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쏠아올린 혁신학교에 대한 성찰 –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편집자주>
최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진행되면서 다시금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따라서 지난 10여 년간의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공과를 균형되게 살핌으로써 혁신학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울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혁신학교 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이윤미(홍익대) 교수를 필자로 모시고 혁신학교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학교개혁이 왜 어려운지를 살펴보며 이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의 방향을 제시하는 특집칼럼(☞ 혁신학교와 미래 ‘학교의 문법'(이윤미))을 마련하였습니다.
여기에서는 위의 이윤미 교수님의 칼럼 내용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혁신학교를 바라보는 비교적 최근의 학교 현장교사와 연구자들의 생각을 정리 및 인용하였습니다.

1. 혁신학교에 대한 현장 교사의 생각
(1)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혁신학교 정착을 위해선 반대 학부모를 수구 꼴통이나 경쟁·서열주의자로 몰아가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대학 입시 제도나 학벌주의 사회 등은 그대로 두고 단지 교육과정만 바꾸겠다는 태도는 비현실적이다.”
(출처: 조선일보, 2020.12.26. (90분만에 모인 소송비 1000만원··· 왜 ‘혁신학교’에 반대할까))
“혁신학교 지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의 본질적 근원은 ‘학력에 대한 논란’이며, 혁신학교가 학력을 저하시킨다는 믿음이나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이나 교육단체가 이를 부정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혁신학교에 자녀를 보내면 교과서 진도마저 다 나가지 않는다.” 등 과장된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즉 서울시 교육청이나 혁신학교의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융합하거나 활동중심수업을 하며 성취기준에 맞게 가르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학부모들의 주의를 끌지 못하는 기반에는 학력저하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교육당국이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실행된 참고자료에 가까운 ‘종단연구’를 근거로, “혁신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도가 일반 학교 학생들보다 더 높게 나온다.”라는 식으로 혁신학교를 미화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이를 반박하는 연구도 있다. 2019년 서울교육종단연구에서 발표된 ‘서울형 혁신학교 시행이 학교 효과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혁신학교는 일반학교보다 학업성취도가 높다고 할 수 없었다.”
“학교는 혁신학교든 그렇지 않든 학습의 현장이다. 학교가 학습의 중심이 아니라면 학교의 존재 이유는 사라진다. 그런데 학교를 학습의 중심으로 두지 않으면서 그 주위를 둘러싼 마을을 학습의 중심으로 두거나 연계라는 애매한 포장을 하는 태도는 혁신학교가 옳든 그르든 추구하는 목표를 실현할 수 없게 만든다. 언제부터인가 모르지만 교육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학교를 제쳐두고 마을에 속한 종속적 대상이나 마을과 연계하지 않으면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미신이 교육과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는 현실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는 학습의 중심지이며 학교의 역량 역시 학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지도 못하면서 주위를 자꾸 기웃거리게 되면 이도 저도 아닌 바람은 부는데 깃발은 나부끼지 않는 기이하고 공허한 일이 반복될 뿐이다. 초기 혁신학교가 긍정적이고 호평을 받았던 까닭은 재정지원을 통해 교육복지에서 비 혁신학교에 비해 적극적 우대조치를 받았기 때문이지, 교육 그 자체 때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을 위해 당연하게 갖추어야 할 교육복지 혜택이 보편적 복지로 실현되면서 학교는 교육복지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 따라서 그 조건들이 사회 제도적으로 충족된 상황에서 혁신학교가 국민적 호응을 얻으려면 학교가 학습의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실제의 학습이 이루어질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강남이든 강북이든, 서울이든 지방이든, 전국 곳곳에서 혁신학교가 자리 잡을 수 있다. 교육청은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취소를 혁신 교육에 대한 더 많은 진지한 고민과 새로운 질적 논의가 시급히 필요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경험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출처: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2021.01.06. (http://21erick.org/column/5625/))
(2) 윤상혁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2014년. 당시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이었던 이계삼 선생님의 한겨레 칼럼 ‘혁신학교는 답이 아니다’가 혁신학교 운동의 선두에 섰던 교사들은 물론 진보적 교육운동에 동의하던 많은 실천적 지성들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은 그 글의 일부다.”
일부 초등학교, 중학교 혁신학교의 성공이 그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어이없는 역설, 고등학교 혁신학교가 결국 대학입시의 입학사정관제를 뚫어내는 방편으로서 성공의 근거를 찾아야 하는 역설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성공적으로 정착한 혁신학교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중산층의 진입장벽으로 귀결되고, 오늘날 이 거대한 낭비의 종착점이자 모든 교육적 에너지의 블랙홀인 대학입시를 피해갈 수 없게 된다면 이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 것인가? 이렇게 해서 혁신학교의 트랙을 따라 나온 아이들을 기다리는 현실이 청년실업, 비정규직, 극악한 지위경쟁이라면 혁신학교는 결국 또 하나의 희망고문이자 문제의 떠넘기기 곧 ‘폭탄돌리기 게임’이 아닌가? 그러므로 교육불가능의 이야기는 혁신학교가 집중하는 ‘수업과 학교문화’로 수렴되는 ‘배움의 적응’이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게 할 것인가’라는 ‘다른 배움’의 이야기로,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금의 교육 체제를 어떻게 새롭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체제 전환의 이야기로 넘어가게 된다. 그것은 사회경제적 삶과 연관되는 ‘삶의 기술’, 앞으로 닥쳐올 세상을 미리 살아가는 ‘연습’의 과정들을 학교 교육과정 안으로 진입시켜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 이계삼, <혁신학교는 답이 아니다> –
“혁신학교 운동 10년을 평가하는 지금, 우리는 이계삼이 지적한 “혁신학교의 트랙을 따라 나온 아이들을 기다리는 현실이 청년실업, 비정규직, 극악한 지위경쟁이라면 혁신학교는 결국 또 하나의 희망고문이자 문제의 떠넘기기 곧 ‘폭탄돌리기 게임’이 아닌가?”라는 물음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을까? 그동안 대한민국의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기후위기’와 ‘4차산업혁명’이라는 “앞으로 닥쳐올 세상을 미리 살아가는 연습의 과정들을 학교 교육과정 안으로 진입”시켜 왔는가. 우리는 과연 “지금의 교육 체제를 어떻게 새롭게 설계할” 것인지 논의해 왔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지금 우리는 이계삼이 ‘혁신학교는 답이 아니다’라고 말한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불가능의 시대’라는 시대 규정은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미뤄둔 채 오직 학교와 교육에만 책임을 전가해 온, “거대한 낭비의” 체제 바로 그 심장에 대한 선언이 아니었을까.”
(출처: 브런치, 2020.3.15. (https://brunch.co.kr/@ysh2084/67))
(3)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그동안 혁신학교가 존재함으로써 우리 교육에 부여한 긍정적인 가치를 우리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입시 외 삶의 방향 제시다. 혁신학교는 입시지도에만 치중하지 않고 취업 대비 교육 기능까지 폭넓게 관리해 왔다. 둘째, 관계 학습의 장으로의 역할이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의 조직 및 전달자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사고와 행위의 모범을 제시하며 인격적 감화가 일어나게 하는 역할도 했다. 셋째, 주체성과 자율성의 형성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교과 및 체험활동 구성과 운영 과정에 다양한 기회를 통하여 자유롭게 자주적으로 참여했고, 그 속에서 행동을 제어하고 책임지는 규범과 양식을 익혔다. 넷째, 삶의 토대를 구축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교육활동을 통해 학교생활에 필요한 심리적 특성과 표현 기술을 습득했고, 삶의 가치와 방향성을 세웠으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참여와 실천 의지를 다졌다. 다섯째, 변화의 가치를 실천하였다. 학생들은 다양한 교과 수업 방식, 교사들의 선도적 실천, 과정 중심 평가, 독창적 학사 일정, 참신한 체험 프로그램, 매력적 교육환경, 개별 학생의 특성 존중, 입시에의 종속성 탈피, 사람 중심 학교 운영 등을 통해 변혁적 가치를 실천하게 되었다.”
“혁신학교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첫째, 내신성적이나 시험성적이 전형에 중요하게 작용하고 자율형 사립고나 특수목적고 학생들이 우대받는 현행 입시제도를 개선하고 상대평가 중심의 평가제도를 절대평가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한 대학 학력(學歷)과 학벌 및 학교 성적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을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혁신학교 안팎의 실천을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로써 혁신학교의 프로그램 운영 개선, 혁신학교 실천의 확산과 홍보가 병행되어야 한다.”
(출처: 에듀프레스, 2021.08.06. (혁신학교, 어찌 실(失)만 말하는가?))
2. 혁신학교에 대한 연구자의 생각
(1)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아무리 우수한 학교나 모델학교도 다른 학교에 그 모습 그대로 이전될 수는 없다. 학교마다 구성원과 규모, 지역 상황이 다른 것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일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인해 여러 부작용이 생겨나고 학교는 각종 사업만 난무하는 기관이 되어, 혁신학교 시작의 바탕이 된 철학과는 멀어져 왔다. 혁신학교는 우수모델의 개념이 아니었다. 우수모델을 다른 학교에 어설프게 정착시키려다 좌초하거나 구성원들에게 강압적으로 적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교육청에서도 혁신을 모르는 담당자들이 무리하게 혁신을 강요하면서 지역별로 많은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부가 하면 문제가 있고, 시·도교육청이 하면 문제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내가 한 것이 혁신이고, 네가 한 것은 비 혁신이라는 주장은 위험한 발상이다. 이러한 사고를 가진 자가 리더가 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 벌어진다. 특히 강한 흑백논리, 혁신학교와 비 혁신학교를 구분하는 것, 자신의 소신에 이의를 제기하면 적으로 삼는 것, 전임자의 성과와 자신의 성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발상 등은 혁신의 큰 걸림돌이다.”
“혁신학교는 형태는 다양하게 변화하더라도 초기 운동적인 모습은 늘 되새겨야 한다. 제도·정책이 아니라 교사들의 자발적 교육운동으로 승화되어야 유지될 수 있다. 혁신학교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획일화가 아닌 다양성의 관점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요된 공동체성이나 인위적인 정책사업으로는 학교를 살릴 수 없다. 혁신학교는 운동성으로 가치를 가져야 한다. 교사의 자발성을 보장하는 학교자치의 체제로 회귀하지 않는다면, 혁신학교는 과거 여러 일시적인 열풍처럼 언젠가 사그러들지 모르는 일이다. 결국 학교 혁신은 교사가 하는 것이다. 교육청 직원이나 학부모가 하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혁신의 동력이 교사이므로, 교사를 신뢰하며 투자하는 것을 늘려야 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교육정책 역사상 교사의 신뢰를 통해 정책적 성공을 거둔 사례는 혁신학교가 유일하다. 그리고 혁신학교가 아니지만, 혁신학교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반학교(비혁신학교)와의 균형적인 지원의 관점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혁신학교의 시작은 일반학교였다. 시·도교육청에서 보편적인 지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교육부와의 정책적 차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출처: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2021.03.17. (http://21erick.org/column/6082/))
(2) 김대유 (경기대 교육대학원 교수)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혁신학교가 학군 안에 있지만 이런 교육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 갈 수 있게 하거나, 반대로 혁신학교를 원하는 학생들은 멀리서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갈등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
(출처: 조선일보, 2020.12.26. (90분만에 모인 소송비 1000만원··· 왜 ‘혁신학교’에 반대할까))
※ 본 글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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