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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원정책, 시대의 흐름에 맞는 중·장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739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2022.03.22
본 내용은 ‘교육자치 시대의 인사제도 혁신’(2021, 테크빌)의 내용 중 일부를 수정한 내용임

 

법률과 제도는 안정적인 것을 추구한다. 법 해석을 유연하게 적용할 경우 국민들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법학자들은 준비되지 않은 법률은 무의미하다고 말하고는 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준비되기까지 기다린다면 법과 제도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고 여론의 눈높이에 맞지 않게 될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윤창호법’이나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 법’,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신호등 및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요구하여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일명 ‘민식이법’ 등은 법과 제도를 통해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교육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래’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는 요즘의 대표적인 교육계 화두이다. 미래사회의 전망에서 이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이 미래사회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미래사회를 말하면서 학령인구감소를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68조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지만 출생아 수는 더욱 하락하는 추세이다. 특히 저출산 정책에만 10년간 150조 원을 들였다고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산율은 0.81명(출생아 수: 26만 명대)으로 OECD국가들 중 꼴찌이며, 2022년 출산율은 0.7대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인구감소의 현상이 젊은 층에게는 위기감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대에서 고달픈 생활을 끊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고 과반 수 이상이 출산과 결혼에 대해서 회의적이라는 설문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출산율이 앞으로 더 줄었으면 줄었지 늘어나는 상황이 오기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 획기적으로 정책기조를 바꾸어야만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교육계에 미칠 파급력도 상당할 것이다.

 

쉽게 숫자로 접근해 보면 2020년 고3 학생수가 51만 명인데, 새로 출생한 아이들이 고3이 되는 약 18년 후에는 현재 고등학교 교사의 3분의 2가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심란한 것은 인구 학자들은 20만 명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전체적인 학령인구도 급감하고 있다. 통계청 장래추계인구에 의하면 2017년 272만 명이던 초등학생 숫자는 2067년 125만 명으로 예측되고 있다. 당장 약 10년 후인 2030년에는 초등교사 5만 명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오고 있다. 인구정책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도 실패한 이유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또 놓치면서 전시행정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는 국가적인 재앙에 가깝다. 지금 내 앞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특정 지역에서는 지역 자체가 소멸할 것이고, 아주 먼 미래에는 대한민국이 소멸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세계 유일의 초 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300년 안에 없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대한민국의 현재 출산율이면 그 이전에 나라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인구감소가 축복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나오고도 있지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보고한 ‘2050년 한국 인구 피라미드’에서는 2050년이면 65세 이상이 40%이고, 14세 이하가 9%라는 예측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서 축복이라고 말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노인의 복지·의료비에 써야 하는 비용이 급증하는 반면, 세금을 낼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1

 

현실이 이러하니, 교육계에도 그 파급력은 상당하다. 2019년 4월 정부가 발표한 2019∼2030년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임용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공립학교 교사 신규채용 규모를 초등교원은 2018학년도보다 약 14∼24%, 중등교원은 33∼42% 각각 줄이기로 한 바 있다. 2020년부터 범부처 협의를 개시하였고,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도 수립했다. 2022년부터는 교대·사범대 등을 평가해 교원양성 규모도 조정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예상은 이러하였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자 모든 예상이 빗나가고 최악의 지표들이 드러나고 있다.

 

강력한 개혁을 통해 교원정책을 바꾸는 것 같지만 대부분 다음 정부에게 떠넘기는 식이고 현실성 있는 정책이나 제도의 도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껏 다음 정부, 다음 사람, 다른 기관이 교원정책을 해결할 것이라고 넘겨 왔지만 실제 다음이 되면 그 다음을 말하고는 한다. 골든타임을 번번이 놓치고 있다. 외과적인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순하게 약 처방만 하니 병이 낫기 어렵다. 지금의 교원정책은 과거를 답습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은 개선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병폐가 사회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교원단체들은 저마다의 생각으로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인구가 줄어들든, 학생 수가 줄어들든 교원을 감축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는 같다. 이렇다 보니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학생 수보다 교원의 수가 많은 기형적인 소규모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가령 중학교 한 곳에 교원 수는 12명인데, 학생 수는 10명인 곳이다. 이러한 학교는 앞으로도 수없이 늘어날 것인데, 교원의 자리는 손대지 말라는 것에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비단 학부모만이 아니다. 학교와 교육청은 학생이 있기에 존재한다. 존재의 이유는 학생이다. 학생이 없어지면 구조 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서울과 6대 광역시의 도심 폐교 현상만 하더라도 그 속도와 규모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21년 5월까지 서울과 6대 광역시에서 문을 닫은 초·중·고교는 총 190곳이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175곳이 폐교하였다.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 훗카이도의 유바리시(夕張市) 지방자치단체가 파산한 경우도 있다. 1960년대에는 11만 명 인구의 지자체였는데, 2017년에 1만 명 이하로 감소하여 자체적으로 규모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공무원 월급의 40%를 삭감하기도 하였고, 현재는 학교가 3곳 밖에 남지 않았다. 미국 미시간 주의 최대 도시이자 대표적인 공업도시인 디트로이트시가 파산한 전례도 있다. 물론 일본과 미국의 경우는 근본적으로 원인은 다르지만 선진국에서도 지자체가 파산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양측 동일하게 공무원 숫자를 줄였고 구조조정을 했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가 급변하게 되면 법률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현재처럼 공무원 수를 늘리기만 할 수는 없고, 언젠가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교원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미 사립학교(사학재단)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정규교사를 거의 뽑지 않고 정원 외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고 있다. 향후 10년 내로 학령인구 급감으로 고등교육기관(대학, 대학원)은 40-50% 가량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낭만적인 예측에 가까워 실제로는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인구감소(학령인구감소)가 유·초·중등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고, 그 영향은 10년 이내에 엄습해 올 것이다.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초등교원의 경우 교사 한 명이 전 과목을 가르치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급관리에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지만, 중등의 경우는 과목별 표시과목이 존재하여 교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교과는 물론 비교과나 소수교과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속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아울러 고교학점제의 도입으로 교원정책을 개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 예상한다. 교육부는 2025년에 고교학점제의 일반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것이 꼭 위기라고 볼 수는 없지만 중등 교원이 자신의 표시과목과 연관된 한두 과목만 가르치는 시대는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교원들이 더 이상 교·사대에서 배웠던 지식으로 평생을 가르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교원들의 재교육이 생존 및 전문성과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선택의 기준은 교원들의 전공이 아닌 학생들의 요구가 될 것이다. 아직 교원정책의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교원자격증 제도 개편과 교사재교육이 핵심정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이든 시·도교육청이든 교육정책을 말함에 있어 교원정책을 거의 꺼내들지 않았다. 전시행정을 통해 생색은 내고 싶고, 실효적인 정책개선은 미루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익히 알아왔던 정책들이 취지는 좋았지만 용두사미에 그치고 말았던 것은 결국 교원정책을 손대지 않았고, 그로 인해 교육과정 내에 정책이 스며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흔히 장학사라고 불리는 교육전문직원은 어떠한가? 교육전문직원(장학사, 장학관, 교육연구사, 교육연구관)의 경우 그동안 교육청에 근무하면서 많은 역할들을 해왔지만 그 역할이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교육자치 시대에 맞춰 유·초·중등 교육정책은 시·도교육청이 담당하고 있는데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교육전문직원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정책의 변화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교육자치-일반자치의 연계 흐름에도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교원정책 중 교원 양성에 대해서 가장 많이 연구가 되어왔고 활발하게 논의도 되어왔다. 각 정권마다 교원양성제도 개편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아쉽게도 실제적으로 교·사대가 개편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교·사대의 변화가 가장 컸던 것을 말하자면 노무현 정권 때 교원정년이 단축(65세에서 62세로)되면서 교원의 급격한 명퇴를 막고자 추진했었던 중-초교사2 정책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것 이외의 교·사대 개편은 거의 형식적으로 이루어졌었고, 실제적으로 국민들이나 학생들의 체감도는 낮았다. 실제로 관련 연구를 통해 현직 교원들의 인식수준을 들어보면 20-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사대 교육과정은 거의 개편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중등보다 초등이 교육의 전문성을 말하면서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과연 그 전문성이 무엇인지 정의된 바는 거의 없다. 이들이 말하는 전문성은 대략 ‘엄격한 질 관리가 되고 있으니 전문성에는 문제없다’는 논리이다. 아쉽게도 그 전문성이 무엇인지는 모호하다. 전교 1등이 교대에 가니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는 선발효과 이외에 그 전문성을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연구는 거의 없었다.

 

교대·사대의 교육과정 개편은 학교폭력, 성폭력예방 등 의무 이수해야 하는 교육내용의 일부에만 변화가 있었고 그 뼈대는 그대로이다. 양성과정이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보니 예비교사들은 별도의 노력을 통해 17개 시·도교육청의 교원임용고사를 준비해야 한다. 교·사대의 교육과정에 충실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노량진 사교육이나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거나 스터디를 따로 꾸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연구를 통해 교·사대 양성 과정은 교사자격증을 주는 기관 외에는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는 현직 교원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교원임용고사 정책도 시·도교육청이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1차 시험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대학 교수 중심으로 위탁하고 대행해서 치루고 있으며 학교현장에 크게 쓰이지 않는, 실용적이지 않은 지식을 위해 모든 예비교사가 머리를 싸매고 책상 앞에서 씨름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임용고사에서 1등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현장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워야만 한다. 한 마디로 줄 세우기 위한,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이야기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면 일부에서는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 평가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말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량적인 평가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고, 그 시험을 위한 수험생들의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시험을 학교현장에 필요한 교사의 역량 중심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인가? 이미 경기도교육청에서는 교원임용고사 2차 자체 출제로 많은 변화를 이루어냈고, 경기혁신교육에 맞는 인재를 위한 시험을 현직 교원들이 내고 있다. 이 결실은 여러 시·도교육청과 교육부 국가교육회의에서 배워가고 있다. 이것이 상징하는 것은 교육자치 이후의 교육정책은 고민의 깊이만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인사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사제도가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체계적인 인사정책을 위한 심도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현재 교원정책, 즉 교원인사제도는 소수의 사람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그 정보를 향유하는데 문제가 있다. 열심히 하는 교원이 우대받지 못하고, 제도에 순응해서 정보를 독점하는 이들은 우대받는 구조가 되었다. 정책의 이러한 부작용은 교원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령, 시험에 최적화되었지만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교원임용고사에 합격한다면 동료교원, 학생, 학부모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다. 교육전문직원(장학사, 장학관) 제도는 어떠한가? 동료들과의 관계성이 엉망이고,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교원이 교육전문직원에 선발된다면 그 파급력은 교육계 전체에 미칠 수도 있다. 교원정책 중 대표적인 교원승진제도도 마찬가지이다. 문제 있는 교사가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된다고 하면 그 학교 전체의 분란을 조장할 수 있다. 극단적인 예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교원이라면 문제 있는 신규교사, 문제 있는 장학사, 문제 있는 교장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일반화 시킬 수는 없지만, 그런 이들을 걸러낼 수 있는 제도가 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지 못한다면 그것부터 문제가 될 것이다.

 

그동안 다양한 교원인사정책을 연구했고, 교원양성, 교원임용, 교육전문직원제도, 교원연수제도, 교원승진제도까지 고민해보지 않은 제도가 없었다. 그러나 많은 연구물에 비해서 실제 정책에 반영된 것은 매우 미미하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중 일부는 교육부나 국가교육회의, 시·도교육청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교원인사정책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던 이들도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교원들이 대안 없이 비난만 하다 보니 ‘현재 제도가 가장 낫다’는 결론이 생기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이들을 절대악(絶對惡)으로까지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전례가 남아 어느 누구도 인사제도에 대해 연구하거나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 더욱 많은 보신주의가 작동하고, 현재 제도에 대한 일정 부분의 수정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가장 큰 피해는 학생이 입게 되고, 그 다음 피해는 교원들이다. 또한 교원들은 이익집단으로 비춰지고 유권자나 학부모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생겨난다.

 

교육부나 한국교육개발원, 일부 시·도교육청의 정책연구물은 일부 있었지만 교원과 교육전문직원의 임용, 인사제도, 연수제도, 양성과정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것은 없었다. 연구물이 있어도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손꼽힐 정도였다.

 

대한민국 교원정책은 매우 보수적이고 바뀌지 않는데 그 이유를 꼽자면 크게 두 가지 정도이다. 첫째,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 일정 부분 정책이나 제도가 바뀌기는 했지만 큰 틀에서 바뀌지는 않았다. 10년, 20년 전이나 지금이 크게 다를 바 없다. 가령 노무현 정부 때 혁신위원회에서 ‘교사자격갱신제’를 정책으로 들고 나왔지만 시행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2010년 시행이라고 못 박았지만 현재까지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교원단체의 반발, 시행 차원의 예산 문제 등 많은 이유가 발생하였고 거기에 따른 문제로 중·장기적인 검토만 하다가 끝났다. 또 어떤 경우는 동일한 정책연구만 계속 이루어지다가 담당자나 정권이 바뀔 때까지 정책연구와 검토만 하다 끝난다. 실제 시행할 의지는 어쩌면 애초부터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정책의 변화에 대해 교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70-80%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20-30%는 보수적인 답변을 한다. 대표적으로 승진정책이 그렇다. 그런데 20-30%는 실제 그 정책을 위해 지속적으로 준비해 왔기 때문에 반발이 크고, ‘다른 교원들과 내 의견을 같이 취급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총괄 부서의 전문성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유·초·중·고의 40만 교원은 국가직 공무원인 공립학교 교원과 사립재단 소속인 사립 교원 두 부류가 있다. 이에 대해 모두 교육부가 관할 주무부처인데, 교육부의 관할 주무부처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사정책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는 이들도 드물고, 그마저도 몇 년 지나 순환보직으로 업무가 바뀐다. 심지어는 6개월, 1년 이내에 담당자가 바뀌는 경우도 많았다. 교원정책은 그 역사와 흐름에 대해 알고 전문성을 가져야만 한다. 해외 사례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학자를 원하지는 않더라도, 국내 사례에서 어떤 정책을 중앙부처와 시·도교육청이 펼쳤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런데 과연 현실은 어떠한지 의문이다. 새로 바뀌는 담당자들은 업무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고, 교원정책의 흐름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교원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부서와 공무원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부서인 인사혁신처와의 정책 공유도 되지 않는다. 사립학교 교원을 위한 정책이 별도로 나오기 어렵고, 공립학교 교원을 위한 정책은 일반공무원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나오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교원성과급제도이다. 학교는 그 수만큼 다양한 환경을 갖고 있고 급별, 규모별로도 특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는다. 또한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성과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참 애매모호하다. 그럼에도 인사혁신처에서는 일반공무원이 모두 성과급제도를 운영하니까 교원도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진보·보수 교원단체도 모두 성과급제도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 맞춰 정책을 개편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2020년 발생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모든 이슈를 잠식해버렸다. 코로나19로 인해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것들이 바뀌었다. ‘강제로 소환된 미래’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우리는 현재 상상조차 못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교육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 온라인 개학이라는 생소한 현실까지 마주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공교육에 전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설마 가능할까라고 의구심을 가져왔던 많은 일들이 지금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는 제도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기업의 회식문화도 바뀌었고, 재택근무도 일상화되었다. 회의는 꼭 만나서 해야 한다는 원칙도 무너뜨렸다. 온라인 강의, 온라인 회의, 온라인 수업 등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보수적인 교육계에서도 역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교육부나 교육청 등 상급기관에 의존적이기만 했던 학교가 자치역량을 키워가기 시작하는가 하면, 4050 세대가 주도했던 학교문화는 2030 세대가 중심이 되어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교원정책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전히 승진, 호봉제 임금 등 대부분의 인사 시스템이 경력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코로나 시대에서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2030 세대들에게는 별다른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다. 향후 학령인구감소와 지역소멸로 인해 학교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존승진제도(승진가산점)나 호봉제의 임금체계는 2030세대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교원임용고사의 경직성으로 인해 암기의 달인이 된 까닭에 교직에 입문하자마자 번-아웃 되어버린 이들도 있고, 워라밸을 외치면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고립주의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양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교원인사제도의 경직성이 사회보다 더 심각하다는 데 있다. 사회·기업에서는 20대 과장도 나오고 30대면 대부분 과장급 반열에 오른다. 30대나 40대 CEO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교직은 어떠한가? 일단 교장이 되려면 최소 50대는 되어야 하고, 교육전문직원(장학사, 교육연구사)도 4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시·도별로 다양한 사례가 있겠지만, 일부 시·도는 50대가 다수를 차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실태가 교직을 더욱 보수화시키고,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경직되게 만들고 있다. 어쩌면 2030 세대의 젊은 교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기회를 찾기보다 워라밸을 선택하는 것도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물론 나이가 많다는 게 무능력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나이와 연륜만이 합리적인 인사 제도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온라인플랫폼에 더 익숙한 젊은 교사들이 학생과 쌍방향 소통을 하며 온라인 개학에 필요한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이는 뉴스나 각종 매체에서도 연일 보도되고 있는 사실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이런 기회에 저마다 역량을 가진 젊은 교사들에게도 한 번쯤 기회를 줄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질 수는 없을까?

 

현재 상황에서 교원 모두가 스스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제도의 혁신이 이루어지려면 기존 제도는 당연히 혁파되고 전환되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기존 제도는 분명 많은 문제를 양산해낼 것이고, 언젠가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그 전에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도와 정책을 설계하는 이들의 책무가 되어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하지만 교원정책(인사제도)에는 정답이 없다. 저마다의 입장과 생각이 모두 다르다. 교원의 역량 강화에 대한 고민 없이 승진가산점만으로 교원정책을 대표한다고 말하는 이들, 기존 승진을 준비했던 10-15%를 위해서 제도를 바꿀 수 없는 이들에게 지금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묻고 싶다. 승진제도를 준비했던 10-15%가 아니라, 85-90%의 평범한 교원들이 움직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기존 제도를 혁신할 필요도 있다. 교원인사제도만이 성역인 것처럼 부여잡고 30년 전의 잣대로 학교와 교원을 재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쉽게 말해 교장·교감·교육전문직원만이 주목받는 제도가 아닌, 학교와 교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물론, 기존 승진제도나 인사제도를 믿고 준비했던 이들을 위해 출구전략과 연착륙 방안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시기와 방식은 제한적이어야 한다. ‘혁신교육 10년’이라지만 인사제도만큼은 아직도 전보제와 승진제도를 논하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실천성 강했던 교사들이 교육청에 들어가서 기존 관료들보다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개혁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인사담당 부서가 과거보다 더 경직되었거나 비슷하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학습이 필요했던 시기에 기능에만 집착했기 때문은 아닐까? 적어도 정책이란 분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학습하고 노력한 이들에게만 길이 보이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내가 교육청에 들어가면 인사고 뭐고 다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그리고 교육자치가 도입되기 전에도 하던 말들이다. 지금 권력을 잡고 있는 이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교사 시절 자신들이 했던 이야기와, 지금 교육청 요직에서 실권자, 실무자로서 역할을 하며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은 분명 큰 문제이다. 자신의 직위나 위치에 따라서 말을 달리한다면 흔한 정치인과 다름이 없다.

 

바꿀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이들은 과연 제도에 대해 얼마나 학습하고 있는가? 교원정책(교원 인사제도)은 전문영역이다.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철학을 가지고 제도부터 학습해야 한다. 일부 교수 그룹이나 교육부, 정부출연기관, 인사혁신처, 기획재정부를 탓하기보다 시·도교육청에서 무엇이 문제였고 과연 제대로 교원정책을 실현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교원정책은 혁신교육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법령을 탓하기 전에, 시·도교육청 재량권 내에서의 고민부터 시작해봐야 한다. 10년간 교육자치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면 권한 회수는 불가피할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시작된 교원자격체제의 혼란(중-초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스포츠강사, 교원정년단축과 대규모 명퇴, 수석교사 미선발 등등 우리는 교원정책과 관련하여 수없이 많은 혼란과 갈등을 겪어 왔다. 이는 무엇보다도 교원정책 전문가가 시·도교육청 내에 없다는 것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교원정책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하고 그 중심에는 ‘교원 역량 강화’가 있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고 미시적인 그림을 그리기까지 최소 3-5년은 걸릴 것이다. 현재 학교와 교원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고교학점제나 지역소멸, 학령인구감소와 같은 시대적 상황과 요구 등을 세밀히 살피며 접점을 찾아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한번 정책과 제도가 시행되면 10-20년 동안 이어지기에 미래사회를 내다보고 제도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교원은 제도에 순응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제도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교원은 여론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거대 권력이자 철옹성이었던 검찰조직도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 개혁의 칼날이 들이닥쳤고, 공공성을 외면했던 많은 단체나 조직도 어느 순간 폐지의 수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교원들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가. 계속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개혁을 미루고 거부하면 어떠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교원인사 정책 논란은 진행 중이고, 추후 더 많은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정책추진 과정에서 비난과 비판 또한 끊이지 않을 것이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2022년, 인구구조의 변화와 함께 대통령·교육감이 바뀌는 시점인 ‘현재’가 바로 교원정책의 중·장기적인 변화에 가장 적기인 골든타임이 아닐까 싶다.

 

“말도 안 되는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검사들을 나는 ‘자판기검사’라고 부른다. 위에서 주문하는 대로 만들어내는 사람을 검사라고 할 수 없지 않나? 그런 사람들이 걸러지지 않고 요직으로 승진하는 시스템은 정상이 아니다. (중략) ‘괴물을 잡기 위해 검사가 됐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괴물이구나’ 싶었다. 간부들과 동료들에게 띄운 나의 글들은 검찰에 대한 나의 연서(戀書)다. 사랑한다면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할 수 없다면 몸부림쳐 봐야 하지 않겠나.”

– 검사 임은정, 현직 검사 첫 언론 인터뷰 –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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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물론 반대의견을 말하는 이들은 단순노동은 AI로 대체되어 인간이 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것은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부 SES(socioeconomic status)가 높은 계층들의 논리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2. 중등 교사 자격을 가진 이들을 초등학교로 배치했던 사례. 교육계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최근 통합학교 논의 등 여러 상황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음.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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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1. 교육가 수정 삭제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교원의 ‘워라벨’과 관련하여 반드시 교육현장에 대한 단순 개인주의적 삶에 대한 추구라고만 보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나쁜 관행의 예시를 들어보자면 관리자(교장,교감)들이 교사의 책임 운운하면서 업무의 경계선을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교사의 일방적인 헌신을 요구하는 경우가 아직도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합니다. 그런 사례를 보자면 ‘워라밸’이라는 개념으로 적절한 교사의 업무스펙과 환경을 정립하는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2. 김태균 수정 삭제

    불확실한 미래 사회는 교사, 학생 모두에게 다양한 관심과 능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필자의 말씀대로 학령인구의 급감은 새로운 학교의 모습을 강제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교원수급계획에서 강조되었으면 하는 점으로 교사들이 다양한 교과수업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 만큼,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지도하고 책임지기 위한 교사전문성을 갖췄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서 충분한 수의 교원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것이 교원수급계획에 충분히 반영되고, 기초학력 지도를 위한 교사전문성이 교원양성 측면에서 함께 강조되었으면 합니다.

  3. 이병도 수정 삭제

    좋은 글 고맙습니다. 교원정년단축은 김대중정부로 알고 있습니다

    1. 익명 수정 삭제

      다시 읽어 이해했습니다
      정년단축으로 인한 중초임용을 말씀하신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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