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보장방안, 교육부안 비판과 교육희년적 대안
빈곤의 대물림과 악순환을 끊으려면 최소한 기초학력은 보장해야 한다. 기초학력도 없이 21세기 사회로 밀어 넣는 건 물 없이 사막을 건너라고 밀어 넣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초학력이 없으면 일자리를 구할 때 어려움에 봉착하거나 사회경제적 약자로 살아갈 개연성이 높다. 기초학력이 없이는 민주시민이 되기도 쉽지 않다. 공동선과 공익을 둘러싼 고도로 논쟁적인 사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기초학력이 필수적이라서 그렇다. 한마디로 21세기 지식사회에서 기초학력은 기본인권이다. 이게 없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며 행복을 추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국가는 당연히 모든 사람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증진시킬 의무를 갖는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서울교육감 시절이던 2011년 국내 최초로 학습부진정책자문위를 구성한 데 이어 2012년에는 전문적인 학습지원센터(종합학습클리닉)를 개설하며 기초학력 보장책무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시에 본격적인 정책대응을 예고했었다. 아울러 교육과정이 부쩍 어려워지기 때문에 학습부진이 급증하는 초4, 중1, 고1의 학습부진을 바로잡아줄 각종 행·재정 지원의 선택과 집중 학년으로 구상하고 교육혁신지구의 공통중점사업으로 설정했었다. 초4, 중1, 고1만이라도 한두 학급씩 증설해서 학급당 인원을 대폭 줄여줌으로써 교사가 학습부진을 보정하고 예방할 수 있는 선진교육환경을 만들어낼 참이었다. 실제로 특정 학년의 학급당 학생 수 감축정책은 교육혁신지구의 중학교들에서 실시돼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호평을 받았다. 물론 당시의 문제의식과 실천은 모두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기초학력은 기본인권, 그러나 구체적 보장방법은 논쟁적
지난 3월 28일 교육부가 ‘행복한 출발을 위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한 것도 동일한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교육부는 저출산 현상의 심화에 따라 아이 하나하나의 잠재력을 모두 이끌어내야 할 필요성이 더 높아졌다는 국가적 관점도 강조한다. 교육부가 기초학력 보장정책을 서둘러 내놓은 직접적인 이유는 기초학력 보장이 문재인 정부의 중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2018년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국어 수학 영어 모두에서 중3 학생들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일제히 높아진 점도 기초학력 보장정책을 내놓을 시점이 무르익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을 것이다. 아무튼 교육부로서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방안을 만 2년 만에 제출한 셈이다.
기초학력 보장 대의는 너무나 강력해서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 문제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이 부분은 불가피하게 아주 논쟁적이다. 주지하다시피 기초학력 미달사태에 대처하는 정책수단으로서 학업성취도 표집조사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참여정부 내내 초6, 중3, 고1 3개 학년에 대한 학업성취도 표집조사가 실시됐다. 이명박 정부는 이것을 3개 학년 전수조사로 바꿔서 전국 수준의 일제고사로 만들며 경쟁주의 교육풍토를 더 강화했다. 지역과 학교를 줄 세우는 일제고사의 부작용이 드러나자 박근혜 정부는 초6을 대상에서 빼고 실시했다. 중3, 고2 학업성취도 전수조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다시 표집조사 방식으로 전환돼 이제 3년째다.
교육부는 모든 학생에게 기초학력을 보장하려면 모든 학생이 초1에서 고1까지는 학년 초에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2개 학년 대상 3% 표집조사는 진단 사각지대가 너무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별 기초학력 보장수단으로는 부적절하고 국가단위 정책 자료로만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현행 학업성취도 표집조사와 별도로 초1부터 고1까지 학생 전부에 대해 학년 초마다 기초학력진단을 의무화한다는 정책구상이다. 다만 구체적 진단방법은 MB시대보다 더 지독한 일제고사 회귀라는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학교선택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기초학력 보장방안이 과연 바람직하고 효과적인지를 놓고 일대 격론이 예정돼 있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교육의 본질에 대한 교육철학적 논쟁과 함께 한국교육 실태론과 개혁론에 대한 논쟁을 통해서만 찾아질 수 있다. 격렬하고 광범위한 논쟁이 불가피하고 바람직한 이유다. 주요 교원단체와 교육단체들의 부정적 논평은 이미 나왔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감협의회의 공식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초중고 교육현장을 뒤흔들 이번 정책방안을 발표하면서 교육감협의회와 공식적인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을 뿐더러 발표내용조차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머지않아 교육감협의회의 공식입장이 비판적이고 대안적으로 나오면 본격적이고 치열한 논쟁이 불붙을 게 틀림없다.
2018학업성취도 평가개요와 평가결과
교육부는 지난 3월 28일 기초학력 보장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2018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함께 공개했다. 작년 6월 19일 중3(237개교/13,049명), 고2(236개교/13,206명)를 대상으로 3% 표집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한 결과다. 고2 표집집단에 특목고 학생이 포함되고 일반고의 직업과정반 학생과 마이스터고 학생, 특성화고 학생이 제외된 점으로 미뤄볼 때 고2 표집집단을 대학진학 희망학생들로 구성한다는 전제가 있었을 것이다. 중3은 국 수 영 사 과 5과목, 고2는 국 수 영 3과목을 과목당 60분씩 지필고사 형식으로 쳤다. 교육부의 방안은 지필시험으로 기초학력 도달 여부를 평가하고 지필시험으로 향상도를 측정하는 방안이다. 교육부는 향후 미래역량도 진단할 수 있도록 문제은행 컴퓨터시험방식(CBT)의 자가진단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예정이다.
교과별 성취도 평가문항은 서답형도 15% 안팎 들어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사지선다형으로 출제된다. 교육부는 앞으로 서답형 비율을 27%(중3), 29%(고2)까지 늘려나갈 방침이다. 성적은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4등급으로 평가된다. 기초학력 미달은 각 학년의 교과별 교육과정이 예정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평가기준 하)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다. 이번에 공개된 부분은 중3과 고2 국어 수학 영어 과목에서 교과별 보통학력 이상 비율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 그리고 성별, 지역규모별 보통학력 이상 비율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다. 다시 말해서 중3 사회, 과학 과목의 성취도에 대해서는 어떤 조사결과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밖에도 중3과 고2 학생들의 학교생활행복도와 교과별 교과역량지수(자신감, 가치, 흥미, 학습의욕)도 공개되었다. 이 부분은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향후 본격적인 관심과 정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조사 결과 첫째, 2017년에 비해 중3은 국 수 영 모두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아졌다. 국어는 2.6%에서 4.4%, 영어는 3.2%에서 5.3%로 늘어났으나 수학은 7.1%에서 11.1%로 증가했다. 고2의 경우 국어 미달 비율은 1.6% 포인트 낮아진 3.4%에 그쳤고 수학은 0.5% 포인트 높아져 10.4%를 찍었으나 오차범위 내에 있고 영어 미달 비율은 2.1% 포인트 높아져 6.2%를 기록했다. 둘째, 중3, 고2를 막론하고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공부를 훨씬 더 잘한다. 국어와 수학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에서 각각 10% 포인트 안팎으로 남학생을 리드한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남학생의 절반도 안 된다. 셋째, 대도시가 수학과 영어에서 읍면지역보다 보통 이상 비율이 높고 기초 미달 비율이 낮다. 국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교육이 그만큼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2018년에 중3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일제히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교육부의 정책문건에는 명시적인 원인분석이 없다. 다만 기초학력보장 방안을 직접 발표한 교육부차관은 지필평가 없는 자유학기제 실시와 토론프로젝트수업 확산에서 그 이유를 찾는 모습이었다. 만약 이런 설명이 타당하다면 금년부터 자유학기제가 자유학년제로 더 확대되기 때문에 2019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8년보다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학교에서 토론프로젝트수업이 늘어나면서 지식교육이 제대로 안 된 결과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어났다는 설명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토론프로젝트수업은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이 참여와 협동을 통해서 수업소외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2018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수학을 제외하면 5% 안팎이다. 중3의 경우 국어 4.4%, 영어 5.3%에 그치고 고2에서도 국어 3.4%, 영어 6.2%에 머문다. 다만 수학만 미달 비율이 11.1%(중3), 10.4%(고2)에 이른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측정한 2003년부터 추이를 살펴보면 전수 학력고사를 강행한지 3년차가 되던 2010년부터 2016년까지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매우 낮아져서 중3의 경우 국어는 1~2%대, 영어는 2~3%대, 수학은 4~5%대에 머물렀다. 고2도 국어 1~2%대, 영어 2~5%대, 수학 4~5%대를 넘지 않았다. 당시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시험 배제와 벼락공부시키기 등이 횡행해서 그 결과로 상대적으로 낮은 미달 비율을 기록했지만 그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거나 지속가능한지는 의문이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그 후 다시 조금씩 늘어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까지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초학력 미달 제로를 향한 진지한 교육적 노력이 더 요구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학교생활행복도는 증대추세이고 기초미달도 학교생활이 행복하다
교육부가 이번에 공개한 학교생활행복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표집대상 중 행복도가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중3 61.3%, 고2 58.9%였으며 행복도가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1.4%, 1.2%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37.3%, 39.9%는 보통이라고 표시했다. 참고로 2015년의 높음 응답률은 54.6%, 47.3%로 각각 6.7%포인트, 11.6%포인트 증가했다. 고2의 행복도가 매년 높아진 이유는 지난 몇 해 동안 대입전형요소와 평가방식, 학교수업방법과 생활규율 등이 입시경쟁교육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변해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중3의 학교생활 행복도 ‘높음’ 비율은 2017년에 64.2%를 찍어서 최고점에 달했으나 18년에는 2.9% 포인트가 줄었는데 이유는 불분명하다.
기초 미달 학생들의 학교생활행복도는 보통학력 이상 학생들의 행복도에 비해 당연히 낮게 나왔다. 보통학력 이상 학생은 64.1%(중3), 61.6%(고2)가 행복도가 높다고 응답한 반면 기초 미달 학생들은 48.5%(중3), 42.0%(고2)만이 학교생활 행복도가 ‘높다’고 응답했다. 행복도가 낮은 비율도 보통학력 이상은 0.9%, 0.8%에 그친 반면 기초 미달은 5.5%, 6.2%나 됐다. 나머지는 다 ‘보통’ 수준의 행복도를 느꼈다. 놀라운 점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도 대단히 높은 학교생활행복도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학교생활행복도에서 성별 차이는 오차범위 내로 무의미한 반면 대도시의 중3과 고2(65.0%, 62.2%)는 모두 중소도시(57.8%, 55.9%)의 또래나 읍면지역(61.5%, 59.0%)의 또래에 비해 행복도가 높게 나왔다. 중소도시 학생들이 읍면지역 학생들보다 조금이나마 덜 행복하다.
기초 미달 학생도 국수영에 흥미를 느끼고 학습의욕을 갖는다
교과별 정의적 특성에 대한 조사는 2017년 수학으로 시작해서 2018년부터 국, 수, 영 모두로 확대됐다. 각 과목에 대해 자신감(잘한다), 흥미(좋아한다), 가치(도움된다), 학습의욕(노력한다)을 높음, 보통, 낮음으로 답하는 방식이다. 2018년 조사 결과 중3과 고2 모두 과목과 상관없이 자신감, 흥미에 비해 가치와 학습의욕에서 높음 비율이 높았다. 다시 말해서 우리 학생들은 국 수 영에 대해 자신감과 흥미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대입) 필요성을 인정하고 학습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수학보다 국어, 영어에 대해 더 그렇다. 하지만 객관적인 필요보다는 주관적인 흥미를 느껴서 공부할 때 더 지속가능하고 더 잘할 수 있다. 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수업혁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성취기준별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에 관한 이번 조사 결과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포기해선 안 될 강력한 이유를 제공한다. 기초학력 미달 중3 가운데 국 수 영에 여전히 ‘높은’ 흥미를 느낀다는 비율이 각각 29.9%, 17.5%, 22.2%나 된다. 고2 학생은 이 비율이 각각 28.5%, 11.8%, 16.5%다. 최소한 이들은 얼마든지 기초학력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라고 해서 학습에 다 자신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자신감이 낮다고 표시한 중3 학생은 25.9%(국어), 45.7%(수학), 41.5%(영어)에 지나지 않는다. 고2 학생도 27.1%(국어), 58.5%(수학), 45.3%(영어)다. 더욱이 기초학력 미달 중3 가운데 학습의욕이 낮다고 밝힌 경우는 23.2%(국어), 33.8%(수학), 33.4%(영어)에 불과하고 고2 중에서는 21.7%(국어), 44.3%(수학), 33.3%(영어)다. 나머지는 보통의 학습의욕이나 높은 학습의욕을 갖고 있다.
요컨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절대다수는 아직도 지금의 낮은 학력과 상관없이 흥미, 자신감, 학습의욕이 낮지 않다. 중고생이 이럴진대 초등학생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설령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해도 교육당국과 교사는 포기하지 못한다. 하물며 학생들이 이처럼 건강하게 포기하지 않는 데도 학교당국이나 교사, 학부모가 지레 기초학력 보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도 학업에 나름대로 흥미와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한편으로 안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계가 더 분발해야 할 이유를 발견한다.
나는 학교생활행복도와 학업성취도, 그리고 교과기반 정의적 특성까지를 포함한 위의 통계수치들에서 앞으로 문재인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이 보다 담대한 교육시스템 개혁과 학교문화 혁신에 나설 경우 우리 교육이 기초학력 보장과 학력 상향평준화는 물론 지적호기심과 자발성, 행복감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읽는다. 특히 지난 4,5년 동안 학생들의 학교생활행복도 조사에서 괄목한 만한 진전을 이룬 사실을 통계수치로 확인하였는바, 이는 진보교육감시대에 정의적 차원의 교육발전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서 의미가 작지 않다.
교육부의 기초학력 보장방안 개요
교육부가 내놓은 기초학력 보장 정책의 골자는 단순하다. 모든 아이의 기초학력 보장은 국가와 학교의 가장 큰 기본임무다. 이를 위해 학교에 초1부터 고1까지 기초학력 진단의무를 부여하되 진단방법은 학교가 자율선택하게 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진단도구를 개발, 제공한다. 기초학력 진단은 초1,2 학생은 한글 공부와 기초수학을 대상으로, 초3 학생은 읽기, 쓰기, 셈하기를 대상으로, 초4부터 중3 학생까지는 읽기 쓰기 셈하기 및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을 대상으로, 고1학생은 국어 수학 영어를 대상으로 매년 3월 중에 진행한다.
기초학력 미달로 초기진단이 나오면 학습부진 원인과 학습 여건에 따라 보정지도를 차별화한다. 학습부진이 경미할 경우 수업시간 내 즉각적인 보충지도, 단기교정이 가능할 경우 방과 후 주2회 45분씩 그룹지도, 단기교정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방과 후 주5회 45분씩 개별지도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전담 보조 인력을 학교마다 배치한다. 학교는 담임교사, 특수교사, 상담교사, 보건교사 등으로 기초학력중점지원팀을 만든다. 이 팀이 중심이 돼 해당 학생에 대해 6월, 9월, 11월에 각각 향상도를 측정한다. 학습부진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조기 진단과 보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초1,2에 정책적 지원을 집중한다.
국수영 중심 기초학력 보장은 시대착오적이다
일견 그럴듯하다. 하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여러 허점이 드러난다. 우선 보장 대상 기초학력 개념이 협소하고 시대착오적이다. 교육부는 보장 대상 기초학력을 읽기 쓰기 셈하기 및 관련 교과 지식으로 한정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지적, 사회적, 정의적 영역의 기본역량을 포함시키지 않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읽기, 쓰기, 셈하기와 관련 있는 교과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다섯 과목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마련한 기초학력보장법 시행령 안은 관련 교과를 더 한정해서 국어와 수학으로 못 박는다. 기초학력에 대한 전통적 개념에 따르더라도 그 보장 취지를 살리려면 최소한 국수영사과 다섯 교과목의 기초학력을 보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국어와 수학의 학년별 기초학력 보장으로 끝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교육기본법상 교육의 목표는 자주생활인, 민주시민, 홍익인간을 길러내는 데 있다. 그렇다면 공교육이 보장해야 할 교육의 실질도 자주생활인, 민주시민, 홍익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학력과 기초역량일 것이다. 더욱이 우리 아이들은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다문화사회와 노령사회의 도전과 위협을 극복하며 복지국가와 평화통일을 이뤄내는 데 필요한 기초학력과 기초역량을 보장받아야 한다. 요컨대,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기초학력과 기초역량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상황을 감안해서 설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과연 국어와 수학 중심의 도구교과 지식으로 측정되는 전통적 개념의 기초학력인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21세기의 일반적 조건과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당면한 시대과제들은 고도의 집단지성과 도덕적 용기를 발휘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와 조직민주주의, 경제민주주의로 확대, 심화되지 않는 이상 그리고 세계시민의식과 국제연대협력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보통사람들의 자유와 번영은 기약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교육당국이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은 민주시민역량과 세계시민의식이다. 국수영 기초학력이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보장대상 국수영 기초학력을 민주시민에게 필요한 최저수준으로 한정하고 그마저도 적극적인 민주시민의 관점과 맥락에서 철저하게 재구성함으로써 철두철미 민주주의를 위한 기초학력을 보장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국수영 도구과목의 기초학력 보장 범위를 축소하고 여유 공간을 민주시민의 기초역량으로 채울 때 비로소 공교육은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민주시민역량과 세계시민의식을 길러줄 수 있다. 공교육이 인권으로서 보장해야 할 교육의 실질을 민주주의를 위한 기초학력과 기초역량으로 재구성할 경우 지금처럼 초1에서 고1까지 마냥 수학 기초학력에 목을 매는 수학제국주의와 초4에서 고1까지 마냥 영어 기초학력에 목을 매는 영어제국주의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향후 초중등교육과정, 특히 국가공통기본교육과정을 바꿀 때 국수영 중심의 현행 교육과정에 대대적 수정이 가해져야 마땅하다.
공교육이 누구에게나 보장해야 할 교육의 실질을 따지다 보니 결국 국가공통기본교육과정을 발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셈이다. 향후 기초학력 보장방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도 비슷한 경로를 밟기를 기대한다. 요컨대, 교육부의 국수영 중심 기초학력 보장정책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한국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민주주의를 위한 기초학력과 민주주의를 위한 기초역량을 동시에 보장해야 맞다.
소요예산 추계조차 없어서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교육부의 기초학력 보장정책이 단순한 구상을 넘어서 새로운 시스템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종국적으로 학교 내 수업보조인력과 학교 밖 외부전문인력 지원, 즉, 예산지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인력과 예산을 수반하는 국가정책의 진정성은 인력과 예산지원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교육부는 초4부터 국어, 수학 두 과목에서만 기초학력을 보장할지, 아니면 국수영사과 다섯 과목에서 기초학력을 보장할지, 나아가서 초등 저학년에서만 기초학력 부진을 체계적으로 잡아줄지, 아니면 중학교에서도 기초학력을 체계적으로 잡아줄지 뚜렷하지 않다. 물론 전자를 선택할지, 후자를 선택할지에 따라 예산소요가 크게 달라진다. 추측컨대 마음은 후자가 원이로되 막대한 예산소요 때문에 딱 부러지게 결정하지 못하고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교육부는 초4에서 중3까지 국영수사과 다섯 과목, 고1 때 국영수 세 과목의 기초학력을 진단, 보정하는 데 필요한 예산소요는 추계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다만 100인 이상 초등학교의 1,2,3학년 총 54,1034 학급에서 수학 수업을 진행할 때 3학급당 1인씩 강사 보조인력을 제공할 경우 소요되는 예산액을 1443억으로 추계해서 제시했다. 이때 강사비용으로는 연 800만원을 계상했을 뿐이다. 만약 강사가 아니고 특수교육을 받은 특수교사를 고용한다면 예산은 더 들어간다. 과목 수가 늘어나고 학년 수가 늘어날수록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만약 초1에서 3까지 국어에도 보조강사를 투입할 경우 총 2,886억 원이 든다. 초4에서 초6까지 수학과 국어에 보조강사를 투입해도 2886억 원이 들고 중1에서 중3까지 수학과 과학에 보조강사를 투입해도 마찬가지다. 초1에서 고1까지 한 과목에만 기초학력 지원 목적의 보조강사를 투입해도 어림잡아 1조5천억이 들고 2과목에 투입하면 3조원이 소요된다. 그런데 3학급에 1인씩 투입하는 대신 한 학급에 1인씩 투입하면 소요예산은 당장 세 배로 늘어난다. 진정성 있게 접근하면 할수록 세금이 무한정 들어가는 셈이다. 우리 아이들이 120세 시대를 산다고 가정할 때 교육을 위한 투자만큼 남는 장사는 없을 것이다. 그것도 교육약자를 위한 투자라면 사회적 효용은 몇 배로 쳐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세계에서는 기초학력 보장예산만 무한정 늘리는 게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초4부터 중3까지 국수영사과 5개 과목(고1은 국수영 3개 과목)의 기초학력을 보정하기 위해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게 정책 문건을 만든 이유다. 다만 교육부는 5개 과목 모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학년별 온라인학습지원시스템을 구축해서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효과가 안 나는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과연 예산과 인력을 과감히 투입해서 실질적인 성과를 올릴 계획인지, 아니면 현직교사를 쥐어짜는 방식으로 진행할지가 도무지 불분명하다. 확실한 것은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추산한 것처럼 최소한 수조원대의 추가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고작 초1에서 초3 수학교과의 보조인력 추가배치만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실은 이것도 보조인력을 적극적으로 신청한 학교에만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초1부터 고1까지 기초학력 보장이라는 거창한 정책구호와 달리 교육부의 기초학력 보장정책은 정책의지와 예산지원에서 불분명한 구석이 있어서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좋은 취지와 상관없이 업무폭탄이 될 것이다
명분과 대의가 아무리 뚜렷해도 입법과 정책은 현장까지 오는 긴 과정에서 그 목적과 취지가 왜곡, 상실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장교사들에게 물어보면 기초학력 보장정책이야말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몹시 높다. 현장교사들은 기초학력 보장업무가 결국 학교와 교사의 추가업무가 된다는 사실과 여간해서는 실효성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아주 냉소적이다.
현장교사들은 기초학력 보장 입법과 정책으로 말미암아 향후 많은 요구공문이 내려오리라는 사실과 많은 보고공문을 작성하리라는 사실을 오랜 경험으로 안다. 기초학력 보장이 학교와 교사의 당연한 책무라는 점을 잘 알고 나름 노력하면서도 상부에서 계획과 보고, 평가와 점검의 형식으로 강제되는 것이 불쾌하다. 거창한 구호와 달리 예산지원이 불충분하리라는 사실과 결국은 현직교사들의 추가업무로 귀결되리라는 사실을 예감하기 때문에 불길하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교사들은 졸지에 기초학력 보장의지와 역량조차 없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존재로 그려지는 점이 싫고 또 하나의 교육부발 업무폭탄 앞에 움츠려드는 스스로가 싫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사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만들어줄 매뉴얼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 그 취지를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 집단지성을 가동하며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다.
설마 일제고사시대로 돌아가자는 뜻은 아니겠지만…
뿐만 아니다. 현장교사들은 아무리 진단도구 선택권이 학교에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는 결국 교육부와 교육청이 만들어낼 학년별·교과별 진단도구를 쓰게 되리라는 점을 경험으로 안다. 교육부와 학부모는 학교별 진단결과를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동일한 진단도구 사용을 선호하며 압박하리라는 점도 안다. 최소한 교육청별로 상당한 수준의 표준화가 진행되면 일제고사의 모든 부정적 속성이 교육청 단위에서 되풀이되리라는 점도 안다. 만약 모든 학년에 대해 실시되는 학년 초 교과별 학력진단평가가 일제고사처럼 인식되고 기능하게 된다면 학교는 전례 없이 강력한 경쟁의 소용돌이로 다시 휘말릴 우려가 있다. 현장교사들의 우울한 예측이 현실로 드러날 경우 한국교육은 기초학력 보장을 빌미로 다시 학교생활행복도에서 퇴행할 가능성을 예약해놓았다고 할 수 있다.
기초학력 미달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래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제일 낮았던 때는 이명박근혜 정부가 전수 일제고사를 밀어붙이던 2010년부터 16년까지였다. 국수영 모두에서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다. 일제고사 방식의 학업성취도평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다. 당시에 교육부는 교육청별 미달 비율에 따라 교육청을 차등 지원했고 교육청은 학교별 미달 비율에 따라 학교를 차등 대우했다. 자연스레 교육청 간,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해져서 미달 예상 학생들을 아예 시험당일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조치한 학교도 많았다. 학교차원에서도 대상학년에 대해서는 최소한 시험 한두 달 전부터 강도 높은 대비교육이 이뤄졌다.
설마하니 문재인정부의 교육부가 이 시절로 돌아가자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필시험에 의한 전수 학력진단시스템은 언제나 과거의 일제고사 방식으로 치달을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교육관료제의 입장에서는 전수 진단방식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한편으로는 학교와 교사, 학부모에게 기초학력 부진의 책임을 돌릴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빌미로 학교와 교사, 학부모에 대한 일정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비판 요약
지금까지 나는 첫째, 교육부의 기초학력 보장정책이 보장 대상인 기초학력의 개념과 범주를 시대착오적으로 잘못 설정했으며, 둘째, 그렇기 때문에 설령 적절한 예산과 인력으로 뒷받침돼도 국수영 기초학력에서는 낭비를 낳고 민주시민 기초역량에서는 결핍을 낳게 마련이고, 셋째, 더욱이 교육부가 적절한 예산규모 앞에서 주춤거리고 불분명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정책의지와 실효성마저 의심스럽고, 넷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에서는 또 하나의 업무폭탄이자 전 학년으로 확장된 일제고사로 인식된다고 비판했다.
잘못된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로는 백약을 투입해도 무효다
학교의 자율성과 교사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현재의 교육행정우위 교육시스템 아래서는 백약이 무효다.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라 학교에 법적인 기초학력 보장의무를 지우고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줘도 학교의 기초학력 보장업무는 극도로 비효율적이고 형식적으로 진행되리라는 점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인성교육이든 민주시민교육이든, 기초학력보장이든 학교폭력예방이든, 먼저 입법강제부터 할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근본이 잘못된 시스템 자체를 바꾸지 않고 그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에 착안해서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꼬리표 붙은 예산을 지원해봐야 학교현장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조직과 업무를 지금의 1/3 이하로 과감하게 줄여서 학교가 최대한 교사들의 전문성과 집단지성에 입각해서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보고를 요구하는 공문이 1년에 10건도 안 된다고 합창하는 구미 학교 교장들의 증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처럼 하루에 3,40건, 1년에 7,8천 건의 공문이 날아오는 끔찍한 현실은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 작금의 행정우위 교육현실의 배후 메커니즘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비대화 및 그에 따른 시범, 연구 기타 정책사업 남발이다. 그 결과 학교예산도 자율판단의 여지가 있는 일반예산보다 꼬리표 달린 정책사업예산이 더 많다. 이래서는 학교의 자율성과 교사의 전문성이 빈말에 지나지 않고 학교의 책무성과 교사의 책임감도 취약하게 마련이다.
법적 강제는 학교의 자율성과 교사의 자발성을 죽인다
입법에 의한 강제는 자율성 및 자발성과 친하지 않다. 법적 강제는 주로 계획 수립과 위원회 구성, 정례 점검과 보고, 감독과 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식을 취한다. 다시 말해서 입법에 의한 강제는 계획 강제, 기구 강제, 점검 강제, 보고 강제, 평가 강제, 감독 강제 등 수다한 강제로 구성된다. 이러한 강제요소를 가진 특별법이 몇 개만 학교현장에 적용돼도 학교는 각종 법적 강제, 특히 보고의무에 치여서 허덕이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보기로 학교폭력예방처벌법과 인성교육진흥법을 들 수 있지만 입법 추진 중인 기초학력보장법은 특히 체감강제가 촘촘하고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적 강제는 법익이 아무리 중대해도 강제가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는 사회적 중론이 형성될 때 추진된다. 기초학력보장법안도 그런 보기의 하나다. 학교와 교사가 기초학력 보장이라는 중대법익 실현에 소홀히 해왔다는 사회적 인식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구조를 들여다보지 않고 현상만 관찰해서 나온 이러한 인식도 일면적이고 표피적이지만 더 큰 문제는 법적 강제가 교사의 자발성을 죽이는 독약이라는 데 있다. 의무는 자발적으로 수용될 때 힘이 있지만 강제로 인식되면 힘이 없다. 틈만 있으면 시늉만으로 그치고 멀리 도망치기 때문이다. 법적 강제는 전문성의 관점에서는 냉소의 대상이 되기 쉽다. 비전문가들이 공분과 다수결로 희생양을 만들어내며 부정확한 극약처방을 내려서 사태를 더 꼬이게 하는 경우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보장정책도 교사집단의 냉소를 받는 순간 실패가 예정되었다고 보면 된다.
공부약자가 수업소외를 당하지 않도록 수업혁신이 중요하다
기초학력이 부족하면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든가 엎드려 잠자든가 떠들 수밖에 없다. 기초 미달 학생에게 수업시간은 기다려지는 시간이나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어떻게든 지나가야 하는 무의미한 시간이기 쉽다. 기존의 강의식 수업방식으로는 이 아이들을 참여시킬 방법이 없다. 이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조금이라도 그날의 주제에 눈뜨고 뭔가를 배우게 하려면 학생 중심, 배움 중심으로 수업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대체로 움직이는 수업, 참여하는 수업, 팀 프로젝트 수업이면 좋을 것이다. 아이들이 편하게 모르는 걸 물어볼 수 있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끼어들 여지가 있어야 한다. 날마다 이렇게 하다보면 관심과 흥미도 생길 수 있고 약간의 지식도 쌓일 수 있다. 이렇게 수업시간이 조금이라도 의미를 갖기 시작할 때 방과 후 보충수업도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수업시간을 모두 멍 때리며 무의미하게 보내고 나서 방과 후에 한 시간씩 주2회 그룹지도 또는 주5회 개인지도를 받는다고 해서 과연 기초학력이 얼마나 나아질지 의문이다.
맺음말: 2019 교육희년의 대안을 상상하며
진보교육감시대는 2010년에 서울, 경기 등 6개 지역으로 시작해서 2014년 13개 지역, 2018년 14개 지역으로 확산됐다. 그렇기 때문에 2014년부터 한국의 교육통계는 진보교육감시대의 교육통계라고 할 수 있다. 2018 학업성취도 조사 결과는 진보교육감시대에 중고생의 학교생활 행복감이 꾸준히 높아진 사실을 말해준다. 몹시 중요한 성취다. 그러나 잠자는 교실, 떠드는 교실이 보여주듯이 다른 한편에서는 수업규율이 무너지고 있다. 이미 진보교육감시대는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내고 있으므로 이제 기초학력이 보장되는 학교, 지적호기심이 살아나는 교실, 자율질서가 잡혀가는 학교, 학생과 배움 중심 수업이 표준이 된 학교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교육행정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는 교육청이 학교로 보내는 공문 처리건수가 지금의 1/3 이하 수준으로 줄어든 완전히 새로운 교육청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이 일에는 더 이상 선거에 나서지 못하는 재임 9년차 3선 교육감들이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만약 3선 교육감들이 학교로 쏟아지는 공문건수를 현장교사들이 입을 모아 칭송할 만큼 줄이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진보교육감시대에 대한 회의론이 스멀스멀 올라와도 이제는 딱히 변명하기도 마땅치 않을 것 같다. 공문건수의 대폭 감축, 다시 말해서, 교육청의 규모와 업무 감축은 향후 진보교육감시대의 성패에 그만큼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 글에서 나는 몇 가지 이유로 교육부의 기초학력 보장정책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교사가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바꾸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최고의 개혁이고 다른 개혁은 이 바탕 위에서 진행되어야 힘을 받고 왜곡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조직을 지금 규모의 1/3도 안 되게 슬림화하고 업무도 기존 정책업무의 1/3도 안 되게 슬림화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조직과 업무를 공히 지금의 1/3 미만으로 줄이는 대수술을 단행해야만 학교와 교사가 교육부와 교육청의 공문폭탄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럴 때 비로소 교사들한테 시간의 여유가 생겨 방과 후에 직접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돌봐줄 수 있다.
학교교사들이 방과 후에서 퇴근시간 전까지 직접 학습부진학생을 돌볼 수 있게 되면 두 가지 큰 장점이 있다. 외부강사에 비해 전문성과 친밀감이 높고 별도의 예산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위에서 대충 추계한 바에 따르면 강사지원형 기초학습 보장에는 최소한 수 조원대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학교교사가 직접 돌볼 경우 이 예산이 전액 절감될 수 있다. 다만 학교에서 감당할 수 없는 학습장애 학생에 대해선 외부전문기관의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바 이를 위한 예산은 따로 충분히 확보해놓는 게 필요하다.
둘째,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면적인 수업혁신이 중요하다. 하루에도 6,7시간이나 되는 수업시간을 무의미하게 지내고 간신히 1시간 보충지도에 매달려봤자 학력이 나아질 리 없다. 특히 공부가 뒤처져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수업시간에 소외당하지 않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발표와 토론, 활동과 팀워크가 있는 배움 중심 혁신수업에서는 누구라도 수업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어서 혼자 멍 때리고 잠자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수업시간에 가랑비에 옷 젖듯이 학생의 지적 관심과 교과 지식이 조금씩 쌓이게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기초학력 보장방안은 없다.
위의 대안에 따르면 교육청은 몸집을 줄여야 하고 교사는 수업혁신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학생은 양질의 학습지원을 학교 교사한테 받을 수 있어 좋고 국가는 기초학력 보장에 추가적으로 큰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좋다. 교육청은 간섭하며 군림하지 않아서 좋고 교사는 자발성과 전문성을 회복해서 좋으며 국가는 돈을 굳혀서 좋고 학생은 기초학력을 보장받아서 좋다. 이 모든 선순환의 처음은 교육청의 과감한 내려놓기다. 아니, 교육감의 과감한 내려놓기다. 진보교육감은 교사를 위해, 아이를 위해, 미래를 위해 뒤도 돌아보지 말고 학교장에게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학교장은 교사에게 자율권을 주고 교사는 학생에게 자율권을 주고 학생은 미래에게 자율권을 줘야 하다. 이것이 새 100년의 첫 해를 교육희년으로 살아낼 수 있는 길이다. 진보교육감들의 일대 결단과 실천을 기대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서울법대와 펜실베니아대 로스쿨에서 수학한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교수로 재직하며 노동법, 사회보장법, 공정거래법, 인권법을 가르쳤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과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5.18 시민상을 수상했다. '행복한 교육혁명'을 가치로 2010년 6월 2일 서울교육감으로 선출돼 공교육의 표준 교체와 교육행정 혁신을 시도했다. 대표적 교육정책으로는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문/예/체 교육과 혁신학교가 꼽힌다. 인사, 사학, 시설, 구매 등 모든 교육행정에서 시민참여와 투명성을 북돋으며 사회적 책임을 불어넣기 위해 애썼다. 701일이라는 짧은 교육감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공교육 2.0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를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4월부터 펙트TV에서 '곽노현의 나비프로젝트, 훨훨 날아봐'로 진보적 관점의 교육전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징검다리 교육감> 등이 있다. 본래 강자를 법의 지배 아래, 약자를 법의 보호 아래 두는 법치주의의 전사였으나 이제는 교육계 사람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