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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돌봄 교사의 민감한 곳은 옆구리만이 아니다

#709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2021.12.15

1. 그만하라구!

 

애들이 괴롭힌다. 사람이 만만한가 보다. 애들이 툭툭 건드려도 그냥 “하지 마라” 그러고 마니까 애들에겐 내가 진짜 만만한가 보다. 하지 말라는 소리, 그런 소리는 아예 귓전으로 흘려버리는 모양이다. 오히려 실실 웃으면서 “할 건데요…” 이런 소리나 되돌아올 뿐이다.

 

오늘은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여자아이 둘과 사단이 났다. 한 명은 초등학교 3학년이고 또 한 명은 2학년이다. 잠시 놀다 와도 괜찮다고 해도 싫다고 하더니만, 은근히 사람 곁을 맴돈다. 둘이 낄낄거릴 때 일찌감치 자리를 떴어야 하는데 그만 우물거리다 먹잇감이 되었다.

 

두 녀석이 맴돌며 등 뒤에서 옆구리를 간질이기 시작한다. 난 너무나 간지럼을 타기 때문에 간지럼은 딱 질색이다. 옆구리나 발바닥은 거의 죽음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이리저리 두터운 허리를 비틀어가며 잘도 버텼는데, 버티는 것을 보더니 두 녀석이 점점 더 기세를 올린다. “하지 마, 하지 말라구…” 하는 간청 소리는 무슨 노랫가락으로 들리는지, 사람이 소리를 지를 때마다 더 흥이 나서 간질인다. 허리를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엉덩이를 들썩이니 낄낄거리며 옆구리에 손을 넣었다, 배에 손을 넣었다왔다 정신없이 군다. 그러다 급기야는 실내화를 낚아채고 발바닥을 간질이려고 난리를 친다.

 

나도 어지간하면 참으려 했다. 정말이다. 아이들이 어지간한 순간에 그만두었으면 “하지 말라구…” 정도의 이야기나 하면서 좋게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저희들이 먼저 그만두지 않는 바에야 어찌하겠는가? 나도 내 살길을 찾을 밖에다.

 

나는 살아남기로 했다. 둘이서 끝도 없이 달려들어 사람을 계속 간질여대니 나도 살 길을 찾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나름 꽤 과격한 몸싸움이 벌어지게 되었다. 둘 중 우선 달려드는 녀석을 떼어 저리로 내팽개친다. 물론 요령껏 다치지 않게 떼어놓았지만 힘 조절을 거의 안 했으니 꽤 과한 힘이 실렸을 것이다. 아마 아이들끼리 이 정도 세게 놀면 벌써 우는 아이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희들도 덩치 큰 어른을 상대로 괴롭히려면 이 정도의 각오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어지간한 것은 참는 눈치다. 그래서 힘 조절 따위는 별로 괘념치 않고 다가오는 녀석을 제압하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한다.

 

운이 좋아 한 녀석을 아예 다리 밑에 깔아두었다. 이제 너도 맛 좀 봐라 하고 나도 아이 발바닥을 집중 간질인다. 평소 내게 자기는 옆구리 간지럼을 안 탄다면서 할 테면 해보라고 했던 녀석이다. 그런데 이것 봐라, 발바닥을 간질이니 자지러지고 있다. 다급하게 언니를 부르며 구조를 요청한다. 둘이 아니라 한 명이었으면 쉽게 끝냈을 텐데, 아쉽게도 남은 한 녀석의 공격 때문에 발바닥 공격은 아쉽지만 이쯤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참을 난리를 치다 저희들도 힘이 들었던지 협상을 하잖다. 다리 찢기를 보여주면 그만두겠다는 게 협상의 내용이다. 그런데 이 두텁고 뻣뻣한 다리를 어찌 찢으란 말인가? 그래도 오로지 끝내야겠다는 일념에 딴에는 다리를 쩍 벌리고 “봤지? 됐지?” 하고 간청을 해댄다. 그런데 뭐 또 그건 아니란다.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결국 셋 다 힘이 다 빠질 때까지 다시 난리를 치게 되었다.

 

 

2. 아 진짜….

 

그러나 오후의 그런 일은 힘이 들어 그렇지, 절대 언짢은 일은 아니었다. 만약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나 삼촌 혹은 엄마나 이모가 있는 집이라면 아마 이런 놀이를 하고 놀 법도 한 일이다. 그러니 조금 힘이 들긴 하였지만 이런 땀내 나는 놀이를 한 판 한 것은 나도 모처럼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살짝 말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저녁에는 무언가 비슷하지만 묘하게 다른 느낌의 일이 있었다. 아이들과 겨울방학 동안 각자의 활동거리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르다가 벌어진 일이다. 이것저것 제 마음에 드는 재료들을 고르느라 아이들은 한껏 기분이 들떴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오후와 다른 여자 아이들 둘과 또 일이 난 것이다.

 

사무실의 컴퓨터를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한 녀석은 의자 뒤편에 앉아서 계속 제가 원하는 것을 찾아보자고 옆구리를 간질이고, 또 다른 녀석은 무르팍에 앉아서 쇼핑몰의 화면을 넘겨보라고 조르고 있다. 그런데 뒤에 있던 아이가 오후 때처럼 조금만 더 진짜로 간질이기만 했어도 나는 발칵 일어서서 상황을 중단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간질이는 것도 어설퍼서 그렇게 간지럽지도 않은, 그렇다고 절대 편안하지도 않은 상태가 되다 보니 이것은 정말 그냥 불편감만 점점 더 커지는 지경이 되어 가고 있었다.

 

등 뒤의 아이가 그렇게 애매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 점점 더 흥이 오른 무르팍의 아이는 “위, 위, 아니 아래, 아래” 하고 위, 아래의 물건들을 보여 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외치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아예 반말이 나오는 거다. “다음, 다음으로 넘겨봐” 하는 소리를 들었던 순간에는 ‘지금 무어라고 한 거야?’ 약간 기분이 묘했다. “너, 아무리 선생님이 좋게 해준다고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하고 잠시 자리를 정돈할까 살짝 고민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가만 보면 당장의 흥에 겨워 한 실수가 분명하고, 게다가 옆으로 다른 교사들이 앉아있는 터라 그렇게 무안을 주었다가는 눈물바람을 하지 않을까 싶어 일단 이번엔 그냥 넘기기로 한다. 제 딴에는 ‘오늘 샘이 다 받아주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편히 말을 한 것 같은 모양이니 말이다. 언제든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하는 눈치를 주면 그러지 않을 아이인 줄을 아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등 뒤의 불편을 참아가며 재빨리 생각을 정리해가고 있는 데도 그래도 기분이 썩 개운치는 않다. 아이도 아이지만 갑자기 다른 교사들이 함께 있는 환경에 마음이 쓰인 탓이다. ‘뭘 저리 사람 좋은 냥을 하며 아이 버릇을 망치고 있나?’ 혹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살짝 염려가 되기도 한다. 퇴근 시간이 임박해서 마무리하고 있는 일에 몰두해 있어서 그런지 평소 같으면 “애들아! 그만 해!” 하고 딱 부러지게 말릴 법한 교사도 아무 소리가 없다. ‘네가 저지른 일, 네가 알아서 감당하라고 나 몰라라 하는가’ 살짝 찝찝한 기분에 자꾸 눈치를 보게 된다.

 

두세 명의 교사가 일하는 지역아동센터는 교사들이 조화로운 팀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그런 것이다. 한 교사가 받아주면 다른 교사는 말리기도 하고, 또 한 사람이 엄히 제재하면 다른 사람이 다독이고 다시 설명하게 될 때도 많다. 그런 조화로움이 중요하니 혼자 지나치게 자기 색깔을 강하게 가져가는 일은 경계해야 하는 일이 된다. 하지만 시설장이란 직함에 나이까지 두르면 그런 조화로움에 무뎌지기가 십상이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 같은 곳에서는 누구만 좋은 편이 되어서는 곤란할 때가 많다. 누구든 좋은 점이 있고, 누구도 실수할 때도 있고 그런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오늘밤 이러는 나도 내일이면 또 생각이 달라져서 아이들을 어리둥절케도 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니 우리는 팀으로 완벽을 추구하지 않으면 곤란한 것이다.

 

그러니 돌봄을 하는 사람들은 들판에 홀로 서서 큰 그림자를 드리우려 하지 말고, 어울려 숲을 이루어 그 안에 다양한 아이들이 아기자기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또 그러려면 옆 교사들의 눈치를 봐 가며 좋은 사람 노릇도 적당히 해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오늘 밤은 내가 과했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나나 노느라 그런 것이다. 재미삼아 서로를 희롱하다 보니 그리 된 실수다. 그리 낙담할 일은 아니니 다음에 주의하면 된다. 아까 잘 놀아서 또 놀고 싶어서 그랬다. 그래도 아까는 아까고 지금은 지금인데 그런 분간을 깜박 잊었던 탓이다. 그러니 오늘 밤은 이쯤 반성하고 끝을 낸다.

 

하지만 어울려 숲을 이루는 것도 나라가 교사를 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둘이나 셋으로 지역아동센터를 버티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해도 너무한 현실이 맞다. 단, 한 명만 더 있어도 숲 한 귀퉁이의 저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으련만… 늘 아쉬운 그 자리가 언제쯤 채워질지 그것을 알 수 없으니 놀다가도 한숨이 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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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성태숙

(현)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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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김태균 수정 삭제

    선생님의 글을 통해 지역아동센터가 처한 상황, 그 안에서의 삶의 모습 등을 잘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알 수 없던 내용이라 더욱 새롭고 소중한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선생님의 지역아동센터 빈 자리가 채워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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