고 기록할 때 체크리스트나 발달 척도와 검사도구 등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 자료이며, 개별 교사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교육적 관점을 축소시키거나 변형시켜서는 안된다. 기록은 지극히 주관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도구나 준거가 관찰의 범위와 한계(예를 들어, 어린이의 행동을 분절시켜서, 특정 무엇을 관찰하기)를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관찰은 교사 고유의 전문적인 페다고지 실천 행위로,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를 가시회하며, 가정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등에 대한 아이를 둘러싼 맥락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유아교사교육에서 관찰이라는 용어는 오랫동안 핵심적인 교육실천행위로 여겨져 교사들은 집중적인 훈련을 받아왔다. 그런데, 관찰(observation)이 갖는 개념을 살펴보면, ‘정상성’을 표준으로 하여 여러 발달검사에 근거하여 이미 결정되어 있는 어린이의 발달 수준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여겨져 온 측면이 다소 강하다(Moss, 2021). 교육적 나레이션 접근은 교사와 공동으로 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며 맥락적이고 교사와 유아와 물질의 행위주체성을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관찰을 할 때 여러 척도들이나 교사의 배경지식이 지나치게 실제 그 맥락을 해석하는데 방해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3단계: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고 기술한다.
– 일상은 아이들이 세상과 만나고 탐험하고 경험하는 순간들로 구성되며, 그 순간들은 갑자기 발생하기에 교사가 평소에 기록매체를 지니고 있는 것이 좋다. 현장노트나 아이들의 대화를 담을 수 있는 디지털 오디오 레코드, 카메라, 스마트폰 혹은 어린이들이 그리거나 만든 물질들을 모두 기록매체로 사용한다.

 

4단계: 일상의 순간들에 대해 성찰하고 해석한다.
– 일상의 순간들에 대한 짧은 반성적 기록을 작성한다. 그 기록들을 토대로 누리과정의 목표, 5개 영역을 연결해보며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해석을 해본다.

 

– 기록물이나 일상적 순간에 대해 반추하고 해석할 때, 혼자서 하기보다는 동료교사나 최신 서적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중요한 것은 내 해석의 바탕이 되는 렌즈에 대해서 다각도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발달이론에 의한 해석은 종종 어린이에 대한 정해진 가설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결론을 내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 교사마다 다른 렌즈를 갖고 있고, 새로운 관점들은 그 해석을 변형시키거나 풍부하게 해 줄 수 있으니 친숙하거나 편안한 하나의 관점에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다양한 렌즈에 의한 해석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 내가 관찰한 것을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들을 알게 되면 해석의 폭이 넓어지고 풍부해질 수 있다. 이전에 관찰하고 해석한 기록들을 이후에 다시 살펴보면 새로운 해석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5단계: 동료교사, 어린이와 학부모와 기록한 내용을 공유한다.
– 관찰기록물, 아이들의 작품이나 대화기록 등을 공유하고 동료교사에게 질문하고 그들의 의견을 묻는다. ‘일상적인 순간’이 교육과정과 아이들의 배움으로 연결되게 하기 위해 어떤 새로운 생각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한다.

 

「2019 개정 누리과정」은 유아중심·놀이중심으로 아이들이 즐겁게 놀이하면서 스스로 배운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가정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가정과의 연계는 어떻게 시작될 수 있을까? 먼저, 학부모의 특성을 이해한다. 학부모는 교육과정(아동관, 배움에 대한 철학과 페다고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만, 어린이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무엇을 배우는지, 다른 아이들과의 사회적 관계 등에 대해 알고 싶어 하며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학부모와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학부모와의 연계는 첫째,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연계한다. 둘째,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배운 아이들이 경험한 내용을 짧더라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기록하여 주간신문(weekly newsletter) 등을 통해 공유한다. 예를 들어, 교육과정의 5개 영역별로 혹은 통합적으로 아이들이 경험했던 내용들을 토대로 교사가 이번 주에 계획하고 있는 내용과 연결하여 간략하게 알려줄 수 있다. 아래는 교육과정과 연계한 주간 신문의 사례이다.

 

♦ 2022년 4월 셋째 주 사랑반 뉴스레터

 

– 이번주 사랑반 어린이들은 <교육과정 내용: 사회관계와 의사소통> 중 안전하게 놀이하기, 존중하기, 책임 있게 행동하기를 경험하고 배웁니다.

 

– 집에서도 함께 실천해주세요!

1. 안전하게 놀이하기

이번 주 실천 1) 교실의 물건을 안전하게 사용합니다.

   2) 가위 등을 사용 후에는 제자리에 놓아둡니다.

2. 서로 존중하며 생활하기

이번 주 실천 1) 친구와 대화할 때 친절하게 말합니다.

   2) 선생님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습니다.

3. 책임 있게 행동하기

이번 주 실천 1) 필요한 놀잇감과 재료를 스스로 준비합니다.

   2) 활동을 할 때 언제나 최선을 다합니다.

 

* 어린이들이 위의 세 가지를 잘 지켰을 때, 쿠폰을 받습니다. 쿠폰을 모으면 동화책을 더 빌리는 등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어요. 단, 쿠폰은 사랑반에서만 쓸 수 있어요!

 

(Kendall Elementary School, Kindergarten Weekly Newsletter, 참조)

 

6단계: 교육적 나레이션(pedagogical narration)을 교육과정과 연결한다.
– 교육현장에서 어린이들의 놀이와 일상 순간을 관찰하고 기록한 기록물과 그에 대한 나의 해석과 생각이 담긴 반성적 기록, 동료교사나 학부모와의 기록, 최신 서적 등이 모두 담긴 교육적 나레이션을 교육과정의 시선으로 검토한다.

 

– 교육과정의 렌즈를 통해 ‘일상적인 놀이 순간’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동료교사와 공유하고 새롭게 교육과정에 녹여낸다.

 

– 교육과정의 인간상, 목표와 5개 영역의 구성 내용과 연계하여, 어떤 부분들이 일상적 기록에서 빠져있고, 좀 더 강화되어 있는지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린이의 배움의 사이클을 다시 재설계한다.

 

– 도움이 되는 질문: 1) 내가 특히 주의를 기울이며 관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2) 그 이유는 무엇인가? 3) 나는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영역의 내용들을 아이들이 골고루 경험하고 느끼도록 하고 있는가? 4) 나는 어떤 관점과 철학에 근거하여 아이들의 배움을 해석하고 지원하고 있는가? 5) 내가 제공하고 있는 경험들은 어떤 교육적 의미가 있는가?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References

 

• Ministry of Education of British Columbia (2019). British Columbia Early Learning Framework.
• Ministy of Education of Britisch Columbia (2020). Professional Development Early Learning Framework.
• Moss, P. (2021). 유아교육과 대안적 내러티브 (이연선, 손유진, 신은미, 이경화, 이진희, 정혜영 공역). 서울: 살림터 (원저출판 2018년).
• Murris, K. (2021). 포스트휴먼 어린이: 그림책과 철학하기를 통한 교육적 변화 (이연선, 변윤희, 손유진, 신은미, 이경화, 한선화 역). 서울: 살림터. (원저출판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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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교수 이연선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교육을 전공했으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에서 연구원으로도 근무했다. 현재는 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이름과 뜻을 같이하며 교육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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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1. 이사민 수정 삭제

    핀란드 유아교육의 성공 비결을 이야기 할 때면 교사의 자율성과 교육전문성이 제일 중요한 요소로서 고려됩니다. 말씀하신 교육적 나레이션은 핀란드 예비 교사들이 학부 시절부터 과제와 실습을 통해 꾸준히 연습해 나간답니다. 특히 저는 다양성과 포용의 유아교육에서 반편견 접근법을 숙지하기 위한 과제로서 편견을 맞이했던 현장에서의 제가 느낀 감정과 경험에 대해 성찰하고 에세이 쓰는 과제, 교육현장에서 다양한 배경으로 인해 차별을 겪고 있는 유아의 일상 순간을 관찰 후 반성적 기록을 통해 교육과정을 재건했던 과제가 생각나네요. 학부 시절부터 꾸준한 나레이션 연습을 통하여 현장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교육적 의미를 반영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2. 김태균 수정 삭제

    딸 아이의 유치원 시절을 돌아보면, 의외로 아이의 유치원 생활에 대한 정보가 잘 공유되지 않더군요. 아마 선생님들이 바쁘셔서 그러리라 생각은 하지만, 내 아이가 유치원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학부모와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주간 신문 등의 내용은 참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매체의 발달로 교사분들이 조금만 더 노력해 주신다면 더 잘 소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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